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MD체제 편입 어떻게 볼 것인가?-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2013. 10. 17. 22:32정치, 정책/통일, 평화, 세계화

 

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MD체제 편입 어떻게 볼 것인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webmaster@selfgo.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0.17  10:20:1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MD체제 편입 어떻게 볼 것인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1. 들어가며

“정부는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킬 체인이라는 ‘창’(강력한 공격 수단)과 KAMD라는 ‘방패’(방어 수단)을 동시에 갖춰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성격과 일반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한-미-일이 북핵을 무력화시키려고 군비증강에 나설수록 북한도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으로 맞설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킬 체인과 KAMD 구축 목표시한인 2010년대 후반기가 되면 북한은 매년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핵미사일과 더불어 전술 핵무기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의 킬 체인과 KAMD 구축에는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에, 북한은 이미 핵과 미사일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보다 훨씬 저렴한 방식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늘려나갈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잠재력을 현시화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미-일이 협상은 방기한 채 군비증강에만 몰두하면 북한도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보유고를 늘려나갈 것이다.

본론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MD는 몇 가지 말로 그 문제점을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비싸도 너무 비싸다. 둘째, ‘총알로 총알 맞추기’처럼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렵다. 셋째, 맞추더라도 탄두를 파괴시키기 어렵다. 빗맞으면 근처에 다른 곳으로 떨어진다. 넷째, 한반도의 지형에선 더욱 어렵다. 다섯째, ‘한국형 MD’는 한-미-일 MD로 가는 외피에 불과하다. 끝으로 안보딜레마를 격화시킨다.

2. 킬 체인의 문제점

킬 체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시 ‘탐지-식별-결심-타격’ 단계로 이뤄진 선제공격 전략을 말한다. 이는 2013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북한 핵·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한 부분이다.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억제 방안”으로 규정한다. 한국은 킬 체인과 더불어 KAMD가 핵심 축이고, 미국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한미 양국의 대북 공격 및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고 이러한 능력의 상호운용성을 증대해 통합을 이뤄나간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킬 체인 구축에 필요한 군사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탐지 및 식별에 필요한 정보 자산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결심이 내려지면 타격을 가할 공격용 무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정부와 군당국이 추진 중인 정보 자산 사업으로는 미국제 글로벌 호크 도입, 지상배치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 조기경보위성, 항공감시통제기인 피스아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타격 수단으로는 사거리 500~8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자체 개발, 사거리 600㎞인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타우러스급), 중거리 공대지 유도폭탄(JDAM급) 등의 자체 개발과 국외 구매, 현무 개열의 순항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도입 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킬 체인 추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정치적 구호와 예산상의 제약 사이의 ‘엇박자’이다. 사업 대상․규모․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상기한 전력 구축에는 수십조원대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에 반해 국가 재정난과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2014년 킬 체인 관련 예산이 1조1천164억원(국방부 요구안)에서 9천997억원(정부 제출안)으로 약 10% 삭감됐다. 그러자 대다수 언론은 “킬 체인 조기구축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킬 체인이 품고 있는 선제공격론이 야기할 안보딜레마의 격화 역시 중차대한 문제이다. 군당국은 북한의 핵사용 징후시 선제타격을 공식화해왔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 다음날인 2012년 10월 8일에 정승조 합참의장은 “전시에 북한의 핵사용 임박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까지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2013년 2월 6일에는 “북한이 도발하거나 핵공격 징후가 발견됐을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전쟁을 감수하고라도 선제타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다 단정적으로 말했다. “적이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징후가 확실히 보일 때는 맞고 전쟁하는 것보다는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2월 12일에도 이러한 군당국의 입장은 거듭 확인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핵무기를 투발했을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전에 파기시키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며 선제타격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그렇다면, 선제타격론은 북핵 위협 대처에 현실적이고도 타당한 전략일까? 북핵이 떨어지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런 끔찍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북핵 발사 징후시 선제타격을 통해 수도권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결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제법적인 문제가 있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때, 본 헌장의 어떤 조항도 (회원국의) 고유한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력 공격을 당한 당사국이 개별적으로나 동맹국과 함께 응징에 나서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자위권’에 해당된다. 문제는 상대방의 무력 공격이 ‘임박하다(imminent)’고 판단될 때이다. 적의 무력 공격, 특히 핵 공격은 가공할 피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사후 대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주관성이 개입되어 오해와 오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부 법률 자문관으로 있었던 윌리엄 태프트(William H. Taft)는 선제공격의 조건으로 “필요의 개념”을 제시했다. 적의 공격이 “믿을 만하고 임박한 위협(a credible, imminent threat)이어야 하며, 평화적 방법이 소진된 이후에” 자위적 선제공격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이미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수시로 핵 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는 핵 공격 예비 단계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사일 부대의 움직임이 실제 공격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되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한국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평화적 수단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한미동맹이 선제타격론을 공식화해 전력 증강과 경계 태세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북한의 맞대응과 맞물려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한-미-일에게 북핵은 유사시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만, 북한에게 “핵 억제력”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또한 북한이 선제공격 권리는 미국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발한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역시 선제타격론을 들고 나올 경우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미동맹의 선제타격론에 맞서 취하게 될 유력한 경로는 2차, 3차 핵 공격 능력의 확보가 될 것이다. 핵무기 보유고를 늘리고 여러 곳에 은폐·분산시키며 이동식 발사대를 대거 배치하고 재래식 탄두와 혼용해서 배치하면 핵미사일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시설을 총가동하면 연간 5~10개의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국토의 약 80%가 산악 지형이고 수천 개의 지하 요새가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을 은폐·분산시키기에도 대단히 용이하다. 아울러 남한 전역을 사거리에 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핵탄두 탑재, 고체 연료 및 이동식 발사대 사용이 중장거리 미사일보다 훨씬 용이하다.

