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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획 - 7대 폐습 이젠 결별하자]‘특혜 주고 돈 받기’식으로 산업화… 부패·독점 부작용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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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획 - 7대 폐습 이젠 결별하자]‘특혜 주고 돈 받기’식으로 산업화… 부패·독점 부작용 낳아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ㆍ(3) 끊어야 할 ‘정경유착’

▲ 역대 모든 정부 ‘유착 얼룩’
민주화 이후에도 근절 안돼
낙하산 인사·총수 사면 등
최근 합법 가장한
‘신정경유착’으로 진화


친족끼리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은 정경유착(政經癒着)으로 잉태됐다. 1967년 한국롯데는 외자도입특례법에 따라 각종 세금을 5년간 면제되는 특혜를 받았다.

1970년 11월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되자 박정희 대통령이 신격호 회장을 불러 선처하며 롯데호텔을 짓게 지시했다. 그 뒤 40년이 흘러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성남비행장 항로를 변경해 제2롯데월드의 건축을 허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롯데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부터 특혜로 일관된 정경유착의 대표”라고 말했다.

롯데는 계열사 80여개, 총자산 93조원, 종업원 12만명을 거느린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정경유착의 씨앗은 박정희 정부 시기의 개발독재 체제에서 뿌려졌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도 중석불 사건(1952년 6월 정부가 텅스텐을 외국에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민간 기업체에 불하하여 밀가루와 비료를 수입하게 하고, 이를 농민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피해를 입힘)과 은행 민영화 특혜 등의 정경유착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력의 ‘갈취’에 가까웠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의 죽음은 정경유착의 비극적 말로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7월14일 청와대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신임 회장단 13명을 접견하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의 대표적 정경유착 사건인 ‘한보 비리’ 장본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1997년 4월7일 국회 청문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경향신문 자료사진


1960년 5·16 군사쿠데타로 들어선 박정희 정부는 특정 기업에 사업권·면세·금융지원의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신 정치자금을 받는 ‘정경유착 공식’을 완성시켰다. 대표적 사례가 사카린 밀수 사건이다. 1966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주식회사가 비료 공장을 건설하면서 건설자재로 위장한 사카린을 몰래 들여와 팔다가 들통났다. 당시 언론들은 정부가 밀수를 지원하는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대통령을 “밀수 두목”이라고 규탄했다.

3·4공화국을 거치면서 정치권·관료집단과 경제계, 즉 권력과 돈의 불법적 거래인 정경유착이 착근했다. 권위주의 정부는 정경유착을 통해 산업화를 끌어갔기 때문에 정경유착은 한국 고도성장기의 반(半)내재적 요소였다.

쿠데타로 집권해 ‘정의사회 구현’을 내건 전두환 대통령은 법정에서 확인된 뇌물만 해도 2000억원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등 재벌 회장으로부터 4500억원을 받았다.

이런 정경유착은 ‘한국병’으로 불리면서 정치부패, 법치주의 파괴, 자원배분 왜곡, 독점, 균형발전 저해라는 문제를 양산했다. 특히 정(政)과 경(經)의 유착은 권력과 돈이 오가는 ‘상업적’ 거래만은 아니었다. 한국 특유의 학연, 지연이 그 커넥션에 아교를 칠해 끈적끈적해졌다. 혼맥으로 피까지 섞이면서 혼연일체가 됐다. 정경유착은 부패를 넘어서는 권력 구성의 문제였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경유착에서 불법적 관계에 대한 지원을 넘어 사회적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갖게 되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 정경유착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기득권 내부 권력의 추가 정치에서 경제로 이동했을 뿐 그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모든 정부가 부패청산을 내세웠지만 성공은커녕 정경유착 사건들로 얼룩졌다.

최근 정경유착은 간접적이고 우회적 방식이다. ‘신정경유착’은 일부 합법의 외피도 쓰게 됐다. 그 공식은 이렇다. 집권세력은 여당 정치인을 기업에 ‘낙하산’으로 보낸다. 기업은 보험 차원에서 여권 인사를 채용한다. 고위 관료는 재직 중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집행한다. 그 기업은 퇴임한 관료를 영입한다. 법원은 대기업 총수에게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그 판사는 총수 변론을 맡은 대형 로펌 고문으로 간다.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예상되는 일부 재벌 총수 특별사면 역시 정경유착의 일종이다. 정치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은 특혜성 사면권을 행사하고, 재벌은 그 대신 투자와 고용을 약속한다. 대통령 지지도는 높게 유지된다. 이는 합법을 가장한 ‘부당거래’인 셈이다. 광복 70주년에도 정경유착의 유령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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