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 웬 ‘5060 꽃청춘’, 누구…세요?--- 경로당 코디네이터

2015. 7. 13. 16:43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경로당에 웬 ‘5060 꽃청춘’, 누구…세요?

‘경로당 코디네이터’가 되다

서울 불광동 새장골경로당 코디네이터 전향온(왼쪽)씨와 조금옥씨가 지난 14일 어르신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최근 50, 6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일터 밖으로 쏟아지고 있다. 길어진 기대수명에 불안감은 커지지만 개인도 사회도 막막하다. <한겨레>는 은퇴 뒤 삶의 새로운 방정식을 찾는 데 보탬이 되고자 ‘시니어’면을 신설했다. 이 방정식을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전문가의 조언을 담는다.

외벌이 가장이었던 전향온씨
서울시 인생이모작 교육 받고
‘더 나은 경로당’ 만드는 활동
“고사리손으로 꽃 달아드리자”
인근 어린이집에 행사 제안
생기없던 어르신들, 웃음꽃 활짝
아나바다 장터도 의외로 인기

예기치 않은 순간에 1막이 끝나는 인생이 있다. 2001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 장례식을 마치고 2막이 시작되자 전향온(57)씨는 중·고생 두 남매를 둔 외벌이 가장이 되었다. 복지관 조리사 월급으로는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겨웠다. 이듬해 복지관을 그만두고 서울시 홍은동에 호프집을 열었다. 10여년간 조리사로 일했지만 안줏거리는 다른 세계였다. 무엇보다 고객을 유치하고 취객을 상대하는 게 고역이었다. 1년 반 만에 손해를 보고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급식실에 조리사로 취업했다. 계약직이라 월급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이대론 미래가 없겠다”고 판단한 전씨는 퇴근한 뒤 공부를 시작했다. 주경야독으로 웃음치료강사 자격증을 땄고 2007년 명지전문대 사회복지과 야간과정에 입학했다. 2009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주말과정에 편입한 그는 4학년 때 실습을 나간 복지관에 계약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로당을 ‘어르신 행복학습관’으로 전환하는 업무를 지원하며 어르신들과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2012년 웃음치료강사로 독립했다.

전씨와 조씨가 어르신들의 발을 마사지하고 있다. 조씨는 발마사지ㆍ간호조무사 등 복지 관련 자격증만 10여개를 갖고 있다.
복지관과 경로당 등에서 웃음치료 강의를 진행하며 월 100만~150만원을 벌었다. 들쭉날쭉한 수입에 불안하던 차에 서울인생이모작센터의 경로당 코디네이터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만 50살 이상’이라는 자격 조건이 먼저 눈에 띄었다. 구인광고에서 ‘미만’이라는 단어에 늘 좌절해온 전씨는 ‘이 일이 내 일이구나’ 확신했다. 경로당 코디네이터는 50, 6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전 쌓은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의 자원과 연계해 경로당의 운영을 지원하는 일을 맡는다. 서울시가 관할하는 뉴딜일자리사업의 하나로 현재 어르신들의 사랑방 기능에 머물고 있는 경로당을 마을공동체와 교류를 통해 세대통합과 평생학습의 장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게 목표다.

활동비는 월 40만원에 불과하지만 4대보험이 제공돼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월 60시간이라는 활동시간만 충족하면 세부시간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웃음치료강의와 병행이 가능한 덕분이다.

올 초 한 달간 직무교육을 받고 2월에 조금옥(61)씨와 한 조가 돼 서울 불광동 새장골경로당에 배치됐다. 70~90대 어르신들의 첫 반응은 차가웠다. “무슨 일로 온 거야?” “여기서 뭘 하자는 게지?” 낯선 이를 경계하는 어르신들의 홀대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몇몇 코디네이터는 그만두거나 다른 경로당으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씨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먼저 다가섰다. 음식 준비, 설거지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우며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열어갔다. 5월8일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경로당 옆 어린이집에 제안해 어린이들이 직접 준비한 카네이션을 들고 경로당에 오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준비한 노래와 율동으로 축하공연을 하자 어르신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배사순(90) 할머니는 “노인만 있던 경로당에 꽃 같은 아이들이 오니 환해서 정말 좋았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전씨와 조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건강운동교실을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강사가 경로당으로 온 첫날 문제가 발생했다. 어르신들이 지원서에 자신의 주민번호 쓰기를 거부한 것이다. 노인 대상 사기에 휘말릴까 우려한 자녀들로부터 ‘주민번호는 절대 가르쳐줘선 안 된다’고 당부받은 어르신들은 완강했다.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단 쪽 방침도 확고해 노인건강운동교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조씨가 갖고 있던 장비를 가져와 어르신의 혈압과 혈당을 직접 측정하고, 전씨는 웃음치료강의를 하고 있다.

