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7. 00:13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
[해당 전자책을 8월 31일까지 구매시 매주 월요일 《장하준의 Shall We? : 경제학은 칵테일처럼》이 무료로 지급 됩니다.]
우리의 삶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은 당장 없을 경우, 삶은 그야말로 비참해진다. 이러한 돈은 경제를 통해 순환되는데, 우리는 정작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뿐더러 관심도 적다. 어려운 전문용어들도 이유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가 내 월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평범한 일반인들이 굳이 경제학을 배워야 할까?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제를 제대로 알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경제학 입문에 초대한다.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어 무엇이 경제를 움직이고, 금융 위기는 왜 닥치는지, 우리 경제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목차
-감사의 말
프롤로그-귀찮게 뭘…?: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
왜 사람들은 경제학에 별 관심이 없는 걸까?│이 책은 어떻게 다른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
1장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관한 연구다?│아니면 경제학은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인가?│맺는말: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
2장 핀에서 핀 넘버까지: 1776년의 자본주의와 2014년의 자본주의
핀에서 핀 넘버까지│모든 것이 변한다: 자본주의의 주체와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맺는말: 변화하는 실제 세상과 경제 이론들
3장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도달했는가?: 자본주의의 간단한 역사
빌어먹을 일의 연속: 역사는 왜 공부할까?│거북이 vs 달팽이: 자본주의 이전의 세계 경제│자본주의의 여명: 1550∼1820년│1820년∼1870년: 산업 혁명│1870∼1913년: 결정적인 하이눈 시기│1914∼1945년: 파란의 시기│1945∼1973년: 자본주의의 황금기│1973∼1979년: 과도기│1980년∼현재: 신자유주의의 흥망
4장 백화제방: 경제학을 ‘하는’ 방법
모든 반지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경제학의 다양한 접근법│경제학파 칵테일: 이 장을 읽는 방법│고전주의 학파│신고전주의 학파│마르크스학파│개발주의 전통│오스트리아 학파│(신)슘페터 학파│케인스학파│제도학파: 신제도학파? 구제도학파?│행동주의 학파│맺는말: 어떻게 경제학을 더 나은 학문으로 발전시킬까?
5장 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 경제의 등장인물
주인공은 개인│진짜 주인공은 조직: 경제적 의사 결정의 현실│개인조차도 이론과는 다르다│맺는말: 불완전한 개인만이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
6장 “몇이길 원하십니까?”: 생산량, 소득, 그리고 행복
생산량│실제 숫자│소득│실제 숫자│행복│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에 나오는 숫자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
7장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산의 세계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실제 숫자│산업화와 탈산업화│실제 숫자│지구가 바닥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맺는말: 왜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8장 피델리티 피두시어리 뱅크에 난리가 났어요: 금융
은행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투자 은행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탄생│실제 숫자│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실제 숫자│맺는말: 금융은 너무도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9장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 불평등과 빈곤
불평등│실제 숫자│빈곤│실제 숫자│맺는말: 빈곤과 불평등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
10장 일을 해 본 사람 몇 명은 알아요: 일과 실업
일│실제 숫자│실업│실제 숫자│맺는말: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 정부의 역할
정부와 경제학│국가 개입의 도덕성│시장 실패│정부 실패│시장과 정치│정부가 하는 일│실제 숫자│맺는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12장 지대물박(地大物博): 국제적 차원
국제 교역│실제 숫자│국제 수지│실제 숫자│외국인 직접 투자와 초국적 기업│실제 숫자│이민과 노동자 송금│실제 숫자│맺는말: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 가장 좋은 세상?
에필로그-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그래서 어쩌라고?: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다│마지막 부탁: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서평입니다
<b>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 -《가디언》</b>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 뒤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는 물론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또한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넓은 영역까지 아우르며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무엇보다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준다. 자전거를 타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이다.
<b>출판사 제공 책 소개</b>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 뒤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는 물론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또한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넓은 영역까지 아우르며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무엇보다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준다. 자전거를 타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이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 하나를 쓴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러나 경제학이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자나 물체와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에는 어떤 경제학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그렇다고 믿는다.
-프롤로그 중에서
[교보문고 제공
장하준, 경제학을 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경제학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다섯가지 / 김종철 2014.07.28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가 돌아왔다. 이번엔 경제'학'을 위해서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지난해 1월 말이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가 국가 그림을 한참 그리고 있을 때였다. 복지공약을 두고 온 나라가 또 들썩였다. 특히 보수언론이 더 적극적이었다. '돈도 없는데 무슨 복지냐'는 투였다. 이젠 당시의 '복지 논쟁' 자체가 그리울 정도가 됐지만 말이다.
그때 장하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국에 있는 그와 1시간 넘게 통화했다. 그의 첫마디는 "당선인 공약을 벌써부터 어기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반역자"였다. (관련기사: "당선인 복지공약 뒤흔드는 사람들은 반역자... 박근혜기에 과거사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어") '반역자'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10년 넘게 그를 봐온 기자 입장에서도 '솔깃'한 단어였다. 그는 항상 그랬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정곡'을 찌른다. 쉽고, 직설적인 화법은 그의 소통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인터뷰나 강연이나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존 경제질서나 체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혹독할 정도였다. 오로지 시장만능과 효율성에만 목을 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철저히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기존 경제학자들은 애써 그의 이야기를 외면했다. 장 교수의 '주장'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일부 '비' 주류 학자의 주장으로 넘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국제적인 경제학자에 오른 장하준
어느새 그는 달라져 있었다. '케임브리지대 교수'라는 이름도, 그의 말투가 바뀐 것도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세상은 그의 생각과 발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않는 23가지> 등의 책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치평론지로 유명한 영국의 '프로스펙트(PROSPECT)'는 매년 '세계적 사상가(WORLD THINKER)'를 발표한다. 장 교수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는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21세기 자본론>을 펴내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7위였다. 국내 경제학계가 그를 '비주류'로 내몰고 있는 동안 세계는 그를 '주류'로 인정했다.
학교에서 강의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그를 찾았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미국 월스트리트를 포함해 남미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그는 기자에게 "대중과 소통하는 경제학자가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구하고, 책을 쓰고, 대중과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말 그는 일반대중을 위한 경제입문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경제 입문서'. 처음엔 갸우뚱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진 것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고 했다. 제목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다. 앞서 영국에서 나온 제목도 '이코노믹스 더 유저스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다. '경제학, 사용설명서' 정도다.
"결코 경제학자들을 믿지 마라"
'입문서' 라고는 하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어렵지 않다. 장 교수 특유의 쉬운 어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내 책중에 가장 래디컬(radical)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렇다.
기존 책들이 주류 경제학의 주장과 실제가 얼마나 허점투성인지를 적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아예 구조적,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그리곤 기존 경제학에 대해 이렇게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있다"고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존재하는 사소한 결함은 현대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는 2003년 '공황을 예상하는 문제는 이제 해결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중략)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경제학은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당에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는 기자와 만날 때마다 '편견'과 '쏠림'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더이상 경제학을 이른바 '전문가'에게만 맡겨 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려운 각종 수학적 용어를 들이대며 자신들의 울타리를 쳐 놓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아예 '경제학자를 믿지 말라'고도 한다.
그들이 경제학에 대해 말하지 않는 다섯 가지
그래서 그의 경제학 강의는 인상 깊다. 또 그는 독자를 진지하게 대한다. 그 스스로 자신의 책을 두고
"복잡한 영구불변의 진리를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고 했다.
독자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썼다.
책은 모두 2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경제학 익숙해지기는 장하준식 경제학 역사와 이론을 맛볼 수 있다.
이미 주류경제학에서 배제시켜버린 경제사(經濟史)와 다양한 경제이론을 장하준식 어법으로 들춰낸다.
자유시장주의의 선봉에 선 신고전학파 역시 수많은 이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경제학의 여러 이론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자유롭게 쓸수 있다는 것이 장하준의 이야기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는 '어떻게' 사용할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중국보다 훨씬 높은 경제기적을 이룬 적도 국가 기니를 통해 경제에서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또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꼬꾸라져 죽길 바라는 심정을 나타낸 구절에선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기존 경제질서를 바꾸기 위해선 시민들이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30여 년 동안 세계를 좌지우지한 기존 경제질서와 이론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한다
.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고 장 교수는 말한다.
"기존 경제질서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체제보다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 변화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싸우면 '불가능한' 일도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그가 이 책을 낸 펭귄출판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 이야기를 적는다. 장 교수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5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1. 경제학의 95퍼센트는 상식이다.
2.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3. 경제학은 정치다.
4. 결코 경제학자들을 믿지 마라.
5.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
"당선인 복지공약 뒤흔드는 사람들은 반역자...
박근혜기에 과거사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어"
ㅣ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 김종철, 신나리 2014.02.04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벌써부터 어기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다 반역자예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하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 것인데..."
여전했다. 그의 직설적인 말투는 그대로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다. 그를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새 정부 출범과 맞닿아 있다. 보수 성향인 집권여당과 후보자가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장 교수가 꾸준히 제기해 왔던 문제들이다. 지난 2010년 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무슨 대단한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작년에도 "복지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복지 지출이 단순히 부담이나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그와 1시간 넘게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근혜 새 정부의 복지공약부터 정부조직개편, 최태원 회장의 구속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답은 막힘이 없었다. 복지국가 해법에 대해선 박근혜 당선인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장 교수 역시 "새 정부의 복지공약은 그대로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후퇴시키려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진영의 지적에 대해선 아예 '반역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공약을 바꾸려면 아예 선거를 다시 해야한다는 말까지 했다. 장 교수의 의지는 분명했다. 박 당선인도 일부 공약수정론에 쐐기를 박았다.
"김용준 낙마? 억울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
새해에도 그는 바빠 보였다. 1월초 브라질의 대학 등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뿐 아니라 책 집필도 진행중이다. 이번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입문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진 것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됐다.
그는 "기존 경제학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싸워야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대중과 함께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당초 예상한 3월까지 끝낼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다.
- 요즘 한국 소식은 접하고 계신가.
"인터넷이 잘 돼 있으니까, 기본적인 내용들은 파악하고 있다. 물론 뉴스의 뒷얘기, '~카더라' 이런 이야기까지는 못 듣지만."
- 박근혜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낙마했는데.
"이야기 들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기준이 많이 올라간 것은 좋은 일이다. 예전에 살았던 기준으로 사신 분들은 좀 억울할수도 있다. 요즘 기준에 맞추기가 너무 힘드니까. 개인적으로 그때 잘못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라 전체로는 높은 잣대를 유지해야하지 않나 싶다."
- 새 정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는데.
"(정부조직개편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방향은 잘한 것 같다. 예전부터 우리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펴야한다고 했었다.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를 한차원 높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고민이 반영된 것 같고...."
- 미래창조과학부 등 신설이나 경제부총리 부활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있다.
"물론 그런 부처를 만드는 것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또 경제부총리도 일부 우려대로 모피아(과거 재정경제원출신 경제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쓰는 용어)들이 쥐고 흔드는 자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경제 운영 방향이나 정책 측면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 출범 전에 공약 바꾸라니...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그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온 통상교섭본부를 외교통상부에서 떼어낸 것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과 FTA 체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그였다. 장 교수는 "그동안 외교부의 교섭본부쪽에서 막가파식으로 FTA를 추진했었다"면서 "국내 다양한 산업분야 등과의 조정보다는 자유무역(협정) 추진만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통상과 산업을 합치는 건 개발도상국이나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 분은 사실상 미국을 천국으로 생각하는 사대주의자 아닌가. 유럽 나라들도 통상을 외교 쪽에 주는 나라가 별로 없다. 영국도 산업과 통합돼 있고. '글로벌스탠다드' 말하면서 미국이 하면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김 의원의)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인가.
"외교부 입장에서 통상 교섭을 누가 할 것인지, 기능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지 여러 의견들은 있을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김 의원 말대로) 통상을 산업쪽과 함께 두는 건 후진국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말은 들을 가치도 없는 것 같다."
- 요즘 인수위 쪽에서 복지 공약을 두고 말이 많다. 보수 일부에선 재정문제를 들어 공약 수정론도 나오고 있는데.
"(곧장) 당선인 보고 벌써부터 약속을 어기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다 반역자 아닌가. 그렇지 않나. 그런 식으로 (공약을 바꾸라고) 한다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데...."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것을 금세 느낄수 있었다. 어이없다는 그의 표정이 그려졌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보세요. (공약을) 해보다가 '정 안되겠습니다, 문제가 많습니다'라고 하면 모를까. 지금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그런데 시작부터 (공약을) 바꾸자고 하면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죠. 그렇지 않나요?"
- '당초 처음부터 복지 계산이 잘못됐으니까 지금이라도 바꿔라'는 것인데.
"그러면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고 하면 그럴수 있다. (웃으면서) 공약 다시 내놓고, 그것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시 선택받으면 된다."
"재벌총수 불법 행위는 처벌해야... 지배구조는 다른 문제"
그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국가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나름 긍정적이었다. 장 교수는 작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새누리당 현수막에 복지가 맨 처음 써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당선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도 장 교수와 얼추 일맥 상통한다. 박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국정토론회에서 "복지 정책은 낭비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 세이브(절약)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박 당선인은 "스웨덴, 독일 등도 복지정책을 많이 하지만 성장을 헤치지 않고 오히려 발전한다"고도 했다. 장 교수가 그동안 주창해 온 생산적 복지와 비슷하다.
- 보수 여당이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웃으면서)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보수 여당도 복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으니, 민주주의의 승리 아닌가."
- 그동안 꾸준히 복지국가를 말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지.
"저는 그동안 유럽식의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관련 예산이) 국민총생산(GDP)의 25% 수준은 돼야한다. 지금보다 2.5배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 당장은 안 될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 일단 박근혜 정부도 세금을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인데.
"아직 국민들이 복지를 체험하기는 부족하니까 그렇다. 일단 박근혜식 복지를 해보고, 국민들도 '복지를 해보니까 괜찮네'라고 느끼면 세금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황당한 공약보다 조금씩 피부에 와닿는 정책부터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어 복지에 들어가는 세금 증세에 대한 공동구매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꾸준히 역설해온 이야기다.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보자는 것이다.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로 보는 개념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말하자면 자기가 내던 병원비 같은 것을 세금으로 내고 의료보험으로 해결하면 국민 입장에선 돈을 아끼는 거예요. 개별적으로 약국에서 의약품 사는 것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이 정부 기관에서 국민 대표해서 약을 사면 훨씬 싸게 살수 있는 거죠. 연금 등도 마찬가지요. 이러면 국민들에게 좋은 거예요."
그와의 이야기에선 복지 문제와 함께 재벌개혁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날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그래요?"라며 "아직 뉴스를 보지 못했다"면서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내 역할은 대중과 소통... 정부 입각 생각 안해"
- 아까 오후에 최태원 SK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회삿돈 횡령혐의로 1심 재판에서.
"그런가? 그동안 내가 재벌개혁에 대해 말하면 일부에선 '재벌 옹호론자'라고 하던데...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총수든 누구든 횡령이나 배임 등 불법에 대해선 확실히 해야한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으로 이야기되면서 총수의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말해왔지만 재벌개혁이 지배구조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지배구조 이야기는 자본가들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이씨 집안이나 최씨 집안을 쫓아내면 그 자리에 이름도 잘 모르는 헤지펀드 등이 들어올 수 있다. 과연 그것이 국민경제에 이로운가 하는 문제다."
