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히 말해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다.” (I will answer very simply that the internet will disappear.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구글 에릭슈미트 회장은 ‘디지털 경제의 미래(The future of digital economy)’세션에 참석해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터넷 세상이 됐는데, 세계1등 인터넷 포탈업체의 CEO가 ‘인터넷의 종언’에 대해 말하다니. 참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슈미트는 진짜 인터넷이 사라진다는 뜻에서 한 말일까?
그의 다음 말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곧 몸에 착용하는 수 많은 IP 주소들, 즉 아주 많은 기기들과 센서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당신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지만, 당신은 감지조차 못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항상 당신 존재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There will be so many IP addresses, so many devices, sensors, things that you are wearing, things that you are interacting with that you won't even sense it. It will be will be part of your presence all the time.)
◇ 인터넷, 생활 속 침투…사라진 것처럼 느낀다
슈미트의 말을 해석해보면 미래의 세상은 인터넷이 일상적인 것이 되어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도처에 연결되어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생활 속 일부가 되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슈미트는 “당신이 방에 들어가면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이 사람과 상호작용해 승인을 받아 작동하는 ‘동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방자체가 역동적인(dynamic)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래 인터넷의 모습을 슈미트는 3가지로 정의 내린다. 미래의 인터넷은 매우 개인화되고(highly personalized), 상호작용이 고도화되고(highly interactive), 매우 매우 흥미로워질(very very interesting)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넷 제국’ 구글을 이끌고 있는 슈미트는 이렇게 ‘인터넷의 종언’이라는 말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될 인터넷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그 대표작이 바로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다. 사물 인터넷이란 사물, 즉 물건이나 사람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아 인터넷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인터넷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신으면 운동화에 부착된 센서가 스마트폰에 운동화를 신은 사람의 몸무게와 체온, 운동량, 건강상태 등을 자동으로 안내해준다.
슈미트의 말대로 아주 개인적인 정보(personalized)가 관리되는 것이고 사람과 운동화간 상호작용(interactive)이 일어나며 한 달간 정보가 쌓이게 되면 한달간 몸무게 변화량을 점검함으로써 몸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흥미로운(interesting) 결론을 가져다준다.
다음과 같은 상상도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메뉴를 고민할 때 냉장고 앞에 서서 냉장고를 향해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냉장고에 부착된 센서는 그동안 집주인의 식사 패턴을 분석해서 적합한 메뉴를 추천해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집주인이 요리를 따라할 수 있도록 레시피(요리방법)를 알려준다. 냉장고와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우리가 인터넷을 잊고 살게 된다. 손목에 차던 시계가 핸드폰과 디지털 시계의 출현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 사람-사물이 연결되는 ‘신세계’ 열린다
사물 인터넷의 특징은 센서에서 데이터를 획득한 뒤 이를 인터넷으로 보내 저장한 뒤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재활용,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의 소통은 물론 정보관리, 활용이 가능한 미래가 열리게 된다.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디즈니월드에서 미키마우스 인형을 ‘사물인터넷’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키마우스의 눈과 코, 팔, 배 곳곳에 적외선 센서와 스피커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관람객에 대한 정보는 물론 날씨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월트디즈니는 놀이공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어떤 놀이기구의 줄이 제일 짧은지, 또 방문객이 어느 놀이기구를 좋아하는지, 몇 명이 이용했는지, 어느 시간대에 고객이 많이 몰리는 지 등 방문객에 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방문객은 사물인터넷의 도움으로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 미키마우스 인형(사물)과 방문객이 상호 작용하는 ‘동적인 존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는 현재의 기기들이 ‘미래형 기기’로 다시 태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집 앞에 부착된 현관문 도어락은 비밀번호를 누르도록 돼 있다.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미래형 도어락은 어떻게 변할까.
문 앞에 사람이 도착하면 현관에 부착된 보안 카메라가 얼굴 사진을 자동으로 찍게 된다. 사진 정보는 바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내져 해당 사진이 집주인의 얼굴과 일치하는 지를 판단하게 된다. 얼굴이 일치하면 현관문의 도어락은 자동으로 열리게 된다.
이렇게 집주인은 열쇠를 꺼낼 필요도,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이, 오직 사물과 집주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가히 새로운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물인터넷, 5년 내 세상을 바꾼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5년내 모든 제품이 사물인터넷화할 것이다”고 예견했다. 윤 사장은 “2017년까지 삼성제품의 90%가 IoT 기가가 될 것이다”며 “지금으로부터 5년 안에 공기청정기, 오븐 할 것 없이 모든 삼성 하드웨어가 사물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물인터넷이 게임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며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물인터넷의 등장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이 하나로 연결되는 ‘신세계’가 열린다는 뜻이다. 정보기술 자문회사 가트너에 다르면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 기술로 260억개에 달하는 사물이 연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코시스템즈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사물인터넷이 14조4천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금알을 캐는 도다지는 새롭게 열리는 신시장에 대한 진출을 미리 준비하는 데 있다.
[MBN 최은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