새장골경로당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는 매달 열리는 아나바다 장터다. 지난 7월 전씨가 지인한테서 기증받은 옷가지들을 어르신들께 어떻게 나눠드릴까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의 취지를 설명하고 장터를 열었는데, 의외로 어르신들의 호응이 컸다. 각자 마음에 드는 물품을 들고 희망가격을 이야기하고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이가 없으면 낙찰되는 경매 방식을 어르신들이 매우 재미있어한 것이다. 특히 돋보기, 무릎담요, 가방, 옷, 샴푸, 염색약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아나바다 장터도 이번달로 끝이 난다. 경로당 코디네이터의 활동 기간이 10월까지기 때문이다. 내년에 활동할 코디네이터는 올 12월쯤 모집해서 내년 1월에 직무교육부터 받게 된다. 전씨와 조씨가 다시 뽑힐지, 새장골경로당으로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씨는 “다시 온다고 해도 내년 초까지 3개월이나 비워야 하고, 9개월 동안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며 진행해온 일들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며 “활동비와 4대보험이 제공되지 않아 생활도 다시 불안해지기 때문에 앞으론 업무가 이어지도록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경로당 코디네이터 도전하세요

모집기간 2014년 12월(예정)

활동기간 2015년 1~10월 10개월 (직무교육 80시간 포함)

참여조건 만 50살 이상 서울시민

활동조건 월 60시간 활동, 활동비 월 40만원 지급, 4대보험 가입

활동내용 경로당 지역 여건과 인적자원 등 실태파악/ 지역 내 마을공동체 활동과 연계/ 노인여가환경 향상 위한 기회 발굴/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주체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수행기관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www.seoulsenior.or.kr)

 

 

경로당 코디네이터를 아시나요?
경로당 코디네이터를 아시나요? 코디네이터 활동으로 살펴본 경로당의 현실 시민기자 최용수 | 2014.02.03 [서울톡톡] 지난 해, 서울...
홍제역
본문으로 이동

 

 

경로당 코디네이터


50~60대 시니어들이 은퇴 후 사회적 경험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경로당 이용 어르신의 욕구를 발굴하고 지역의 인적자원을 연계하거나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경로당 코디네이터로서 활동에 필요한 기본소양교육과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 등 이론과 실습을 3주간 총 80시간에 걸쳐 진행하며 교육과정 수료 후 각 자치구의 경로당으로 배정된다. 경로당 코디네이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인생이모자센터 02-389-8891로 문의하면 된다.

 

 