-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등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재벌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골목 상권 침해 같은 문제는 그냥 못하게 하면 된다. 또 그런 것을 재벌이 하면 처벌하면 된다. 나쁜짓을 못하게 해야지, 굳이 지배구조와 연결시켜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자꾸 그런식으로 가면 재벌 해체 하자는 것인데...."
장 교수는 재벌을 개혁하자는 데는 동의한다. 대신 시장자유주의에 입각한 재벌개혁보다는 재벌을 우리 사회에 유익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재벌에 대한 나쁜 행동을 규제해야죠. 어떻게 무엇을 규제할 것인지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어요. 그동안 야당인 민주당의 경제민주화가 국민들에게 잘 와닿지 않은 건 추상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들이었어요. 출자총액제한제도라든지... 재벌해체론자 말대로 이씨 일가나 정씨 일가 내몰아 놓고 미국 사모펀드 등이 대주주 돼 봐요. 무슨 문제 생기면 우리 노동자들 데모할 곳도 없어요. 이 사람들 네바다 사막 같은 곳에 큰 집 짓고 살고 있는데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데모해야 하나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당초 예정했던 1시간의 인터뷰 시간도 이미 지났다. 그의 이같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방향은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서 논쟁을 불러왔다. 여야 정치권 모두 그의 이야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박근혜 새 정부의 입각설도 꾸준히 나온다. 그와의 인터뷰 때마다 물었다. "정치할 생각 있느냐"고 말이다. 그의 답은 항상 같았다.
"(인수위로부터 연락 받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교수하다가 장관이나 행정가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요. 대중과 소통하는 경제학자가 내 역할이라고 봐요. 지금처럼 연구하고, 책 쓰고 대중과 이야기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박근혜 새 정부에서 당부하고 싶은 세 가지를 짚어달라고. 다시 장 교수의 말이다.
"우선 복지국가와 우리나라의 경제 고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잘 판단해서 추진해 주셨으면 해요. 산업과 과학기술 정책 등 임기 내에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두 번째는 아무래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만큼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대하죠. 육아, 보육 문제와 함께 경제활동인구로서 여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과거사를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특히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문제 말이죠.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니까 이것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의 불가피성, 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통해 정리를 해나가야 할 거라고 봐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ㅣ장하준 지음ㅣ김희정 옮김ㅣ부키
지금 우리는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한 화두다. 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은 당장 없을 경우, 삶은 그야말로 비참해진다. 이러한 돈은 '경제'를 통해 순환되는데, 우리는 정작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뿐더러 관심도 적다. 어려운 전문용어들도 이유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가 내 월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평범한 일반인들이 굳이 경제학을 배워야 할까?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제를 제대로 알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경제학 입문에 초대한다.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어 무엇이 경제를 움직이고, 금융 위기는 왜 닥치는지, 우리 경제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 -《가디언》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 뒤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는 물론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또한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넓은 영역까지 아우르며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무엇보다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준다. 자전거를 타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이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 뒤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는 물론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또한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넓은 영역까지 아우르며 경제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무엇보다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준다. 자전거를 타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이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 하나를 쓴 그레고리 맨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종종 그러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러나 경제학이 과학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자나 물체와 달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에는 어떤 경제학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그렇다고 믿는다. -프롤로그 중에서
대중 위한 경제입문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연합뉴스] 2014.07.14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으로 유명한 밀리언셀러 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를 내놨다.
출판사 부키는 장 교수가 지난 5월 영국에서 펴낸 '이코노믹스, 유저스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를 번역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중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인 책은 1989년 종간한 영국 펭귄 출판사의 '펠리컨북스'(Pelican Books)를 25년만에 복간하는 첫 책이다. 펠리컨북스는 펭귄 출판사가 1937년부터 발간한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 교양서 시리즈로, 52년 동안 2천878종을 출간하며 2억5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장 교수는 총 2부, 12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쉽게 설명한다.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학파가 수많은 이론 중 하나임을 지적하고, 고전주의· 마르크스주의·오스트리아학파·케인스학파·행동주의 학파 등 다양한 경제학 이론을 소개한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에서는 1부에서 논의한 경제학의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실제 경제를 이해하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부키 관계자는 "책은 주류 경제학이 세뇌한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 방법론 등을 뒤집고 경제학 근본부터 재정립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며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역인 시민에게 되돌리려는 야심 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하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징후 곳곳에 있다" [연합뉴스] 2014.07.28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28일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밍이나 정확한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올 징후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위기 요인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많다"며 "중국은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기관이나 정부가 통제 못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든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유럽 경제가 박살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 대출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 50인'에 뽑히기도 한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정부로부터 비롯한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 문제뿐 아니라 금융규제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위기가 일어나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살자가 발생해도 규제완화를 잘못해서 사람이 죽는 것이다.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경제적 안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돈이 흘러갈 텐데 배당을 늘린다고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장 교수는 신간 '경제학 강의'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 성격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해 독자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의 정의, 여러 학파 간 논쟁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도 많이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마치 주류경제학을 무조건 틀렸다고 하고 신고전파는 다 틀렸다고 말하는 학자로 오해받는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정말 솔직히 아무 학파도 아니며, 모든 이론에 장단점이 있고 관심을 둔 주제가 달라서 모든 학파를 다 배워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대중서와 학술서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제학 저서를 내 뮈르달상, 레온티예프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 [뉴스1] 2014.07.17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 장하준의 가장 대중적인 경제학 교과서. 부키. 1만6800원. 496쪽.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부키 펴냄/496쪽/1만6800원 [디지털타임스] 2014.07.17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 자체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주류 경제학이 세뇌한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경제학 교과서들과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던 관점을 뒤집고 근본부터 재정립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대중 눈높이에 맞춘 ‘경제학의 진실’ [국민일보] 2014.07.18
정치와 경제는 인간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두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 문제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비교할 때 경제를 놓고 토론하는 경우는 희귀한 감이 있다. 정치라면 누구나 한 마디 끼어들지만 경제 얘기가 나오면 다들 입을 다물고 만다. 경제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수중에 있다. 대중의 접근을 가로막는 그들의 전문주의는 법률 분야를 제외하면 비교 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고하다. 문제는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1997년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경제 전문가들의 실력이 폭로됐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장하준은 경제학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지적 으름장’에 겁먹지 말라고 말한다.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학 대중화라는 장하준의 여정에서 한 절정으로 평가받을만한 책이다. 경제학을 전문가들만의 리그로 분리하려는 사람들에 맞서 장하준은 경제학을 시민의 교양, 대중의 이야기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나쁜 사마라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의 경제 교사 역할을 장하준만큼 꾸준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온 경우도 드물다.
장하준은 이번에도 아주 중요한 얘기를 매우 쉽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을 구성하는 개념과 이론, 역사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는 그의 노력은 눈물겨운 데가 있다. 경제학파를 다룬 4장을 보면, 각각의 학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의 요약에 따르면 신고전주의학파는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이고, 케인스학파는 “개인에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가 된다. 또 여러 경제학파를 비교하기 위해 ‘경제는…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은…이다’ 등의 질문을 던진 후, 이에 대한 각 학파의 입장을 한 단어로 제시하는 비교표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장하준의 책이 친절한 경제학 입문서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의 통념을 의심하고 경제학의 권위를 흔들면서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을 적극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장하준은 경제학은 매우 불완전하며, 시장을 중심으로 보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을 생산, 노동 등을 포함하는 훨씬 더 큰 실제인 현실 경제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경제학이란 것이 실은 수치 하나조차 정치적으로 선택되는 매우 정치적인 학문이며, 정부의 역할이 경제의 핵심 쟁점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퀴 보노·누가 이득을 보는가)?”
세상만사 경제학으로 해석? 신고전학파의 자만심 [한국경제] 2014.07.18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496쪽 / 1만6800원
“경제학은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당에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책으로 잘 알려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이 같은 표현으로 날을 세운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학은 현재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주의 학파다.
저자는 “2008년 금융 위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경제학 전문가는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존재하는 시장의 사소한 결함은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며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고 지적한다. 이어 “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이 같은 접근법을 모든 세상일에 적용한다고 장 교수는 꼬집는다. 그는 “경제학을 포함해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 분야는 이론의 예측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연과학과 달리 경제학은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학문”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 책은 신고전학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가려졌던 다양한 경제학 사조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경제학 입문서’다. 특히 4장 ‘백화제방’은 오스트리아 학파, 행동주의 학파, 고전주의 학파, 개발주의 전통, 제도학파, 케인스 학파, 마르크스 학파, 신고전주의 학파, 슘페터 학파 등 9개 학파를 정리하고 있다.
신고전주의의 장점도 외면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을 개인 단위까지 내려가서 분석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 융통성을 갖고 있다는 것. ‘우파’ 마르크스주의자나 ‘좌파’ 오스트리아 학파와 달리 신고전학파에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같은 ‘좌파’ 경제학자와 제임스 뷰캐넌, 게리 베커처럼 극단적 ‘우파’ 경제학자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반면 “현 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한다”는 점은 신고전주의의 한계다. 개인의 선택을 분석할 때 저변에 깔린 사회 구조, 즉 돈과 권력의 분배 구조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근본적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하게 된다. 교환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생산 영역을 무시한다는 점도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맹점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현실의 요구에 따라 각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경제학파 칵테일’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모든 경제 이론은 저마다의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같은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존 경제 질서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서,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 체제보다 더 역동적이고,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제학은 많은 경제학자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친해지기 쉬운 분야”라며 “우리 모두가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돼 경제의 운용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경남도민일보] 2014.07.18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시장 만능을 설파하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지지부진한 상황.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 방법론 모든 것을 근본부터 뒤집는다. 장하준 지음, 496쪽, 부키, 1만 6800원.
꺼져라, 신고전학파…'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뉴시스] 2014.07.18
2011년 11월2일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관 앞에 수십 명의 학생이 모여 수강을 거부하고 '교수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낭독했다.
"당신의 강의는 지나치게 편향됐다. 당신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영구화하고 세계 금융 위기를 유발한 그 이데올로기 아닌가."
학생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교수는 그레고리 맨큐, 바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다. 그러나 학생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여전히 하버드대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 대학에서 경제학 기본 교재로 쓰이고 있다.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 이후 시장 만능을 설파하던 신자유주의와 이를 뒷받침해 온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비난과 회의감이 팽배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 위기가 터졌는데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그들 중 상당수가 금융의 무모한 팽창을 열렬히 지지해 온 인물들이다.
각 대학에서 경제학 교육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다원주의적 경제학을 위한 국제학생운동'으로까지 번지는 것이 무리가 아니며, 산업계와 정책 현장에서도 현재의 경제학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기본 체계를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누구도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30년 가까이 경제학의 유일한 적자인양 주류를 자처하며 군림해 온 신고전파 경제학의 아성은 그만큼 굳건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금융 위기 이후 누군가가 꼭 써 주기를 기다려 왔지만 아무도 선뜻 총대를 메지 않던 바로 그 작업을 장하준 교수가 흔쾌히 맡은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새뮤얼슨, 맨큐 등 경제학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또 하나의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아니 현실을 호도해 온 경제학을 근본에서부터 뒤지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이자, 대중과 유리돼 일부 경제학자의 전유물이나 지적 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 활동의 주역인 시민에게 되돌리려는 기획이다.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 경제학)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스스로 평한다.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장하준은 세계에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 나라마다 사회 구조와 발전 단계에 맞는 경제 정책이 따로 있었음을 입증하거나('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주류 경제학의 주장에 어떤 허점들이 있는지 논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는 더 근원으로 파고들어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 자체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한 마디로 주류 경제학이 세뇌한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경제학 교과서들과 많은 경제학자가 주장하던 관점을 뒤집고 근본부터 재정립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장 교수는 먼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빠져있다고 질타한다. 장하준이 보기에는 제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제학이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러한 착각와 오만은 현재 경제학계의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신고전파는 경제학을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접근법을 모든 세상 일에 적용한다. 신고전파가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관, 경제의 다기한 영역 가운데 오로지 소비 및 교환을 중심에 둔 접근법은 경제를 파악하는 수많은 방법론이나 도구 중에 하나일 뿐인데, 이 도구를 물리학 법칙처럼 여기다 보니 도구를 이용해 다뤄야 할 대상을 오히려 도구에 맞추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격언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장하준은 도구는 도구일 뿐, 경제학 자체는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장하준이 신고전학파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그간 비주류로 치부됐으나 사실은 경제사의 국면마다 현실 필요에 부응해 마땅한 역할을 수행해 온 여러 경제학 방법론을 소개하고 그들의 가치를 재확인함으로써 철없는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신고전학파를 또래 아이의 일원으로 돌려보낸다는 점이다. 1부 4장 '백화제방'이 그 내용이다. 9개 주요 경제학파의 장단점과 한계, 역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신고전학파가 누려 온 그간의 위세가 학문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희정 옮김, 496쪽, 1만6800원, 부키
경제학은 칵테일처럼 … '여러 이론 섞어야 제맛' [내일신문] 2014.07.18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부키/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1만6800원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보고 싶다면 CMSI칵테일, 왜 가끔은 정부개입이 필요한지 알고 싶으면 NDK칵테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신간에서 소개한 경제학파 칵테일이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를 소개하자면 A오스트리아학파, B행동주의 학파, C고전주의 학파, D개발주의 전통, I제도학파, K케인스학파, M마르크스학파, N신고전주의 학파, S슘페터 학파 등 9개 학파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요 경제학파이자, 경제현상을 이해할 때 칵테일처럼 섞어서 섭취(?)하면 좋을 재료들이다.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니 역시 장 교수답다. 장 교수는 항상 경제학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학문에 대중들이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안타까워했었다. 오죽하면 "경제학의 95%는 상식에 불과한데 단지 전문용어와 수학을 동원해 어렵게 보이도록 한 것뿐"(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라고까지 말하며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 그였기에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가지고 나와 어떻게든 대중들에게 쉽게 경제학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경제학파 칵테일이 장 교수답다는 것은 경제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주의 경제학파들은 경제학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빠져 있다. 특히 신고전파가 전제하는 합리적 인간관이나 소비 및 교환에 중점을 둔 접근법은 수많은 방법론 중의 하나일 뿐인데도 마치 과학인 양 위세를 떠는 것을 비판한다.
그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에서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의미의 과학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대신 독자들에게 신고전주의 외에도 다양한 경제학적 방법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 세상의 변화에 따라 경제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미래에도 수많은 경제학 이론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경제학파 칵테일을 소개한 것도 모든 경제이론은 저마다의 효용이 있으며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같은 이론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저자의 생각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장하준이 담아낸 ‘경제 칵테일’… “경제학자를 믿지 마라, 여러 학파 이론 섞어라” [문화일보] 2014.07.18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지음 / 부키
2008년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 하지만 정작 경제학자들은 이를 예상치 못했다. ‘경제학자들은 왜 오판했는가’(뉴욕타임스), ‘경제학자가 왜 필요한가’(비즈니스위크), ‘경제학자들을 권좌에서 쓸어내라’(파이낸셜타임스). 경제학자에게 쏟아진 비판이었다. 이는 2011년 11월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신입생 수십 명이 그레고리 멘큐 교수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멘큐 교수를 향해 항의 서한을 낭독했다. “당신의 강의는 편향됐다. 우리에게 주입하는 경제학은 빈부격차를 영구화하고, 세계금융위기를 유발하는 이데올로기다. 우리는 균형 잡힌 양면을 알고 싶다.”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 꼽히는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이 같은 절실한 요구에 대한 장하준 스타일의 대중적인 답이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 ‘경제학, 사용자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이다. “고등학교 정도의 교육을 받고, 세상일에 대한 궁금증과 한 번에 몇 문단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참을성을 지닌 사람”이 대상이다. 하지만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을 통해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논파한 장 교수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자평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책의 전제는 신자유주의를 지탱한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이며, 그 목표는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경제학자에게 도전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경제학을 둘러싼 각종 고정관념과 신화를 깨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제학은 ‘희소성 있는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나 ‘개인의 합리적 선택’으로 세상사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경제만능론, 경제학은 모든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잘못된 신념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경제학 제국주의이자 심각한 과대망상증’이다.
