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적 발전의 시대로
-하승수(변호사)
한국은 매우 중앙집권적이고 수도권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집중된 사회는 그 자체로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환경ㆍ사회문제들을 낳고 있다.
수도권은 나쁜 공기, 오래 걸리는 출ㆍ퇴근시간, 비싼 집값, 열악한 교육환경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은 전기를 거의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에서 쓸 전기를 위해 해안가에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되고 송전탑이 곳곳에 들어서야 한다. 만약 인구가 분산되어 있다면 굳이 대규모발전을 해서 송전탑으로 전기를 끌어가야 할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처럼 집중이 낳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생각하면, 한국은 분산된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분산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수도권 지역이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 단지 경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교육, 문화 등이 종합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진정한 분산을 위해서는 도시 중심의 생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농촌ㆍ농지ㆍ농민ㆍ농사를 살리는 것은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와 같은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비수도권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내발적 발전’이란 고민이 나온다. 지금까지 비수도권 지역의 현실을 보면, 알게 모르게 외부의존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외부의 자본이나 중앙정부의 재정을 끌어들여야 지역발전이 된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런 사고를 ‘외래형 개발’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외래형 개발을 수십년간 해 왔지만,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농촌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외래형 개발은 지역 환경 보전에 소홀하고, 지역에서 이익을 올려도 지역에 재투자하지 않으므로, 지역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이었다. 도리어 외래형 개발 중심의 지역발전정책은 지역의 자립기반을 파괴할 뿐이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외래형 개발 노선을 택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은 더욱 침체해 왔다.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농업기반이 붕괴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비현실적인 인구증가, 외부자본 유입이나 국가재정 유치 등을 전제로 하는 지역발전비전으로는 희망이 없다. ‘내발적 발전’이란 ‘외래형 개발’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① 지역 주민이 능동적 주체가 되어 ② 지역에 있는 자원, 기술, 인재, 문화, 시장 등 여러 가지 자원을 활용하여 복합적인 경제를 육성하고, ③ 그것들의 네트워크를 이룩함으로써 환경 보전과 함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종합적인 지역 발전을 의미한다.
내발적 발전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보면, 외부 자본을 유치하고 외부의 지원을 따 내더라도, 그것은 지역의 역량과 계획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부의 계획에 따라가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개발이 되기는 어렵다. 또한 중앙정부의 계획과 지원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획일적인 개발이 되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내발적 발전을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기도 하다. 외부적 조건으로는 ① 평화적일 것, ② 대기업에 대한 규제, ③ 분권과 지방자치의 확립을 꼽는다. 이것은 분권을 지향하는 세력의 공동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내발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지역 내부적인 조건으로는 ①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뿌리를 두는 민주적인 정치와 행정, ② 환경 보전에 관한 사회 계획과 이것을 틀로 하는 지역 경제 계획, ③ 이를 뒷받침하고 추진할 수 있는 주민의 문화 수준 향상과 사회 교육 및 자기 학습을 든다. 이것은 지역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내발적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이다. 예를 들면, 주민참여예산같은 노력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과정에 주민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마을만들기,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도 주민참여이다. 주민참여없이는 새로운 활력을 만들 수 없다.
내발적 발전을 추진하려면 기존의 정책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교육지원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도 중요하다. 몇몇 명문학교 육성은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다. 오히려 지역에 남을 청소년들이 지역에 애착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