경로당 코디네이터, 들어보셨나요?
경로당 활성화 위해 육성..마을공동체 강화 '매개'
입력 : 2013-07-16 오후 3:00:00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경로당. 매주 월요일 오후 1시30분이 되면 신나는 맷돌체조 활동이 이어진다. 흥겨운 음악과 힘찬 구호와 함께 돌리다보면 살짝 땀도 나고 운동효과가 그만이다. 흥겨운 체조가 이어지는 사이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할머니들도 보인다. "나는 이런거 싫어. 시끄럽고 몸도 잘 안따라주고…."
◇허성유 경로당코디네이터(사진 왼쪽)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삼광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체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서지명 기자)
◇경로당 코디네이터, 55세 이상 남녀 2인1조로 활동
이런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신나게 몸을 흔들기도 하고,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경로당코디네이터다.
"직접 활동도 같이 해야 친밀감도 느끼고, 그러다 보면 더 깊은 이야기도 해주세요. 스킨십을 늘리는 게 최고의 방법입니다." 허성유(여·63세) 코디네이터의 말이다.
경로당코디네이터는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경로당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조정하는 사람이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지난 4~5월 만 55세이상을 대상으로 경로당코디네이터를 모집해 30명을 최종 선발했다. 선발된 인원은 4주간 간단한 목공기술부터 장구를 치는 법까지 교육받았다. 이들은 남녀 1명씩 2인 1조로 관악구와 은평구 경로당 곳곳에서 지난달부터 활동 중이다.
경로당코디네이터는 경로당에 물이 세는 곳은 없는지, 프로그램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등 시설물 관리에서부터 프로그램 운영, 지역자원 발굴 등의 활동을 한다. 경로당코디네이터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로 한 달에 60시간 일하고 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경로당을 평생 학습공간·공동체로"
신처순(남·61세) 코디네이터는 20년 넘게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미국에서 5년간 사업을 하며 앞만보고 살았다.
"지금까지 나와 내 가족만을 바라보고 살았지만 이제 사회에 도움이 되고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경로당 코디네이터 모집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교육을 듣고 직접 경로당을 돌며 활동을 할수록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의욕도 넘쳐났다. 현재 경로당 운영실태를 보면 안타깝지만 경로당이 근사하게 바뀌는 생각을 하다보면 절로 신이 나고 마음이 바빠진다.
"아직까지는 경로당 실태를 관찰하는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낡은 시설을 고쳐주고,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로당을 마을공동체로 변모시키고 싶어요."
신씨가 그리는 경로당의 모습은 평생학습공간이자 하나의 직장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연계 일자리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며 삶의 보람을 찾도록 할 계획이다.
◇"1·3세대가 공존하는 공간 만들고 싶어요"
허성유(여·63세) 코디네이터는 전직 교사 출신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실력이 이곳 경로당에서도 빛이 난다.
"많은 할머니들이 집에서 손주들을 돌보느라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로당을 1·3세대가 함께 교류하고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습니다."
그녀는 이를 통해 젊은 직장 여성들의 육아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녀는 1기 경로당코디네이터로서 어깨가 무겁다 했다. 1기가 제대로 활동하고 경로당에 조그마한 변화라도 이끌어내야만 2기, 3기 코디네이터가 배출되고 경로당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로당은 고령화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대안입니다. 젊은 노인들이 후기 노인들을 이해하고 교감하면서 경로당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그녀가 느끼는 책임감 만큼이나 제2인생의 활력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인생 후반에 발견한 신세계, ‘스리잡’이라 행복해요

등록 :2015-05-05 20:45수정 :2015-05-06 17:40

크게 작게

지난달 22일 서울시 동작구 동작신협 노량진지점에서 열린 ‘어린이 교육 강사 협동조합’ 준비회의에서 김길영(가운데)씨가 발언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은 시니어 6명이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9월부터 8부작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동작구 동작신협 노량진지점에서 열린 ‘어린이 교육 강사 협동조합’ 준비회의에서 김길영(가운데)씨가 발언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은 시니어 6명이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9월부터 8부작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종금·증권·보험사 출신 김길영씨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종합금융회사들이 주범으로 꼽혔다. 30개 종금사가 난립하며 고수익을 위해 동남아 등 개도국 고위험 채권까지 손을 댔다. 동남아 외환위기가 시작되자 100억달러 이상이 묶이며 외화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것이다. 정부는 종금사에 대해 인가 취소와 통폐합 등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펼쳤고, 2년 뒤 단 10곳만 남았다. 한불종금에서 21년 동안 일했던 김길영(60)씨도 수십 명의 동료와 함께 1999년 회사를 나와야 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 한 증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기본급 100만원에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됐다.

“단말기만 보면 직원들의 실시간 실적이 그대로 나오는데 창피해서 안 되겠더군요. 모아뒀던 퇴직금으로 실적을 메웠습니다. 고객이 별로 없으니까 제 돈으로 샀다 팔았다 한 거죠. 게다가 외환위기 때 260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2000년에 1000을 돌파했거든요. 다우존스지수가 1만 갔으니 우리도 1만 간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왕창 투자했다가 1년 뒤에 반토막 나면서 다 날렸습니다.”