“우리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동성결혼, 기후변화, 이라크 전쟁, 핵발전소에 대해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데, 경제에 있어서는 강한 의견은커녕 왜 관심도 보이지 않는가?”
저자는 몇 십 년 사이 주류 경제학파로 군림한 신고전주의 학파가 ‘경제학은 과학’이라고 믿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에 올바른 하나의 답이 존재하는 과학이기에 비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이 합의한 결론을 믿고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경제학에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이 존재하며, 오히려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대단히 정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전제하에 장 교수는 자본주의 역사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 시대 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9개 경제학파를 살핀다. 오스트리아 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 전통(D), 제도 학파(I), 케인스 학파(K), 마르크스 학파(M), 신고전주의 학파(N), 슘페터 학파(S)로 이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지 명료하게 요약한다. 예를 들어 신고전주의 학파는 “어떤 현상을 개인 단위까지 분석한 덕분에 정확성과 명확한 논리를 가졌지만 현상황을 과도하게 수용해 근본적인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식이다. 즉 신고전주의 학파가 자신들의 논리만이 유일한 경제학인양 우쭐대지만, 그저 여러 학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신고전주의의 특권 파문’이다.
이 같은 각 학파의 장점과 한계는 장하준식 ‘경제 칵테일’로 수렴된다. 제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서는 여러 학파를 결합한 칵테일 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활력과 생존 능력을 살피려면 CMSI 칵테일 해법을, 정부 개입에 대해 알고 싶다면 NDK 칵테일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의 현경제 단계를 파악하는 데에는 MDKI 칵테일을 제안했다.
이어 생산, 소득, 금융, 행복, 불평등, 빈곤, 일과 실업, 정부 역할, 국제 무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압축적으로 풀이한 뒤 그는 이 정도 공부했으니 “이제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하라”고 주문한다. 경제는 전문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이며, 경제학자를 비롯해 전문가에게 도전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는 이 도전으로 신자유주의 질서와 이를 지탱하는 주류 경제학에 균열을 주자는 더 큰 목표를 제안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30여 년 동안 세계를 풍미한 경제 체제를 더 역동적이고 더 안정적이고 더 평등하고 더 지속가능한 체제로 만들기 위한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억하자. 200년 전 많은 미국인이 노예 제도를 없애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100년 전 영국 정부는 투표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감옥에 가뒀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지적으로는 비관주의, 의지로는 낙관주의’를 가져야 한다.”
다양한 이론 섞어야 제맛… 칵테일처럼 [서울경제] 2014.07.18
■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1만6,800원)
"획일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가라" 장하준 교수가 전하는 경제학 입문서
신고전학파 등 주요 학파 한계 짚어내 "사회 구조·현실 맞게 접목 필요" 주장
장하준이 돌아왔다. 경제학자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교수가 이번에는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원제 Economics : The User's Guide)'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난 2010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후 4년만이다.
이번에는 경제학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경제학이란 무엇인가가 이번에 그가 탐구하는 과제다. 물론 그가 경제학 입문서를 쓴 것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아니 현실을 호도해온 기존 경제학을 근본에서부터 뒤집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라는게 저자의 규정이다. 대중과 유리돼 일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나 지적 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역인 시민에게 돌리는 돌리려는 작업에서다. .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책에 대해 저자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스스로 평한다.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저자는 전세계에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라마다 사회구조와 발전단계에 맞는 경제정책이 따로 있음을 입증하거나('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른바 신고전학파 '주류 경제학'에 어떤 허점들이 있는지 논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에서는 더 근본으로 파고든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부추겨왔던 신고전학파 자체의 사고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한마디로 신고전학파가 세뇌한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교과서들과 학자들이 주장하던 관점을 뒤집고 근본부터 재정립하려는 목적에서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빠져있다고 질타한다. 이는 현재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은 아님에도 과학인 체하면서 대중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접근법을 모든 세상일에 적용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등 경제도 제대로 예측 못했으면서 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고전학파의 경제 접근법은 경제의 많은 영역 가운데 오로지 소비와 교환에 중심을 뒀다. 그리고 경제현실을 이론에 맞추고 있다. 이는 분명 경제활동에서 '노동'과 '생산'을 뺀 것이다.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분명한데 또 그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차원적인 경제 수학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현실을 사용해 경제현상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신고전학파 비판에서 나아가 그동안 비주류로 치부돼 왔으나 사실은 역사의 각 국면마다 역할을 해온 여러 경제학 방법을 소개하고 그들의 가치를 재확인한다.
철없는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신고전학파를 또래 아이들의 일원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신고전학파를 포함한 9개의 주요 경제학파의 장단점과 한계, 역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신고전파의 그간의 위세는 학문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러 가지 주류와 향료를 배합해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주조하듯이 우리 현실의 요구에 따라 각각의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경제학파 칵테일이 필요하다."
저자는 경제 사용자인 우리 시대의 모든 시민들을 위해 경제학 입문서로 이 책을 구성했다고 분명히 말한다. "경제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 즉 책임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특정 경제학 시각을 무조건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경제 상황과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적 아래서 어떤 시각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라는 말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저/김희정 역ㅣ부키) [채널예스] 2014.07.18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학 지식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오랜만에 책을 냈다.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간략한 경제사를 정리하고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여 각 학파별 장단점을 설명했다. 9가지 학파에는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을 포함했다.
“경제학은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누가 이득 보는가’ 늘 되새겨 보라” [경향신문] 2014.07.18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ㅣ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 |부키 | 496쪽 | 1만6800원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경제학은 정답이 한 개만 있는)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435쪽)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은 정치적 사안을 놓고는 수시로 공방을 벌인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누구라도 한 마디씩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다. 그러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경제적 사안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왜?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달리 경제는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나보다 더 잘 알고 더 똑똑한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국제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0년 주류 경제학의 허점들을 지적한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사실 경제학의 95%는 상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수학, 전문 용어들을 동원해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는 어렵고 전문적인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새 책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경제학의 95%는 상식에 불과’하고 ‘경제학은 정치’이며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기에 시민들의 경제학적 지식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의 시각을 무조건 흡수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지난 몇십년 동안 경제학이 모든 문제에 하나의 답이 존재하는 과학이기에 비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이 합의한 결론을 믿고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유도돼 왔다”며 이제는 “능동적 경제 시민이 되자”고 권한다. 경제도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우는 것처럼 초반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연습하면 생각보다 쉽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그동안 주류 경제학·경제학자들로부터 주입된 지식을 떨쳐버리고 정치적 사안처럼 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도 기꺼이 의견을 말하는 ‘이 시대의 능동적 경제 시민’이 되도록 돕는 경제학 입문·교양서다. 책은 경제와 경제학이 무엇이고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시작해 자본주의의 주체·제도 등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 자본주의 역사를 설명한다. 이어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학계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로 진화한 신고전학파를 비롯해 9개 주요 경제학파의 핵심 내용, 탄생 배경, 장점과 단점을 조목조목 이해시킨다.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강조하며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있는 신고전학파만이 경제학의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런 설명에 뒤이어 저자는 시민들이 실제 경제상황을 해석하는데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경제학 사용자 가이드’다.
실제 원서 제목은 <ECONOMICS:User’s Guide>이다. 생산량이나 소득, 최근 세계 경제불안의 핵심인 금융, 불평등과 빈곤, 일과 실업은 물론 정부의 역할과 국제 무역 등을 두루 다룬다. 독자로선 기존 경제학 책들과 달리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의 경제에 대한 분석적 시각을 갖게 된다.
저자는 “책을 본 독자들이 실제 세상에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는 생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희망으로 이 책을 썼다”며 “기존 경제질서를 바꾸고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삐딱한 교수의 유쾌한 뒤섞기 [한국일보] 2014.07.18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ㅣ장하준 지음ㆍ김희정 옮김ㅣ부키 발행ㆍ496쪽ㆍ1만6,800원
"주류 맹신 말고 섞어야 이해" 주장, 전작 이어 주류 경제학 모순 꼬집기
"쉽지만 내 책 중 가장 급진적" 자평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자의 입에서 이토록 솔직한 고백이 나온 적이 있을까. 그것도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모국이자 주류 경제학의 심장부인 영국에서 경제‘학(學)’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 같은 거친 화두를 꺼내 들지 누가 알았을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또 한 번 주류 경제학에 일침을 가했다.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저자는 “경제학은 과학이 아닌 정치적 논쟁”이라고 단언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여기서 장 교수가 말하는 경제학은 현재 경제학계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주의 학파를 뜻한다. 저자는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이 같은 접근법을 세상 모든 일에 적용한다”고 꼬집는다. 자연과학과 달리 인간의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경제학은 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수많은 도구 중 하나일 뿐인데 이를 물리학 법칙처럼 절대불변의 진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책은 자연스럽게 신고전학파에 가려졌던 경제학 사조들을 조명한다. 특히 4장 ‘백화제방’에서 저자는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는 참신한 발상을 통해 독자가 다양한 경제학 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오스트리아 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 전통(D), 제도학파(I), 케인스 학파(K), 마르크스 학파(M), 신고전주의 학파(N), 슘페터 학파(S) 등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9개 학파를 한 문장 요약으로 정리한 후 “집단, 특히 계급이 어떻게 이론화되는지를 맛보려면 CMKI”,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AN”식으로 경제학 사조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혼합해 독자 앞에 내놓는다. 이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어떠한 경제학 사조든 홀로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자들 역시 한 가지 경제학 이론에 함몰되지 말고 다양한 사조를 결합하고 보완해 전체 경제를 조망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간은 선진국들의 위선(‘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주류 경제학의 허점(‘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을 꼬집었던 전작들에 비해 보다 근원적인 물음을 끊임 없이 던진다. 생산과 세계(7장), 불평등과 빈곤(9장), 정부의 역할(11장) 등을 다룬 장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또 생산량, 소득, 행복(이상 6장), 금융(8장), 일과 실업(10장) 등을 다룬 장에서는 주류 경제학이 세뇌한 경제학의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경제학 교과서들이 주장하던 관점을 다양한 반례를 통해 완벽하게 뒤집는다.
경제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496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담은 탓에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신기하게도 쉽게 읽히는 책이다. 생소한 경제용어를 일상에 비유해 알기 쉽게 풀어주고, 복잡한 경제현상은 유명한 영화와 소설 속 상황을 통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한(급진적인) 책”이라는 저자의 자평이 딱 들어 맞는 책이다.
경제학은 정치학이다 /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 2014.07.1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ㅣ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ㅣ부키, 496쪽, 1만6800원
좋은 경제학 교과서란 어떤 것일까. 잠깐 다른 나라 이야기부터 하자. 몇 년 전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실제 출생지가 케냐이므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한동안 계속됐다. 적지 않은 미국인이 이 비상식적인 주장을 사실로 굳게 믿었다고 한다. 증오 때문이었을까. 그 무렵 미국에서는 의료비용 절감 방안을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미국은 선진국들 중 의료비 지출 비중이 유독 높은 나라다. 공화당에서는 고령층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의료보장 프로그램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의료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대편에는 의료의 경우 사과나 옷과 같은 재화와 그 성격이 크게 다르고 수요자가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 또한 부족하므로, 시장원리보다 정부 규제가 중요하다는 폴 크루그먼이 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크루그먼의 칼럼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했는데, 세계적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특파원이 올린 글이 특히 화제가 됐다. 시장을 의심한 크루그먼의 행동은 오바마의 출생을 의심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도발적 주장 때문이었다. 대중들은 무지몽매해서 시장의 훌륭한 자원배분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럴수록 경제학자라면 시장의 확산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진리를 설득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였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고의 경제학자가 사람들을 계몽하기는커녕 시장을 비판하는 등 ‘사회학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의 과도한 정치적 신념이 ‘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압도하지 않고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요즘 사람들이 경제학에 관해 품고 있는 일반적 견해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맨큐의 경제학』 같은 교과서에 의해 주도됐다. 그 책은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고, 현실의 사례도 많이 다룬다.
그러나 이 현실은 수요공급 원리를 확인하는 데 의의를 두는 가상의 추상적 현실이다. 이 가상의 현실에서 임금 상승은 노동수요를 줄이고 노동공급을 늘림으로써 실업을 키울 수밖에 없는 바, 최저임금제의 실패는 시작 전에 이미 예정된 셈이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경제학을 접한 사람들은 진짜 현실의 노동자와 기업주들이 임금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 구체적 이유는 무엇일지에 관한 경험적 관심은 무시한 채, 자유시장의 권능을 ‘선험적으로’ 확신하는 ‘작은 맨큐’로 거듭 태어난다. 이 와중에 우리의 경제적 삶은 성장동력 훼손,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와 불평등,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고통받는다.
새로운 대안 경제학 교과서로서 선을 보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유난히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는 경제학을 둘러싼 이러한 암울한 현실 때문이다. 장하준은 엄밀한 수리적 모델을 통해 합리적 선택의 과학을 과시하는 신고전학파가 일종의 지적 사기라며, 모델 대신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적 전개와 경제학의 다양한 분파를 소개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제학 교과서의 주된 내용은 경제사와 경제학설사, 그리고 경제정책으로 채워져야 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3장과 경제학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학파들을 소개한 4장 ‘백화제방’이다.
장하준은 경제학을 ‘하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독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며 고전학파, 마르크스학파, 케인즈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등 주요 경제학파들의 핵심적 특징을 솜씨 좋게 소개한다. 특히 각각의 학파가 지녔던 인간과 사회에 관한 기본 가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출현하게 된 경제적 상황은 어떠했으며 어떤 계층의 정치적 이익에 주력했는지 등을 분명히 함으로써, 독자들이 죽은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려 한다. 경제학파들에 대한 각별한 강조는 신고전학파 경제학과는 차별화되는 진정한 경제학적 사유방식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경제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가 약속하는 ‘경제학적 사유방식’은 경제를 바라보는 분석적이고도 종합적인 사고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여러 주장의 숨은 전제나 가정들을 분명히 한 가운데, 구체적인 현실을 여러 경제학파들과의 접목을 통해 해명하려는 역사적이고 제도적인 접근법이다.
장하준에 따르면,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우리가 좋은 삶을 원한다면 어떤 경제적 상황에서 특정한 도덕적 가치를 구현하고 소기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를 놓고 공론장에서 논쟁과 토론을 벌이며 합의를 하는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때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이끄는 길잡이가 바로 경제학이다.
독자들이 좋은 삶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책임 있는 시민이 되기를 염원한다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터이다. 또한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개인의 선택과 공공의 가치 사이에서, 인센티브에 대한 존중과 공정을 향한 열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경제학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이 책의 쓰임새는 클 것이다.
[S BOX] 장하준이 말하는 ‘영화로 배우는 경제학’ -『장하준의 Shall We?』(부키)에서 발췌
영화는 의외로 경제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 주인공은 조립 라인에서 단조로운 작업을 감당해야 하는 공장 노동자다. 그러나 조립 라인의 속도가 너무 빨라져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미쳐버리고 만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벌어지기 시작한 직업의 전문화가 인간의 영혼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예언했다.
