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팍스 시니카(Pax Sinica), 역 세계화(Reverse Globalization), 실버 서퍼(Silver Suffer), 사물인터넷(IoT),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 소셜 애널리틱스(Social Analytics), 빅 데이터(Big Data)...
전 세계가 신조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그만큼 세상을 지배하는 지구촌의 권력 메커니즘 자체에 큰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신용어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 경제, 사회, 산업, 비즈니스는 물론 우리 삶을 지배하는 커다란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선진 7~8개국으로 대표되던 G7 또는 G8이란 용어를 G20이 대신하고 있다. G20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등 기존 G8에다 중국 브라질 인도와 같은 브릭스(BRICs) 국가, 한국 호주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연합 의장국을 합한 국가집단이다.
기존 선진 8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나머지 12개국이 권력의 중앙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15~16일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G20회담에서 정상들은 ‘회원국 GDP 2.1% 성장 목표’를 발표하면서 G20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 회담에서 주목을 받은 나라는 역시 중국이었다. 2016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 아베 총리가 집중적으로 로비를 벌였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그만큼 중국이 세계 권력의 중앙 무대로 등장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부상은 G2(미국과 중국, Group of Two), 차이메리카(차이나 + 아메리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신흥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권력을 놓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지구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등장한 용어다.
실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100년 이상 세계 1위였고,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2위가 되었다.
나아가 21세기는 중국 지배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팍스 시니카’를 보통명사로 만들었다. 라틴어로 팍스(Pax)는 평화(Peace), 시니카(Sinica)는 중국(China)이라는 의미다.
팍스 시니카는 대중화(大中華) 제국의 도래를 일컫는 말로,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되면 중화사상을 앞세워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질서까지 재편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의 변화는 권력의 변화를 상징한다. 로마가 권력을 제패하던 시절 즉, 로마 중심의 세계평화라는 뜻에서 ‘팍스 로마나’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지만,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만들면서 19세기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미국이 세계질서를 장악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시대를 열었다. 이제 그 권력이 ‘팍스 시니카’시대, 중국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은 돈줄의 움직임도 바꿔놓고 있다.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는 ‘글로벌 트렌드 2025’에서 “지금 지구촌은 서에서 동으로 부와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이 근대 이후 전례 없이 감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대표하는 신조어가 바로 리버스 글로벌라이제이션(Reverse Globalization), 즉 ‘역(逆) 세계화’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 주도로 진행됐던 세계화 열풍이 이제 아시아적 가치, 특히 중국의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의 부상과 함께 지구촌에 등장한 또 다른 패러다임은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는 이미 월드와이드웹(www)을 매개로 모바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 같은 현대 사회를 영국 BBC방송은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명명하고 있다.
초연결사회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단말기, 단말기와 단말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말한다. 실제 전 세계는 휴대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문화콘텐츠를 공유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이 새로운 ‘가상국가(Fictional Country)’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에 쌓이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등이 올려진 다양한 개인 정보들은 빅 데이터(Big Data)와 소셜 어낼리틱스(Social Analytics)라는 신조어를 잉태시켰다. 빅 데이터는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2008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해 유권자의 과거 투표 여부, 구독하는 잡지, 마시는 음료 등을 분석해 대응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소셜 애널리틱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온 방대한 메시지를 신속하게 분석해 고객의 요구사항, 기호변화, 유행변화를 정확히 찾아낸다.
나아가 이 같은 연결성은 사물인터넷(IoT)시대를 탄생시키고 있다. 사물 인터넷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이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아 이를 사람에게 알려주는 지능형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나이키 플러스는 신발에 센서를 부착해 운동량과 신체 변화량을 체크, 이를 애플 아이팟으로 연결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기스가 개발한 기저귀는 습도 센서를 부착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때를 스마트폰 트위터로 알려준다.
IoT란 신조어의 등장은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진화할 지를 미리 알려주고 있다.
IoT와 초연결사회의 도래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실버서퍼는 인터넷을 즐기는 노인층으로 FT가 만들어낸 신용어다.
FT는 “영국의 노신사들은 이제 우산과 중절모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집을 나선다”며 “경제력까지 갖춘 실버 서퍼들이 차세대 IT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조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어떨까?
[MBN 최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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