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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이남주(성공회대 교수) |
한미동맹에 갇힌 한국의 군사안보 ; 현안, 쟁점 중심
한미동맹과 군사안보 쟁점 1 : 전작권 환수, 차기전투기 도입사업, 무기구매, Kill Chain
최종건(연세대학교 교수)
Ⅰ. 전작권 환수 연기? 우리는 보통국가인가?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이미 예상하였지만, 이 정도까지 막 나갈지 몰랐다. 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독도를 자신의 것이라고 우길 뿐만 아니라, 침략의 역사 자체도 재평가하고자 한다. 하긴 여기까지는 늘 일본의 우익이 주장하는 바여서 그리 새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것은 일본 자신이 비정상국가라며 보통국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맹점이 바로 평화헌법의 개정이다. 즉, 자위권을 회복하고 전쟁을 선언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지닌 국제법적 권리를 회복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잠깐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 의아해지는 일이 발생한다. 일본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는 것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일본은 플루토늄 재처리가 가능하고, 독자적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명시적으로 전시와 평시에 자위대의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는 사용 후 핵연료가 쌓여 가는데도 이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미사일 협정에 묶여 속 시원히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우리 군의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나라이다. 이쯤 되면 정말 누가 더 ‘보통국가’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광복 68주년이 된 2013년, 다시 2015년에 환수 받게 될 전시작전권 연장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 위협이 더 강화되었다는 판단과 함께, 여전히 한국군이 작전지휘권을 환수 받을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는 이유다. 지난해 환수받기로 했던 전작권을 다시금 연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통상 보통국가라면 자국의 안보를 자국 군으로 보위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 군에 ‘진격하라’, ‘반격하라’, ‘발포하라’라고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보유하고 행사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국가는 그야말로 ‘보통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 강대국과 군사동맹을 맺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외교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국력이며, 그 국력의 최후 보루는 전쟁을 시행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과 정치적 권한이다.
그렇다면, 환수연기론자들은 우리 스스로 보통국가가 아님을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 커지는 북한의 위협을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안배와 권한을 자진해서 미루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한 장치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더욱이 전작권이 환수되면 한·미동맹이 약화하거나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안보는 스스로 지킨다는 죽기 살기의 각오 없이 아늑하고 시원한 동맹의 그늘 속에 안주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원점 대응하겠다는 공약의 신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의심받는 부분이 바로 전작권 환수 연기론이다. 또한, 우경화된 일본이 독도 인근에서 군사적 소요를 유발하여 분쟁화한다면, 과연 우리가 얼마나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아무리 최신의 해상 능력과 항공전투 능력을 보유한다 한들 이를 자위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없는 국가가 정말 보통국가인지 뼈저리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예방외교와 다각도의 대북정책을 통해 전쟁을 방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100%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약 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가적 명운의 책임을 지고 우리 군을 직접 지휘하고 통제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대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진정 광복 68년을 맞은 2013년 우리가 진정한 보통국가가 되는 길일 것이다.
Ⅱ. 차기전투기 도입사업 관전법 – 스텔스 전투기로 잃은 것
전투기와 같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는 네 가지 요소가 고려된다. 무기의 성능, 가격, 운영비용 그리고 기술 이전이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라 할지라도 예산을 초과하면 구입할 수 없다. 유지비용과 후속 군수 지원도 가격만큼 중요하다. 또한 최신 무기를 국내에서도 생산할 수 있도록 중요한 기술을 국내 방위산업에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좌초된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이 네 가지 요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정부는 갈팡질팡하였고, 안보환경에 대한 종합적 비전도 부족했다. 그 결과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F-35는 예산 초과로, 유럽산 유로파이터는 계약조건 위반으로 최종 탈락했고 노후 기종 개량형인 F-15SE가 단독 후보기종이 된 것이다.
그러자 은퇴한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연판장을 돌려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면 주변국과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보잉의 F-15SE는 부결되었고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원점 재검토라는 결론으로 종결되었다. 문제는 돈과 성능이었다. 8조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40년 전 기종을 구입해야 하느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온 나라가 스텔스 기종을 원하는 목소리가 지배하게 된다.
