"가족농 중심의 농업 발전모델 만들어야

2017. 7. 7. 16:51도시와 혁신/농업도 혁신해야 산다




김재수 전 농식품부 장관 "가족농 중심의 농업 발전모델 만들어야"


세종=김문관 기자 입력 2017.07.05. 06:00 댓글 12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전 장관./농식품부 제공

빳빳한 와이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맨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임기내내 입었던 누런색 방역복을 벗은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10개월은 ‘터프함’ 그 자체였다.

그가 취임한 지난해 9월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매일 비상 체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화훼와 한우 농가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동시에 발병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사상 최고 수준의 방역 위기도 발생했다. AI는 치킨값 인상과 계란 부족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임기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126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긴급방역회의에 참석하고 현장을 누볐다. 행정고시 21회에 최연소로 합격한 김 전 장관은 경북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무관부터 장관까지 40년을 농림분야 공직에 몸담은 농정 전문가다. 농림수산식품부(현 농식품부)에서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 대사관 농무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고, 농촌진흥청장과 농식품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지난 201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국산 백신 개발 착수 등 가축질병의 구조적 해결책 마련에 집중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미래를 가족농에서 찾았다. 현재 우리 농가의 영농후계자 확보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농가의 농지 상속자는 90% 이상이 비농업인이다. 정부가 귀농과 창업농 등 젊은 농업인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장관직을 물러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계속된 가축질병 발생으로 구상해온 정책들을 심도깊이 논의하고 추진할 시간이 부족했다. 가축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은 축산농가들과 공무원들을 위로하는데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걱정스럽다. 생산, 유통, 소비, 수출, 농업인 소득, 농지 등 전 분야에 걸쳐 누적돼온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보람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어떤 것인가.

“농정브라운백 미팅과 금요 농정포럼 등을 도입해 현장소통을 강화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를 출범하는 등 협치농정 활성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안을 완성한 것과 쌀 해외원조를 시작한 것, 농식품 청년 해외 개척단(AFLO) 창단, 귀농‧귀촌 종합대책 수립 등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농업계의 고질적인 현안인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쌀 수급 보완대책을 마련한 점도 의미가 있다. 특히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해 내년부터 남는 쌀의 최대 25% 수준인 5만톤(t)을 해외 원조를 통해 소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촌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파급 속도, 범위, 깊이의 차원이 다를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원격으로 생육환경을 관찰하고 제어하는 스마트팜을 도입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축질병 전파 경로를 예측하고, 드론을 활용해 병해충 방제‧예찰도 하고 있다. 원격건강관리, 원격교육 등 ICT기술을 활용한 생활서비스를 농촌에 적용한 창조마을을 조성해 첨단 기술로 농촌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농림축산업은 국민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생태공간 쉼터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전통적인 ‘생산 농업’ 중심에서 정보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을 융복합한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변모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젊은 인력이 농식품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ICT를 활용한 스마트 팜을 확산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바이오기술을 바탕으로 한 농생명소재산업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장이다. 소재산업의 국내 시장규모는 2009년 5조3000억원에서 2014년 7조5000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소재산업은 석유, 화학 중심에서 농생명자원 중심으로 변모할 것이다.”

-농업분야 연구개발(R&D)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나.

“농업, ICT,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돼야 하는 만큼 여러 산업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전략적 중점투자 분야 및 현장의 기술수요를 반영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농업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고 정책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R&D 비중을 확대하고, 정책 수요자인 농업인, 산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R&D도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결과가 실험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창업, 제품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화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농축산업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농축식품산업 전후방 연관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는 농기계, 농약, 비료, 농자재(시설 자재), 사료, 동물 의약품 등이다. 전후방 연관산업의 기술 혁신과 브랜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축식품 박람회와 바이어 초청행사 등에 연관산업 관계자들도 참여시키고, ‘품종-농기자재-재배시스템’ 등 연관산업 부문간 패키지형 수출 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농축식품 전후방산업 시스템 고도화가 최종 산물인 농축식품의 품질, 생산성 향상, 수출 확대,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농촌이 비어가고 있다. 해결책이 없을까.

“규모화 일변도의 농업에서 벗어나 가족농 중심의 발전모델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한국형 농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농업모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촌의 경관, 음식, 전통 등의 자원에 디자인을 접목해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1978년 5월 행정사무관으로 출발해 40여년간 공직에 몸담아왔다. 이 시간은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개방화를 거치면서 농업부문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 파동, 한중 마늘협상, 광우병 쇠고기 논란 등이 특히 고생스러웠다. 이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이 직면할 경우에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후배들에게도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정면 돌파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개인이나 부서보다 국민 전체를 최우선에 두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