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 관공서마다 브랜딩과 문화상품 개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를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자, 거주민으로부터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구별로 존재하는 로고들은 해당 도시의 특색 혹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각 지역 버스 전면에 부착되어 있어 매일 만날 만큼 익숙해져 있지만, 만약 이 로고를 티셔츠에 인쇄해서 나눠준다면 쉽사리 꺼내 입을 수 있을까? 서울을 상징하는 캐릭터 해치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와 관광객의 기억에 남아있을까? 어쩌면 88 서울올림픽 때의 ‘호돌이’보다 존재감이 낮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제 더 이상은 지역의 특색, 관광명소, 한류스타도 모두 진부하다.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잊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 City Identity 디자인이 필요하다.
cOPENhagen-Open for you!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도시브랜딩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된 이후로 Open이란 단어를 보면 본연의 의미보다 코펜하겐이 먼저 떠오르게 됐다. Copenhagen의 스펠링 가운데 open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을 이용하여 도시 로고를 간단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코펜하겐의 역사도, 명소도 아닌 Open이란 글자 하나로 이 도시만의 고유 Brand Identity를 재정립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도시를 강조하는 귀엽고 친숙한 로고 덕분에 코펜하겐이 더욱 신선하고 궁금해진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open이란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코펜하겐이 자연스레 연상된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광고회사 People Group의 ‘당신에게 열려있는 코펜하겐(cOPENhagen – Open for you)’이란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선별되면서 따로 분리하여 운영해 온 관광, 비즈니스, 투자 등의 사회 기반 프로그램들을 모두 통합한 새로운 도시 브랜딩이 런칭되었다. OPEN이라는 단어 하나가 중심이 되어 여러 디자인, 컬러를 혼합하여 시정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코펜하겐을 홍보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Open이란 단어에서 환영의 의미와 함께 자유로운 이 도시의 무한한 긍정적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 흔한 단어를 이토록 예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로고의 색과 디자인은 카테고리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여러 방면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픈 코펜하겐 공식 홈페이지에는 직접 로고를 디자인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마련되어있어 원하는 색, 이미지를 활용하여 나만의 오픈 코펜하겐을 제작할 수 있으니 이보다 얼마나 더 Open 될 수 있을까? 내가 선별한 색과 이미지를 넣어 City Identity를 직접 만들어 볼 기회가 제공되고, 가지각색의 형태로 Flexible하게 사용되는 로고들이 이 도시만의 또 다른 Identity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City Identity, 이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제 City Identity에 유연함이 필요하다. 우선 로고가 가지는 고정적인 이미지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변형의 시도를 계속해서 주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더욱 쉽고 빠르게 각인될 수 있다. 특히나 도시는 거주자와 환경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곳이며 낮과 밤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므로 그러한 특성이 로고의 유연함에 스며들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제지회사인 Mohawk의 로고는 변화무쌍한 형태로 활용되는데 이를 City Identity 활용에 참고하면 어떨까?
- Flexible하게 활용되는 Mohawk 로고 디자인
로고의 기본 디자인은 이 회사의 브랜드 네임인 Mohawk의 첫 스펠링에서 따온 M이다. 매우 흔한 형태가 될 수도 있었으나 컬러를 다양하게 매치하거나 디자인을 변형시킨 여러 형태의 로고디자인이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명함에 들어가는 로고는 여러 색상으로 제작되고, M 모양의 단순한 디자인이 무한대로 늘어나거나 마름모꼴의 형태로 변형된다. 때로는 로고의 일정 부분만이 사용되기도 않다. 이처럼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Brand Identity는 짙다. 슬로건 또한 재미있다. “What will you make today?” 언뜻 보면 생산업체의 슬로건이 아닐까 싶지만, 이곳이 종이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제지회사인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엉뚱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다양한 로고와 함께 이 슬로건을 마주했을 때 얘기는 달라진다. Flexible한 로고만큼이나 종이 위에는 당신이 담아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내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시는 끊임없이 흐르고 모든 이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단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여러 문화와 역사, 얼굴들로 뒤섞인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의 다양성을 City Identity로 담아낼 때이다. 로고에 수많은 도시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 보다도, 제시된 사례들처럼 매우 단순한 로고가 얼마나 다양한 활용으로 다시 태어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과 부산,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인천, 평창 등에서 새로운 Identity를 만들어 낼 수 있는 Flexible한 CI를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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