‘월 스트리트’(1987)는 ‘경영자 자본주의’가 현대식 ‘주주 자본주의’로 대체되는 과정의 초기를 그리고 있다. 1930~70년대 선진국에서는 전문 경영인들이 주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경제를 주도해나가는 경영자 자본주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단기 금융 이윤을 좇는 부동(浮動)의 주주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철강노동자 출신의 실업자들이 스트립 댄서로 나서는 ‘풀 몬티’(1997)는 노동과 실업 문제를 다룬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영국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 문을 닫은 기업들에서 나온 자본(기계류)과 노동(노동자)은 영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산업, 예를 들어 투자은행 부문 같은 곳으로 흡수돼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보유한 기술은 특정 직종에만 유효하기 때문에, 실제 직종의 이동은 쉽지 않다. 그 외에 실직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다룬 영화로는 ‘브래스트 오프’(1996), ‘로저와 나’(1989) 등이 있다.
경제학 미로에서 길 잃은 당신… 세계의 석학들, 안내자로 나서다 [서울신문] 2014.07.1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 6800원
강대국의 경제학/글렌 허버드·팀 케인 지음/김태훈 옮김/민음사/404쪽/2만 5000원
경제학 서적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작금의 경제학 열풍은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책을 냄으로써 만들어 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경제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근간 경제학 서적 중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이하 ‘경제학 강의’)는 대중을 위한 비판적 경제입문서라는 점에서, ‘강대국의 경제학’은 정책결정자들의 필독서가 될 만하다는 점에서 유독 눈길을 끈다.
‘경제학 강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사다리 걷어차기’ 등으로 유명한 밀리언셀러 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코노믹스 유저스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의 번역본이다. 책은 1989년 종간한 펭귄의 펠리컨북스 시리즈를 복간하는 첫 책으로 영국 현지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장 교수는 서문에서 “경제학이 스스로를 과학으로 믿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으면서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예측하는 데 계속 실패해 왔다”고 비판하고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적 시각을 무조건 흡수하라는 뜻은 아니다. 장 교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추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을 쓴 동기를 설명했다. 책은 1부에서 자본주의가 진화해 온 역사부터 신자유주의에 이론을 제공한 신고전학파, 고전주의, 케인스주의, 마르크스주의, 오스트리아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등을 개괄해 각 학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와 맹점, 장단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2부는 실제 세상에서 경제를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보여 준다. 소득, 행복, 금융, 불평등과 빈곤, 정부의 역할, 국제무역, 국제수지, 초국적 기업과 외국인 투자의 허실, 이민 등을 알기 쉽게 짚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치중립적으로 경제 현상을 꿰뚫어 설명한다는 점이다. 강자의 입장에 있는 나라들에서 태동한 주류 경제학이 그동안 세뇌한 여러 가지 ‘진실’들이 ‘참’으로 입증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읽기 수월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장하준 교수의 책들은 누적판매부수 150만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책 역시 하반기 출판시장을 얼마나 뒤흔들지가 관심사다.
‘강대국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정책의장직을 역임한 세계적 거시경제학자 글렌 허버드와 허드슨연구소 수석경제학자인 팀 케인이 함께 썼다. 책은 지금껏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와 그들이 개발한 새로운 경제력 측정법을 이용해 고대 로마의 성공과 몰락,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파산, 일본의 경제 기적과 잃어버린 10년 등 강대국의 흥망성쇠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아냈다. 그들은 넓은 영토와 인구, 군사력 등은 강대국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며, 한 나라를 유지하고 번영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요소들 간의 독특한 관계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과 영국 등 현재의 최강대국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진단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강대국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권한다.
저자들은 “겉으로 격렬해 보이는 전쟁이나 극적인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경제적 균형과 그것을 가능케 할 정치적 역량”임을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은 강대국 번영의 조건을 제시한다.
필연적 붕괴는 없다. 경제개혁뿐 아니라 제도 개혁을 통해 변신하라. 민족성은 신화다. 어떤 국가든 상업, 기업가 정신, 기술적 변화를 촉진하는 우월한 제도를 수립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모든 집단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경제적 무지는 최악의 적이다. 정부는 가장 위험한 이익집단이다. 잃을 것에 대한 불안이 혁신을 그르친다. 팽창보다 고립이 위험하다.
경제 위기 해결책… 하나의 정답은 없다 [조선일보] 2014.07.1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파산하자 금융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런던 정치경제대학을 찾아 "왜 아무도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나"라고 물었다. 영국 학술원은 이듬해 7월 여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위기를 예견하긴 했습니다만 언제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날지 몰랐습니다."
경제학이 2008년 닥쳤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걸 예측하지 못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김희정 옮김, 부키)에서 "경제학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모르는 마당에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며 주류(主流) 경제학의 무능함을 비판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까지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시장에 사소한 결함이 있다 해도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는 2003년 미국경제학회 연설에서 "공황을 예방하는 문제는 이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위기를 미리 경고한 경제학자도 있었다. 하이먼 민스키는 1960~70년대에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신고전주의는 시장이 잘 작동한다고 믿는다. 경제에 거품이 끼려면 원래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부동산을 사고팔아야 하는데, 개인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가정한 이들에게 그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위기 예측에 실패한 주류 경제학을 쓰레기장으로 보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그는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마르크스 학파, 개발주의 전통, 오스트리아 학파, 슘페터 학파, 케인스 학파, 제도 학파, 행동주의 학파 등 경제학을 아홉 갈래로 나눈다. 여러 주장이 병립할 뿐 '합의된 경제학'은 없다는 것이다. 현실 경제를 다룰 때는 신고전주의에만 매달려선 안 되고 아홉 학파의 주장 중 서너 개를 칵테일처럼 섞어서 해법을 뽑아내면 된다고 본다.
빈부 격차 해법만 해도 장 교수는 "소득의 적절한 재분배만으로도 가난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절대적 빈곤을 의미 있는 정도로 낮추려면 경제 발전이 답"이라고 했다. '장하준의 경제학'은 '짜깁기'나 '절충주의'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데 원제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Economics: The User's Guide)'다. '장하준의 경제학'이 아니라 '경제학'에 방점이 찍혀 있다. 더 날 선 주장을 맛보려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는 게 낫다.
순한 말투로 毒舌… 대중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동아일보] 2014.07.1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496쪽·1만6800원·부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밀리언셀러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다. 영국 출판사 펭귄이 펠리컨북스 시리즈를 25년 만에 복간하면서 낸 첫 책이다. 영국에선 5월에 나왔다. 원제는 ‘Economics, The User's Guide’.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나의 책 중 가장 래디컬(급진적)하다”고 자평했다.
시장 만능을 설파하던 신자유주의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신고전파 경제학은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이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위기가 터졌는데도 대부분 경제학자는 그 원인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주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주류 경제학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경제학의 정의, 개념, 방법론까지 근본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2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30년가량 경제학계의 주류가 돼 온 신고전파와 함께 오스트리아, 행동주의, 고전주의, 개발주의전통, 제도, 케인스, 마르크스, 슘페터 등 9개 주요 경제학파의 장점과 한계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2부 ‘경제학 사용하기’에서는 여러 경제학의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특정 경제 상황과 도덕적 가치, 정치적 목표하에서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문제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임 있는 시민이라면 어느 정도 경제학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주류 경제학 뒤집어 보기 [국제신문] 2014.07.1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1만6800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비난과 회의가 쏟아졌다. 이후 경제학의 기본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장 교수만의 명쾌한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시각에서 쓰인 경제학 강의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사고 구조와 이론의 문제를 파헤치며 그동안 세뇌당했던 경제학의 개념을 뒤집고, 비주류로 치부됐던 여러 경제학 방법론을 소개하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길 권한다. 시민이 경제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장 교수의 바람처럼 경제의 근본을 들여다보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펴냄 / 1만6800원) [머니위크] 2014.07.19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서 출발해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그리고 실제 통계 숫자를 통해 현실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이면을 짚어준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 6천800원 [부산일보] 2014.07.19
99%를 위한 경제학 교과서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경제학 교과서로 쓰이는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맨큐의 경제학'은 서론에 이어 시장의 작동원리, 시장과 경제적 후생, 공공경제학 등의 순으로 논지를 펼친다. 시장을 중시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전형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의 저서를 통해 주류 경제학과 정책을 비판해온 지은이는 전혀 다른 경제학 입문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경제학자나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이 정작 궁금해하는 것을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 말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소득과 생산, 행복의 함수관계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경제학 대중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꼬집는다. 현 체제의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층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경제와 사회 작동의 원리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경제학자들에게 ‘사용’당하지 않는 법 [한겨레] 2014.07.20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ㅣ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ㅣ부키·1만6800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새 책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아웃파이터와 인파이터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같다. 경제학의 역사를 한 줄에 꿸 때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예민하게 탐색하는 아웃파이터였다가 주류 경제학(신고전주의)을 비판할 때는 신속·정확하게 치고 들어가는 인파이터다.
페이지마다 기지와 통찰이 번뜩이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술술 읽히는 대중 경제학 개론이다.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와 2부 ‘경제학 사용하기’로 이뤄져 있다. 목차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경제학에 관한 경제학 입문서’다.
그렇다면 “귀찮게 (…) 경제학은 왜 알아야 하는가?” 장 교수가 서문에서 다루는 주제가 바로 이 책을 쓴 이유다. 그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경제는 너무 중요해서 경제학자(전문가)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아웃소싱, 사회복지, 먹거리의 안전성, 연금 등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제 정책과 기업의 결정 뒤에는 어떤 경제학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 (…) 우리 손으로 뽑지 않은 전문가 집단에게 우리 사회를 맡겨 두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경제학을 배워 전문 경제학자들에게 도전해야만 한다.”
경제학자들은 어려운 수학과 통계를 이용해서 경제학을 일반인들로부터 떨어뜨려놓는 데 매진해 왔다.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장 교수가 보기에,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며, 과학이 될 수도 없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 중의 하나를 집필한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의 고백처럼 “과학자인 척하는 걸 좋아”할 뿐이다. 과학인 척하는 경제학의 허구를 깨는 게 장 교수의 1차 목표다.
자본주의 경제사를 간략히 훑고 나서 책은 경제학파 분류법으로 들어간다. 이 책의 본격적인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고전주의부터 신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개발주의, 오스트리아학파, 슘페터학파, 케인스학파,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개 학파를 해체하고 조립한다. 표까지 곁들여 각 학파의 장점과 단점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고전주의와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는 ‘계급에 기초해 사회를 분석하는 시각’을 공유한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환이나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라고 생각하는 학파는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개발주의, 슘페터학파다. 특히 슘페터학파는 기술혁신을 중시한다.
술술 읽히는 대중경제학 개론 - 주류 경제학 허구성 날선 비판
책에는 없는 얘기지만, 장 교수 본인은 어떤 학파에 속할까. ‘계급’과 ‘생산’ ‘혁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고전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케인스주의, 슘페터학파와 교집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시적 보호정책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개발주의 전통을 따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컨대 장 교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학파인 셈인데, 그는 독자들에게도 이를 권장한다. “좌로는 크메르 루주부터 우로는 신자유주의 시장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견해를 과도하게 확신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쳤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쪽 주장에 치우치지 않고 ‘기우뚱한 균형’을 잡으려는 그의 태도는 반교조주의, 실용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사정없이 후려쳤던 그의 작업은 이 책에서도 계속된다. 통계와 수치조차 100% 객관적인 건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에서 개인주의 관점을 신봉하는 하이에크 같은 오스트리아학파가 경제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자유를 희생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순, 산업의 시대가 가고 서비스업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주장의 허구 등 주류 이론을 흔드는 칼날을 곳곳에 내장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를 몰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학 사용 설명서’다. 장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경제학자들에게 ‘사용’당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잘만 소화한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장경제맹신자들(신고전주의 및 신자유주의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론적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지난 5월 영국 펭귄 출판사에서 펴낸 것을 번역한 것이다. 펭귄 출판사는 1937년부터 1989년까지 52년 동안 2878종의 문고본을 찍어냈던 펠리컨 북스 시리즈를 부활하면서 첫 타자로 이 책을 선택했다. 한국어판 부록으로, 인터뷰 등을 묶은 <장하준의 섈 위?>를 초판 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뉴스1] 2014.07.21
죽을 병에 걸렸다는 의사의 선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의 어느 부위에 어떤 문제가 생겼고,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의사에게 따져 묻는다. 설명이 어려우면 거듭 묻고 '쉽게 말하라'고 의사를 다그치기도 한다.
유독 경제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잃을 수밖에 없는 투자를 하고서도 자기 탓을 하고 묻지를 않는다. 장하준 교수는 우리가 기후 변화, 동성 결혼, 이라크 전쟁 등 "적절한 전문 지식 없이도 온갖 일에 강한 의사 표현을 하곤 한다"면서 "그러나 경제 문제에는 강한 의견은 커녕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기 일쑤"라고 일침을 가한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화성에 있던 '경제학'을 지구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장 교수는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경제학'의 두꺼운 옷을 한 꺼풀 더 벗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의 핵심은 지금까지 우리 눈을 가리고 있던 신고전파 경제학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장하준은 전작의 연장 선상에서 시장 만능과 신자유주의, 이를 뒷받침해 온 신고전파 경제학의 사고 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는 신고전파가 경제학을 마치 물리적 법칙처럼 여기는 지적 오만에 빠져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경제 현실을 도구(경제학)에 맞추려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장하준은 도구는 도구일 뿐 경제학은 물리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 같은 주장 아래 저자는 다양한 도구의 배합으로 현실의 요구에 맞은 '경제학파 칵테일'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각각 학파의 장단점을 취해 입맛에 맞는 카테일을 주조하라는 의미다.
1장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는 오스트리아학파, 행동주의 학파, 고전주의 학파, 개발주의 전통, 제도학파, 케인스학파, 마르크스 학파, 신고전주의 학파, 슘페터 학파 등 9개를 학파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간단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담았다. 칵테일을 만들기 전 재료에 대한 이해를 하는 코너다.
이번 신간의 핵심이 될 2장 '경제학 사용하기'에는 실제 세상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보여준다. 생산량, 소득, 행복, 금융, 불평등과 빈곤, 실업, 정부의 역할, 국제 무역, 국제 수지, 이민 등 경제 제반의 문제를 세탁기 사용 설명서처럼 가볍지만 사려 깊게 다루고 있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책임이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된다."(15쪽)
주류 경제학에 내민 도전장…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아시아경제] 2014.07.22
25년 만에 재발간하는 펠리컨 북스의 첫 책
보통의 사람들이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난관이 바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학파들이다. 고전학파, 케인즈학파, 신고전학파, 마르크스 학파 등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른 이들 학파를 보면 딱 엇비슷한 구호로 나열된 정당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또 이들 학파의 이론이 현실 경제에서 도대체 어떻게 적용하는지 파악하기도 벅차다. 경제학이라면 골치 아픈 이들을 위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제시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바로 각각의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경제학파 칵테일'이다.
장하준 교수는 각 학파의 성장배경과 특징 등을 신간 '경제학 강의'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어떤 학파가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오스트리아 학파(A), 행동주의 학파(B), 고전주의 학파(C), 개발주의 전통(D), 제도학파(I), 케인스 학파(K), 마르크스 학파(M), 신고전주의 학파(N), 슘페터 학파(S) 등 대략 9개 학파로 간추려볼 수 있다. 칵테일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의 활력과 생존능력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MSI',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다양한 견해를 맛보려면 'CAN', 왜 가끔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 알고 싶으면 NDK 등으로 제조하면 된다.