이는 북한이 '핵 억제 이론'에서 필수적이라는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남한이나 미국이 선제타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일부를 파괴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북한의 핵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고 증강을 저지하기 위해 지상에 노출된 영변 핵시설(우라늄 농축 공장, 흑연감속로, 실험용 경수로, 재처리 시설 등)을 공습하면 ‘한반도판 후쿠시마’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선제타격 징후가 포착되면 핵미사일을 즉시 발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고, 억제가 실패하면 신속한 보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냉전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인도-파키스탄의 핵군비경쟁의 요체이자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만약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양측의 ‘더 빨리’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상대방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고 이는 인간의 오판과 오인의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듯이 레이더 등 기계의 오작동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론과 남한의 ‘선제타격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일상화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북방한계선(NLL)과 같이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가 곳곳에 있다.


3. ‘한국형 MD’ 외피를 쓴 미국 MD로의 편입

미국 주도의 현대전에서 군사전략상으로 선제공격론과 MD는 한 세트로 움직인다. 미국이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먼저 취한 조치가 바로 패트리엇 배치였다. 94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격을 검토할 때에도, 2010년을 전후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검토할 때에도 MD 시스템을 먼저 보냈다. ‘킬 체인’과 한미, 혹은 한-미-일 MD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핵 사용 징후시 선제공격을 가하려면 북한의 보복에 대한 방어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한미 두 나라는 ‘상호운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은 2013년에 합의한 제45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 방어, 교란 및 파괴의 포괄적인 동맹의 미사일 대응전략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양국간의 “동맹 지휘·통제체계의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기로” 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지휘․통제체계의 상호운용성”인데, 이는 한미간의 MD 협력이 정보 공유 단계를 넘어 요격까지도 ‘일체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박근혜-오바마의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었다.

