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교육’ 현장을 가다]“나도 중요한 사람…배우며 깨달아”
“학교가 있어 이 세상을 일찍 떠나고 싶지 않다면 그 심정을 알겠나요?”
필리스 타테르카(75)는 40년간 산부인과 병원에서 기형아나 유전병 상담 일을 하다 10년 전 은퇴했다. 맨해튼에 사는 그는 은퇴 후 주저없이 뉴스쿨 대학교 은퇴자교육원에 등록했다. 지난달 19일 학교에서 만난 타테르카는 동료들과 열심히 다음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세개의 강의에 학생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인간의 기원’이라는 강의를 맡은 세명의 강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원’은 인류의 탄생부터 언어의 진화, 인종의 구분 등을 토론하는 강의로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전공자를 요구한다. 그는 생물학 전공자로 분류돼 강사를 맡았다.
“내 일생 중 이렇게 기꺼이 바쁘고, 또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 나는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맡은 일도 많아요.”
강의 참가 외에 그는 멤버십위원회를 맡고 있다. 120여명의 등록 학생들을 전체적으로 분류하고, 학사 일정을 짜는 일이다. 몸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지만 “뉴저지, 코네티컷에서도 기차를 타고 학교에 오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훨씬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다시 학교를 다니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이 가장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 중요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도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학교 밖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가치’란 게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학교에서 자치활동을 하고, 강의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아 나도 중요한 사람이구나’하고 매일 되새기게 되요.”
〈뉴욕|손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