모든 경제 이론마다 저마다의 효용이 있으면, 모든 이론 위에 군림하는 '절대반지' 이론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더 나아가 각 학파간의 '이종교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생각은 지난 30년 가까이 경제학의 유일한 주류 이론으로 군림해온 신고전학파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고전학파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진 상태에서도 하버드 대학은 물론 대부분의 국내 대학에서 여전히 '맨큐의 경제학'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신고전학파의 아성은 굳건하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근본적인 사회 변화 없이 가능한 선택만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많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 심지어 좌파 성향의 '리버헐'한 폴 크루그먼조차 가난한 나라 공장의 저임금 정책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임금 노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은 실업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맞다. 만약 우리가 저변에 깔린 사회 경제적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기꺼이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고 나선다면 저임금 노동 말고도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내용은 쉽고 순하지만 내 책 중 가장 래디컬하다"는 저자의 평대로 이 책에서는 '경제학 만능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주류 경제학은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경제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경제학을 배우고, 경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할 이유는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여러 화두를 던졌던 장하준 교수는 이번에는 친절한 경제학 입문서를 통해 경제학에 대한 기본 원리부터 다시 쌓아나가려고 한다. 영국에선 25년 만에 재발간하는 펠리컨북스가 첫 번째로 고른 책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장학준 / 김희정 옮김 / 부키 / 1만6800원)
우리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제민일보] 2014.07.23
장하준 교수, 신자유주의 헛점 밝힌 신간 펴내 "나의 삶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경제시민 돼야"
'과학적인 척' 하는 경제학, 정치적이야 [이데일리] 2014.07.24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하는' 법 - 성장률·실업률 등 경제지표 - 다듬어진 해석의 결과물 - 답은 '경제칵테일' - 사상·이론에 학파까지 이종교배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ㅣ장하준|496쪽|부키
1930년대 어느 날 소비에트연방 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진행 중이다. 첫 후보자에게 면접관의 질문이 떨어졌다. “2 더하기 2는?” 후보는 “5!”라고 대답했다. 답을 들은 면접관이 반응을 보였다.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지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두 번째 후보자의 답은 “3”이었다. 부드럽던 면접관의 표정이 바뀐다. “이런! 혁명적 성과를 그렇게 깎아내리다니.” 세 번째 후보자는 자신감을 얻었다. “당연히 4”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장황한 연설. 형식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관한 것이었다. 통계실장의 자리는 결국 네 번째 후보자에게 돌아갔다. 답이 뭐였을까. “몇이길 원하십니까.”
이것이 경제학이다. 생산량이나 소비량, 고용률이나 실업률 같은 경제지표가 조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해석이다. 선호다.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간파하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 답을 내놨다. 그러니까 ‘지금 경제학을 배워야 한다’로. “경제학자에게만 맡겨두기에 경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책은 그 ‘배워야 하는 경제학’을 적지 않은 양으로 그러나 어렵지 않게 풀어낸 ‘교과서’다.
장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과는 사뭇 다른 강도다.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파헤치느라 잔뜩 높여놨던 언성은 톤을 낮췄다. 바로 옆사람에게 이르는 듯한 어투로 조목조목 경제학의 안팎을 더듬는다. 그럼에도 빳빳하게 풀 먹인 심지는 꽂아 놨다. 경제학자들에게 ‘사용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지난 30년만 보자. 경제학의 진리로 군림하면서 정작 금융위기 땐 아무 해결책도 못 낸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왜 아직 떠받들어야 하나. 그러니 시장만능에 목매던 그들의 경제학을 이젠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역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말이다.
▲ 경제학자에게 ‘사용 당하지’ 않으려면
경제학이 숫자를 다루는 학문인가. 맞다. 하지만 ‘뻔한’ 숫자라는 게 문제다. 장 교수가 던진 ‘경계 대상’의 정중앙엔 그 숫자가 있다. 경제학에 쓰이는 숫자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는 거다. 세계 생산량은 몇 나라에서 나온 게 전부고, 소득통계라는 것이 어디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더냐고 했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삶은 결코 금전적 소득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을 모두 측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경제학이 숫자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성장률·실업률·불평등지수 등이 품고 있는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이들 숫자가 말해주는 한계까지 봐야 하는 게 대중이 갖춰야 할 덕목이란 거다. 흔히 거론되는 행복지수도 마찬가지.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굳이 행복을 측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따진다.
▲ “경제학은 정치학이다”
숫자가 걸리는 까닭은 더 있다. 선택되는 과정 말이다. 숫자는 경제라도 선택은 정치란 뜻이다. 장 교수는 정치적·도덕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서 얻을 수 있는 경제학의 객관적 진실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뜻에서 “경제학은 정치학이다.” 경제학적 논쟁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 유효하다고 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정부의 역할이 늘 경제의 핵심쟁점이 되는 현상을 들여다보면 판단이 쉽단다. 그러니 경제학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지적 으름장’에 겁먹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학인가. 이것도 아니다. 예전에도 앞으로도 경제학은 과학이 될 수 없다. 어째서? 이미 많은 오류가 경제학을 마치 물리법칙처럼 다루려던 신고전학파의 ‘과학인 척’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장 교수 전작들의 핵심인, 신자유주의를 부추긴 신고전학파의 사고구조에 대해 들이댄 칼은 여전히 날이 서 있다. 이 논지대로 ‘빈곤과 불평등까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문제는 정책이라고 했다. 요란하게 세계의 소득을 재분배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극도의 빈곤국을 제외한다면 모든 국가는 자체적으로 절대 빈곤을 없애기에 충분한 양을 생산하고 있으니.
▲ ‘경제칵테일’이 답…섞어라 이론도 학파도
키워드는 ‘칵테일’이다. 지적 다양성은 유지하되 사상은 이종교배를 하라는 것. 그 교배는 전혀 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학파 사이에서도 가능하다. 가령 자본주의의 생존능력에 관한 견해는 고전주의·마르크스·슘페터·제도학파의 결합이 ‘딱’이다. 정부개입이 알고 싶다면 신고전주의·개발주의에다가 케인스학파를 고루 섞어내면 된다. 전제는 하나. 이 모두 위에 군림하는 절대이론 혹은 절대학파는 없다는 거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논리를 깔았다. 특정 이론의 관점에선 특정 질문만 하고 특정 각도로만 보게 된다는 건데.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못이라면 망치가 최적합 도구다. 하지만 세상문제가 못뿐인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니 연장도 다양해야 할 수밖에.
경제학이 그간 쌓아둔 고정관념, 대책없는 고집, 신화 깨기로 시작한 도입은 칵테일이란 결말로 온건하게 수렴됐다. 결론 역시 ‘섞었다’. 만 가지 꽃을 한꺼번에 피워낸 ‘백화제방’을 이상향으로 그려냈으니. 그러자면 어떻게? 방향은 안토니오 그람시로 냈다. “지적으로는 비관주의, 의지로는 낙관주의를 갖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조선일보] 2014.07.26
무엇이 경제를 움직이며 금융 위기는 왜 닥치는가. 경제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가 출간과 함께 교보문고 종합 2위에 올랐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를 여럿 낸 저자라서 30~40대 남성 독자의 관심이 뜨겁다. 경제를 보는 눈을 키워 준다.
장하준 “경제 너무 중요… 일반인도 지식 갖춰야” [문화일보] 2014.07.28
최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를 출간한 장하준(51·경제학)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일시 귀국해, 강연회 및 독자와의 만남 등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장 교수는 28일 오전 공식 기자 회견을 열고, 이어 8월 18일에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과 관련해 출판사가 주최하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갖는다. 이어 서울도서관 주최의 강연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과학자 대상의 강연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최근 출간되자마자 28일 현재,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에서는 2위, YES 24에서는 3위에 오르며 여름 책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서 장 교수는 “경제학이 스스로를 과학이라고 믿는 과대망상에 빠졌지만 정작 2008년 경제위기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제 경제가 너무 중요해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 교수는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경제학 지식을 갖춰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그는 올해엔 영국의 정치 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하는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2)가 각각 50만 부 판매되며 그의 책 누적판매 부수가 150만 부 이상에 이르고, 독자들도 1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고르게 분포되는 등 폭넓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장하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징후 곳곳에 있다" [국제신문] 2014.07.28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28일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밍이나 정확한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올 징후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위기 요인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많다"며 "중국은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기관이나 정부가 통제 못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든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유럽 경제가 박살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막아야 한다"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 대출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 50인'에 뽑히기도 한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정부로부터 비롯한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 문제뿐 아니라 금융규제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위기가 일어나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살자가 발생해도 규제완화를 잘못해서 사람이 죽는 것이다.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경제적 안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돈이 흘러갈 텐데 배당을 늘린다고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장 교수는 신간 '경제학 강의'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 성격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해 독자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의 정의, 여러 학파 간 논쟁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도 많이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마치 주류경제학을 무조건 틀렸다고 하고 신고전파는 다 틀렸다고 말하는 학자로 오해받는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정말 솔직히 아무 학파도 아니며, 모든 이론에 장단점이 있고 관심을 둔 주제가 달라서 모든 학파를 다 배워야 제대로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대중서와 학술서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제학 저서를 내 뮈르달상, 레온티예프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장하준 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다시 올 수 있다" … "한국 거품 경기 규제 강화해야" [한국경제] 2014.07.28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28일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밍이나 정확한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올 징후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위기 요인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많다" 며 "중국은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기관이나 정부가 통제 못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든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안하겠다고 하면 유럽 경제가 박살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 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 대출 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 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하준 "배당소득 증대 세제로 돈 안돈다" [머니투데이] 2014.07.28
"배당을 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정책 취지와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정책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배당소득 증대 세제로 돈 안돈다=새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를 많이 내놓은 것 같다"며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기지만 장기적인 길을 어떻게 뚫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정부가 기업 배당을 늘리기 위해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 "기업 이윤을 투자하거나 임금 올리는 것은 좋은데 배당은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 의도와 정확히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배당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주식 30%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어 외국으로 나가게 되고 개인 투자자들은 10%밖에 안되는데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과 배당받은 투자자가 현금을 쥐고 있는 효과는 마찬가지"라며 "돈을 진짜 돌리겠다고 하면 임금을 올리던지 투자하라고 해야 하는데 왜 배당이 끼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박근혜 정부의 1기 경제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양극화 해소나 복지에 대해 약속한 것 어긴 게 너무 많다"며 "약속을 바꾸더라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부터 우리나라가 새로운 산업 육성을 통해 도약하는 부분이 굉장히 부족해 "그 문제에 대해 향후 새 경제팀이 됐든 새 정부가 됐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재발할 수 있다=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신호가 섞여 있다고 본다"며 "지난해 겨울 한파에 여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갑자기 최근 경제가 수축하고 고용지표 호조에도 일자리 질이 의심스러운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불안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상황종료"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도 자본통제가 되있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지만 내부를 보면 부실금융기관도 많고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펀드도 많아 불안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원화절상에 따른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본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요즘은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선진국이 아닌 나라들은 일정부분 자본통제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남미에 이를 도입한 나라들이 많다"며 우리나라도 자본통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금융거품 내지는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은 삼가야 할 것 같다"며 "도리어 그런 규제 강화해야 금융 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그나마 다른 나른 나라보다 괜찮을 수 있었던 것이 부동산 금융 대출 규제가 엄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금융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면 규제를 풀어도 되겠지만 언제 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더 문제되는 이유는 복지제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정규직으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일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옹호자들은 사람들이 불안해야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며 "그런 식이 30~40년 전에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는데는 방해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불러온 세월호 참사=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그는 "자식 가진 부모로서 말하기도 가슴 아픈 주제"라며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에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화물 과적 등 규제를 제대로 지키기만 했더라도 사고가 이런 식으로까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이를 계기로 최소한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자고 사회 합의가 이뤄지는 것 같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규제는 무조건 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것도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경제학자로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사람]장하준 "경제 어려우니 나중에 하자? 문제 많다" [뉴시스] 2014.07.28
전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어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는 없나"라고 참모들에게 짜증 섞인 농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치 아픈 경제의 해법을 경제학자들에게 장황하게 듣다가 수긍할 때쯤 되면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며 역기능과 부작용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신화'의 '다른 손'(on the other hand) 역할을 해온 장하준(51)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다. 정성을 들였다"는 신간 '경제학 강의'를 들고서다.
"'어떻게 하면 경제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걸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어요. 부담 없이 재밌으면서도 독자를 진지하게 대하는 책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 입문서나 개론서를 보면 철학적, 역사적 배경 등을 빼고 '이것만 알면 된다' '10가지만 알아라'는 식으로 단순화시키는데, 이건 독자를 깔보는 거에요. 독자를 깔보지 말고 어려운 이야기, 껄끄러운 이야기를 다 하자고 생각했죠.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 정의, 경제 학파 간 있었던 논쟁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장하준은 그동안 저서를 통해 세계에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라마다 사회 구조와 발전 단계에 맞는 경제 정책이 따로 있었음을 입증하거나('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주류 경제학의 주장에 어떤 허점들이 있는지 논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일각에서 장하준을 주류 경제학을 이끌고 있는 '신고전파 비판의 최전방 공격수'로 보는 이유다.
"흔히들 제가 신고전파는 틀렸다고 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게 아닙니다. 책에서도 설명했지만, 신고전파는 자유시장주의가 아닙니다. 신고전파 안에도 '시장 실패론'이 있어요. 신고전파의 이론으로도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거죠. 지난 30여년 동안 신고전파 내에서 시카고 학파가 득세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신고전파와 자유시장주의를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과 달라요."
책에는 각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함께 실었다. '외팔이 경제학자'는 있을 수 있어도 '외팔이 경제학'은 없다는 역설이다. "이게 답이라는 것보다는 이런 논쟁, 사실, 견해들이 있는데, 그걸 알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영어로는 '왓 투 싱크(what to think)'가 아니라 '하우 투 싱크(how to think)'로 말할 수 있겠네요."
장하준은 각 현안에 대해서도 '다른 손'의 입장으로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 등이다.
"박근혜 정부가 초반에 양극화 해소나 복지에 대해 약속한 것을 어긴 게 많아요. 물론 일을 하다 보면 경제사정 등 외부요인이 변해서 못 지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약속을 가볍게 깨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정책을 바꾸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설명한 게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니까 나중에 하자'고 한 거니까, 그 부분에 문제가 많았다고 봅니다."
특히 정부가 최근 기업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업이 이윤을 내서 투자하고 임금을 올리면 봐주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거기 왜 배당이 끼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배당을 하면 세제혜택을 준다는 건 정책의 의도와 맞지 않은 거 같다. 배당의 경우에는 가게보다 기관투자자로 돈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한다고 시장에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외국 투자자 중심으로 배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걸 더 장려하면 우리 경제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유례 없는 거품"이라며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규제를 단단히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 규제 도입이 필요하겠죠. 내부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생긴 문제"로 봤다.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안전도 중요해요. 금융 안정 등 다른 경제 문제에 대해 규제가 너무 풀린 곳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무조건 규제는 풀면 좋은 걸로 생각해온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그런 것들도 고쳤으면 합니다."