국방부는 조속히 사업을 재개한다고 한다. 당연한 결론이다. 최근 충북 증평군에서 추락한 F-5 전투기는 공군 전력 노후화의 방증이며, 전력 공백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 얼마나 급하면 공군참모총장이 한때 ‘아무 전투기나 사달라’고 했을까. 그러나 따질 건 따져야 한다. 차기 전투기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첫째, 스텔스 기능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한국의 주적관을 북한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으로 확대시켰다. 이러한 과도한 위협 인식이 우리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텔스 기능이 현대전에는 중요하나 전투기를 마법의 투명 양탄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텔레비전 방송용 초단파(VHF)를 이용해 스텔스를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따라서 스텔스는 최신 기종이지만 최후 기종은 아니다.
셋째, 여전히 비용과 불확실성은 유효하다. 현재 F-35는 미국 공군조차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종이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제도를 통해 도입한다 해도 계약 맺을 시점의 가격으로 도입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게다가 FMS 관련 규정인, 개발 중인 기종의 생산 중단 위험을 구매자도 떠맡으라는 ‘야키 웨이버’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예산 초과, 납기 지체, 개발 위험 등을 감수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특정 기종을 특정 시기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본 사업이 우리의 주도 사업이 아니라 판매자 주도 사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가격 및 성능 경쟁은 이미 붕괴되었고 우리의 협상력은 무너졌다. 성능과 가격은 판매자가 결정하고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보라매 사업)을 위해 최종 선택 기종의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고 개발업무 분담을 확실하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곧, 차기 전투기 사업과 보라매 사업을 확실히 연계해야 한다. 이 기회에 보라매 사업에 불을 지펴야 한다.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기종이 한국 안보에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마치 특정 기종을 구매하기 위해 사업을 몰고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Ⅲ. 왜 미국 무기만 선택하는가?
14조원 대 외국산 무기 도입 사업이 2012년에 결정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이루어지는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는 공군 차기전투기(약 8조 3000억원), 공군 KF-16전투기 성능개량 (1조 8052억원). 육국대형헬기사업 (약 1조8384억원), 해상작전헬기 (약 5538억원), 고고도 무인정찰기 (약 5000억원)등이 있다. 이러한 대형 사업들의 계약금액만 약 14조원인데, 이는 2011년 국방예산 (31조4000억)의 3분의 1일 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2011회계연도 무기 수출액 461억달러 (약 50조원)의 30%에 가깝다. 많은 국민의 혈세를 2012년도에 우리정부가 무기도입 사업으로 집행해야 한다. 참고로 오늘날 세계 1위라고 하는 인천공항 2단계 사업까지 소요된 비용은 8조 7241억원이다.
우리나라는 통상국가이다. 내수 시장 확대보다 해외시장과의 수출확대를 통해 성장의 동력을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10대 통상국가이며, 2010년에는 412억 달러, 2011년에는 333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따라서 수출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심장과도 같다. 수출 경쟁력이 강할 때, 한국 성장의 동력은 그 만큼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첨단 IT, 철강, 조선, 전자 기술 강국인 한국은 유독 무기 시장에서는 매우 비정상적인 수입국가이다. 2003-2007년 세계무기수입국 5위였던 한국이 2007-2011년에는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스웨덴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 (SIPRI)는 2011 국제무기거래 경향’ 보고서를 내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이 기간 세계 재래식 무기 거래량 중 44%를 차지하였고, 한국의 무기 수입이 세계 무기 수입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 통계를 유심히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의 무기 수출량 가운데 43%를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무기 수입의 74%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우리 정부가 무기도입에 사용한 예산 1조2373억원 중 9,822억원어치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였다. 한국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65억3천만 달러어치의 미국무기를 수입하는 것으로 집계되며 이는 세계 4위의 규모이다. 이는 장비 도입액만 단순계산으로서 각종정비지원과 후속 부품지원 등을 제외한 것으로 사실상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예를 들어 2001년 이후 미국 국방부에서 한대도 구입하지 않은 F-15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 공급한 보잉사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조원에 이르는 판매 실적을 이루었고, 기타 통합정밀직격탄 (JDAM)과 장거리공대지 유도탄(SLAM-ER) 도입계약을 통해 많은 수천억원대의 영업실적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대미무역에 있어 100억불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 정도로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독 무기 시장에 있어 미국에 장비도입, 무기 운용과정, 기술개발 등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어떠한 무기제품을 수입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미국의 무기에 이렇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무기 시장의 세계 2위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무기 거래의 75%를 왜 미국과 독과점식으로 거래하고 있는가? 또한 최첨단 산업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왜 이리도 기형적으로 무기 시장에서는 대미의존적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러한 상황과 한국의 방산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그리고 다변화는 가능한 것인가?
