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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한미동맹 60년과 한반도 평화
한미동맹 60년과 국제정세 변동 : 냉전동맹에서 전략동맹으로?
김준형(한동대학교 교수)
Ⅰ. 한미동맹 60년의 상반된 의미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한 한미동맹이 올해로써 60주년을 맞았다. 군사동맹을 핵심축으로 한 양국관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뿐 아니라 한국사회 내부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냉전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 구축된 분단구조는 양극체제가 격돌하는 이념과 군사의 경계선이었으며, 세력균형선의 역할을 감당했다. 그 속에서 미국의 전략변화, 한반도 내부역학, 그리고 양국관계에 따라 조정과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동맹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왔다. 한미동맹이 한편으로는 전쟁재발을 방지하고, 대결과 분단구조 속에서도 체제안보를 유지하는 중요한 보호막의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냉전 20년이 넘도록 한국전쟁과 냉전의 산물인 군사동맹이 축소보다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구축되지 않았고, 냉전잔재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올해는 정전협정 역시 체결한 날로부터도 60년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했고, 3년이 넘는 비극적 전란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종결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이르렀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60년의 세월을 보낸 것은 세계전쟁사에서도 드문 현상이다. 2013년 초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던 위기는 정전체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할 필요성과 긴급성을 노정했다. 동일하게 60년을 맞이한 정전체제는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줄어드는 반면 한미동맹은 강화되고, 더욱이 동북아에 신냉전 또는 재냉전의 가능성까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민족적으로나 국제정치적으로나 불행한 흐름이 아닐 수 없다.
Ⅱ. 냉전소멸과 동맹의 재조정
냉전을 태생적 기반으로 하는 한미동맹은 탈냉전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의 기회를 맞았었다. 양극질서가 무너지고 미국이 세계유일의 패권국으로 부상하자 동맹체제의 정당성이 약화되었다. 미국은 상응하는 대외정책의 변화를 모색했고, 한반도에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화해무드가 동맹의 축소를 요구하는 변수로 작동했다. 이렇듯 탈냉전 초기에는 한미양국이 군사동맹의 축소를 통한 재조정에 공감했었다. 그러나 탈냉전의 세계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평화롭지 않았으며, 냉전을 대체할 질서를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정세가 이어졌다. 특히 냉전구조의 소멸이 독일통일과 동서통합을 가져온 유럽과는 달리 동북아에서는 강대국들의 패권경쟁과 남북분단의 지속으로 동맹체제가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냉전붕괴 후 약 10년간 유일패권 미국이 냉전과 탈냉전적 사고 사이에서 어떤 질서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전대미문의 9.11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9.11 테러사건은 미국에게 냉전이후 새로운 위협의 등장이라는 의미가 있었으며, 비극적 사건이었지만 대외정책노선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던 측면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냉전구조의 소멸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변화가 한미동맹의 축소를 요구하는 변수라면, 9/11이라는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은 미국의 군사주의에로의 복귀를 초래했으며 이는 한미동맹의 재강화를 요구하는 변수였다. 미국은 이후 군사주의로 복귀했으며 동맹체제는 다시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핵무기개발과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강화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었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과는 달리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두 진보정부는 한편에서는 대북화해정책을 지속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미 자주성확보에 노력함으로써 부시행정부의 노선과 갈등을 겪었다. 한미동맹이 출범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주원인은 위협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동맹이론의 대가 스테판 월트의 지적처럼 동맹은 주로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형성되는데 만일 동맹국 당사자들의 공통의 외부위협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변하거나 달라진다면 기존 동맹관계는 약화되거나 심하면 와해될 수도 있다. 이렇듯 냉전소멸로 북방의 위협이 감소되면서 초래된 위협인식의 약화는 자연스러운 결과였고, 미국이 내세운 테러에 관한 위협인식을 한국이 동일하게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나친 대미의존적인 동맹의 특성상 한국정부의 노선차이는 곧 미국에 대한 배신과 도전으로 간주되었고, 국내에서도 보수세력의 역풍을 정권 내내 맞았다.
Ⅲ. 이명박정부와 한미전략동맹
이명박정부의 등장으로 한미동맹의 재조정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이명박정부는 두 전임정권의 대북 햇볕정책과 자주적 대미관계를 위한 노력들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했다고 간주하고, 이를 회복한다는 명분아래 대북강경노선과 더불어 적극적 친미정책을 폈다. 북한에 대한 강경책으로의 복귀는 전임정권의 햇볕정책으로 이완되었던 공통의 위협인식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었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위협요인이 심화된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9.11 이후 전개된 부시행정부의 신안보패러다임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신안보패러다임의 맥락에서 한미동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위협의 억지가 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맹의 역할은 대북억지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게 되었다.