주목할 점은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KAMD는 사실상 미국 주도의 ‘지역 MD’ 편입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나타났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의 MD 편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KAMD와 미국 MD는 다르다며 한사코 부인해왔었다. 핵심적인 논리는 KAMD는 하층(저층) 방어 위주이기 때문에 다층 방어체계인 미국 MD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MD 참여 기준으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기지 제공 △Ⅹ-밴드 레이더 설치 △MD 공동연구 비용 지불 등을 꼽았다. 한국은 이들 세 가지 가운데 단 하나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거나 편입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은 대단히 자의적인 것들이다. 우선 GBI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미사일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영토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배치된 사례 자체가 없다. GBI 기지 제공 여부를 MD 참여 기준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또한 X-밴드 레이더 설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MD 체계에 한국이 레이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MB 정부는 하층체계뿐만 아니라 상층방어체계에서도 미국에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기여 방안으로 한국형 이지스함에 탑재된 최신형 레이더 SPY-1D(V)에서 수집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런데 2012년 10월 26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미국은 지역 MD의 요체로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삼고 있다. 그리고 이지스함을 보유한 한-미-일을 연결하고 싶어한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이 2013년 4월에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를 넘어 “지금이 바로 미국-일본-한국이 군사 자원을 한데 묶어 3자 MD 체제를 구축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템프시의 발언 수위는 9월 30일에 더 높아졌다. 그는 한미동맹은 나토를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상호운용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한반도와 아시아에 가하는 위협을 고려할 때, 합동통합미사일방어체제(oint Integrated Missile Defense System)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능력이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변해야 하고, 오히려 북한보다 떠 빨리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날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도 “중요한 것은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 전체를 지원하는 포괄적인 전역 미사일방어체계의 개발”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 발사 탐지-추적 정보를 미국에 제공키로 한 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MD 참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정도의 협력 국가는 일본이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부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 양국의 MD 통합은 정보 공유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울러 MD 공동연구 역시 그것을 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비용 지불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명박 정부 임기 초기부터 미국과 MD 공동연구를 해왔다. 더구나 미국은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전술 레이더 기지, 그리고 MD 작전 사령부를 한국에 배치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 해상 MD 훈련도 실시해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한국군이 저층 방어로 설계된 KAMD를 대기권에까지 요격 고도를 높이는 상층 방어로 확대할 계획을 마련 중이라는 점이다. 10월 6일자 <중앙일보> 온라인판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사일 방어는 패트리엇-3 미사일을 위주로 한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였으나 최근 국방부 기조가 바뀌었다”며 “국방부는 상층 방어가 필요하며 관련 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군은 요격 고도 대기권 안팎에까지 다다르는 40-150km인 고고도지역방어체제(THAAD)를, 해군은 이보다 높은 70-500km의 스탠다드 미사일(SM-3)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10월 6일자 <중앙선데이>의 보도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 매체는 군 내부 자료를 인용해, 공군이 선호하는 THAAD는 “1개 포대에 약 2조원이 드는데 우리에겐 4개 포대 8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전력화엔 5년 정도 걸린다”고 보도했다. 반면 SM-3는 “보유 중인 이지스함 세 척에 탄도탄 방어시스템을 추가하는 성능 개량 뒤 구입하면 된다”며, 이지스함 성능 개량에 8000억원, 기당 150억원인 SM-3를 세 척의 이지스함에 20기씩 모두 60기를 탑재하면 총비용은 2조원 정도라고 해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움직임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다녀간 직후에 나왔다.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MD다”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이 전작권 재연기에 동의해준 것에 대한 선물로 박근혜 정부가 고가의 미국제 MD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점도 시점이지만, 중상층 MD 체계인 THAAD와 SM-3 도입 검토는 “KAMD는 하층 방어체제로 미국 MD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던 정부와 군당국의 기존 입장과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명백히 미국 주도의 ‘지역 MD'로 편입되게 된다. 오히려 두 시스템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그리고 괌 방어용 성격이 짙다. 미국은 이들 지역도 한반도 유사시 단일전장권에 해당된다며, 한국이 이들 지역으로 날라가는 미사일 요격에 기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THAAD와 SM-3 도입 계획은 이에 대한 명백한 화답에 해당되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일본 교토 남부에 X-밴드 레이더도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 레이더는 THAAD와 SM-3 시스템과의 상호운용도 가능하다.

4. MD는 믿을 만한 방패인가?

한국이 KAMD라는 이름을 달고 최우선적으로 구비를 고려하고 있는 MD 시스템은 패트리엇 PAC-2를 PAC-3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HAAD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패트리엇과 THAAD는 공군이 관할하는 지상 배치 MD 시스템이다. 이에 반해 해군은 이지스함에 SM-3나 SM-6를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방패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일까?

