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지키던 소방호스, 소방관을 지키다: Elvis & Kresse 사회적 기업

2013. 12. 31. 20:41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시민을 지키던 소방호스, 소방관을 지키다: Elvis & Kresse 사회적 기업

2013/01/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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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최근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다바로 <타워> <반창꼬>.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한 걸음이라도 빨리 달아나려는 때에 그들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사고 현장의 중심으로 뛰어들어가는 영화 속 소방관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특히 주인공 소방관이 홀로 현장에 남아 고군분투하다가 이내 위험에 처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묵직한 책임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는 것이다실제 소방관의 근무 환경도 영화 속 자극적인 장면과 흡사하다.

한 해 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20명의 소방관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다하지만 그 처우는 처절하다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시민을 구하러 위험에 뛰어든 소방관이 받는 생명수당은 달랑 5만 원뜨거운 불구덩이로 몸을 던진 소방관들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받게 되는 기본급 외 수당은 화재진압수당인 8만 원을 합해도 13만 원이다.

언제나 위험천만하고 얼마를 받더라도 부족할 소방관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는 라이프스타일 액세서리 브랜드가 있다바로 영국의 엘비스앤크레스(Elvis&Kresse)영국소방청에서 받은 폐 소방호스를 가공해 가방벨트지갑 등의 생활잡화를 만드는 회사다그 수익금의 일부는 이들의 원자재공급자인 소방직을 위해 기부된다이 기부금은 부상당한 소방관에게 부상/심리 치료 및 사회복귀훈련을 제공하는 재활의 집 지원그리고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을 위한 심리 치료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 소중히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1300K에서 단독 런칭하여 판매하고 있다.


25
년을 그 사용기한으로 잡고 있는 영국의 소방호스는 고무재질 사이에 섬유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수명을 꽉꽉 채워 사용한 호스도 튼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오죽하면 이들의 홈페이지에서는 이렇게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진 지갑이지만오이스터 카드(영국의 교통카드)도 인식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소방호스의 특징상 엘비스앤크레스의 제품은 물에도 막강해서 가죽보다 더 실용적이다게다가 그 튼튼함을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듯이오랫동안 써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수공예 제조기법으로 단단한 품질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다유행도 타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튼튼한 데다가 25년간 수많은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며 배어든 빈티지한 느낌까지.엘비스앤크레스는 인기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실제로 이들의 쇼퍼백은 무려 10만 개가 넘게 팔려나갈 정도로 시장 반응이 화끈하다지금까지 엘비스&크레스에서 재생한 폐기물의 양즉 원재료 사용량이 무려 155톤이나 된다창업 2년 만에 흑자구조로 돌아서면서 완전한 재정적 독립도 이루어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우리나라 소방호스의 내용연수는 5년이다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내용연수를 다 한 소방호스는 각 시도본부나 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중앙에서 규정하는 별도의 폐기 매뉴얼은 없다소방정책국 소방산업과의 한상현 반장에게 엘비스앤크레스 모델에 대해 물으니 반응이 다소 회의적이다.

한 반장은 소방호스의 사용환경은 극도로 열악하고 위험하고 실제로 화학물질 등이 흡수되기도 한다소방호스는 철제가 아니라 섬유라서 싹 닦아낸다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다영국에서 얼마나 강한 세척기술을 가졌는지는 모르나 2차 오염의 가능성이 있다.”라며 재활용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이어서 국내에서는 장애인 시설에서 운영하는 야외 스케이트장이나 농촌에 농업용수를 위한 수관으로 기부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소방관 다섯 명 중 한 명은 5년 내에 소방직을 그만둔다는 씁쓸한 통계를 마주한 우리는 그저 부럽다기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소방관 처우 개선을 촉구해야겠지만그와 동시에 민간 차원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다만그전까지 우리의 용감한 소방관들이 지금처럼 우직하게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에디터 이지혜


Photo (CC) by Noodlefish /flickr.com & 영화 타워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