증권사의 실적 독려는 상당히 기술적이었다. 1인실을 쓰던 그가 실적이 떨어지자 지점장이 찾아왔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니 잠시 옆 사무실로 가달라는 것이었다. 가보니 2인실이었다. 그래도 실적이 안 나오자 3인실, 4인실로 차례로 밀려났다.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4년 만에 증권사를 나와 슈퍼마켓도 해보고, 난방용 알루미늄관 대리점도 하면서 살았습니다. 2008년에는 손해보험사 대리점도 열었고, 2011년에는 생명보험사의 기업보험상담사(GFC)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다 영업이고, 실적이더군요. 인맥을 통한 영업은 3개월이면 바닥이 납니다. 석달 실적이 없으니 거기서도 방을 빼야 할 상황을 조성하더군요. 대놓고 나가라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듭니다. 지점장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데, 위에서 압박을 얼마나 받을지 아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어요. 증권사랑 똑같습디다.”

외환위기때 종금사 구조조정에 나와
증권·보험사에서 계약직으로 영업
실적 안 나오면 방 뺄 분위기 압박
상처받고 칩거중 ‘인생 이모작’ 발견

어린이교육 시니어 강사 협동조합 참여
민생침해 모니터링하며 최대 60만원
경로당 코디네이터 활동 월 40만원
“스리잡 뛰며 수입 안정, 보람도 커”

2013년 보험사를 나온 뒤 집에만 있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 엄두도 안 났다. 그러던 중 5060세대를 위한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알게 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재취업 강의를 들었는데, 은퇴자를 위한 온갖 정보가 가득했다. 신세계였다. 그중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에서 ‘어린이 교육 강사 협동조합’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알림이 눈에 띄었다. 협동조합 설립 과정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겠다는 게 방송 취지였다. 일정 금액을 출자해야 하는데도 수십명이 지원했다. 김씨는 최종 6명에 뽑혔다.

“6명이 매주 모여서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손 인형극, 놀이 강사, 전래동화 구연사, 독서지도사, 숲해설가 등 시니어 강사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파견하는 사업입니다. 저도 동화 구연을 배웠고, 유치원에 실습도 나가려고 해요. 우리가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9월부터 엠비엔에서 8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만난 은퇴자 중 뜻이 맞는 사람끼리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취업 정보를 공유한다. 김씨도 아침마다 주요 누리집을 둘러보고 좋은 정보가 있으면 단체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올 초에는 누가 “김샘, 금융기관 출신이라면서요? 서울시에서 민생침해 모니터링단 뽑는다는데 한번 알아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생침해 모니터링단은 대부업, 임금체불, 취업사기, 상조업, 불공정피해 등 5개 분야의 민생침해 사례를 조사하는 역할이었다. 김씨는 대부업 분야에 뽑혀 3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길거리나 인터넷에 나오는 사채 광고를 취합해 위반사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만약 미등록 업체이거나 대출금리가 법정 규제 금리보다 높을 경우엔 서울시에서 전화번호 발신정지 조처를 통해 고금리 사채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아요. 광고 명함을 보고 등록업체인지 비등록업체인지 알아봐야 하고, 대출금리도 확인해야 하거든요. 위반사항이 있는 명함들을 스캔해서 담당자한테 보내야 하는데, 스캐너 작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3월엔 실적이 좀 부족했어요. 위반사항 하나당 6000원씩 월 최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올 2월에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seoulsenior.or.kr)에서 진행하는 ‘경로당 코디네이터’(<한겨레> 2014년 10월22일치 20면)에도 합격했다. 경로당을 돕는 일인데, 12월 말까지 10개월간 활동하며 월 40만원의 활동비를 받게 된다.

“알아보니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가 참 많아요. 물론 지원자도 엄청나죠. 5060세대가 지나가는 곳마다 병목현상이 일어납니다. 평균 경쟁률이 5 대 1은 되는 것 같아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뽑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경쟁률은 50 대 1이나 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백세운동교실 강사는 재수, 삼수하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여러 일자리에 지원하면서 느낀 점은 지원자 대부분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계청에서 일당 5만원짜리 단기 조사원을 모집하는데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데 지원서 자기소개에 달랑 한 줄, 두 줄 쓰는 이들이 많다. 통계청 누리집에서 동영상 강의도 듣고 전문용어까지 공부해서 지원하는 사람과 경쟁이 될 수가 없다.