보통 한국의 대미무기 종속을 논하는데 있어 일종의 필연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곤 한다. 즉,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 미국산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필연론이다. 그런데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실상 100% 미국에 의존하는 전투기 무기체계를 보더라도, 스페인, 이태일, 영국, 독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산 전투기와 미국 전투기를 동시에 전략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회원국가들간에도 단일화 된 전투자산 보다는 다변화된 젙전투자산을 냉전시기부터 전력화하였다는 점은 사실상 이러한 우리의 필연론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론 한국의 대미 무기수입 종속에는 한미동맹이라는 요소가 매우 결정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동맹환경 속에서도 무기 도입의 다변화와 생산의 자국화를 추진한 유럽의 사례를 상기해보면 무기 수입의 보편성과 함께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군사동맹관계, 특히 한미 동맹과 같이 한국의 전력 의존도가 높은 비대칭 동맹관계에서는 미군과의 상호운영성 (inter-operaterbility))을 중요시 한다. 즉, 주력군 미군이 사용하는 전력과 통신, 데이터링크, 무기체계, 훈련체계가 유사하고 상호호환적일 때, 동맹전투력이 강화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안보동맹의 수혜자인 한국의 경우, 미국의 전력체계와 동일성, 혹은 최대한 유사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호 운영론과 필연론이 결합하면, 대미무기의존의 강력한 경로의존성이 작동하여 실질적으로 다른 국가의 무기체계를 고려하는게 매우 어려워진다. 특히 전투기와 공격형 헬기와 같은 항공자산은 정보 분석, 자체방어체계, 소요무기체계가 입체적으로 작동될 때 최대의 전투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초기 도입된 항공 전력을 다른 생산자의 기종이나 체계로 전환하기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번 도입된 무기체계를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타성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특정 무기체계를 수입할 때, 수명주기비용을 고려하는데, 이는 쉽게 말해 30년간의 부품과 수리 그리고 운영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미무기의존도가 높은 이유도, 한번 무기를 수입하게 되면, 상당기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형 무기 도입사업이 진행될 때 마다, 항상 등장하는 “정책적 고려”라는 것이 한미연합작전 능력과 무기체계의 호환성 그리고 외교적인 요소를 고려했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로종속성은 강력한 무기의존성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한국적 특수성은 대형무기도입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로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맹 강화론을 앞세운 미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한국정부에 직접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미군수업체의 사장단이 한국을 방문하고, 이들은 통상 생산공장이 위치한 주의 상원 혹은 하원의원을 대동하고 방한한다. 이들 정치인은 한국의 대통령이나 장관급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의 무기를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또한 한미 정례 안보협의회와 같은 양자공식회담에서도 미국의 고위 관리과 ‘한국의 무기 도입사업은 미국에도 매우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언급하면서 은근히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미동맹의 군사적 운영측면에서 상호운영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북한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서는 상호운영성이 중요하다”고 최고 실무선에서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에 들른 미국방부 장관이 중국의 스텔스 전력이 상당히 위협적이니 한국도 스텔스 능력이 있는 5세대 전투기가 필요 하다고 한국의 최고위층에 언급하는 모양새도 군수업체-행정부-의회의 복합적인 로비 및 압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시장에 새로운 무기 공급자가 진입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치적 장벽이 있어서 무기 수입의 다변화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선진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를 수입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들의 기술력을 습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그들의 물건을 분해하여 재조립하면서 많은 기술력을 습득하였던 것이 우리의 민간 산업분야였다. 군수분야에서는 그런데 공급자와 구매자간의 사전협의 없이 이러한 기술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미국정부보장판매방식(FMS)를 통해 한국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였고, 이를 통해 첨단 무기의 주요 부분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현재 한국의 주력전투기의 F-16K의 최첨단 레이더 장비인 타이거아이는 우리 공군이 수리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분해도 할 수 없다. 이는 내가 구입한 자동차의 엔진을 내 마음대로 열어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더욱이 미국 군사업체들간의 독과점체제는 한국과의 절충교역 비율, 즉 기술이전 비율을 낮게 책정하여 한국에게 주요 기술이전을 매우 어렵게 하였다. 이들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살 수 밖에 없는 한국에게 기술 이전을 해줄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의 방위산업경쟁력 약화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작용한다. 기술력 수혜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원천기술을 적용한 한국산 방산무기는 해외에 수출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거나, 미국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바로 한미 간에 체결된 ‘방산 로열티 협정’인데 사실상 한국 방위 산업의 수출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예정상 올해 14조원의 무기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권말기에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중 가장 큰 사업이 공군의 차세대전투기도입 사업이다. 약 8조 2천억이 소요될 것이다. 이는 전투기 가격일 뿐, 그 이후에 소요될 수명주기비용과 기타 파생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비용이다. 미국은 우리의 맹방이다. 