럼스펠드국방장관이 주도한 해외 주둔군 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 GPR)은 미군을 주둔군 중심전략에서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는 것이고, 독일 및 한국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었다. 주한미군을 기동화시킴으로써 한편에서는 주둔인원을 감축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반도를 넘어 다른 분쟁지역에도 파견할 수 있는 소위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동맹 강화를 통해 양국의 갈등국면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일차 목적이었지만, 미국의 우선순위는 주한미군의 유연한 운용과 세계전략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에 있었다. 이는 곧 동맹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동북아세력재편의 과정에서 한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을 열었다.
이렇게 상이한 동기를 가지고 추진된 동맹조정의 결과물이 곧 한미전략동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008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선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전략동맹이란 “21세기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하여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관계라고 설명하면서 핵심내용으로는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을 표방했다. 이렇게 제시된 전략동맹 개념은 이후 2008년 8월 서울에서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래 수요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동맹을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또한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한·미 동맹을 위한 미래비전'이 채택되어 “한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세계의 평화롭고 안전하며 번영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동맹”, “개방된 사회 및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신념”, “공동의 가치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양자·지역·범세계적 범주의 포괄적인 전략동맹”을 추구함을 밝혔다. 그러나 동맹의 미래비전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한미 상호간의 압도적인 비대칭성, 냉전적 진영외교의 부활, 한국의 연루위험 증가 등 그동안 동맹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이 유지되거나 강화될 위험을 처음부터 담고 있었다.
먼저 ‘가치동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의 한미관계를 설정한다. 냉전적 군사동맹을 벗어나 미래지향의 가치동맹으로 가야한다는 목표는 일단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로, 전임정권에서 추진하던 대북화해정책이 한미 양국의 대북위협인식을 약화시키고, 이는 곧 동맹의 응집성 약화로 이어졌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였다. 따라서 ‘악의 축’이며 ‘깡패국가’인 북한이라는 공통의 적에 대한 위협인식을 제고하고, 이에 대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가치동맹의 출발로 삼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가치의 공유가 탈냉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냉전적 군사동맹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가치동맹의 또 다른 함정은 미국이 가치판단을 독점한다는 부분이다. 민주주의나 시장, 인권 같은 일반가치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나 수용할 수 있지만, 현실의 많은 경우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와 다른 가치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를 등지고 미국의 편에 서야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둘째, ‘신뢰동맹’인데, 미국의 이익과 관련된 영역을 한국이 적극 지원함으로써 신뢰를 획득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군사동맹은 ‘방기(abandonment)’와 ‘연루(entrapment)’사이에 본질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동맹의 형성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연루보다 유난히 방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이것이 맹목적인 대미의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동맹파트너로부터의 방기를 피하기 위해 늘 전전긍긍해왔다. 냉전구조가 소멸되고, 북방으로부터의 위협이 현저히 감소되면서 방기에 대한 두려움은 감소했고, 연루의 두려움은 증가되었다. 냉전소멸에 의한 자연스런 변화였으며, 이에 따라 한국은 대미자율성과 동등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동등성 확보 요구를 다르게 해석하였다. 즉 한국이 미국을 돕는 만큼 한국도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동맹의 상호성을 더 강조하면서 한미관계가 갈등을 겪었다. 방기의 우려에 집착하는 국내 보수 세력은 집권하자마자 기존의 한미동맹의 역학대로 미국의 이익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하였고, 이를 신뢰회복의 기초로 삼으려 한 것이다.
