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5일 그리스 총선에서 반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했다. “그리스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시리자의 외침도 민심을 돌리는 데 주효했다. 1974년 군부독재 종식 이후 41년간 이어진 신민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양당 체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리스 재벌 ‘올리가르히’는 ND와 PASOK를 후원하며 방송 허가권과 부동산 개발권 등 이권을 챙겼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대사관 문서에서는 올리가르히를 “그리스 민간 언론은 엄청난 부를 이뤘거나 상속 받은 소수의 인물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은 혈연, 결혼, 간통을 통해 정치인 및 정부 관계자들, 언론 및 기업 재벌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리스 위기는 과도한 복지보다는 올리가르히에서 싹텄다. 그리스의 국민소득에서 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연합 15개국 평균보다 낮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물리는 세금도 유럽 평균보다 낮았다. 두 차례 구제금융 지원과 그리스 정부의 고강도 긴축 재정에도 그리스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2013년 중반까지 그리스에 흘러들어간 2070억유로 가운데 77%가량이 금융권에 들어갔으며 나라 살림에는 4분의 1도 채 안되는 돈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올리가르히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아테네 대학의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는 “그리스 시장 경쟁의 진짜 적은 올리가르히지만, 이들을 건드리는 건 금기시되던 주제였다”고 했다. 시리자는 집권 한 달 만에 올리가르히 척결의 칼을 빼들었다. 올리가르히에 대한 과세와 밀수 등 지하경제 단속을 통해 730억유로의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