따라서 ‘정책적’고려라는 ‘정치적’ 고려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형무기도입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투기가 우리의 영공을 비행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혈세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최고의 안보를 보장 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안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즉, 무기획득사업은 우리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것인 만큼,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안을 우리 측에서 자진해서 내놓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무기체계 선정 및 계약단계에서 우리 안보의 현재와 미래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조건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바로 정부에게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정부는 대형무기 도입에 있어, 미국산이 아닌 다른 공급자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경제, 기술적 실리가 미국산 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군사외교적 손실을 능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 우리는 현재와 같은 대미무기종속체제를 유지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Ⅳ. ‘킬체인’의 정치학: 대북억지는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북한의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 단행, 그리고 올 봄으로 이어진 한반도 안보긴장 구도는 분명 우리 사회의 대북 위협인식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반도적 안보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정부, 특히 ‘군’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정부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이를 소형화하여 그들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우리에게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되는 긴박한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등장한 개념이 ‘킬체인’ (Kill Chain)이다. 킬체인은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직전에 요격하는 일련의 선제타격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군이 보유한 각종 정찰 자산을 이용, 표적을 탐지, 추적, 정밀 타격하는 과정의 체인화 혹은 연속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예방차원에서 발사 예상지점을 먼저 공격하겠다는 대북군사억지전략개념인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들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지 않길 바란다. 어찌 보면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정책도 그런 바람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대북포용이든 대북압박이든지 간에 대북정책의 공통분모가 바로 북한의 도발불용인 점을 상기해 본다면, 킬체인 전략은 분명 의미 있는 대북군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안보전략이든지 그 실효성은 날카로운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여타의 이유들을 막론하고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지출되기 때문에 그렇다. 과연 킬체인은 현실성 있는 전략인지,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전략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강화시켜 줄 것인지는 반드시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킬체인의 실효성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억지”라는 개념이다. “억지하다 (To Deter)”는 “방지 (Prevent)”하고 “체벌 (Punish)”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억지정책은 적의 공격이 감행될 시에 이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반격해서 적에게 보다 많은 피해를 입히겠다는 능동적인 개념이다. 또한 “억지력이 있다”는 말은 방어와 체벌의 가능성을 전제함과 동시에 “네가 만약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너를 반드시 때려눕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때 아이러니한 게 있는데, 자국의 억지력이 결국엔 상대국가도 “얼마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상대국가도 나와 같은 가치체계를 공유하고 있어야만 억지력이 실효성을 갖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영토와 주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상대 역시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상대에게 보내는 억지력의 신호가 신빙성 있게 인식되며, 상대로 하여금 나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내가 공격한다면 저들은 나에게 체벌을 가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게 바로 억지능력의 심리적 이면이다. 따라서 억지력은 군사적 능력, 도발 시 체벌 의지 그리고 상대방의 이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안보강화를 위해 수립된 킬체인 전략, 과연 우리에겐 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국방 비전은 이렇다. 킬체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첫째, 1분 안에 북한의 선제적 공격 움직임이 우리 정보 당국에 탐지가 되어야 한다. 둘째, 1분 안에 북한이 어디서 무엇으로 공격할 것인지의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셋째, 3분 안에 군 최고지도자는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반드시 북한이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타격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의 공격이 북한의 도발원점을 파괴했는지, 그 성공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적의 반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탐지, 타격 능력은 어떠한가? 우리에겐 없는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우리에겐 군사위성이 없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도 없다. 가진 거라곤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5호, 전방 지역의 영상 정찰과 감청이 가능한 정찰기 ‘금강’과 ‘백두’ 그리고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 정도다. 우리 자력으로는 절대 북한을 탐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북한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북정보를 미국에 과도하게 의지해왔던 관성의 대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방부가 미군과 100% 실시간으로 모든 군사정보를 공유한다고 치더라도, 과연 국방부가 1분 안에 북한의 주요 공격시설과 민감한 표적을 모두 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겨울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에 수일 간 노출되어 있던 높이 30미터의 은하로켓 3호 발사 조짐을 탐지하지 못했었다. 앞으로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의 전략시설들을 어떻게, 그리고 제대로 탐지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1분 안에 탐지하고, 표적을 획득했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사용할만한 군사적 상황이란 곧 준전시 상황이거나,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전이 확대될 조짐이 있거나,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바로 자위권을 발동, 선제공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군사적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단계, 이 단계가 바로 킬체인의 핵심이다. 