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도박

2014. 8. 14. 14:21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저자 : 앤드류 캠벨·로버트 파크
출판사 : 21세기북스

1장 신규사업의 도전과제

2장 도박에서 이기다

3장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의 어려움

4장 저성장이 도박보다 나을 때

5장 신규사업 교통 신호등 : 신규사업 심사도구

6장 사업의 다각화

7장 신규사업의 탐색

8장 사내 벤처구축의 역할

9장 신규사업의 육성방안

10장 현실주의의 시대

 

 

성장과 도박

이창규 | 2007.07.20

출판년월 많은 연구들이 성공적인 성장 동력 발굴 방안에 대해 다루고 있는 가운데 본서는 ‘과연 성장이 필요한가?’라는 본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모험을 감당해야 하고, 신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성장을 위해 도박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다소 엉뚱하게 들린다.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던 기업의 99%가 성공적 성장 기반 창조에 실패했기 때문에 ‘성장은 도박(The Growth is Gamble)’ 이라고 본서의 저자인 캠벨과 파크는 주장한다. 따라서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들은 고성장 추구가 경영자의 첫번째 임무라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신중한 현실주의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신규 사업은 왜 실패하는가?


초우량 글로벌 기업인 인텔과 맥도날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의 핵심 사업인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햄버거를 통해 오랫동안 황금기를 누려왔으나,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수많은 시도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왜 실패하는가? 저자는 주요 실패 원인으로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도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존 사업의 성공 방식이 신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사고 방식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인텔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사업을 보자. 독과점적인 시장 지배로 인해 고객들은 다른 경쟁 제품에 대해서는 편집증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다. 고객의 맹목적인 충성도로 인해 인텔은 자사 기술에 대한 오만과 고객에 대한 민감성 부족이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신규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이어질 거라 과신하여,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회 발굴과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피자 사업부터 인터넷 음식 테이크 아웃까지 시도를 했지만 브랜드에 대한 과신으로 안일하게 사업을 전개해 실패하였다. 바로 기존 핵심 사업에서의 강점이 바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사업이라는 도박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성장 전략에 관련된 기존 연구들은 신규 사업의 낮은 성공률의 원인으로,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창업가적인 문화나 지원 도구 부족을 지적한다. 그러나 본서에는 좋은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또한 신사업에 대한 낙관적이고 관대한 문화가 오히려 성공을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신규 사업이라는 도박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 보면, 첫 번째가 ‘핵심 사업에 투자하라’이다. 신규사업 추진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금전적인 손실 보다는 핵심사업에서 주의가 멀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며, 신규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는 기업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존 사업에 집중하되 가끔식 나타나는 기회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사의 역량에 대해 겸허하라’라는 원칙이다. 경쟁자들은 관찰하기 어려운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은 언제나 생각보다 큰 학습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 역량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바탕으로 ‘시장 전망 등 숫자에 미혹되지 말고 차별과 우위를 구축하라’ 와 대부분의 경우 기회보다는 사람의 문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재 발굴에 역량을 쏟아라’ 라고 충고한다.

 

신규 사업의 심사 도구, 교통 신호등 모델


저자는 교통 신호등(Traffic Lights) 모델을 통해 신규 사업 성공 원칙의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만이 기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 우위’, 시장 선두 주자가 될 기회의 관점에서 ‘전체 수익 잠재력’,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경영 인력의 ‘리더쉽·스폰서쉽 자질’, 사업 분산에 따른 위험 측면에서의 ‘기존 사업에 대한 영향’을 제시한다. 각 항목을 신규 사업 평가에 적용해 빨간색 신호등이 하나라도 있는 경우는 프로젝트가 중단되어야 하며, 녹색과 노란색 신호등의 경우 위협 요인을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성장에 대한 외부 압력과 경영진의 부적절한 신념으로 인한 과잉 행동을 자제하고 엄격한 기준을 통해 기회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기준을 통과할 기회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포츈지 선정 50대 기업들 가운데 80%는 10년이상 평균 수익률만 기록했다고 지적하며, 때론 저성장이 도박보다 좋은 선택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기회가 나타날 때까지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성장의 시대,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


성장이 정체된 많은 기업들이 내·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제시하는 해결책이, 적극적인 신규 사업 추진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와 경영진들이 선호하는 도전, 창업가적 정신, 높은 성장률과 수익률,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등이 주류인 시대에 신중하고 때론 엄격함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보수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신비주의’에서 잠시 벗어나 신규 사업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들을 냉철히 점검해 보는 것은, 지속 가능하고 안정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냉정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