“일단 서류에 간절함이 묻어나야 합니다. 사회공헌 일자리라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사회와 공유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들어가야죠. 경로당 코디네이터 면접에 가보니 자신이 마치 공무원인 양 대답하는 지원자도 있더군요. 경로당 코디네이터는 도와주고 보조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직접 경험하며 수집한 일자리 정보와 취업 성공전략을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dosimsenior.or.kr)의 ‘이모작 열린학교’에서 이달 중 강의한다. 교훈적인 내용에 치우쳐 있는 기존 은퇴 강좌와 달리 금융전문가답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제가 지금 ‘스리잡’을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까지 합치면 월수입이 200만원 가까이 됩니다. 기존 일자리보다 수입도 안정적이고, 또래들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니까 활력도 넘쳐요. 경로당에 가면 할머니들이 반겨주시고, 어르신과 마을을 위해 도울 일을 고민하니 신이 납니다. 금융기관에서 영업할 때는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는데, 요즘은 보람도 찾고 생활비도 벌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빛나는 인생이모작, 저희가 도와드립니다"

최종수정 2015.05.26 07:24기사입력 2015.05.25 09:54

  •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영시니어 이모작 멘토 역할 '톡톡'
2013년 2월 전국 최초 개관..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젊고 건강한 5060세대 취업 및 사회적 활동 지원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지난 2013년 2월 개관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서울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숨은 멘토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취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며 영(young)시니어의 이모작을 돕는다.

◇ 영(young) 시니어 이모작 지원 =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이모작세대의 사회재참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 조직으로 전국 최초로 지난 2013년 2월 설립됐다. 지난해 센터의 재정 규모는 18억원 수준으로 서울시의 보조금이 85%, 후원기금 16%로 꾸려진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센터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하의 '영(young)'시니어에 주목했다. 은퇴를 했지만 아직까지 국가적인 혜택을 받기 전의 50대부터 60대 초반까지의 서울시민이 주 대상이다. 대게는 50대 초반이면 주된 직장에서 퇴임해 이른바 공식적인 노인이 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인생에 대해 설계해준다.

65세 이상부터 다양한 국가적 복지의 수혜의 대상이 된다면 그 이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 재취업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등 본인이 스스로 뭔가를 창출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도록 지원한다.
조헌재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장은 "사회복지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니어와 구분된 젊고 건강한 시니어가 주 대상"이라며 "5060세대가 센터를 많이 찾는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여타 시·군·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서 서울인생이모작센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기관견학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장희경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일감뱅크 팀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관 견학을 오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어서 센터 견학을 주중에 하루로 지정해놨다"고 말했다.

◇ "사회참여 통해 보람찾아" = 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인생이모작설계과정, 사회공헌활동지원, 취업알선 등 크게 3가지다. 인생이모작이라고 해서 꼭 일자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활동비만 지원받는 사회공헌형활동과 자원봉사 등 사회에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사회참여를 돕는다.

인생이모작지원설계과정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사회공헌아카데미가 있다. 지난해까지 1기당 40명 정원으로 5기를 배출했다. 은퇴 이후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껀지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배워 나가는 5060인문학도 반응이 좋다. 이밖에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단체(NPO)비기너스쿨, 5060협동조합학교, 40대를 위한 인생학교인 거위학교 등이 있다.

또 사회참여 방식으로 공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경로당코디네이터, 사례관리서포터, 시니어기자단, 2090지혜아카데미 등이 마련돼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경로당코디네이터, 사례관리서포트는 지난해 전년대비 활동가를 150% 이상 모집하는 등 인기다.

지난 2년간 1093명의 교육수료생을 배출했고, 일자리 부문에서는 221건의 취업을 성공시켜 1075명이 재취업했다. 자원봉사와 커뮤니티 활동 등 사회참여 인원은 2611명이며, 88개의 시니어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원창수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이모작=일, 일=돈'이라는 접근으로 센터를 방문하지만 삶의 질 차원에서 일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자신의 사회경험 등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내 마련된 게시판에 영(young)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가 써져 있다.