장하준 교수 "배당 늘리는 건 소득증대에 도움안돼" [매일경제] 2014.07.28
"시기와 가능성을 정확히 점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 번 올 징후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51)는 세계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지 않았다. 지난주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들고 방한한 그는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지나친 외부자본 유ㆍ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위기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거품'이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많다"며 "중국 또한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기관이나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멈추면 유럽 경제가 박살날 것입니다. 금융시장은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도 위기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최경환노믹스'의 향방에 집중됐다. 2기 경제팀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업 투자유인 등의 정책을 예고했다. 장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기지만 신산업 육성을 통해 어떻게 도약할지 등의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국내 주식 30%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10%밖에 안 되는데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돈을 진짜 돌리겠다고 하면 임금을 올리든지 투자하라고 해야 하는데 왜 배당이 끼었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또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ㆍ출입을 막아야 한다"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의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 대출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정부로부터 비롯한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가 곤란해져 자살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경제적 안전망을 위한 금융규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신간은 쉽게 쓴 경제학 입문서다.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을 이 책은 신랄하게 공격한다. 그는 "내가 마치 주류경제학을 무조건 틀렸다고 하고 신고전파는 다 틀렸다고 말하는 학자로 오해받는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정말 솔직히 아무 학파도 아니며, 모든 이론에 장단점이 있고 관심을 둔 주제가 달라서 모든 학파를 다 배워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영국에서는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하는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2년) 등 저서의 누적판매 부수가 150만부를 넘는 등 경제학자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장 교수는 방한 기간 중 서울도서관 주최의 강연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과학자 대상의 강연을 한다.
장하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온다" [이데일리] 2014.07.28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간담회서- 미국 주식시장 거품·중국 기업부실 등 징후 곳곳에 - 한국은 '규제강화'로 대비해야- 기업배당 소득 증대 세제는 "돈 돌게 하려는 취지 어긋나"
“2008년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온다.”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글로벌경제의 금융위기 재발 징후로 ‘미국의 주식시장 거품’과 ‘중국의 금융기관 부실’을 꼽았다. 더불어 지난 1년 사이 런던 집값이 20%나 오른 ‘영국의 부동산 거품’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촉발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으로 인한 자원공급 불안’도 금융위기의 뇌관 중 하나로 봤다.
글로벌경제의 금융위기 재발을 우려한 장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비책으로 ‘규제강화’를 강조하며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에 한국은 부동산 대출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해서 충격이 덜했던 것”이라며 “규제만 풀어놓고 위기를 만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불씨를 살리겠다는 식의 안일한 정책방향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결국 세월호 참사도 “안전규제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장 교수는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생기고 자살자가 나오는 것도 정부가 규제완화를 잘못해서다”라며 “비행기가 떨어지고 배가 가라앉는 걸 막는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금융안전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김영상 정부 때부터 무조건 규제는 풀면 좋은 걸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규제를 너무 풀어 문제가 생긴 곳이 없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관련해 장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부양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산업육성 등 장기적으로 경제도약의 길을 어떻게 뚫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최근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려는 정책 취지와 어긋난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높인다고 해도 그 돈은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고,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에 돈이 흘러갈 텐데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출간한 경제학 입문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대해서는 “기존 입문서는 ‘이것만 알면 된다’ 식으로 경제를 너무 단순화했고 경제학사를 다루지 않아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며 “자본주의 역사부터 여러 학파간 논쟁까지 다뤄 독자들이 경제학을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썼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에서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된 주류경제학을 비판해왔다. 한국인 최초로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2003)과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상(2005)을 수상했다.
경제학자 장하준 "세월호 참사는 정부 책임"
[현장]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자간담회 / 권우성, 김종철 2014.07.28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는 28일 "최경환 경제팀이 금융이나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위기를) 빨리 극복할수 있었던 것도 부동산 규제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 시점에선 오히려 이들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과 영국 등지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주목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또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막으려면 과도한 자본 유출입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충분한 설득없이 복지공약 등 너무 쉽게 저버려"
기자가 현정부 1기 경제팀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집권 초기에 양극화 해소와 복지에 대한 약속을 너무 많이 어겼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일을 하다보면 약속을 못 지킬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없이 너무 가볍게 약속을 깬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2기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쓴소리도 여전했다. 그는 "현재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면서도 "새로운 산업 육성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새 경제팀이든, 향후 또 다른 정부가 나서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현 정부의 부동산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장 교수는 "금융과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는 것을 삼가야 한다"면서 "오히려 그쪽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 과세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장 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이 쌓아둔 내부 자금의 선순환을 이끌기 위해 그런 정책을 펴는 것 같다"면서 "다른 선진국에서도 그와 같은 사례를 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이외 주주 배당 비과세 방침에 대해 장 교수는 "원래 정책의 의도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대기업들의 경우 외국인 주주 비율이 30% 가까이 되는데, 이들 배당에 세제혜택을 주면 정책 취지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기업에 대한 배당 압력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하게 규제완화 한 정부 책임"
또 경제학자로서 세월호 참사 100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에서 생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규제완화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은행이 폭파돼 사람이 죽어야 금융규제 할 것인가"라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곤란에 따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안전 뿐 아니라 금융안정 등 경제적 안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장 교수는 이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첫 경제학 입문서도 소개했다(관련기사: 장하준, 경제학을 쏘다). 2년 반에 걸쳐 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경제학 반성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책에 쓴 표현대로 경제학에는 절대반지가 없다"면서 "많은 경제이론들이 각자 장단점이 있으며 나름대로의 가치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이대로 가면 2008년 금융위기 재발한다" [프레시안] 2014.07.28
"규제 완화는 좋다는 생각 바꿔야…박근혜 약속 쉽게 깨"
"막연하게 이런 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쓸 엄두를 못 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부키. 1만6800원) [주간조선] 2014.07.28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새 책. 장하준은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제 문제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란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과학인 양 가르쳐 왔다. 장하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한다.
"금융시장,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 규제 필요" [서울경제] 2014.07.28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강조 - 배당소득 증대 세제는 회의적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로부터 비롯된 문제"라며 "물리적 안전뿐만 아니라 금융문제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28일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위기요인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에도 거품이 많다"며 "중국은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 기관이나 정부가 통제 못 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든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유럽경제가 박살 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 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취지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 돈이 흘러갈 텐데 배당을 늘린다고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 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대중서와 학술서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제학 저서를 내 뮈르달상·레온티예프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지평선] 주식배당 정책의 허실 [한국일보] 2014.07.28
정부가 주식에 대한 배당을 늘리겠다고 하자 시장이 온통 들뜬 분위기다.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증권사마다 배당이 커질만한 주식을 골라 발표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정부가 배당을 늘리고자 하는 것은 기업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못하게 하고, 일부를 배당으로 사용해 가계소득으로 흘러가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 증가가 서민가계의 소득증가로 연결되기 어렵고, 과다 배당은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 배당수익률은 주식에 대한 배당금이 얼마인가를 파악하는 척도다. 주식 1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을 때 배당금이 100만원이면 수익률이 1%가 된다. 올해 말 코스피 예상 배당수익률은 1.25%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1.18%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 외국인투자자로부터 거센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말 기준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2.27%, S&P 500지수는 1.99% 정도다. 영국은 3.73%, 독일 2.93% 등으로 우리보다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 수준인 주당 1만4,300원을 배당했다.
▦ 우리나라 주식 소유구조를 보면 배당 증가와 일반 가계소득 증가는 상관성이 다소 미흡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의 32%, 일반법인은 24%, 기관투자자는 16%를, 개인은 23% 등을 소유하고 있다. 배당을 늘릴 경우 외국인ㆍ법인ㆍ기관투자자에게 대부분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개인소유마저 큰 손을 제외하면 소액투자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매우 적다. 부채가 많고 임금이 낮은 계층이 차지할 몫은 미미하기 때문에 배당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 주주이익에만 집착하는 고배당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눈길이 간다. 장하준 교수는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주주 이익 극대화’모델이 힘을 얻으면서 비금융 기업의 장기투자에 필요한 재원이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경우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는 총이윤 중 분배된 이익의 비율이 35~45%선이었으나, 2001~2010년에는 94%로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이익을 쫓는 주주와 전문경영인 때문에 기업의 투자능력이 줄어들어 장기성장이 어려졌다는 주장이다.
장하준 교수 ‘경제학 강의’ 출간기념 간담회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보다 한국경제 장기 비전 고민해야” [경향신문] 2014.07.28
ㆍ“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올 수도”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경제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도 중요하긴 하나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4일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 임금 인상분에 대한 세액 공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기업 배당 촉진을 위한 배당소득 증대 등을 통해 기업의 돈을 가계로 흘려보내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배당소득 증대 방안에 대해 “기업들이 쌓아놓고 있는 돈이 민간에 흘러들어가도록 할 생각이라면서 배당을 촉진하겠다는 것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파기와 관련해 “약속을 다 지키지 못할 수는 있지만 국민 설득 과정 없이 너무 가볍게 깨버린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미국 주식시장에 유례없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징후는 사방에 널려 있다”며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도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르는 등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거품 요인이 많고 중국도 내부적으로 불안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이 그나마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건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엄격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금융위기에 대비하려면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자본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거품을 통한 경제살리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한국이 협상 참여를 고려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TPP는 이제 정치적 문제가 돼 버렸다”며 “우리의 지정학적 경제관계로 보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으로도 쏠려서는 안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 참여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 사이에 진행 중인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장하준 교수 "세월호 참사,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비롯된 문제" [아시아경제] 2014.07.28
"금융위기 징후, 사방에 있다"고 경고...박근혜 정부 경제팀에 대해서는 "금융,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 살리기 삼가야"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자식 가진 부모로서 세월호 문제는 말하기도 가슴 아픈 주제다. 다만 경제학자로서 말하자면 세월호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그리고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정부로 인해 생긴 문제다. "
장하준(51)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세월호 참사를 '규제' 문제와 연관지어 설명하던 그는 더 나아가 '금융규제'로 논의를 확대해나간다.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규제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금융규제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서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 곤란으로 자살하는 이들이 생기면 이것 역시 규제를 잘못 완화해서 사람이 죽는 것"이라며 "배, 비행기 등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금융부문에서도 규제가 너무 풀어진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장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 및 세계경제에서 금융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대표적이다. "영국 런던의 집값이 1년새 20% 올랐다. 중국도 자본 통제가 되니까 금융위기가 안나고 있는 것이지, 내부에서는 부실 금융기관도 많고 정부가 통제 못하는 펀드도 많아서 불안요인이 많다"며 그는 "징후는 사방에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수출이 늘고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일자리 질과 관련해서는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으니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도 많고, 직장 구하기가 힘드니까 자영업자로 나서는 사람도 많다"며 "아직도 지표가 건강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확실치 않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금융불안도 있기 때문에 회복하더라도 또 한 대 얻어맞으면 금방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출입을 막는 자본시장의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우리 내부에서는 금융이나 부동산 거품을 내서 경제를 살리는 것을 삼가야 한다. 도리어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 충격이 와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2008년 금융위기에서 그나마 타격을 덜 받았던 까닭은 그 직전에 부동산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 반 동안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양극화 해소, 복지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어긴 게 너무 많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을 잘 설득하지 않고, '경제가 어려우니까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가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출범한 우리 정부의 2기 경제팀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서 한 단계 도약해나가는 부분들이 부족했다. 기술력과 인력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해야 되는데,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없어서 이런 부분들을 뒤로 미뤘다"며 "앞으로 새 경제팀도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돈이 흘러갈 텐데 배당을 늘린다고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정부가 진짜로 돈을 돌리겠다고 생각을 했으면 임금을 올리던지 투자를 하던지 해야 하는데 거기에 배당이 왜 끼어든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이미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은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하면 서로 자극이 되고 좋지만, 수준 차이가 나면 결국 후진국에게 손해"라며 "한미 FTA도 20~30년 후에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현재는 FTA 등 지역 협정이 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려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어느 한 쪽에 쏠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정규직을 많이 만들고 개인의 복지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자본주의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쳤던 장하준 교수는 이번에는 경제학 만능주의에 반기를 든 '경제학 강의'를 들고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번 신간에 대해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 논쟁, 경제와 정치 분리 문제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주류경제학, 특히 신고전파를 무조건 다 틀렸다고 말하는 학자로 오해받는데 그렇지 않다"며 "모든 이론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학파를 다 배워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하준 “가계소득 증대 정책방향 긍정적” [한겨레] 2014.07.29
배당 확대·부동산 대출 완화엔 부작용 경고 - 투기자본 공세 대비 ‘삼성 특별법’ 제안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가계소득 증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국인과 대주주의 주머니만 불리는 배당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는 강하게 비판했다.
장 교수는 28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금처럼 투자를 안 하고 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임금 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을 꾀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바람직하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팀의 가계소득 증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정부의 배당 확대 유도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장 교수는 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한 것도 부실과 거품을 키울 수 있다며 비판했다.
장 교수는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삼성 3세들이 현재의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되, 경영을 잘못하면 정부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삼성 특별법’에 대한 논의를 하루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퇴진 이후에도 삼성이 현 경영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면 순환출자도 허용해주고, 금산분리 원칙 적용도 배제해줘야 한다”며 “대신 (삼성 3세들이) 경영을 제대로 못하면 경영권을 국가가 인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이 7.7%인데, 정부가 삼성 3세들의 상속세를 주식으로 받아 국민연금에 넘기면 12~13%를 가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더 (세금을) 내고 더 (복지 혜택을) 받는 사회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새로 펴낸 책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홍보를 위해 지난주말 한국을 방문했다. 장 교수의 책이 국내에서 발간된 것은 2004년에 나온 <사다리 걷어차기> 이후 10번째다.
[주태산서평] “학자들에 맡기기엔 경제가 너무 중요하다” [이코노믹리뷰] 2014.07.30
<장하준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한국어판 제목은 ‘경제학 강의’다. 딱딱하고 조금 부담스럽다. 그런데 원제목은 ‘Economics, The User's Guide (경제학, 사용자 안내서)’다. 이 말을 풀면, ‘경제학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법’쯤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의욕이 돋는다. 게다가 책은 저자 특유의 매력적인 문장과 비유, 사례들로 그득하다. 복잡한 수식(數式)이나 그래프는 거의 없다. 주장하는 바는 명쾌하고,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쉽게 읽힌다. 경제학 서적임에도 쉽게 읽히는 것은 장하준 만의 미덕이다.
이 책은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를 비롯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울러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경제 전반을 살핀다.
굳이 서평이 필요없는 책. 일독할 것을 권한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경제학을 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최저임금, 아웃소싱, 사회 복지, 먹거리 안전성, 연금 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제정책과 기업의 결정 뒤에는 어떤 경제학 이론이 있다.”
“방법론으로 경제학을 정의하는 대부분 경제학 책들은 ‘경제학을 하는’ 옳은 방법이 신고전주의적 접근법 단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신고전주의 학파 외의 다른 경제학파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제학 책도 있다.”
“금융시스템은 그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말을 타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 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 사고, 뺑소니 사고, 고속도로 다중 추돌 사고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피할 수 없다.”
“현재 14억 명, 즉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70% 이상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현재 중국 인구의 13%인 1억7000만 명, 인도 인구의 42%인 4억5000만 명 이상이 국제 빈곤선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나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Cui bono)?’ 로마의 정치인이자 웅변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물론 누구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 있다. 특정 이론 한두 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들 있다. 그러나 부디 ‘망치만 쥔 사람’, 더욱이 다른 연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매일경제] 2014.07.30
경제학의 진입 장벽은 만리장성처럼 견고하다. 전문용어와 수학이 나오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경제학의 본질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경제학의 도도한 ‘영역 보존’이 “지난 몇 십년 사이에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경제학도 ‘과학’이라고 믿도록 우리가 유도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이 높은 성벽 위에 학문을 끌어내릴 묘안은 있을까. 이 책은 장하준의 대답이다. 그는 경제학이 완벽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유 의지와 상상력을 지녔다.
