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의 중심에서 협동조합을 외치다: 카페오공 사회적 기업

2013. 12. 31. 20:46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서초의 중심에서 협동조합을 외치다: 카페오공 사회적 기업

2012/1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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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작은 생각, 베네핏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CC) by JTeale / flickr.com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으로 가장 선호하는 창업 업종 1위는 카페업이다서울의 웬만한 거리에서 몇 발자국 사이에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있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카페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었을지 의아할 정도로카페는 현대 사회 문화적 흐름의 주류가 되어 있다너도나도 카페 사업에 발을 담근 만큼프랜차이즈니 동네 카페니 할 것 없이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그런데 서초동에 위치한 카페오공에는 왠지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맴돈다함께 일구는 카페 공동체사람냄새 나는 카페오공을 찾아가 봤다.

 

카페오공의 조정훈 주인장



<카페오공협동조합의 실험장>


이름이 독특하다왜 카페오공일까그 이유는 50(오공)명의 출자자로 이루어진 협동조합형 카페이기 때문이다. 2012년 6월까지 30명 정도의 인원이 공동으로 출자하였고이들 모두가 주인이자 일하는 사람이다이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주인장’이라고 부른다.


1. 
협동조합 형태의 카페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출자자로 모인 사람의 대부분은 정토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이에요저는 현재 인천 검암에서 6명이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어요몇 년 안에 귀농하고자 함께 모여 살고 있거든요그런데 귀농에 대해서 단순히 '시골살이' 보다는 청년 운동의 성격을 띄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우리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10주에 걸쳐 공부를 해보았죠마을의 정의협동조합식량자립에너지자립교육문제커뮤니케이션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다가 재능나눔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마침 목공을 잘하는 분이 계셔서 목공 수업을 진행해 봤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이런 것이 일상에서 계속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나왔고그것이 카페오공 설립의 배경이 되었습니다지난 4 1일에 오픈했어요.

*정토회최근 법륜스님의 SBS ‘힐링캠프’ 출연으로 더욱 알려진 불교수행모임으로수련 뿐 아니라 국제구호환경복지 활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
공동 출자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아직 내실이 다져지지 않았다고 판단해서 출자자 모집 등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를 하진 않고 있어요그래서 지금 주인장의 80% 정도가 정토회 사람들이에요대부분 직장을 가지고 있고저녁이나 주말에 일을 도와주세요물론 서초구 지역 사람들도 있어요주인장의 조건을 닫아 놓지는 않고 있어요관심이 있다면 설명을 드리고요서로 취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공유가 되면 언제든 주인장이 될 수 있습니다본격적으로 수익이 생기면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할 거에요.보통은 출자자들에게 다시 할당해주는 형태지만우리는 이러한 모델을 더 확장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3. 
주인장이 여러 명이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시나요?
주인장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전체 총회를 할 예정이에요이 때 협동조합 정관 등 여러 규칙을 정할 예정인데요초안에 의사결정에 관해 ‘다수결로 하되 불교전통의 삼의제를 따른다’고 예정해 놓았어요삼의제는 다수결의 원칙과 만장일치의 원칙을 합쳐 놓은 제도에요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수와 소수로 나뉘면 일반적으로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데삼의제는 소수에게 세 번까지 반론의 기회를 줘요충분한 시간을 거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도록요그리고 세 번의 반론 후에도 설득되지 않으면 그 소수가 다수의 의견에 따르게 되는 겁니다소수가 의견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방법이에요. 여태까지는 논의 규모와 인원이 아주 크지 않았고토론을 충분히 하면서 결정했기 때문에 삼의제를 적용할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다만 앞으로 민감한 문제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으니 이 때 삼의제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고자 해요.


<다들 잘 하는 것 하나쯤은 있잖아요?>

현재 카페오공은 다양한 재능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독서모임이나 목공 수업스페인어천연비누 만들기 등 얼핏 들으면 문화센터 강좌처럼 친근한 내용부터 협동조합이나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관한 진지한 공부모임까지 다루고 있다.