이 단계는 대통령에게 위임된 통치권이 발동되는 정치적 사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독자적인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독자적인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전시작전권 부재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위권 차원의 공격 명령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행사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킬체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킬체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손치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협의적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킬체인을 가동하여 공격 결심을 내릴 수 있을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킬체인은 분명 한국 방위를 위한 군사전략이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킬체인의 핵심인 대통령의 선제공격 명령은 정치적 사안일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작전권한을 보유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킬체인과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주장은 상호 논리적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킬체인 구현에 필요한 물리적 능력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하면 보강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의 공격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권한인 전시작전권의 환수를 연기한다면, 우리 정부가 실제로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억지력 발휘는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너희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거야 ’라는 신호를 상대국가에 보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결국 대북억지력이란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환수 받고, ‘생즉사사즉생’의 각오가 있을 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징후가 명확해지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어 대통령이 자위권을 발동, 독자적인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우리 군은 현무-3 지대지 순항 미사일, 현무-1, 2 지대지 탄도 미사일, 해성-2 함대지 미사일, 그리고 해성-3 잠대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랑스런 “명품무기”들을 두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명중률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심심치 않게 이 명품무기들의 불량 발생으로 국산 무기체계의 신뢰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가진 현재 수준의 미사일 체계로는 깊은 산중이나, 산악 뒷면, 그리고 갱도 속에 있는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전투기를 출격 시켜야 한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타격 무기는 사거리 270km의 슬램이알 (Slam-ER)이다. 하지만 최신예 전투기인 F-15K를 발진시켜 휴전선 이남에서 슬램이알을 발사한다 한들, 함경도의 도발원점을 타격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 장거리공대지 미사일 (JASSM)을 구입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는 판매 승인을 불허했다. 차선으로 독일제 미사일 (타우르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미국산 전투기에 장착하려고 하니 기술적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또 다시 자주국방의 중요성과 아쉬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대북도발억지 의지가 높다고 해도 능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소위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비판 받았던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연평균 8.8%의 국방예산을 증액시켰다. 현재 그나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대북억지군사자산인 공군의 F-15K, 공중 조기경보기 ‘피스아이’, 해군의 이지스함 등도 노무현 정부 때 소요와 획득이 이뤄졌다. 반면 안보를 가장 중요시했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방예산은 연평균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 말기, 대북 탐지와 표적획득에 중요한 전력 자산이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구매가 결정되었으나, “미국이 도와줄 텐데 그 비싼 무기 왜 사오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구매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격이 약 4배나 증가한 구형 글로벌 호크를 구매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대북억지의 중심축으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언급한 박근혜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을 보면, 과연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진정으로 있는지 의심스럽다. 2014년 국방예산의 증가율은 고작 4.1%에 그쳤으며, 킬체인 관련 예산은 1조 1164억 원에서 9997억 원으로, 1167억 원이 삭감되었다. 전체 국방예산은 35조 8001억 원으로 국방부 요구예산보다 2.9% 감소되었던 반면, 킬체인 예산은 약 10.4%나 대폭 삭감되었다. 특히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위성위치확신시스템 예산, 현무 성능개량, 중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의 소요예산은 줄줄이 삭감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대로 예정되었던 킬체인 구축 시기를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기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예산안은 정부의 킬체인 조기 구축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백번 양보해서, 전시작전권 전환은 안보환경에 따라 연기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방예산 증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강력한 구호로 외쳐지는 킬체인 공약은 과연 북한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질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대북억지의 초석이 자주국방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자주국방의 초석은 강화된 실천적 억지력에 나온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예산은 2% 부족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북 킬체인의 완성은 그 표적인 북한에 의해 완성된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억지의지를 명확히 인식케 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완벽한 능력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한들, 북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킬체인의 억지효과는 미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에게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인식시킬 수 있을까. 그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 방어한다는 자주국방의지를 현실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환수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북한에게, 만약 도발할 경우 우리는 죽기 살기로 체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는 것이 된다. 동시에 육해공군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독자적 대북정찰 능력을 확보하고, 중장거리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전투항공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북한과의 대화다. 