한마디로 어렵지 않고, 잘 읽히는 경제학 입문서다. 그를 괴짜 경제학자로 자리 잡게 한 ‘장하준식 시각’은 여전하다. 그는 1945~1973년 ‘자본주의 황금기’를 이끈 원동력으로 설명되곤 하는 자유무역의 공을 부정한다. 오히려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성장 추세가 꺾인 이유가 신자유주의 득세 이후 정부 개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본주의 황금기는 자본주의 잠재력이 정부 정책에 의해 제대로 규제되고 자극될 때 극대화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의 경제학은 과거의 온갖 이론을 섞어 만든 이른바 ‘칵테일 경제학’에 가깝다. 왜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신고전주의와 개발주의, 케인스를 섞거나 기업 본질에 대해 알기 위해 슘페터와 제도학파, 행동주의 경제학을 섞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관된 목소리로 무차별적인 세계화에 반기를 든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장기적 경제 발전을 위해 국제 경제와 상호 작용이 필수적이지만, 한 나라가 어디를 얼마나 개방해서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국제 통합을 허용할 것인지는 그 나라의 장기적 목표와 역량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 예가 경제 기적을 이룬 한국과 동아시아며, 반대의 예가 때 이른 개방으로 종속적인 경제를 갖게 된 남미라는 것. “초고속 세계화가 진행된 지난 30년 사이 경제성장은 둔화되었고 불평등이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나라가 금융위기를 더 빈번히 겪어야 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신고전파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아닌 그의 철학은 지극히 실용주의적이다. 모든 경제학적 주장에는 정치적 색채가 있으며 특정한 주장은 일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론에서 그는 경제는 학자들 손에만 맡겨 두기엔 너무 중요한 것이기에 모두가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되어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학을 이해해야만 자신의 삶에 변화를 미치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응원하듯 말한다. 경제학은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고.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 6천800원) [경기일보] 2014.07.30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화두다. 먹고사는데 필요한 돈은 경제를 통해 순환된다. 하지만, 경제는 머나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 복잡한 등식과 용어가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들이, 굳이 경제학을 배워야 할까?
논쟁적인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하준 교수가 신간을 냈다. 그는 모두가 경제를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이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하도록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이 책에서 보기 좋게 깼다.
도입 역시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소득과 생산, 행복의 함수관계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대중적인 경제학의 내용이 담기면서도 9개 경제학파별 주요 논쟁과 그것이 다루려는 현실 경제 문제를 입담 좋게 엮었다.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독자를 경제학 입문으로 초대한다. 무엇이 경제를 움직이고, 금융 위기는 왜 닥치는지, 우리 경제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경제와 사회작동의 원리를 이해하고픈 이들은 이론적 틀을 접할 수 있다.
"경제학은 인간 행동 연구하는 과학 다양한 학문 접목 적재적소 활용을" [대전일보] 2014.08.01
장하준 英 케임브리지大 교수 KAIST 미래전략대학원서 특강
"경제학은 경제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현재 경제학은 신고전파 경제학이라는 특정 방법론에 규정되는데 방법론 보다는 다른 학문처럼 주제를 갖고 결정돼야 합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지난 달 31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주최로 KAIST KI 빌딩 퓨전홀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특강'을 갖고 최근 출간한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재의 경제학은 지난 1930년대부터 받아들여진 '경제학은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 행동을 연구한 과학'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정의의 강점이자 약점인 '합리적 선택'이라는 점만 관련되면 연구의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경제학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풍토 때문에 재정적자나 경제성장, 실업 같은 문제를 연구하기 보다는 '이혼의 경제학'이나 '연애의 경제학', '마약중독의 경제학' 등에 경제학이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에 경제학 이론이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생물학 연구에 빗대 설명했다.
장 교수는 "생물학자는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DNA 연구나 관찰연구,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현재 경제학은 DNA 분석이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생물학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저서에서 경제학의 주요 학파 9개로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 등의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 마르크스 학파, 케인즈 학파, 슘페터 학파, 오스트리아학파, 개발주의, 제도주의, 행동주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장 교수는 "책의 말미에 '망치를 쥔자가 되지 말자'는 언급이 있는데 망치를 쥔 자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어떤 이론을 습득하면 그 틀로만 세상을 분석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신고전파 학자는 경제를 시장에서 일어나는 교환, 소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생산에 별로 관심이 없고, 마르크스 이론으로 보면 모든 게 계급투쟁의 문제로 보여 개인의 문제는 등한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지금까지 다양한 경제학은 학문적으로 다투며 발전해 왔다"며 "경제 이론 한 가지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경제 현상이 많이 있는 만큼 여러 학파가 함께 존재하고 서로 이종교배 하며 망치보다는 여러 용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스위스 칼'처럼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는 가치판단의 문제, 절대반지는 없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증권부 부장] 2014.08.01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496쪽, 1만6800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경제학에 절대반지와 같은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현상은 어떤 방법론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경제학은 결코 과학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도덕적, 정치적 가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가 이런 생각으로 일종의 경제학 입문서인 이 책을 저술한 목표는 분명하다. 경제학의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방법론으로 경제학의 기본적인 주제들, 논점들을 정리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기본적인 경제 현상들을 설명하면서 여러 경제적 방법론들을 공평하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전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개발주의와 제도학파에 치우쳐 경제적 현상들을 설명한다는 점은 책을 어떻게 읽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고전주의적 방법이란 자유시장을 옹호하면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개발주의와 제도학파는 정부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발주의는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을 경우 경제 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나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도학파는 신고전주의에서 중시하는 개인이 사회, 즉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점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 입문서로 아마도 서구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신고전주의 관점의 '맨큐의 경제학'과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신고전주의에서는 경제적 주체를 개인으로 본다. 기업도 개인들의 집합이란 점에서 의사결정을 개인 차원과 동일시한다. 반면 장 교수의 책은 경제의 진짜 주인공은 조직이라고 보며 근거로 공산품 국제 무역의 30∼50%가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는 점을 든다. 세계 곳곳에 사업체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각 사업체간 내부 거래가 무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개인과 다르다는 점,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가 중요한 경제주체라는 점도 강조하며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장 교수는 이런 관점으로 생산과 소득,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 금융, 불평등과 빈곤, 일과 실업, 정부의 역할, 국제 무역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런 기본적인 경제적 개념들은 모두 장 교수의 경제적 의견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던 내용과 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의견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 역시 여러 가지 경제적 이론들 중의 일부를 취해 기본적인 경제 개념들을 설명한다는 점, 즉 이 책 역시 경제학을 해석하는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 책 역시 비판적 독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책보다 장 교수의 전작들이 읽기가 더 편하고 참신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해 읽으면 신선도와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일까. 다만 신문에 나오는 여러 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한 가지 관점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입문서다. '맨큐의 경제학'을 함께 읽는다면 더더욱 바람직하겠지만. ('맨큐의 경제학'은 압도적인 두께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읽기에 딱딱한 책은 아니다.)
세탁기 설명서보다 쉬운 경제학 [한경비즈니스] 2014.08.01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ㅣ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부키┃496쪽┃1만6800원
팀 하포드의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2(한국어판 제목: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의 영문판 제목은 ‘인생의 논리(Logic of Life)’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괴짜 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경제학이 ‘모든 것의 이면(Hidden side of Everything)’을 파헤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전까지 대다수의 경제학 전문가들은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존재하는 시장의 사소한 결함은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는 2003년에 아예 “공황을 예방하는 문제는 이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년 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눈에는 이들이 심각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혔거나 굉장한 오만에 빠져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의 이런 모습이 현재 경제학의 주류를 차지한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비판한다. 전작인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주류 경제학의 허점을 혁파하는 데 힘써 온 그의 이력답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하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장하준 교수의 신작이다. ‘주류 경제학이 자초한 경제학 불신의 시기에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경제 입문서를 쓰자’는 출판사의 제안에 장 교수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특히 영국 지식계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펠리컨북스’의 출판이 25년 만에 재개되면서 그 출발을 알리는 첫 책이기도 해 영국 내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책은 새뮤얼슨, 맨큐 등 경제학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또 하나의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닥친,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현실을 호도해 온 경제학을 근본부터 뒤집는 새로운 대중적 경제학 교과서다. 장 교수는 경제학은 절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리학·수학·화학 같이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인간들이 도덕적·정치적 가치판단을 적용해 결국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경제학의 요체라는 주장이다.
경제문제에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이를 극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저자는 “고등학교 교육 정도에, 한 번에 몇 문단을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정도의 참을성만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냈다하면 베스트셀러, 장하준이 쓰면 다르다? [뉴스1] 2014.08.02
일반 독자 위해 쓴 경제 도서…경제에 관심 커진 시대 부응
장하준 교수의 새 책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초판 5만부는 이미 출고됐고 추가로 찍은 2만5000부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1일 현재 추가 2만5000부를 인쇄하고 있다.
장 교수의 책은 냈다하면 베스트셀러다. 출판사 부키에 따르면 장 교수의 전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 이하 '23가지')는 60만부 이상 팔렸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정상(한국출판인회의 집계)에 올라 한달 넘게 자리를 유지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도 6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가 이렇게 큰 호응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출판업계는 이번 새 책도 60만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 일반 독자 위해 쓴 경제 도서
장 교수 책의 가장 큰 강점으로 어려운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는 점이 꼽힌다. 일반 경제학 서적들은 전문 용어와 그래프, 숫자로 도배돼 대중이 읽기 어려운 반면 장 교수 책은 비교적 말랑말랑하다. 물론 쉽다는 말은 아니다.
장 교수의 대표작들을 펴낸 박윤우 부키 출판사 대표는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경제학 입문서는 전공자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쉽게 풀어주는 책이지 실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생활에서 경제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장 교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짚어주면서 독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 교수는 이번 '경제학 강의'에서 주류인 신고전파 경제 이론에 대한 맹신을 버리라면서 오스트리아 학파, 행동주의 학파, 고전주의 학파, 개발주의 전통, 제도학파, 케인스학파, 마르크스 학파 등을 소개한다. 도구는 도구일 뿐 경제학은 물리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학파에 장단점이 있어 이들을 다 배우고 생각해야 더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어떤 게 답이라기보다 논쟁과 견해들을 보고 무엇이 맞고 틀린지 독자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 한 바 있다.
△ IMF,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 관심 커져
장 교수의 인기는 시대를 잘 만난 측면도 있다. 그의 책을 즐겨 읽었다는 직장인 구모(29·남)씨는 "2010년 '23가지'가 나왔을 때 무상급식 등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컸던 상황"이라며 "장 교수는 복지국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와 대안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2007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장 교수의 이름을 한국 학계와 지식인들에게 각인시켰다면 2010년 '23가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제서다. 2010년은 무상급식으로 대표된 보편적 복지 국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 당시 6.2 지방선거 최대 이슈도 무상급식이었다.
'23가지'는 자유시장경제, 시장 친화적인 신자유주의의 허점을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내세웠고 이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출판 평론가 장동석도 "국내에 나온 경제학 서적들이 성장에 도취된 미국식 자본주의라면 장하준은 유럽식 자본주의, 즉 성장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복지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며 "그게 현재 경제 상황에서 우리의 관심사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전에는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살면서도 여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IMF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등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장하준은 대중의 이런 욕구들을 채워준다"고 덧붙였다.
삼성 잘못되면 나라가 휘청...원칙적으론 국유화해야 [한국일보] 2014.08.06
[100℃ 인터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무조건적인 규제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선통신 발달에 따라 생겨난 변칙적인 신종 택시서비스 우버에 대해서도 “사회 여건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 넘게 공부해야 택시 면허증이 나오는 영국 런던과, 택시운전사의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미국 뉴욕에 각각 다른 규제가 적용되는 이치”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라는 호칭만으로 위축이 됐다. 알쏭달쏭한 경제학 ‘강의’만 들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쾌도난마 한국경제’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 베스트셀러 경제서의 저자가 아닌가. 경제학 박사는커녕 석사학위도 없는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인터뷰 신청을 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파격적인 주장으로 각계의 조명을 받는 그는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고에 대비, 특별법을 만들어 국가가 삼성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대신 3세가 경영을 잘못하면 정부가 인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 주목 받았다. 우파로부터 “자유경제를 해친다”는 비판을, 좌파로부터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힐난을 각각 들었다. 그가 최근 펴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서점가에 나오자마자 판매 상위권에 올랐으며 곧 주간 판매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 교수가 1일 한국일보 편집국을 찾았다. 문화부 외에 경제부와 산업부 기자가 함께 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_책이 잘 팔린다. 경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 때문인가, 장 교수만의 시각 때문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경제학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고 엄청난 경제개혁을 거치며 경쟁력이 있는 나라, 세계화가 된 나라 등 좋은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국민)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성장도 안 되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며 고용은 불안하다. 지금 사회지표가 처참하다.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은 끝에서 세계 1위다. 상대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좀 쉽게 쓰려고 노력하니 한번 사서 읽어볼 만하겠다는 독자들 마음도 판매에 영향을 줬을 거다. 예전에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금서 목록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일로 내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졌다.”
_국방부 금서 목록 서적의 저자가 삼성 경영권 방어를 주장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오해를 많이 하는데 삼성과 이(건희)씨 집안을 도와주자고 법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좋은 게 뭔가 생각하다 꺼낸 얘기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법대로 해서 (이건희씨 자녀가) 상속세 낼 거 내고 지분 잃고 계열사가 해체되면 우리 국민에게 안 좋다고 생각했다. 삼성은 중요한 기업이다. 잘못되면 온 나라가 휘청거린다. 그걸 막기 위해 경영권을 (가족 지배 구조로) 유지하자는 거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선 삼성이 (국가경제에) 아주 중요하니까 국유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여건이 안 된다. 핀란드의 노키아를 봐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잘못 매각되니 나라가 휘청거린다. 삼성과 중소기업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_삼성 특별법을 주장하며 해외 사례를 들기도 했다.
“독일엔 폭스바겐 법이 있다.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2차 세계대전 뒤 국영화됐다가 민영화됐다. 그리고 파산했는데 니더작센 주정부가 돈을 넣어 살렸다. 다시 민영화할 때 법을 만들어 주정부가 19%의 주식을 가지게 했다. 폭스바겐이 공장을 폐쇄하거나 회사를 옮길 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논리만 따라가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 유연하게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삼성 특별법 얘기를 꺼냈다.”
_이건희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대단한 일을 이뤄내지 않았나. 이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았던 1980년대 삼성이 국내에선 일등이었는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삼류 기업이었다. 그때는 주로 하청 받아서 텔레비전 조립해주던 그런 회사였다. 휴대폰과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웠으니 인정할 건 해야 한다.”
_현대자동차의 성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현대자동차가 삼성처럼 (세계) 일등은 아니라도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 산업이 통폐합의 과정을 밟고 있는데 현대는 앞으로 살아남을 자동차기업 대여섯 개 안에 들어간다. 폭스바겐, GM, 포드, 르노, 닛산, 도요타, 현대만 남을 거라는 이야기가 많다. 이탈리아의 피아트, 프랑스의 푸조 등 쟁쟁했던 기업들이 다 나가떨어졌다. 그만큼 엄청 경영을 잘한 거다.”
_현대자동차도 오너의 유고에 대비해 삼성 특별법 같은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나.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몇 %이상 기업은 이렇게 처리한다는 식의 법을 도입하면 된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법을 따로 만들어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기준을 달리했다.”