전략동맹의 세 번째 핵심은 ‘평화구축동맹’이다. 한미동맹은 전형적 비대칭동맹으로서 약소국인 한국이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강대국인 미국이 한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다. 이는 냉전구조 속에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위계적 한미동맹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구축동맹은 동맹의 목적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더욱 커지게 만들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한미동맹이 동아시아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동맹의 활동영역을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전 세계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대테러전쟁, PSI, MD 등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꾸준히 압박해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이슈별로 수용과 저항을 오갔다. 대표적인 수용사례는 주한미군의 재편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의 한국군 파병, 그리고 한반도를 벗어날 경우에는 협의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 등이다. 대표적으로 저항한 부분은 PSI나 MD에 대한 참여일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출범이후 잉여에 대해 매우 적극적 수용의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그 신호탄으로 2009년 4월 그동안 미루어오던 PSI에의 전면적 참여를 전격적으로 선언하였다. 대북억지가 핵심을 이루고, 양 당사국의 영토에 한정시킨 한미상호조약의 범위를 이런 방식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곧 동맹이 한국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신뢰동맹과 평화구축동맹이 함께 작동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방기-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기꺼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Ⅳ. 박근혜정부와 포괄적 전략동맹
박근혜정부는 전임 이명박정부와 이념적 뿌리를 공유하지만 대선당시 대북강경책과 친미일변도 외교에 대해서 비판적 견해를 표했으며, 대북 신뢰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약속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물론 취임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안보위기가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전향적 변화에 대한 예상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열렸던 한미정상회담은 박근혜정부의 대미외교는 물론이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주목받았다. 다양한 의제들 가운데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과 북한문제에 대한 해법제시가 핵심이었다. 회담결과는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원칙을 재천명하는 정도에 그친 반면, 정상회담의 가장 큰 방점은 견고한 동맹을 과시하는데 찍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공동선언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으며 ‘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제시했다.
양국관계를 정치군사동맹과 FTA를 통한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사회, 문화, 인적교류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며, 동맹의 외연을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는 물론이고 범세계적 파트너십까지 확장시키기로 했다.
한국이 미국의 21세기 글로벌파트너로 ‘격상’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방적 대미의존관계를 탈피하는 것이며, 또한 국력에 걸 맞는 글로벌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표현만큼의 실익은 크게 없다. 오히려 앞에서 누누이 지적한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에 따라 우리 군대와 물자가 동원될 수 있는 동맹의 연루위험을 증가시키고, 방위비 분담 증가와 무기구매의 압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더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 포괄적이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연합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합의한 부분을 두고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이동’ 전략과 MD체제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참여의사로 간주하면서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로 꼽았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듯 이명박정부가 시동을 건 전략동맹과 박근혜정부의 포괄적 전략동맹은 연속선상에 있다. 이들의 전략동맹은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 및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해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에 미국의 글로벌전략의 변화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충실한 반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맹의 발전 또는 미래비전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지금까지의 대미 종속적 관계를 답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라는 허울아래 우리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동맹의 연루위험을 증가시킨다.
Ⅴ. 아시아 패러독스
‘아시아 패러독스(Asia Paradox)'라는 말이 한국외교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표현으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정치 및 안보분야의 협력수준은 매우 낮을뿐더러 영토분쟁, 군비경쟁, 역사왜곡논쟁, 핵무기개발 등 지역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증가되고 있는 측면을 가리키는 것이다. 최근에 개최된 한-아세안정상회담과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서 다시 아시아 패러독스를 강조하면서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대아시아 다자외교 이니셔티브의 주요개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진단은 일단 정확한 지적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한 공감을 기반으로 한국이 아시아외교무대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정세를 보다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덜 예민한 연성이슈들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려운 경성이슈들도 협력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기저에 깔고 있는데 새로운 방법론도 아니며,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참여국들의 실천의지와 헌신이 매우 중요한데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연성이슈에서의 협력이 일어난다 해도 경성이슈로의 확산(spillover)은 쉽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용어 자체가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라는 연성이슈에서의 협력관계가 경성이슈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용어가 아닌가? 결국 순환논리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시급한 경성이슈를 많이 가진 한국의 입장에서는 연성이슈에 집중할 여력이 크지 않다. 잘못하다가는 지금도 적지 않은 정상간 회담이나 기구들만 늘어날 뿐, 실제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참여국가의 숫자와 규모만 증가시키는 옥상옥(屋上屋)이 되어 시간과 외교자원을 낭비하기 쉽다. 매우 급박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의 세력재편과 이에 따른 한·미·중·일 4국의 치열한 외교전에 집중해야 할 우리의 외교력에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패러독스를 내세우기 보다는 우리가 당면하고 한반도 패러독스 또는 딜레마상황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함께 우선적인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Ⅵ. 한반도 패러독스와 한미동맹