도발하는 북한에게는 도발 불용과 체벌 의지의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하지만, 도발하지 않는 북한에게는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게 안정된 한반도 안보 상황, 상호호혜적인 남북관계가 그들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에서도 극단적 도발보다 평화적 관계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가치체계가 점차 증가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이 가능할 때야만 우리의 대북군사억지정책인 킬체인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구축에 공헌하는 긍정적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능력과 의지의 신뢰성이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공공연히 외쳐 되는 대북원점 타격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도리어 안보 불안감만 조성되는 의도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킬체인의 시작은 군사능력의 보강에서 시작되지만, 킬체인의 완성은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에 의해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토론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2년 간 우리나라 안보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북한의 핵 무장에 가속이 붙었다는 점이다. 최근 2년 간 북한의 핵무장은 과거 20년의 그 어떤 시기와도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속도가 빠르고 포괄적이다. 핵무장으로 가는 길의 90%는 핵물질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핵 물질 확보는 영변의 원자로가 재가동되어 플루토늄 확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원심분리기에 의한 우라늄 농축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원심분리기는 북한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자체 생산하고 밝혀지고 있어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에는 약 50개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꾸준히 축적해 온 고폭실험과 핵실험의 경험은 핵무기의 소형화에도 거의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탄두가 소형화되면 북한은 단거리(3000km 이하), 중거리(3000~6000km), 장거리(6000km 이상) 북한은 핵무기 투발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미 북한은 이러한 핵 능력 확보를 국가의 핵심이익이자 공식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단순히 한미에 대한 억지력 발휘라는 방어적 차원을 넘어 고강도 협박수단이자 힘의 우위를 관철하는 공세적 성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4년에는 북한의 핵 능력이 크게 강조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정 심리가 고조되면서 우리 방위체제에도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핵무장으로 촉발되는 한반도의 ‘핵의 정치’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꾸는 가장 핵심적이고 독립적인 변수이다. 가장 상위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관리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과 협력이라는 ‘강대국 정치’가 있다. 그 밑의 중간에는 한미일 3국과 북중이라는 ‘연합 간 대치구조’가 있다. 그리고 가장 하위에는 남한과 북한의 대치구도라는 ‘약소국 정치’가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가속화되면 한반도 문제는 가장 상위의 강대국 정치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강대국 정치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한 단역으로 밀려나고 미국과 중국이 주역이 되는 상황으로서, 2010년에 서해에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 진입문제를 놓고 미중이 대결하는 국면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미․중과 모두 협력해야 하는 우리의 지정학적 처지가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먼저 최종건 교수의 발표문과 관련된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전작권 전환의 당위성은 국가의 주권 확립을 통한 보통국가라는 데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다. 주권의 바탕위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의 창출에 그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작권 전환이 단순히 우리가 안보의 당사자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것 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주변국과의 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보여지는데, 발표자의 의견은?
스텔스 전투기 도입의 위험성은 발표문에 잘 정리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데 미국의 스텔스기 한국 판매는 단순히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 이상의 핵심 동맹정책이 아닐까? 한미일이 같은 스텔스 무기체계를 운용하게 되면 군사기술을 공유하고 작전의 상호운용성을 증진시켜 한미일 삼각동맹을 더욱 증진하는 정치적 효과도 있는 것 아닐까? 특히 일본은 무기 수출국가로서 변모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이 면허생산하게 될 F-35의 기술을 활용하여 한국에 장차 전투기 운용에 필요한 부품 공급기지로서의 역할까지 내다보는 게 아닌가? 즉 우리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결정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결과까지 초래하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킬체인 구축으로 상징되는 대북 억지력 구축의 논리와 미국산 무기도입의 문제점도 잘 정리되었다고 본다. 발표문을 정독하다보면 한반도 전장상황에서 억지력을 구축한다는 주장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한반도 전장은 전쟁터의 가장 한복판인 수도권에 이미 2000만명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인류 역사상 전쟁터에 유례가 없는 높은 인구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세계에서 가장 화력이 밀집된 높은 수준의 위협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는 어떤 첨단 무기체계를 더 배치하여 무엇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한다는 의미 자체가 상실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군사력으로 무엇을 방어하고 억지할 수 있는 임계상황을 넘어선 극단적 위험구조에 이미 도달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킬체인을 구축하고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이는 군사력의 한계효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체인과 MD에 현 보수정권이 더더욱 달려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
더 나아가 설령 효과적인 대북 방어 시스템이 구축된다고 한들 확전의 위험을 감수하고 정치지도자가 1분 안에 북한에 대한 타격을 결심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초래된다면 과연 이를 결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있을까? 결국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안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군사력 사용의 한계만 명확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구한다.