일반적으로 패트리엇은 1990-91년 1차 걸프전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 그 성능이 입증된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방패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1차 걸프전 당시 PAC-2의 스커드 미사일 요격율은 제로에 가까웠고, 2003년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당시 요격할 탄도미사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패트리엇은 미국과 영국 전투기 1기씩을 격추해 ‘아군 잡는 미사일’이라는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1차 걸프전 당시 PAC-2가 대부분의 스커드를 요격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요격율이 55%에 달한다는 미국 국방부의 ‘허위 발표’였고, 다른 하나는 당시 요격미사일로 사용된 PAC-2가 근접폭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착시’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PAC-2는 목표물에 접근하면 자동 폭발해 그 파편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CNN 방송을 본 사람들에게 요격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커드는 폭발한 패트리엇의 섬광을 뚫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당시 미국 국방부의 발표 결과에 대해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이 제기되자 미국 의회는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이 위원회는 패트리어트의 실제 요격율이 10% 미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MIT 공대의 포스톨 교수는 자체적인 분석 결과 PAC-2는 단 한 발의 스커드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패트리엇의 초라한 성적표는 2003년 3월 미영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때도 거듭 확인되었다.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의 감시하에 전량 폐기했기 때문에, 2003년 침공 당시에는 요격할 스커드 미사일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는 PAC-2와 PAC-3로 구성된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라크 미사일 9기를 요격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스커드가 아니라 알-사무드와 아바빌-100 등 스커드보다 느리고 사거리가 짧아 요격하기가 훨씬 쉬운 미사일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패트리엇이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때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 1대씩을 격추시켰고, 1대는 격추 직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1대가 격추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패트리엇이 오류를 수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만든 레이시온사의 기술자가 황급히 “발사하지 마라”며 작전병을 말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레이더가 잘못된 목표물을 지정해 패트리엇 작전병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즉, 레이더가 자국군 항공기를 적의 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사고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육군 보고서조차도 “전장에 배치된 패트리엇은 표적 식별에 실패하기도 하고,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미사일을 식별해 스크린에 보여주기도 한다”며 치명적인 결함을 인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영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5일 후인 3월 25일에는 미국의 F-16 전투기가 패트리어트 부대를 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이 조종사는 자신의 전투기가 적의 방공망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신호를 받고 자위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패트리엇 부대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패트리어트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자,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소장은 2005년 4월 9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나는 패트리엇 시스템 자체와 시스템 적용 둘 모두에 결함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국방부 차관을 지낸 필립 코엘을 비롯한 미국의 전현직 국방관계자들은 패트리엇이 있지도 않은 미사일을 겨냥하거나, 아군 전투기를 조준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한다. 패트리엇은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레이더가 물체를 추적하면 컴퓨터가 물체를 식별해 기호로 스크린에 표시한다. 작전병은 불과 몇 초 만에 요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작전병의 오인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패트리어트 레이더의 오작동과 작전병의 오인은 항공기와 미사일이 집중된 전장에서 나타나기 쉽다.

1차 걸프전 당시 패트리엇의 초라한 성적표가 공개되자, 미국 국방부는 이 시스템의 성능 개량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패트리엇의 시험 평가 결과를 보면 결코 요격율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방위정보센터(CDI)가 펜타곤의 PAC-2 시험 결과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시험에서 PAC-2의 항공기 요격율은 4/6였고, 미사일 요격율은 1/3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격율을 높이고 위해 근접 폭발 방식이 아닌 ‘맞춰서 요격하기(직격탄)'(hit-to-kill) 방식을 채택한 PAC-3는 모두 13차례의 탄도미사일 요격 실험에서 6차례만 성공했다. 공차는 방향을 알려주고 페널티킥을 하는데도 방어율이 이 정도라면, 미사일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날라올지 알 수 없는 실전에서의 요격율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패트리엇의 일반적인 한계를 종합해볼 때, 이 시스템은 결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패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한반도의 군사지리적 특성은 패트리엇의 한계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임을 말해준다. 우선 한반도의 종심은 대단히 짧아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에 도달하는데 불과 3∼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격 시간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또한 산악 지형이 많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초기에 탐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에 한미연합군과 북한의 군사력이 밀집되어 있어, 패트리엇의 오작동이나 작전병의 오인 가능성이 걸프 지역보다 훨씬 높다.

