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의 성채, 히말라야 | ||||||||||||||||||||||||||||||||||||
말만 들어도 웅장한 2,400㎞의 성스런 ‘신의 거처’ | ||||||||||||||||||||||||||||||||||||
| ||||||||||||||||||||||||||||||||||||
<김판용 시인의 지구촌 여행기> 네팔기행 (3) 절대의 성채, 히말라야 말만 들어도 웅장한 2,400㎞의 성스런 ‘신의 거처’ 히말라야, 말만 들어도 웅장함이 느껴진다. 2,400㎞의 장엄한 산 준령, 그러나 그것만으로 히말라야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는 신의 영역인 설산(雪山)의 연속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히마(hima)’는 눈 쌓인 산을 의미한다. 그리고 ‘알라야(ayaya)'는 거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성스러운 신의 거처가 바로 히말라야이다. 물리적인 높이만이 아닌 정신적 높이까지를 기려 붙인 이름인 것이다.
네팔에 온 주목적이기도 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출발한다. 트레킹은 네팔 안의 제일 관광도시이자 중앙 네팔의 중심지 포카라에서 시작된다. 포카라는 해발 800m에 위치한 네팔 제2의 도시이다. 그곳에서 8,000m급의 산들을 목전에서 볼 수 있으니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고도차가 크다고 할까? 또 히말라야가 만든 분지라서 히말라야의 물들이 모두 여기로 모인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아름다운 페와호에 어린 히말라야, 그 세 번째 모습은 그야말로 장엄했다. 그러나 분지인 만큼 어느 쪽에서 가더라도 길은 험하다. 특히 룸비니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은 천 길 낭떠러지라서 마치 놀이기구 자이언트드롭을 타고 있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160㎞ 정도의 거리를 차로 6시간 달려 밤늦게야 포카라 호텔에 묵을 수 있었으니 짐작이 갈 것이다.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 포카라공항으로 향한다. 포카라는 히말라야로 가는 관문인 만큼 도보는 물론 차량과 비행기로도 가능하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비행기가 뜨지 않아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 또 구름이 일어나기 전인 아침시간만 가능하다.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은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일단 뜨기만 하면 20분이면 상대편 공항으로 옮겨다 준다. 네팔에서는 그야말로 순간이동이나 다름없다. 운명의 저 히말라야만 넘어서면 되기 때문이다. 조금 연착이 됐지만 비행기가 움직인다. 카투만드에서 룸비니로 가던 비행기보다 더 작은 18인승이다. 승무원이 귀를 막을 솜과 사탕을 준다. 이윽고 구름 위로 비행기가 날았다. 구름을 뚫고 오르자 하얀 능선들이 보인다. 포카라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마차푸차레가 들어온다. 산꼭대기가 둘로 나뉜 마치푸차레는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하늘의 물고기가 거꾸로 매달린 격이다. 그것도 순간 바로 비행기가 착륙한다. 흙이 온통 검은 사막 사이의 좀솜공항이다.
네팔어는 산에 관한 어휘들이 발달했다고 한다. 역시 산악 국가답다. 눈 쌓인 산은 ‘히말’이고, 눈이 없이 그냥 높은 산은 ‘파하르’, 언덕처럼 낮은 산은 ‘떠라이’라고 한다는데 트레킹은 주로 떠라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일부는 파하르를 오르는데 그 역시 전문가가 아니면 수월치 않은 일이다. 고산증세가 심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고. 절벽이라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좀솜 마을을 나서자 강이 세차게 흘러간다. 이 강을 차로는 극복을 못한다. 나무다리를 건너서 사람과 말, 염소 등만 오갈 뿐이다. 물살이 엄청나게 거세다. 히말라야의 고도를 생각하면 물살의 흐름은 짐작하겠는데 왜 이리 물은 검은가? 온통 흙탕물이다. 검은 강이라는 이름을 지닌 ‘칼리간다기’이다.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 사이를 흐르는 이 강은 온통 모래뿐인 사막 히말라야 자락 중간 중간 오아시스를 이뤄 사람을 살게 한 생명의 젖줄이기도 하다. 이 강이 만들어 놓은 들판에 히말인들은 메밀이나 감자를 심는다. 또 돌이 많은 곳이라도 수분만 있으면 사과나무 농사도 짓는다.
해발 3,000m 넘어서자 온통 허브향기 가득 히말라야가 한때 바다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강가의 검은 돌을 깨면 암모나이트가 나오기도 한다. 현지에서서 3달러씩에 팔지만 운이 좋으면 그냥 주울 수도 있어서 검은 돌을 깨뜨려 봤는데 모두 허사였다. 그러나 강을 따라 걷는 길은 꿈 속 같았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한여름의 기온이 초가을처럼 서늘하다. 이곳에서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로지 하늘과 산만이 눈에 가득하고, 바람과 물소리만이 귀에 찼다. 실로 37년 만에 한가로이 히말라야 자락을 걷는 친구와의 인연과 우정을 새기며 참 많은 대화를 행복하게 나눈 시간이기도 했다. ‘운명 속에 우연은 없다’고 했던가? 이 풍족한 시간을 허락한 지난날 우리들의 노고와 주변 분들의 헌신과 사랑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 순례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찾은 마르파, 마르파는 안나푸르나 지역에서도 가장 깔끔한 마을이다. 마을에 도서관까지 갖춘 수준 높은 곳으로 다울라기리 베이스캠프로 가는 초입이기도 하다. 또 사과농사로 유명해서 애플시티라고도 불린다. 눈처럼 하얀 마을 마르파가 히말라야의 진주처럼 느껴졌다. 소설가 박범신은 그의 소설 <라마스테>의 주인공 카말의 고향으로 마르파를 설정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해도 되는가?’ 자본의 야만성과 자연의 순수성을 그린 이 소설이 자꾸 떠올랐다. 히말라야를 떠나는 날 아침, 소설 속에 나오는 티베트 광야의 얼음산 카알리스처럼 좀솜 공항 앞 닐기리봉이 온통 흰빛으로 반짝이며 작별의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지치고 힘들 때, 탐욕으로 멍들어 갈 때 다시 찾아오라는 신호처럼 보였다. 신들의 거처 히말라야와 나는 그렇게 작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
한국 복지체제의 전환, 어떻게 이룰 것인가?--홍경준(성균관대 교수) (0) | 2013.10.14 |
---|---|
(느림의 기행)신을 닮은 사람들, 네팔리--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나는 하루…그들은‘자연인’ (0) | 2013.10.11 |
(느림의 기행)붓다가 태어난 땅 롬비니 --문명의 혜택 전혀 없는 자급자족하는 나라 (0) | 2013.10.11 |
(느림의 기행)신들의 도시 네팔 카트만두 - ‘네팔 안의 또다른 네팔' (0) | 2013.10.11 |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꾸다 -김판용 시인 (0) | 201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