다음으로 전시작전권과 유엔사령부의 문제이다. 이시우 선생의 발표문에서 이제껏 우리가 상식화하고 있던 바와 달리 유엔의 참전과, 유엔사령관에 대한 작전지휘권 이양, 연합사령부 문제가 사실은 법과 제도, 조약에 근거하지 않은 임시적 행정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에 전시작전권의 한국으로의 전환 이후 한미 군사지휘체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언론에 해체되기로 되어 있던 한미연합사령부를 그대로 존치시킨다는 미확인 내용이 보도된데 이어, 한수 이북에 미2사단 예하 화력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현 위치에서 한미연합부대로 전환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급기야 작년부터 한미연합작전기구를 전환 이후에도 별도로 창설하여 운용한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조만간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보수 언론의 일방적 주장들이다. 미국 정부가 합의해 줄 가능성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엉뚱한 보도가 나온 배경은 명확하다. 이 나라의 자칭 안보세력이라는 사람들은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60만이 넘는 대군을 갖고도 소규모 국지전조차 수행하는 방법을 모르는 미성숙 상태라는 점이다. 이들이 전작권에 대한 한미 간의 그간 합의를 재검토하자는 근거는 “아직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준비가 되겠느냐”고 반문한다면 이들에겐 답이 없다. 한미 간 동맹의 비대칭성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미국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거나 변경시킬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오직 미국의 품 안에서만 안전하다는 마음의 습관이 형성된 이상 기존의 전작권 합의를 왜곡하고 변형하려는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한 발 더 나가서 이제는 유명무실해 진 유엔사령부를 강화하여, 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위기관리의 기본틀로 삼자는 주장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이후 지난 34년 간 유엔사령부는 유명무실한 상징적 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연합사에 실질적 권한을 위임해주는 일종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사령부는 조직도 없고, 정상적인 사령부도 아니며, 유엔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대부분 철수한 서류상의 존재다.
유엔사가 이제껏 유지되어 온 유일한 명분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을 청산하는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전협정을 관리하는 법적 주체로서 유엔사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서방측과 공산측이 유엔사를 해체하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에도 궁색하게 명맥만 이어왔으나, 그 사이에 한국전쟁 당시 유엔사의 적국인 중국과 북한이 유엔에 개입하여 존립의 명분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사라는 가상의 존재는 그간 남북 화해협력의 장애를 수시로 조장하는 이상한 마력을 발휘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자 국방부는 “육로 연결은 유엔사 관할”이라며 돌연 제동을 걸었고, 이로 인해 금강산 육로 관광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서야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제동을 걸은 사실은 전혀 없었고, 단지 유엔사라는 유령을 등장시켜 남북협력을 지체시키려 한 국방부의 거짓말이 밝혀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노무현 정부 당시 합의한대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차질 없이 이양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한국 방위를 위한 부담을 감소시키려는 그들의 계산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유엔사령부의 권위를 강조하여 계속 한반도 문제에 헤게모니를 추구하려고 하는 것은 전작권을 전환하려는 미국의 태도와 모순되지 않는가? 그렇게 유엔사의 권위에 의존하여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궁색한 방법을 도모할 것이라면 전작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 더 편리하고 확실한 방법이 아닌가? 이 점이 혼란스러운데 발표자의 의견을 구한다.
또한 우리가 유념할 것은 미 본토, 즉 국방부와 한국 주둔 미군사령부의 의견이 항상 같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다. 미 본토의 국방부는 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하고 한반도 방위의 부담을 줄이려는 반면에 주한미군은 한국 현지에서 4성장군의 직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유엔사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여기에는 미국 군대 내부의 조직논리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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