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0. 18:17ㆍ지역 뉴스/경기도 뉴스
사회 이슈 : ‘新노년층’등장의 의미와 시사점
- 김도균 연구위원(공존사회연구실)
■ 상 황
(신세대로서의 ‘新노년층’)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新노년층’의 등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新노년층’이란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이들이 최근 60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고령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생애 경험이나 노년기에 대한 인식과 욕구, 연령 규범 등이 모두 기존 노인세대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新노년층’으로 불리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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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기서 ‘新노년층’은 아직 60대에 진입하지 않은 미래의 노인들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新노년층’은 아직은 예비노인이지만 노년기를 삶의 한 단계로 구체화하기 시작한 집단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통 기존 노인세대와는 다른 경험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선 ‘新노년층’은 사회적 통념상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이란 신체적으로 노쇠해서 생산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집단이거나 변화된 환경에 대해 적응이 어려운 의존적 존재로 이해된다. 그런데 ‘新노년층’은 60세가 넘어서도 건강한 노동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도 상당히 강해서 ‘노인’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이들은 노년기에 대한 인식에서도 기존 노인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新노년층’의 예상은퇴기간은 20-30여년에 달하여 노년이 장기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년기를 더 이상 자녀의 부양에 의존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이해하기 보다는 새로운 제3의 인생기로 이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또한 이들은 노년기의 기대 생활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신빈곤층으로서의 ‘新노년층’)
하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新노년층’은 청·장년기에 경제성장의 과실을 경험한 첫 세대로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구매력이 클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의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자녀들 뒷바라지와 부모 부양 때문에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전 세대와 달리 자녀 부양을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50대 초반에 이미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평균 근속년수가 매우 짧은 편이다. 서구 선진국의 평균 근속년수를 보면 독일 12.36년, 영국, 8.7년, 미국, 7.9년인 반면, 우리나라는 5.31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것으로서, 2000년대에 40-50대에 진입했던 베이비부머들은 조기퇴직의 압박을 가장 크게 경험한 세대들이다. 그러므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40-50대에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자영업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미처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즉, 한국사회의 ‘新노년층’은 조기퇴직으로 노후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자녀 부양도 기대할 수 없는데, 은퇴 후 30년 정도를 노년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정책담론
(연금수급 연령 등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 조정)
기존 노인세대와는 구분되는 ‘新노년층’의 등장으로 노년정책의 수정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新노년층’이라는 거대한 인구집단의 등장으로 사회정책의 영역에서는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의 사회정책들은 ‘고령’의 기준을 만60세 또는 만65세로 규정하고, 고령자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연령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조만간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新노년층’의 등장과 맞물려 각종 정책들의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5년에 1년씩 연금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도록 의무화 되어, 2013년에 연금수급 연령이 61세로 조정되었으며, 2018년에 다시 62세로 상향조정될 예정이다.
(다양한 노후소득보장수단의 활용)
공적 영역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과 함께 ‘新노년층’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후소득보장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년정책은 주로 국민연금의 전 국민 확대나 기초연금 도입 등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또한 심각한 노인빈곤 해소가 시급했기 때문에 구빈적 성격의 공공부조 정책이 중심을 이루었다. 하지만 구빈적 성격의 노후소득보장 정책으로는 ‘新노년층’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실제 소득대체율도 30%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리하여 퇴직연금 활성화나 개인연금저축 장려 등을 통해 소득보장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新노년층’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노후소득보장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新노년층’은 노후준비는 부족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완하는데 매우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년제도 개선과 이모작 고용체계 구축)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 조정과 함께 정년 연령의 상향 조정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정년 연령은 그대로 둔 채 연금수급 연령만 상향 조정할 경우 퇴직 이후 연금수급 시기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2018년에 62세로 조정될 예정인데 반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만 보장한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정년연장법’을 충실히 따른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년 이후 연금수급 시기까지 소득공백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로 정년과 연금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일치시켜 나가는 정년제도 개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노후준비 지원체계 마련)
최근에는 소득보장이나 일자리정책 외에도 예비노인들의 노후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후준비지원법’이 제정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노후준비지원법’은 노후준비의 양극화가 결국 노년기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 하에, 국민의 노후준비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법을 통해 국민들은 올해부터 노후준비를 위한 개인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개개인의 삶의 질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시사점
(노인 기준 연령과 정년 연령의 일치가 중요)
급속한 고령화와 ‘新노년층’의 본격적인 퇴직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의 노인 기준 연령은 재정적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新노년층’의 연령 규범과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퇴직제도도, 퇴직 이후의 소득을 보장하는 연금제도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비록 정년연장법 제정으로 정년연령이 만60세로 의무화 되었지만, 지금까지 상당수 근로자들은 규정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50대 초중반에 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전 국민 연금시대가 시작되었지만 납부예외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등 사각지대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베이비부머들이 노후대책 수단으로 자영업을 선택해 왔는데, 이마저도 최근에는 자영업 경쟁격화로 빚을 지고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新노년층’의 등장에 대응해 섣불리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기보다는 우선은 정년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년제도의 정착이 어려운 이유가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임금체계 개편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정년제도의 안착을 위해 근로시간 피크제를 통한 중·고령자 일자리 나누기 등의 시범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新노년층’ 내부의 양극화에 주목해야 한다)
‘新노년층’은 수명 연장으로 인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장기화된 노년기를 경험하는 첫 세대이다. 역사상 이들만큼 노년기의 집단적 연장을 경험하는 세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新노년층’은 매우 이질적이고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괜찮은 일자리에 머물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상당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집단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조기에 퇴직해서 비정규직 일자리와 영세 자영업을 전전하고 가진 건 집 한 채 밖에 없는 집단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베이비부머 내부의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자녀 뒷바라지와 부모 부양으로 미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취약계층 베이비부머를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이전 노인세대의 경우에는 어찌되었든 자녀부양에 의지할 수 있었던 반면 이들은 자녀부양조차 기대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노후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그러므로 이들을 위한 지역차원의 돌봄체계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노인관련정책도 이들이 지닌 욕구와 능력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新노년층’이 주체적으로 인생3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역자원을 활용한 사회참여나 대인관계, 여가활동을 촉진하는 등 지역 맞춤형 노후설계와 현실적인 노후준비 지원방법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니라 연구원 개인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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