한국이 당면한 한반도 패러독스 상황을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패러독스는 한국의 국력 및 군사력이 세계 10위권에 이를 만큼 성장했고, 지난 20년간 북한보다 10배나 많은 군사비를 지출해왔으며, 40배나 많은 GDP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쟁에서 자신의 군대를 독자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전작권 환수가 한차례 연기되었는데, 현정부가 다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연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은 자신들은 재정위기로 국방비삭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안보무임승차의 책임회피를 한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급속히 성장하고 자신은 약화되는 상황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최대의 전략적 목표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에게 군사적 부담을 가능한 많이 부담시키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들고 나와 안 그래도 한참이나 기울어진 한미관계에 있어 더한 열세로 몰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진행되었던 전작권 환수문제를 국내정치적 맥락에서 보수-진보의 이념구도의 프레임을 입히고, 안보담론을 통한 권력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
둘째, 패러독스는 한국의 국방력이 업그레이드되고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다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안보는 한층 불안해졌다는 사실이다. 북한도발이 원인이지만 이에 대한 억지(deterrence)라는 안보적 맥락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해에서의 충돌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보듯이 전면전에 대한 억지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도발이나 국지적 충돌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오히려 안보불안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포격에 대해서 자주포 80발이 전부일 정도로 미약한 대응을 했다. F-15와 F-16이 발진했으나 실제 공격은 무산되었다. 공격무산이 미국의 압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미양국 모두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 되었고, 북한으로 하여금 국지도발에 더 적극적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앞에서 지적한 전작권문제와도 연결된다. 북의 국지도발에 대해 한미공동대비계획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전작권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반격을 하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이를 인지하고 있다. 즉, 한국이 자율적인 작전권이 없는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더 모험적인 행위를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셋째, 패러독스는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무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이것이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발발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안보딜레마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재래식군비경쟁에서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비대칭전략을 통해 생존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개발된 비대칭전략무기는 이제 남한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협에 대해 미국은 핵우산과 확장억지를 약속했고,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킬체인과 KAMD구축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박대통령은 북한정권이 집착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킬체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발사 징후를 포착할 이를 30분 내에 탐지한 다음 선제적으로 타격하고, 킬체인의 공격을 피한 미사일들이 발사되면 그것은 KAMD에 의해 요격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북한의 위협을 확실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우선 비용문제다. 군 추산으로도 2022년까지 15조2천억을 얘기하는데, 정부는 부인하지만 미국의 MD체제로의 편입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훨씬 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서도 MD계획은 막대한 비용과 요격의 정확도가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다. 또한 킬체인은 상대방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하는 선제공격을 기본으로 하는 전략인데, 기술적 신뢰도는 물론이고 북한도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앉아서 당할 리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면 북한이 항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다. 결국 안보딜레마에 의한 군비경쟁은 가속화될 것이다. 북한은 2차, 3차 공격능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수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 것이고, 이동성을 증가시키며 더 정교한 은폐에 노력할 것이다. 게다가 요격이 불가능한 북한의 주력 타격수단인 장사정포, 단거리미사일, 다연장 로켓포들에 대해서는 무용하다. 신뢰도가 보장되지 않는 섣부른 선제공격론은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을 오히려 높이는 역설에 빠지게 될 것이다.
넷째, 패러독스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미묘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양 동맹은 대미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변화에 따라 서로 때로는 보완재 때로는 대체재 관계였다. 물론 미국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양국이 보완재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미, 미-일, 그리고 한-일 관계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동맹의 선호도가 실제로 달라지기도 하고, 또는 미국이 종종 선호도를 동맹국을 움직이는 압력카드로 사용했다. 한미동맹은 공동의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다는 면에서 동맹의 결속력이 강했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일동맹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탈냉전이후 한미동맹은 한국의 자율성 확보노력과 대북 위협인식의 감소로 흔들렸던 반면에, 미일동맹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 경비부담과 역할분담 의지로 인해 지속적으로 강화되었다.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최우선 전략목표는 분명하며, 한미동맹은 그 목표아래 종속된다. 패권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또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그런데 이 전략의 성패가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통한 아웃소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바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구축이다. 이명박정부 임기 말 시도되었던 한일군사정보비밀협정의 체결 시도는 그 초기포석이며, 배후에는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 아베정권의 우경화드라이브는 미국의 이런 구상에 도움이 되는 반면, 한국의 대일강경책은 미국의 구상을 꼬이게 만든다. 일본의 몰역사적 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박근혜정부의 입장은 미국의 최우선 전략과는 다른 길이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에 정서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국익의 측면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이 그렇다고 일본과 이어지는 삼각동맹에 참여할 경우 국내적으로는 여론의 반발을, 국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향후 한국외교가 당면할 가장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다섯째 패러독스는 중미관계에서 발생한다. 아시아 패러독스와 마찬가지로 중미관계 역시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깊어지는데 반해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경쟁과 갈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중국정책도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기 보다는 중국위협론에 기초한 중국봉쇄와 상호의존론에 의한 대중협력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오바마가 취임 초기에 제시한 G2개념은 중국의 커진 영향력을 인정함으로써 상호의존적인 관계 증진의 모색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급부상한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게 보통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양국에서 모두 협력을 촉구하는 정치수사들이 난무하지만, 양국의 전략적 목표는 수렴보다는 갈등요소가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안정과 공존을 위해 미국이 일정정도의 영향력약화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본격화해서 우위를 확실히 다질 것인지는 미국의 선택이다. 반면에 미국이 주도하려는 질서에 순응하며 공존할 것인지, 아니면 도전할 것인지는 중국의 선택이다. 패권국가의 부침을 구조 및 지정학적 변수로 설명하는 이들에 따르면 양국의 충돌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연이 될 수도 있다.
