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교육’ 현장을 가다](3)데이비드 스코튼 코넬대 총장
“교육 불평등 해소할 새로운 마셜플랜 필요”
교육 불평등 해소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 스코튼 총장과 프랑스 파리4대학 모로 교수의 입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 본다.
“내 아버지는 벨로루시 출신 이민자로 미국에 와서 구두닦이로 일하며 대학 근처에도 못 가봤어요. 내가 우리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 문을 밟은 사람입니다. 집이 너무 가난해 스스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어요. 1970년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학비 대출금을 다 갚은 것이 마흔 살이 다 된 90년이었습니다.”
데이비드 스코튼 코넬대 총장
지난달 19일 뉴욕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데이비드 스코튼 코넬대 총장(58)은 ‘교육과 불평등’에 대한 질문에 개인사 얘기를 꺼냈다. 그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전세계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 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저소득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인가요? 미국에서도 돈이 없어 교육을 못 받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능력이 아니라 돈에 의해 대학에 대한 접근권이 차단된다면, 일부 특권층만 대학에 가게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는 미국에 오는 이민자들에게 자신과 같은 ‘아메리칸 드림’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유학생들에게 매우 열려 있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코넬대는 학생들의 재정 형편에 상관 없이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소극적 의미의 차별 방지 정책인 ‘니드 블라인드(Need-Blind)’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 대학들 중 하나다.
“코넬대를 비롯한 많은 미국 대학들은 여전히 유학생들에게 많은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들이 높은 질의 교육을 받고 돌아가 자국 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그 사회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이 입학생에게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입학 허가를 주는 과정에서 재정지원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판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코튼 총장은 미국 내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가 바라보는 교육의 불평등 해법은 ‘안’보다는 ‘바깥’을 향해 있었다.
스코튼 총장은 “대학은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외교적 자산”이라며 “대학을 이용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인터뷰 하루 전날에도 미국 고등교육연감에 전세계적 불평등 문제의 해결책으로 미국의 우수한 대학들을 이용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하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한 사회 내의 불평등 이상으로 국가간 불평등의 문제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미국 국민의 존립 자체도 위협할 수 있습니다. 1947년 국무장관이던 조지 마셜이 2차 대전 후 폐허가 된 유럽 국가들에 했던 것처럼 이제 미국은 제3세계 국가들의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는 미국 대학들이 제3세계의 유학생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미국 교육의 혜택을 나눠주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저개발국의 대학들과 좀더 깊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커리큘럼을 전수해주고, 세계 각지에 분교를 짓는 방식을 거론했다. “아이에게 고기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제안입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좀더 안정된 세계를 위해 미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본국에 돌아가 시장주의적 해법에만 매달려 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그런 문제는 미국에도 있다. 가령 의료보험 문제가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될 것이냐는 미국에서도 매우 큰 논쟁거리다. 하지만 경쟁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고, 그 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마셜 플랜적 관점에서 각자가 조직화돼 각자가 능력을 갖고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답했다.
◇스코튼 총장=그의 스타일은 예상했던 아이비리그의 총장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인터뷰 장소에 혼자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인사했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고 한다. 2~3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25일에도 한국을 방문해 ‘코넬대 동문의 밤’을 개최할 예정이다. 인터뷰 끝에는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뉴욕|손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