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돌파구,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찾는다- 한반도의 안정·번영·통일의 길--송민순(전 민주당 국회의원/외교통상부 장관)

2013. 11. 19. 15:21정치, 정책/통일, 평화, 세계화

 

 

 

 

한국경제의 돌파구,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찾는다- 한반도의 안정·번영·통일의 길

송민순(전 민주당 국회의원/외교통상부 장관)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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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9  00: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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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말 :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
  
   ▲ 기조강연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북방정책의 완성을 위해


- 한반도의 안정·번영·통일의 길

평화재단이 창립 9주년 기념 심포지엄의 주제로, “한국경제의 돌파구, 남북관계 정상화에서 찾는다.”로 정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저의 평소 생각과도 부합하는 주제이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생각의 일단을 말씀드릴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북방정책의 완성은 한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의 국내.외 정세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정책이 동북아 각국 간의 관계 정상화라는 한반도 외적 환경 조성과 남북한 간 교류 협력이라는 내적 환경 개선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 그리고 공동의 번영을 도모하고 종국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1991년 한.소 수교와 다음해 한.중 수교, 그리고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은 북방정책의 핵심적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장애에 부딪히면서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북.미, 북.일 수교라는 북방정책의 다음 단계가 좌절되고, 미완의 작업으로 남아왔습니다.

그 후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구도가 기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는 원래 정책을 발전시켜 완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방정책이 우리의 미래에 주는 함의와 그 접근 방법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지경학적 환경을 세계 역사적 사례에 대입시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분단을 극복하고 유럽의 중심에 서게 된 독일의 경우입니다. 1969년에 집권한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하자 야당인 기민당은 두 개의 독일을 인정하여 분단을 고착시킴으로써 헌법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의회에서 불신임 위기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브란트와 슈미트로 이어지는 사민당 정부는 통독으로 독일의 미래를 유럽의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철학과 의지로 “접근을 통한 변화”와 “변화를 통한 접근”이라는 중첩된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13년 후 1982년, 집권에 성공한 기민당의 콜 총리가 취임연설에서 “지금까지 체결된 동독 및 동구 국가들과의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고 진행 중인 협상도 계속 하겠다”고 함으로써 동방정책의 계승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도 당내의 거센 반발로 정치적 위험에 처하기도 했지만 결국 8년 후 통일 독일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통독 2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냉전 시절 서구의 변방에서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34년 전 동.서 베를린을 가르는 장벽의 인근에서 살았던 저는 다시 독일과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곤 합니다.

둘째는 폐쇄 국가의 개방과 변화의 경로입니다. 우리는 북한에게 베트남, 그리고 근래는 미얀마처럼 개혁.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만약 베트남의 분단이 지속되고 월맹이 서방으로부터 고립되고 있었음에도 1986년 도이모이 정책 같은 개혁의 몸부림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50여 년에 걸쳐 군사독재와 폐쇄의 길을 걸어오다 최근 개방의 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과도한 대중국 의존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아세안 국가들이 20년 이상 추진해온 “건설적 관여”정책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세안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고립.봉쇄 정책을 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베트남보다는 미얀마의 경우가 더 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셋째는 반도국가의 지경학적 환경입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오스만 터키 제국, 15-19세기에 걸친 스페인 등은 모두 반도국가들로서 대륙과 해양의 연결을 통해 부강한 국가를 건설하였습니다. 반대로 이들이 대륙이나 해양으로부터 단절되었을 때 쇄락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전형적인 반도국가인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는 데 성공하지 못해 왔습니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비로소 해양으로의 문은 확대했으나 국토 분단과 냉전으로 인해 대륙으로부터는 단절되었습니다. 소련 및 중국과의 수교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우리의 지경학적 강점을 살리는 발판이 되었으나 아쉽게도 대결적 분단의 지속으로 절반의 작업 완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완의 북방정책은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소를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그 길은 한반도의 통일, 사실상 통합, 정상적인 보통국가 관계 설정 등 세 가지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슴에는 통일을 안고 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보통국가 간의 관계 설정으로부터 시작해서 통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동족상잔에서 배양된 이질화와 적대감을 극복하고, 특히 한반도 통일에 필요한 민족 내부의 구심력이 분단을 지속하려는 외부의 원심력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 주도의 민주.시장경제 체제로 통일되거나 아니면 현상 유지를 원하고, 반면 중국은 미국 세력이 배제된 통일이 될 때까지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힘이 앞으로 상당 기간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 전망을 요합니다.

그 길은 남.북간 정상적 관계를 설정하여, 평화체제하에서 공존하면서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넓게는 동북아 지역 협력체 구축의 촉매 역할을 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 기초할 때 진척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대결적 분단은 동북아를 갈라놓고 유라시아를 단절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세습과 독재의 전형인 북한 정권을 넘어 한반도와 한민족의 주인으로서 행세할 각오가 설 때, 비로소 이 장애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정권과 같은 수준에서 티격태격하는 것은 우리의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킬 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원심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북한은 핵.경제 병진정책이라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핵무기에 집착하는 북한과는 협력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제특구 모색 등 북한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몸부림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시키고, 병행하여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골자로 하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우리가 과감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선진국형 성장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실질 경제성장률 3% 유지가 힘겹고 고용은 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국가 부채증가를 유발하는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육지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창출을 통한 신 시장개척에 더하여, 지경학적으로 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길, 즉 북방경제를 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높은 시각에서 대북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독일이 통일 전과 후에 걸쳐 막대한 정치.경제적 비용을 치르면서도 동독 지역과 동유럽에 New Frontier적 접근과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을 적용시켜 세계 3대 경제권의 주인이 되고 있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남북통일이 되면” 또는 “TKR-TSR 이 연결되면”과 같은 가정법만으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습니다. 일어서지 않고는 뛰지 못하는 것처럼, 한반도를 관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대륙을 뚫을 수 있겠습니까? 대북정책을 제약하는 국내 정치의 한계를 넘어 우리 정부가 미래를 주도하는 의지와 실행 능력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분야에 깊은 식견과 뜨거운 열정을 쏟고 계신 여러 전문가들께서 자리를 함께하고 계십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북방정책의 완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블루 오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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