여섯째, 패러독스는 남북관계다. 탈냉전이 도래했고 남북한의 국력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음에도 통일이나 평화공존은 없고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의 분단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분단을 해소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화시키고 상호적대감은 더 커졌다. 아시아 패러독스의 아킬레스건은 미중관계이고, 한반도 패러독스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남북관계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미동맹에 있어 군사적 요소가 지배하고 있으며 남북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안보딜레마와 군비경쟁이 초래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군비경쟁의 갈등구조를 역내국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국내정치에 적극 이용하면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안보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이는 다시 아시아 패러독스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물론 남북관계개선만으로 미중갈등이나 아시아 패러독스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남북관계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강대국들의 권력재편의 소용돌이에 그대로 함몰될 수밖에 없다. 연성이슈들에 관한 아시아국가의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경성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미중갈등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처지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재현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초강대국의 선택과 함께 구조 및 지정학적 변수를 함께 내포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 패권의 하락에 따른 복잡하고 불안정한 동북아와 한반도의 역학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Ⅶ. 결어와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하여 소위 포괄적 전략동맹은 겉으로는 한미양국의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 또는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가 분명 있지만, 이면에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미중의 패권경쟁에 따른 냉전구조의 재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한미동맹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군사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냉전적 진영외교가 강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은 구별되어 사용해야 한다. 한미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60년간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왔고, 군사안보분야를 넘어 사회규범과 정체성마저 일체화되면서 한미동맹은 더 이상 실용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신화나 이데올로기의 수준이 되어버린 듯하다. 한미동맹에 중독된 한국은 한미동맹을 신성시하면서 남북대결구조는 강화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동북아에서는 안보담론이 거의 도그마로 자리 잡고 있으며 평화담론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물론 북한의 도발과 호전적 행동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한미양국이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북한을 압박하고, 이를 동맹 강화나 진영외교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최근의 국제정치에서 대외정책이 국내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동북아 유관국 6개국은 최근에 정권교체 또는 재임정부가 출범했기에, 내부에서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강경하고 민족주의적인 대외정책을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갈등구조에 편승하려는 유혹이 커지면서 역내국 사이의 신뢰구축이 어려워진다. 북한의 도발, 일본의 우경화 드라이브, 러시아의 반미선동 정책, 중국의 신민족주의, 미국의 중국위협론, 한국의 안보포퓰리즘 등도 모두 유사한 맥락이다.
현재의 악화된 남북관계는 냉전대결을 부활시키고, 분단질서의 고착화하는데 쓰이는 땔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악순환의 덫을 단절하지 못한다면 한민족의 미래는 또다시 국내정치적으로는 기득권의 인질이, 그리고 국제정치적으로는 패권경쟁의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남북화해와 협력이다. 그리고 친미일변도외교를 지양하는 균형외교가 필수인데, 미중관계가 나쁠 때는 갈등의 완충자로서, 좋을 때는 협력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전략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외교 전략에서 벗어나 미국을 설득해 유연한 대북 및 대중관계를 이끌어내는 영리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균형외교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중갈등이 현실화될 경우 친미반북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정부가 이를 얼마나 잘 감당하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 시점에서 판단컨대 긍정적 전망은 쉽지 않다.
