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 행정구(區)를 자치구(區)로 전환하자
- 이용환 선임연구위원(공존사회연구실)
■ 상 황
(구(區)의 발생 및 지방정부의 계층화)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도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지방정부는 지역의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기 어려워져 그 산하에 하위 행정기관을 둘 필요가 있게 되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주민이 요구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여러 가지 방식에 의해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계층화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의 하위계층인 광역지방정부로 하고, 시는 도의 관할 구역 안에, 군은 광역시․특별자치시나 도의 관할 구역 안에 두며,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특별자치시의 관할 구역 안에 두고 있다. 그리고 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를 둘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현황(2015)>
(단위 : ㎢, 명)
기초자치단체 | 행정구 | 면적 | 인구 | |||
계 | 시 (행정시) | 군 | 구 | |||
226 | 75(2) | 82 | 69 | 35 | 100,326 | 51,327,916 |
서울 25개, 부산 15개, 대구 7개, 인천 8개, 광주 5개, 대전 5개, 울산 4개 | 경기 20개, 충북 4개, 충남 2개, 전북 2개, 경북 2개, 경남 5개 |
출처: 행정자치부(2015).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및 인구현황”.
(행정구(區)와 자치구(區)의 설치 기준 및 현황)
구(區)에는 자치구와 행정구가 있는데, 자치구란 지방자치단체로서 법인격이 주어지고 일정한 관할구역 내에서 자치권이 인정되는 구이며, 행정구란 행정사무의 처리상 편의를 위하여 설치되는 시의 하부 행정기관으로서 관할구역을 갖고 있는 구를 말한다.
행정구의 설치에 관한 것은「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에서 ‘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서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동법 제4조의 2에서는 그 설치 절차로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구의 설치 여부 관련 규정은 인구 50만 이상 시에서 그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다.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에 이러한 행정특례를 인정한 것은 행정구 설치를 통하여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주민참여를 강화시키고, 지방정부에서 주민에 대한 대응을 제고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자치구와 행정구는 그 구역설정과 설치에서 순수한 행정구역으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특별시 및 광역시(직할시)의 구(區)는 자치구로서 자치권을 부여받았으나 일반시의 구는 자치권이 없는 행정구로 존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편, 대도시의 행정구는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 현재에는 35개에 이르고 있다.
■ 쟁 점
(지방자치단체의 계층화의 필요성)
지방자치단체 내부에 하위 자치기관이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민의 입장에서 정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서 편의성을 증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행정의 범위를 축소하여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주민을 위한 근접 서비스에 맞는 행정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내에 1개의 자치(행정)계층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에 따른 비효율, 기능의 중복, 기구 및 정원의 증가, 주민 혼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즉,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공공서비스 공급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은 규모의 지방정부보다는 큰 규모의 지방정부가 통일성과 효율성의 제고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경우 행정구 혹은 자치구를 설치하는 이유는 지방자치제도가 집권적 정치․행정체제하에서보다는 주민의 자치행정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 근거한다. 또한 소규모의 지방정부가 큰 규모의 지방정부보다 개개인의 주민 선호를 더 잘 반영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논리적 타당성이 존재한다. 티부(Tiebout)의 “발에 의한 투표”는 주민이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이 선호하는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를 선택하고 지방정부는 이주하는 주민들의 전입을 위해 상호 경쟁을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효율성과 민주성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주민 곁으로 가는 정부, 주민밀착형행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 혹은 행정계층의 분리를 통해 주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자치구와 행정구의 구분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
인구 50만이 넘는 대도시의 경우 모두 행정구를 설치하였으며, 2곳 이상의 자치단체의 통합을 논의할 경우에 행정구의 설치가 항상 정치적 합의의 쟁점이 되곤 했다. 구청의 위치, 구의 관할구역, 경계조정 등이 구 설치와 관련한 쟁점의 중심이슈이다. 대도시에서 구의 설치가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행정구와 자치구로 구분하여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는 제도나 정책의 대상일 수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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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행정자치부는 도시지역의 소규모 동(洞)의 규모를 확대하는 대동(책임동)제를 추진하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는 기존의 행정구를 대동으로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자치구나 행정구 제도 운영은 주민자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치구의 민선 구청장과 행정구의 임명제 구청장의 구 운영은 주민과의 관계에서 보면 다를 것이다. 선출직 자치구의 장은 주민들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주민들의 수요와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된다. 반면에 임명된 행정구청장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보다 상위정부의 인사권자의 정책방향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구를 설치함으로써 선출직 공무원의 수를 줄여 재정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행정의 민주화, 대의민주주의, 지방자치의 가치 실현 등은 어려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구가 아닌 자치구를 설치하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고 주민의 선호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길이 된다고 하겠다.