패트리엇은 또한 10∼30km의 낮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 시스템이자 요격 범위가 2-4km 정도로 대단히 좁은 ‘지점 방어(point defense)’ 시스템이다. 이는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경내나 바로 인근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패트리엇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방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1개 패트리엇 발사대에 장착되는 PAC-2는 4기, PAC-3는 16기인데, 수도권 전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수백-수천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도권 전역의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방예산 전체를 투입해도 모자란다.

주목할 점은 한국 군당국의 태도변화이다. 패트리엇이 마치 북한 미사일을 잡는 ‘신의 방패’인 것처럼 주장했던 군당국은 2013년 10월부터는 ‘저층 방어로는 부족하다’며 THAAD나 SM-3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패트리엇이나 한국이 독자 개발을 고려 중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군당국은 상층 방어 체계도 도입해 다층 방어 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의 김병용은 “저층방어만으로는 탄도미사일 방어에 한계가 있다”며, “방어영역 확대와 다층방어 능력 구비를 위해서” “SM-3급이나 THAAD급 무기체계 개발 또는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역시 “PAC-3는 미사일 고도 15km, 거리 30km 이내에서만 요격이 가능하므로 광범위한 지역방어는 불가능하며 대응시간도 5초 이내로 극히 짧다”며 “SM-3를 세종대왕함에 조속히 탑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지스함에 장착이 고려되고 있는 SM-3와 SM-6 역시 한국 방어에 적합하지 않다. 가령 수도권에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이지스함을 동해나 서해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측면에서 요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SM-3의 유효 사거리가 300km 정도라는 점에서 남해에서의 요격 시도는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1999년 작성한 ‘동아시아 MD 구축 계획서’에도 “한국의 경우 해상미사일요격체제로는 해안 시설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내륙의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가 MD의 총아로 삼고 있는 SM-3의 성능이 과장되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SM-3 미사일의 요격율이 84%에 달한다며, SM-3를 MD 체제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MIT 대학의 데오도르 포스톨(Theodore A. Postol) 교수와 코넬대의 조지 루이스(George N. Lewis) 박사는 자체적인 분석 결과 실제 요격율이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접근하는 미사일이 SM-3와 충돌해 비행경로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탄두가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실험 결과는 재래식 탄두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핵탄두는 여전히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펜타곤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그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SM-3는 “국방부 프로그램이 달성하고자 하는 시험 성적에 도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포스톨과 루이스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10번의 시험(펜타곤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시험을 의미함) 가운데 4번은 모조 탄두도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되었다는 것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학자들과 펜타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SM-3가 시험평가에서 로켓의 몸통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탄두를 요격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 차이에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톨은 SM-3가 탄두를 직접 요격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MDA 사이트에서도 “요격미사일은 초고속으로 탄두와 충돌해 목표물을 파괴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포스톨과 루이스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펜타곤이 성공했다는 10차례의 SM-3 요격 시험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SM-3의 요격체(kill vehicle)가 탄두를 맞춘 것은 한두 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탄두보다 훨씬 커서 맞추기 쉬운 로켓 몸통과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탄두가 파괴되지 않으면 목표물을 향해 계속 날라가게 될 것”이라며 SM-3의 성능에 근본적인 의문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펜타곤은 “SM-3의 요격체는 목표점의 수인치(inch) 이내를 맞췄다”고 반박했다. 정확히 탄두를 요격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근처는 맞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처럼 탄두가 아니라 로켓 몸통을 맞춘 것을 성공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군당국이 유력하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SM-6 역시 한계가 있다. 이 미사일은 SM-2와 마찬가지로 항공기 및 크루즈 미사일 요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지는 극히 불확실하다. 사거리가 길고 자체적으로 유도장치를 내장하고 있어 북한 미사일의 ‘이륙이나 상승단계’ 요격은 시도해볼 수 있지만, 이는 수많은 기술적, 외교적, 군사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에 SM-6가 적의 탄도미사일을 비행 중간단계나 최종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이 미사일이 MD의 핵심 원리인 ‘맞직격탄’(hit to kill)을 채택하고 있지 않아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SM-3의 한계, 즉 한국 방어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한국 공군이 패트리엇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는 THAAD는 어떨까? 일단 이 THAAD는 패트리엇보다 요격 고도가 높고 방어 범위도 넓은 ‘중상층 지역 방어(area defense)’ 시스템이다. 또한 핵미사일이나 화학탄두 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낙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언급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 역시 한국 방어의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THAAD는 “완전한 작전 능력”를 갖춘 것이 아니라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이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산상의 부담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THAAD는 탐지거리 2000㎞인 지상 배치 X-밴드 레이더인 AN/TPY-2와 8발의 미사일을 한 묶음으로 하는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되는데 1개 포대 구매가가 약 2조원에 달한다. 작전 요구에 필요한 포대는 4개라는 점에서 도입가만 8조원이고, 여기에 운영유지비도 20조원 안팎이 소요된다.