현단계 한미동맹의 특징 : 중국포위, 북한압박, 한미일 삼각군사협력 강화
김창수(코리아연구원)
현단계 한미동맹의 양대근거 - 중국포위와 북한압박
2010년 6월 토론토 G20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미양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한 핵심(linchpin)이다”고 밝혔다. Linchpin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에도 사용된 용여이다. 이 용어의 사용여부가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입증하는 상징이 되고 있는 현실이 한미동맹이 내포해온 일방성에 따른 불안전성을 역설적으로 의미한다고 하겠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설정한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기능이서 벗어나서 그 성격과 역할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성격이 확대되는 것은 급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 때문이다.
미국의 여론은 한미동맹을 부상하는 중국에 대항하는 능력이라는 맥락에서 평가하고 있다. ‘시카고 국제문제 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중국에 대한 울타리 역할로서 한미동맹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전략은 이러한 미국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대중국 포위를 위한 동맹으로서 성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심화되고 북한으로부터 위협이 증대할수록 한미동맹이 더욱 강하게 다져지는 상황이다.
2009년 6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한미 양국정상의 교감이 이루어졌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매개로 해서 탈냉전 이후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재조정을 이루어냈다. 이후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한일 군사협력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대중국 포위를 위한 한미동맹은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체제 강화라는 형식까지 갖추어 가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전후부터 상실하기 시작한 북한에 대한 신뢰와 이후 깊어진 북한에 대한 불신은 지금까지 생긴 남북갈등과 북미갈등을 유지시키고 있다. 오바마정부는 남북갈등과 북미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을 대중국포위 동맹의 동반자로 만들어냈다.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동해, 서해, 남지나해 등에서 한미일 3국이 협력해서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서 중국에 대해 해상에서 전방위적 군사압박의 밑그림을 완성하였다.
미국의 전략은 북한의 위협을 발판으로 삼아서 대중국 포위동맹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화된 한미동맹이란 대북정책이 없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동맹에 참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대중국포위전략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북아, 동남아 각국과 실시하는 각종 해상 군사훈련이 대중국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미국 여론이 튼튼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시카고 위원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인 한일과 관계가 약화되는 것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일상적인 훈련’이라는 미국의 언술이야말로 해상군사훈련의 성격에 대한 미국의 일상적인 설명일 뿐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법적 기초위에서 형성되어서 60여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MB 시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시기의 한미동맹은 조약의 변경 없이 태평양지역 방위의 핵심역할로 성격이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다. 그 기반은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및 합동군사훈련’, ‘확장된 핵억지’라고 할 수 있다.
한미일 삼각군사협력 강화
MB 시대 이후 최근까지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7월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합동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장교들이 처음으로 참가하였다. 11월 서해 한미합동훈련 직후인 2010 12월 4일부터 6일간 미국과 일본은 일본 열도 남쪽 오키나와 인근바다에서 44,000명의 병력과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이 훈련에는 한국군이 처음으로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한국연해에서 실시된 PSI훈련에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력과 함께 미국을 매개로 해서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의 군사적 위협이 존재해야 동맹이 성립되듯이 한미일 군사협력에서도 공동의 위협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능력이나 미사일 기술 추구, 중국의 부상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이유가 되고 있다. 한미일 삼국군사협력은 2010년 10월 4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발표한 ‘한미국방협력지침에서 ’양자, 삼자, 다자간 국방협력 강화‘라는 내용으로 한미 양국이 언급하기 시작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49,000명의 주일미군이 없었다면 “북한의 군사 도발은 훨씬 심할 것”이고, “중국은 주변국들에 더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지역과 국제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AP 2011.1.14)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2011년 2월 8일 마렌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발표한 ‘국가군사전략’ (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USA)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문서에 나타난 중국의 군비확장이나 북한 핵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향후 수십년 동안 동북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력 전개’, ‘한일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하해서 지역의 안정화 추진’ 등이다.
2011년 1월 1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은 각종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2011.1.10)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월러드 미국 윌러드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현재 협력강화를 위한 논의와 공동 작전수행 능력을 감안할 때 3국이 앞으로 ‘어느 시점’에 합동훈련을 실시할 ‘적기’(goodchance)가올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11.1.27)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독립된 두 개의 동맹이 한일 간의 군사협력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문제나 영토분쟁으로 한국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하므로 고도의 신뢰가 필요한 군사동맹이 한일 사이에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미국이 매개하는 형식으로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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