◇ 50+캠퍼스 개관 = 서울시는 올 들어 새롭게 인생이모작지원과를 신설하는 등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의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25개 자치구에 영시니어의 이모작을 돕는 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상훈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장은 "지난해 7월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시를 기반으로 개관했고 올해에만 영등포구, 동작구, 노원구 등 3개 센터가 구를 기반으로 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구립 기반의 이모작지원센터 20개와 여가, 문화, 문화, 체육 등의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50+캠퍼스' 5곳을 개관할 예정이다. 단체는 대체로 민간위탁으로 이뤄지며 일부는 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이모작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좀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고 실질적인 인생이모작을 설계하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서울시, 경로당코디네이터마을활동가...

어르신 직종 76개 선정

- 어르신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 어르신 적합 직종 연구’ 결과

- 청년일자리와 경쟁 피하면서도 적정고용과 수입안정성은 보장되는 직종

- 수행적합성과 진입가능성, 공급안정성 고려하고, 현재 취업 관련 사회 현실 반영

- 선정된 직종은 가이드북 제작해 8월 초 책자형, 온라인형 등으로 보급


 



서울시가 경로당코디네이터․보도파수꾼․에너지지킴이․요양코디네이터 등 총 13개 유형 76개를 어르신 적합 직종으로 선정했다.

76개 직종은 ‘고령자 고용 확산을 위한 서울시 어르신 적합 직종 연구’를 서울시복지재단에 의뢰해 선정한 것으로서, 시는 현재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직종들에 대해서도 정책 검토를 통해 활성화 지원 계획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 시는 청년 일자리와의 경쟁을 되도록 피하면서도 적정고용과 수입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종을 고령자 적합 직종이라고 밝혔다.

□ 연구는 지난 3월~5월 3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문헌검토, 데이터 분석, 외국사례 검토 등을 통해 고령자 직종에 관한 자료를 구성하고, 서울시의 어르신정책모니터링단 소속 어르신 20명과 현장 전문가 20명 등의 의견을 수렴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 이번 연구는 서울시의 55세 이상 고령자 취업 현황 중 단순노무직과 도우미직의 취업률은 매년 낮아지는 반면 전문직과 교육직 등의 취업률은 높아지고 있는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고령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됐다고 시는 밝혔다.

○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의 최근 3년간(2010~2012)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환경미화, 시설관리경비직, 배달직 등 비전문·비숙련 분야에서 고령자 취업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단순 노무직이나 도우미직의 취업률은 매년 낮아지는 반면 전문직과 교육직 취업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첨부 표2).

연구에서는 우선 각종 자료 등을 통해 총 191개 고령자 직종 목록을 취합한 뒤, ▴수행적합성 ▴진입가능성 ▴공급안전성을 충족하는 직종 76개를 최종 선정했다.

이 중에는 현재 어르신 취업이 일반화되어 있는 시설관리경비직, 배달직, 환경미화직 등의 직종 이외에도 다문화가정방문교사, 고령자상담가, 도슨트, 향토보안관, 설문조사원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종들이 대거 포함됐다.

76개 직종 중 경로당활성화코디네이터, 마을활동가, 요양코디네이터, 도시농업전문가, 농촌서포터즈 등은 서울시가 어르신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이미 지원하고 있는 직종이다.

□ 또한, 도시민박운영자, 층간소음관리사, 보도파수꾼, 에너지지킴이, 준사서, 돌봄도우미 등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직종에 대해서는 고령인력 활용에 관한 세부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통행료징수원, 노인운동치료전문가, 개인여가컨설턴트, 웰다관리사, 공연해설사, 복지주거환경코디네이터, 지역내 응급치료사, 반려동물학대감시원 및 반려동물장의사 등 이미 일자리는 존재하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직종들에 대해서도 정책 검토를 통해 활성화 지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엄의식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장은 “고령자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 훈련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훈련 과정과 실제 인력수요처와의 실질적인 취업 연계 지원이 필요하고 △고령자 스스로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등 사회적 경제 방식을 통해 고령자 스스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1인 업무시간을 줄여 더 많은 일자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선정된 어르신 적합직종은 가이드북을 제작해 8월초 보급할 계획으로 준비중이며, 제작·보급 형태로는 ▷책자형(1,000부) ▷온라인용(e-book) ▷서울시와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에 게시할 예정이다.

○ 수록내용은 13개 유형 76개 적합직종 업무내용 및 새로운 어르신층에 대한 소개와 각 유형별 대표직업 현장 인터뷰(참여자, 고용주) 내용이 수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