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거버넌스의 문제점과 전망

2015. 4. 9. 16:19강과 하천/강, 하천, 도랑살리기

물관리 거버넌스의 문제점과 전망

“물관리 거버넌스 재구축·요금 현실화 시급”
일원화 시, 10조원 예산 규모 물관리처로 예산·정책 효율화 가능
부처 이기주의 팽배·NGO 등의 과도한 간섭과 왜곡이 ‘걸림돌’
▲ 윤 주 환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상하수도 부문은 현재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안전행정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지방공기업 적자 규모는 하수 분야가 약 1조1천383억 원, 상수 분야는 531억 원으로 나타났다.

상수도 부문 적자가 더 적은 이유는 상수도 요금현실화가 하수도보다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지자체에 약 3천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됐고, 예산 지원 후 상·하수 총 적자는 9천2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이는 여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수치이다. 적자의 원인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상하수도 요금이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 값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요금현실화가 이뤄졌다면, 지방공기업에 관련되어 있는 현재 토론의 방향은 달라졌을 것이다.

경영은 인사와 재정의 독립적 운용이다. 상하수도 사업에서 인사의 독립은 직원의 고용 및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재정의 독립은 재정문제를 경영자가 다룰 수 있느냐, 즉 상하수도 요금을 경영자가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인사와 재정의 독립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이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일반적인 경영평가는 사실 효율 검증에 지나지 않는다. 공기업의 경영은 감사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기업의 경영과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민영화되어 있는 공기업의 대표적인 예로 포스코와 KT가 있다. 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기업평가가 가능하고, 실제로 안전행정부에서 경영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요금 인상, 환경보전·운영유지에 필수

지난해 12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외주업체에서 계량기를 교체하는 직원이 월급을 받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이는 외주업체 아웃소싱의 구조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상수도의 경우는 유지관리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수도 요금과 조직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왜곡이 있다.

적절한 요금을 받아야 환경보전도 있을 것이고 유지관리가 가능하나, 이것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하수도 운영을 민간이 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관리 분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는 아직 이른 면이 있다.

하수도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수도 시설의 소유권은 지자체가 가지고 있지만, 약 50% 이상의 하수처리와 관련된 운영 위탁은 민간 기업들이 하고 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직영이나 공사·공단 직원의 연봉은 5천만 원에 가까우나, 민간 위탁을 하는 곳은 4천만 원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간 기업의 평균 연봉 수준은 현재 메이저 3개사에서 3천250만 원 정도 수준으로 더욱 낮다.

실제 기술자들의 초봉은 더욱 낮고, 5년 미만 기능직의 이직률도 높게 나타난다. 민간에서 운영은 하고 있지만, 공사·공단이나 직영에 비해서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공사·공단에서 적자 해소가 가능할지 의문인 상황에서, 민간 위탁이 효율적일 것 같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상하수도요금 현실화 왜곡 극에 달해

물과 관련된 엔지니어링사와 건설사의 제일 큰 문제는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는 이미 건설이 끝났기 때문에 일거리가 없다”라고 하지만, 미국·유럽·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건설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 사실 업무영역은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업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2012년 기준으로 상하수도 분야 6대 엔지니어링사의 실질 수주액이 1천600억 원을 조금 넘겼다. 전 세계 경제 규모 14위인 우리나라의 위상이라면, 물 분야의 GDP는 전체 GDP의 약 2% 정도는 넘어야 한다. 최소한 물 분야에서 10조∼20조 원 이상을 상회해야 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분야가 물 분야에서 최소 5%의 수주액만 넘기더라도, 이 수치보다는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굉장히 잘못된 현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분야는 산업으로서의 성장성과 대우가 매우 낮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어 기술력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문 인력의 대부분이 40대 후반으로 노쇠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NGO와 언론의 모습을 보면, 간섭과 왜곡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한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순간순간 간섭하기 때문에, 이 분야가 표면적으로도 굉장히 왜곡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요금 인상 없는 적자운영, ‘폭탄돌리기’

지자체의 적자 유형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폭탄돌리기형’이다. 실제로 서울시 인근의 A시에서는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아 하수도요금 인상이 전혀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일반예산 전입이나 물이용부담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자를 보전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유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그 다음에 선출되는 시장은 폭탄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둘째, ‘직무유기·배임형’이다. 징수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예상되는 상하수도요금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수도요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 그래서 영원한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중앙정부의 예산 전입에 기대는 막무가내형 지자체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이 분야에 전문성도 비전도 없기 때문에 10∼20년 후에는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계획 역시 없다.

셋째, ‘실패한 사람(Fall guy)형’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은 전문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요금현실화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물 값은 올라가고, 물 환경과 재정 자립도 개선된다.

그러나 이후 물 값 인상으로 NGO와 언론의 표적이 되어 지속적인 저항을 받게 된다. 올바른 일을 하고도 몰매를 맞기 때문에 결국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역할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줘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 팽배·NGO 간섭 과도

한국의 물관리와 물 시장은 공급자의 시장도 소비자의 시장도 아니다. 민간기업의 시장은 더더욱 아니다. 이 시장은 공공적 이익에 관여하는 이해당사자가 주도하고 있다. 그 분야를 주도하는 이해당사자는 시민도 기업도 아닌, 지자체장, 공무원, 공기업, 언론, NGO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물 분야의 재정 확보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고, 또한 국가 GDP의 2%를 담당해야 할 산업으로 성장시키지도 못했다. 이제 축소되는 시장과 국민의 관심으로 그들도 서서히 도태되고 있다.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 같이 우리나라 물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물 소비자는 국민과 기업이지만, 그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물 공급자와 관리자가 매우 많이 있지만 너무 복잡하므로, 마치 국민과 기업은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바둑판에서 보면 삼면이 갇혀있는 속에 들어와 있는 형국이지만, 실질적인 물 소비자와 물 공급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태의 논리적 해결방안은 명백하다. 물 관리 지배구조를 재구축하고, 상·하수 요금을 현실화하며,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지켜질 수 없는 이유는 해결주체의 의지가 박약하고, 부처 간 이기주의가 팽배하며, 지자체장도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NGO 등이 과도하게 간섭하기 때문이다.