또한 일반 시에서 규모가 큰 구역임에도 행정단위(행정구)로 하고 특별시·광역시에서 규모가 작은 구역을 자치단위(자치구)로 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 측면에서 기회 균등에 맞지 않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어디든지 주민은 정치적 측면에서 대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의 설치는 주민들에게 구청장이나 구의회 의원이라는 공무 담임권의 기회를 제약하는 것이고 이를 선출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공직 선출권을 제약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결핍 문제를 발생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행정구를 자치구로 전환하는 것이 지방자치제도 아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자치구와 행정구 현황(2015)>
(단위: ㎢, 명)
구분 | 인구(평균 인구) | 면적(평균 면적) | ||
자치구 | 자치구 수 총 69개 | 22,321,346(323,497) | 3,420.96(49.58) | |
| 서울 송파구 | 664,738(인구규모 1등) | 33.88 | |
부산 중구 | 46,737(인구규모 69등) | 2.83 | ||
행정구 | 행정구 수 총 35개 | 9,957,567(284,502) | 5,042.65(144.08) | |
| 경기 성남시 분당구 | 499,087(인구규모 1등) | 69.35 | |
충북 청주시 청원구 | 174,975(인구규모 69등) | 215.01 |
출처: 행정자치부(2015).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및 인구현황”.
■ 시사점
(행정구의 자치구 전환을 통한 주민자치 확대)
민주주의는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는 소규모 행정구역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소규모 행정구역에서의 민주주의는 지역사회 사정을 잘 아는 주민의 참여를 촉진시켜 정책결정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주민참여활동을 확대시키며 주민의 민주적 역량을 향상시키는데도 기여한다.
특히 주민의 불편사항을 근거리에서 해결하고 지역적 다양성과 현장성을 고려한 주민밀착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군․구와 같은 기초지방정부의 자치행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행정관할구역 내에 존재하는 종속적인 행정운영단위일 뿐인 행정구보다는 자치구를 설치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자치 실현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자치모델의 기회 제공)
지방자치의 시각에서는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에 의한 통제와 대표성을 가진 정부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2)일 경우 자치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50만 이상의 도시의 경우에는 자치구의 설치를 주민들의 선택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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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에게 기초자치단체의 기능과 권한을 넘어서는 독립자치계층의 신설이나 행·재정 특례를 부여하도록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자치구 의회의 의장이 구청장을 겸임하는 지방자치 대안모델이 자치구 운영에 효율적일 수 있다. 의회와 집행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자치구 설치에 따른 인력과 예산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을 해소할 수 있다. 의원 중의 한명이 구의회의 의장이 되고 의장이 자치단체장을 겸임함으로써 의결과 집행 과정에서의 마찰의 소지를 줄일 수 있으며, 행정의 낭비나 지연이 없어 행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관 구성은 주민들의 의사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으며 정책결정 전반에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방자치의 실시는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행정을 정착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는 행정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에게 그들에게 맞는 형태의 기관구성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도시의 행정구를 자치구로 전환하여 주민자치의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니라 연구원 개인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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