4. 재능나눔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초급자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고 하면 충분히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어요보통 외부에서 어학을 배운다고 하면 학원 선생님에게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잖아요? 물론 비용이 비쌀수록 좋은 교육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지만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저는 중국어를 전공했어요교원 자격 같은 자격증은 없지만, 잘 가르칠 순 있거든요삼십대의 경륜이 생기니 가르칠 수 있는 역량도 늘어났고카페 회원도 늘어나면서 서로 신뢰도 갖게 되었어요수강자는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배울 수 있고, 재능기부자는 가르치는 기술을 배우며 보람을 느낄 수 있죠가르쳐 주시는 분 중에는 대기업 S전자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어요콜롬비아 해외지사로 파견근무를 했던 분이라 스페인어를 아주 잘하시는 분이에요한국에서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니 좋고 학생들은 배울 수 있으니 좋죠엄청 열정적으로 가르치십니다(웃음). 아, 참가비는 오천원이에요오천원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고요원하는 음료를 한 잔 드립니다재료가 필요한 경우 재료비까지만 부담하시면 되요.
 

카페오공의 스페인어 수업 


5.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어떤지요?
아주 높아요시키지 않아도 페이스북에 자연스럽게 후기를 올려 주십니다아직 시범 기간이라고 생각해서 페이스북 클럽을 통해서만 매주 공지를 올리고요페이스북을 통해 신청하거나 카페에 놀러왔다가 알고 개인적으로 합류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지속가능한 서초 지역의 사랑방을 위해>

일반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조정훈 주인장은 ‘남는 것이 얼마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치열한 경쟁자로 여길 거라는 생각은 완벽한 오산이었다카페오공는 비용 절감의 여지가 있고이윤만을 남기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므로 유지될 수 있다더불어 그만의 마니아층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기를 추구한다이를 위해 비슷한 성격의 조직들과 연대하고 새로운 실험을 해 나가고자 한다.

6. 매장 입구에는 ‘패션카페’라고 써 있던데요?
세를 주신 분께서 원래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던 것이 패션카페였어요커피와 의류를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거죠지금도 재정 충당을 위해 둘 다 운영하고 있어요외부적으로는 패션카페로 더 알려져 있고요판매의 기능으로서는 지금도 패션카페가 적합하지만 내부 프로그램이나 청년들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카페오공이라는 명칭이 좋죠이제 두 달쯤 지나니 카페오공이 익숙해지고 있어요

7. 고객층도 다양한가요?
단골은 주변 직장인들이 많고 저녁에는 정토회 친구들이 와서 뒷풀이나 모임을 가져요오가는 시민들도 계시고요정토회와 비정토회 비율이 반반 정도 됩니다.

의류매장과 카페라는 수입원을 통해 얻는 수입은카페오공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재정적인 부분 외에도 카페오공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속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대안화폐 실험대안화폐로 ‘콩알’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직장을 다니는 주인장들이 카페 일을 도우면시간 당 5000 콩알(화폐단위와 동일)을 제공한다이는 카페오공에서 음료나 먹을거리를 살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직장이 없는 주인장에겐 현금으로 제공한다.

중고 물품의 순환집 책장에서 잉여가 된 책을 알차게 처리할 수 있다판매하고 싶은 가격을 적고 판매 시 70%의 금액이 콩알로 적립되는 시스템. 4월에는 바자회도 열었다.

좋은 재료를 찾아: 돈벌이로 생각하면 싸고 효과적인 것만 추구하게 된다카페오공을 찾는 사람의 50%는 지인이라서 그런지좋은 걸 대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쑥차의 쑥도 직접 정성스럽게 농사지으시는 분을 알게 되어 거래하게 되는 식이다.

친환경의 습관화친환경에 대해서도 세심하다주방의 지렁이 화분을 보면 그렇다음식물 찌꺼기를 지렁이 화분에 넣으면 지렁이들이 먹어 흙으로 변화시킨다불편함보다는 배려라는 쪽으로 부등호가 열려 있다.


카페오공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길 바랄까마지막으로 주인장님께 물었다.

8.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이 곳을 이용하면 좋을지, 카페오공이 어떻게 자리매김 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초구의 청년들이 생산적 청년들의 문화청년들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삶의 안정성을 높여나가고직장이나 놀이문화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만들어나가는 거에요. 물론 어른들도 재능나눔 프로그램의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언제든 참석도 가능하고요페이스북 ‘우리마을카페오공’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있습니다남녀노소를 모두 환영하는 서초 지역의 사랑방 같은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이런 공간들이 점점 확대되고 자연스러워지면 좋겠어요.


혼자 주인장 관리하랴카페 운영하랴 힘들지는 않을까?

“음놀면 힘들잖아요근데 다음날 되면 또 노는 것처럼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그의 대답에서 도심 한복판의 실험장을 이끌어나가는 단단한 힘이 느껴진다.



인터뷰 협조 및 사진제공: 카페오공(2012. 6.)


Written by 오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