_신생 IT 대기업의 대주주들이 가족경영을 도모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기준을 높게 정하면 된다. 삼성이나 현대 이외 다른 재벌기업들은 망한다고 해도 나라가 휘청거리지 않는다. 독일은 중소기업 상속할 때도 몇 년 동안 고용을 유지하거나 매출액을 늘리면 상속세를 면제해준다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법 체계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
_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 관계사나 하청업체도 너무 많아 시장질서가 왜곡된다.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없어 기초산업이 아닌 조립가공 산업으로 산업화를 했다. 자동차나 조선업은 규모의 경제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했고 이들의 사업 다각화로 지금의 삼성과 현대가 있게 됐다. 삼성과 현대가 전문기업으로 계속 유지됐다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집하고 현대는 베트남에서 길 닦고 있을 거다. 재벌 체제가 있어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걸 인정해야 한다.”
_두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악순환을 해결할 방법은 없나.
“경제력 집중도 문제지만 부품소재 산업의 취약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 거의 모든 나라에 흑자를 내고도 (부품소재 강국인) 일본에 그 흑자를 갖다 주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키지 않고선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그런데 부품소재는 중소기업 중심이다. 조립 가공 위주의 재벌을 중시하는 정책이 이어지다 보니 중소기업이 많이 치였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연구개발 지원 많이 하고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정책을 바꿀 때가 왔다.”
_일부에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해 부품소재 산업도 재벌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품소재는 매우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업종이다. 대기업이 다 담당할 수는 없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소기업 업종이니까 재벌은 들어오지 마라 혹은 재벌이 다 해도 된다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_한국의 중소기업은 불리해도 대기업과 일대일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강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일대일 계약을 꼭 착취로 볼 수는 없다. 일본은 대기업과 1차 하청업체의 계약이 몇 십 년 동안 변치 않는다. 일본은 대기업이 기술인력을 파견하고 투자를 하거나 구제금융으로 하청업체를 돕는다. 한국은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주종관계가 너무 명확하다. 미국은 누구나 계약이 가능하니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없다. 우리 나름의 답을 찾아야 하다. 정부가 법으로 하청업체를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어음 결제를 못하게 해야 하는 식이다. 법을 안 만드니 약자는 항상 당하게 돼있다.”
_그런 법을 만들면 대기업이 강하게 반발하지 않을까.
“반발이 심하다고 안 하면 정부는 왜 있나. 반발하는 사람 막고 정책을 추진하려고 정부가 있고 법이 있다. 삼성 특별법 제안했더니 삼성이 싫어할 것이라는 어떤 분의 의견이 보도됐다. 삼성이 싫어하니까 법으로 만들자는 거 아니냐. 대기업이 로비로 입법을 좌절시킬 것이라는 판단은 물론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_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기업 유보금 과세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어떻게 보나.
“지금 가계는 저축을 안 하고 빚을 내서 살고 있으니 기업이 쌓아 놓은 돈을 가계로 돌리려는 의도는 좋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잘못 됐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민소득 대비 세계 5위권 안에 드는데 가계부채를 더 늘려야겠는가. 비정규직 대우를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리는 것이 맞는 정책이다.”
_재계는 한번 올린 임금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임금 인상에 부정적이다.
“임금을 올린다고 얼마나 올리겠나. 2배, 3배 올려줄 것도 아닌데…내수가 안 살아난다고 불평하면서 임금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국내 대기업이 임금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중국과 어떻게 임금으로 경쟁하겠나.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기업은 임금보다 환율에 대해 더 얘기해야 한다. 환율 대응을 잘못하면 며칠 사이에 임금 20~30% 올려준 효과가 난다. 왜 환율 정책은 불평 안하고 임금 정책에만 불평하는지 모르겠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유학 길에 올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쭉 일하고 있다. 그는 “직장이 영국에 있다 보니 주로 영어로 책을 쓴다”며 “영어로 쓰면 다른 나라에서 번역 출간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책을 한국어로 낼 때마다 번역가에게 의뢰한다. “내가 한국 사람이 더 잘 이해하도록 쓰다 보면 다른 책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학술서적을 쓸 때도 쉽게 쓰려 한다”며 “추리소설이나 공상과학 소설을 읽다가 영감을 받을 때도 많다”고 했다.
_정책 입안자로서 활동할 의향이 있는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 나라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래도 내가 직접 정책을 담당할 능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군수공장장이 무기에 대한 자료를 잘 만들 수는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장군 해볼까’ 그러면 안 된다.”
_정부나 정치권에서 러브 콜이 있지 않았나.
“내가 관심이 없다고 오랫동안 말하고 다녀서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슬쩍 떠보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난 그런 말 나오면 딱 잘라버린다. 처음엔 사람들이 잘 안 믿더라. 현실에 대해 언급하는 교수들 거의 다 결국엔 정계에 입문했으니까. 나는 15년 정도 한국 현실에 대해 평가하면서도 정계나 관계 근처를 가지 않으니 이제 사람들이 좀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_책이나 칼럼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느 편이라는 말은 듣지 않는 듯하다.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노동이나 복지 얘기할 때는 ‘좌파 아니야?’ 하다가 재벌구조의 유용성 거론하면 우파로 생각한다. 그런데 좌우가 딱 갈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산업정책은 우파가 만들었다. 영국에선 산업정책이 좌파정책이다. 그래서 내가 산업정책 다룬다고 하니 영국에선 나를 굉장한 좌파로 여기더라. 한국에선 복지정책을 좌파 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복지를 처음 만든 사람은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다. 복지정책은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려고 만들어졌다.”
_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듯하다.
“나는 실용주의자다. 경제에서 신고전파 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까 비판하지만 신고전파가 다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고전파 학자들이 ‘다른 학파는 경제학도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른 학파에도 배울 점이 많고 배운 점을 잘 섞어 써야 한다. 학문은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자기 이론 맞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런 얘기하면 학자들은 싫어한다. 학자들은 딱 순수한 이론을 좋아하는데 난 맑스도 말하고 케인스도 언급하니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_만약 정부가 한 가지 정책을 추진할 특권을 준다면 무얼 하겠나.
“당연히 복지 확대다.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 1위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노인 복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세배인데 노인 자살률은 네 배다. 한국은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젊은이 자살률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들의 자살률은 세계 평균 수준이다. 노인들은 버티다가 나이가 들면 의지할 데도 없고 견딜 수 없어서 자살하는 거다. 엄마가 애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북유럽처럼 육아 휴직을 남녀가 나눠 쓸 수 있어야 한다. 탁아시설도 잘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것들 하지 않으면 애를 낳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이 지금 출산 파업하고 있는 거다. 실업보험이나 재교육 프로그램도 제대로 구축해야 한국경제가 유연해질 수 있다.”
_주류경제학이나 신자유주의를 굉장히 비판하면서도 (보편적인) 대안은 제시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 대안은 특정한 현실을 놓고 논의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대안을 얘기해야 한다. 한국은 복지가 최고 대안이다.”
_지난 대선 때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나 지금은 많이 후퇴했다.
“정부가 많은 부분을 꿀꺽 삼켜버렸다. 100% 지킬 수는 없어도 ‘사정이 어렵다’는 한마디로 너무 쉽게 버렸다. 중요 선거쟁점이었던 복지를 그리 쉽게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이 지금 얼마나 어렵나. 지금 당장은 못해도 몇 년 후에 어디까지 하겠다는 식으로 다시 약속해야 한다.”
_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은 옳나.
“FTA는 다자무역협정인 WTO와 달리 진짜 자유무역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이랑 FTA를 맺어 미국 소고기가 싸지면 호주 소고기가 차별 받는 거다. FTA는 무역확대로 단기적으로는 양쪽에 이익이 되나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나라에 불리하다. 고급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장애가 된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1960년대 미국과 FTA를 맺었다면 지금의 삼성과 현대, 엘지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중국과의 FTA는 이익이다. TPP는 단순 경제협력이 아닌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이다. 우리가 거기에 꼭 끼어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중국은 엄청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입하는 국가들 나중에 두고 보자’ 이러고 있다.”
_한국 공무원들의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나.
“공무원 개개인의 역량이 옛날보다 훨씬 뛰어나다.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힘이 예전보다 많이 빠져 정책을 내도 먹히지 않는 면이 있고 기업 로비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덮이기도 한다. 게다가 시장주의 이념에 물들어 정부는 일을 안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관료도 있다. 이런 분은 사표를 내야 한다. 자기 일을 안 할거면 세금으로 월급을 왜 받나.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적지만 공무원들이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다.”
_경제학자인데 재테크는 어떻게 하나.
“재테크는 별로 못한다. 주식 투자 등은 전혀 안 한다. 영국은 대학 급여가 그리 높지 않다. 1970년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떨어졌다. 인세 수입이 대학 급여보다 많다. 나는 책 써서 돈 버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다.”
_역대 정권의 경제 정책을 평가해달라.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복지 정책,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우리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정책들이다. 한미 FTA와 4대강 사업은 가위 표다. 시간이 갈수록 가위 표가 많아지고 있다. 노동자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박정희 정권의 잘못이 경제개발 때문에 면제 되는 건 아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여성신문] 2014.08.06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경제학 베스트셀러 작가 장하준의 신작. 경제학을 근본서부터 뒤집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로서 일부 학자들의 전유물이 된 경제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한다. / 장하준/ 부키/ 1만6800원
경제학 공부한다고 살림살이 나아질까 [채널예스] 2014.08.2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저자와의 만남 - 장하준 교수가 말하는 현재 경제학의 문제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였으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조감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출간한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이슈 중심으로 풀어나간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경제학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의 출간을 기념해 장하준 교수가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이번 책에 대해 짧은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겨있다는 것. 경제학의 정의, 지난 300여 년 동안 자본주의 하에서 진행된 경제학의 역사, 노동과 금융 등의 개별 이슈에 대한 설명까지 모든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전의 저서들에서 들려줬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재치 있는 농담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단순히 경제나 경제학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바꾸는 데 쓰일 수 있는 책을 써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학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쓴 책이 아니라, 사회 변혁과 경제민주화의 도구로써 경제학이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장하준 교수와 독자들은 경제에 관한 서로의 견해에 귀 기울이고, 평소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그 이야기는 현대 경제학의 문제에 대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은 소위 신고전주의라고 하는 특정한 학파만을 경제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경제학의 학파가 적게는 9개에서 시기에 따라서는 20개씩이나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외에도 다양한 접근법이 있는데 경제학이라고 하면 곧 신고전주의라고 편협하게 생각하니까, 경제학 전체가 틀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겁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안에서 저자는 현재의 주류 학파인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비롯해 다양한 경제학파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경제학은 곧 신고전주의 학파의 이론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으로 귀결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해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 날 독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저자는 “신고전주의 내에서도 ‘시장 실패 이론’에 기대어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리적인 인간과 이기적 선택, 승자 독식을 강조하는 신고전주의의 이론이 곧 경제학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현재의 경제학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제학 공부한다고 살림살이 나아질까
장하준 교수와 독자들의 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본적인 이야기로 파고들었다. 과연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우리 삶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냐는 것.
“경제학은 처음부터 위정자들이 나라를 경영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만든 학문이기 때문에 일상과 떨어진 이야기가 많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현실과 별로 관계없는 것 같은 경제 정책들이 사실은 삶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정부에서 고용에 관한 법을 바꾸면 우리의 임금이나 일자리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매일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언제 그런 문제까지 신경 쓰냐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온 국민이 조금씩 신경을 쓰고 있지 않으면, 알지도 못한 채 당하는 거예요.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지기키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발언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현실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독자들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를 향해 ‘경제학을 지침 삼아 시도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물었다.
“우선 지금의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이해해야 하는데요. 그럴 때 경제학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이 경제 문제와 얽혀있으니까요. 한 명 한 명이 사회 질서를 바꾸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제한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시민으로서 투표를 하고, 회사에서 노조원으로 활동을 하고, 봉사 활동을 하는 일들이 모두 모여서 사회가 바뀌는 거예요. 또 그런 식으로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어 왔고요”
한 개인이 사회 질서를 바꾸기 위해 하는 일이란 너무나 제한적이고, 또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움직임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50년 뒤에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50년 후를 보고라도 그것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100년 후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는 데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야 50년 후에 바뀔 것이 30년 후에 바뀌고, 바뀌지 않을 것이 50년 후에라도 바뀌게 되는 겁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면 사회를 조금이나마 좋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이라도 행동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장하준 교수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기회 균등에 대한 환상’에 감춰져 있는 오류를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잘살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경제적 결과의 원인은 결국 당사자에게 있다는 생각이 결코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인과 구조 모두를 이해해야 합니다. 흔히 자유 시장주의 우파에서는 구조는 모두 빼버리고 개인에만 집중해서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능력이 없고 노력을 안 해서 경제적으로 잘살지 못하는 거라고 말하죠. 우리 사회에도 그런 생각이 굉장히 많이 퍼져 있고요. 사회 구조라는 건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겁니다. 우파에서는 기회의 균등이 중요하고 결과의 균형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에게 달려있는 것만은 아니죠”
“현재 경제학은 특정 방법을 너무 지나치게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너무나 옳다고 믿기 때문에 거기에 맞지 않는 것들은 모두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론을 정교화한 후에는 그것을 현실에 비춰보고 수정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경제학은 그렇지 않고 ‘이론은 맞으니까 거기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세상이 틀린 거다’라고 합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죠. 접근 방법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마치 종교처럼 되어버린 거죠”
동시에 그는 어떤 학파든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자신 역시 신고전주의 학파가 다른 학파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도 ‘공정한 경쟁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문한 적이 있다.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해서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었던 것. 달리기에 참가한 이들이 모두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럼에도 이 게임은 동일한 위치에서 출발했으니 공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장하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유럽의 경우에는 복지를 확대해서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사회 계층 이동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 소득과 자식 소득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요. 반면 미국이나 영국, 포르투갈 등의 나라는 무척 높죠. 복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는 실제 기회 균등은 없는 겁니다.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워야하는 거고요.
물론 개인의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죠. 똑같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더 노력해서 잘 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예외고, 기본적으로 모래주머니를 찬 상태에서 같이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경쟁이 될 수가 없죠.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가 되는 거예요. 과거 일부 좌파는 이 모두가 구조의 문제라고 보고 개인의 책임을 면죄시켜주는 오류를 범했지만, 이것이 모두 개인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 좁은 시각이죠. 구조를 못 보는 것이니까요”
개인의 경제적 상황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도 찾는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장하준 교수를 진보적인 경제학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그가 대기업 친화적인 주장, 개발 독재 시대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친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은 각 나라마다 그리고 각 시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개발 독재 시대를 옹호한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산업은 조립 가공 산업밖에 없었습니다. 조립 가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그를 위해서 군부독재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게 군부 독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울러 그는 이제 대기업 중심의 개발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 가장 취약한 기계 부품 소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그런 기업을 키워야 하고요. 중요한 건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거예요. 물론 재벌들의 영향도 필요하죠. 반도체 산업 같은 경우에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재벌이 아니고서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야를 제외하고는 가장 시급하게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기계 부품 소재 분야입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초점이 중소기업으로 옮겨가야 하는 거죠”
이날 장하준 교수와 만난 한 독자는 ‘경제적 쟁점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장하준 교수는 ‘경제 전문가들이 제대로 구실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답했다. 그것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집필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정제해서 이야기해야죠. 자신의 주장에 깔려 있는 가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해야 하고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의견을 결정할 때)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많은 분들이 경제 관련 논쟁을 이해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쓰게 됐습니다. 책 속에서 “무엇을 생각할까보다 어떻게 생각할까를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적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 문제와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묵직하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저/김희정 역 | 부키 | 원서 : Economics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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