▲ 한국의 물관리와 물 시장은 공공적 이익에 관여하는 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 공기업, 언론, NGO 등이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서 상하수도 민영화 반대 시위 장면.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물관리 일원화가 대두된 적이 있었다. 약 2년 동안 진행되다가 사라졌는데, 부처 이기주의가 너무 심해 당시 정부에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선거철이 다가와 표심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등으로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려고 시도했으나, 물가파동, 촛불시위, 물 값 괴담 등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정치적 사안 때문에 행정적 구조개편을 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치와 관련된 상황에서 논리적 해결 방안이 설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유럽, 총괄적 물관리 거버넌스 구축

UN부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까지 물 문제가 지역 문제라고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물 문제에 국제적 시각을 고려할 필요는 없으나 참고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국의 경우, DEFRA(환경·식품·지역부)가 강력한 중앙 기획 기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물 분야는 OFWAT(Office of Water)가 규제 및 관리를 맡고 있고, 1989년에 상수 공급과 하수 분야는 민영화가 됐다.

스페인은 환경부와 농림부가 2008년 통합되어 농림환경부가 생기면서 주된 거버넌스가 되었다. 또한 여러 가지 협의체를 만들어서 지자체의 물 관리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있다.

핀란드는 풍부하게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이원화된 물 관리 체계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농림삼림부가 수자원을 담당하고 환경부가 수질을 맡아 지자체에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원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있어 수자원·수질 부서의 협업이 매우 효율적이다.

터키는 신흥 개발 국가로, 170개 정도의 물 관련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관리처(DSI)라는 강력한 조직이 총괄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조정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은 국토교통성 수자원국이 수자원과 하수를 담당하고 있는데, 실제로 하수에 대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수질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분권화된 지자체에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의 물 통합관리가 미흡했고, 경제 규모에 비해 물산업과 물 기업이 취약했다. 최근 이를 인지해서인지 유역관리 체계화 등의 다양한 정책적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시스템을 다소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관리는 환경부가 하고, 요금체계는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적 관리 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

▲ 영국의 경우, DEFRA(환경·식품·지역부)가 강력한 중앙 기획 기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물 분야는 OFWAT(Office of Water)가 규제 및 관리를 맡고 있고, 1989년에 상수 공급과 하수 분야는 민영화가 됐다. 사진은 영국 수도관망 교체 모습.
하도급형 행정구조, 선진형 조정 시급

한국의 행정 지배구조는 전체적으로 ‘하도급(下都給)형’ 행정구조라고 볼 수 있다. 한국말로 하면 ‘도떼기시장’으로, 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의 물건을 도산매·방매·비밀 거래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이다.

1970년대의 압축성장기 때 경제개발을 위해 선택한 아주 효율적 구조로,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세계 14위로 커진 지금은 이것이 적합하지 않고, 행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선진적 구조로 변해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10여 년 전에 이미 우리의 행정체계는 선진화됐어야 했다. 각 조직은 페터슨의 법칙에 의한 부처이기주의로, 매년 인원을 늘려가고 조직의 생존 논리로 접근했기에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 아울러, 하도급형 행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통합과 조정의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총리실은 있으나 총리의 권한행사는 극히 취약하다.

물관리 거버넌스의 유형으로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선도형’이다. 물산업에서 리딩 부처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이해당사기관들을 통합 조정하는 구조를 가진다. 반드시 통합이 되지 않더라도, 관리를 주도하는 것이다. 영국, 웨일즈, 스페인, 터키 등이 이 구조를 취하고 있다.

둘째, ‘협업형’이다. 협의체 등을 통해 유관부서 간 이해관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로 핀란드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급형이 있다.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기능하여 통합관리 기능이 취약하다.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도급형에 해당한다. 일본이 세계적인 물 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 관리 거버넌스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일본도 지배구조가 확립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물 관리 일원화에 성공할 경우, 약 10조 원 예산 규모의 물관리처로 예산과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2013년 1월 24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차기 정부(현 박근혜 정부)에 물관리체계 개편을 제안하는 토론회 장면.

물관리 일원화, 예산·정책 효율화 높여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물관리 거버넌스는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굳이 물관리 일원화로 나아가진 않더라도 누군가는 물 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경제 규모에 걸맞는 행정 체계를 구축할 시기이다.

특히, 행정체계 문제는 물 분야에서 굉장히 심각한 사항이다. 우리나라의 IT, 조선, 자동차 분야는 물 분야의 복잡한 행정체계와는 달리, 단일행정체계로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물 분야도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물 관리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책임기관이나 기구가 있어야 된다. 현재 환경부에서 상하수도 분야를, 국토부에서 수자원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행정안전부의 강력한 힘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부, 국토교통부와 힘을 합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물 분야를 총괄할 리딩 부서를 만들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 주요 정책을 관리하는 것이 좋겠지만, 총리실 산하 ‘협의체’ 형태로는 대통령제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궁극적으로 물관리처(Office of Water)로의 일원화가 우리나라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물관리 일원화에 성공할 경우, 약 10조 원 예산 규모의 물관리처로 예산과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