또한 AN/TPY-2 레이더의 탐지범위가 2000km에 달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의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줄곧 한국에 이 레이더를 백령도 등 한국 영토에 배치하는 것을 타진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난색을 표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이 THAAD와 한 세트인 X-밴드 레이더를 도입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 정부와 군당국은 중국과의 무관함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이러한 장비가 결국 미국과 공유될 수밖에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간의 MD 협력이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지휘․통제 체계의 상호운용성 증진”까지 합의하고 이것은 한-미-일 3자 MD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란 불가능하다.

5. 전시작전권 문제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한국의 미국 주도의 MD 편입은 전시작전권 환수 재연기와 주고받기식 성격이 짙다. 29일 방한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분명한 것은 한국군이 지난 10년간 더욱 정교해지고 더 강한 능력과 자질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MD는 분명히 아주 큰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미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명시적으로 동의하거나 새로운 전환 시점에 합의해주지 않은 것은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SCM 공동성명에 “조건에 기촣나 전작권 전환”이라는 구절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박근혜-오바마가 또 다시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면 이명박-오바마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이처럼 보수파가 전작권 환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전작권 환수를 ‘반미·좌파’로 간주해온 노무현 정권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은 ‘반미적’ 요구가 아니라 미국도 강력히 희망한 ‘친미적’ 선택이었다.

또 하나는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불신이다. 그러나 남한은 지난 20년간 북한보다 10배 많은 군사비를 지출해왔고 그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는 남한이 북한보다 열세에 있다며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거나 정부와 군 수뇌부의 직무유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 문제 역시 전작권 전환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전작권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작권이 미국의 손에 있는 것을 강력한 한미동맹과 동일시하는 사고이다. 그러나 한미동맹보다 훨씬 강력한 미영동맹과 미일동맹 체계에서도 미군은 영국군이나 일본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협조체계를 구축해 유사시 합동작전이 가능한 구조이다. 전작권이 전환된 이후의 한미동맹의 미래상도 바로 이러한 형태로 재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실 국가주권의 핵심인 군사주권을 외국군에게 양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63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이양했을 때에는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세계 10위권이다. 미국이 주기 싫다는 것도 아니고 가져가라고 한다.

우려되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보수파의 염원처럼 전작권 환수를 또 다시 늦출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증대인데, 이건 대한민국 안보의 최악의 환경이다.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능동적인 협상을 통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와 뒤이은 박근혜 정부는 협상에는 손 놓고 있으면서 북한 위협을 근거로 전작권 환수를 계속 연기하려고 한다. 또한 당연히 받아야 할 전작권을 또 다시 연기하는 데에는 MD 참여, F-35 도입, 방위 분담금 인상 등으로 인해 돈도 많이 들어간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미국과의 약속을 어기고 재연기를 추진하는데 공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돈을 쓰다보면 ‘박근혜표 복지 공약’은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도 더더욱 높아진다.



 

< 저작권자 © 자치분권 Issu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