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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마라는 말보다는 우기(雨期)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여름 내내 마치 하늘이라도 뚫린 듯 비를 쏟아대니 하는 이야기다. 지역마다에 쏟아 부은 물폭탄 수준의 폭우는 산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고, 수십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재산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는 앞으로도 더 내릴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태풍이 북상 중이라니 이 태풍이 지나고 나서야 개일 모양이다. 비가 그친 후에는 찜통더위가 예고되어 있다.
그렇더라도 오는 가을을 어쩌지는 못할 터, 가을 길목에서 만나게 될 뻐꾹나리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그동안 뻐꾹나리를 찾아 몇 해 동안 발품을 팔다가 지난해에야 변산의 어느 골짜기에서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다. 그러기에 곧 있을 뻐꾹나리와의 만남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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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뻐꾹나리(Tricyrtis macropoda Miq.)는 중부 이남의 산지 그늘 진 곳에서 자란다. 최북단으로는 경기도 광릉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민주지산, 안면도, 백양사, 지리산, 황석산, 충무, 한라산 등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뻐꾹나리 가문(Tricytis속)은 전 세계적으로 20여 종이 분포하나 우리나라에는 뻐꾹나리 한 종만 자생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뻐꾹나리는 여러 지역에 자생하지만 개체군이 작기 때문에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니 뻐꾹나리를 야생상태에서 만난다는 것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이다. 한국의 희귀식물 목록에 올라 있음도 물론이다. 한때는 한국 특산종으로도 분류됐으나 다른 나라에 분포하는 종류와 같은 종으로 밝혀져 제외되었다.
뻐꾹나리는 한 포기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무릎 높이 정도 자라며, 꽃은 줄기 끝이나 위쪽 잎겨드랑이에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꽃의 생김이 백합과의 다른 꽃들과는 전혀 달라 ‘백합과 가문 맞아?’하고 의심이 가지만, 잎을 보면 백합과임을 알 수 있다. 어긋나는 잎은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의 타원형(길이 5∼15cm, 나비 2∼7cm 정도)으로 둥글고 나란한 잎맥이 뚜렷하며, 비비추나 애기나리 잎과 비슷하다.
꽃은, 변산의 경우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중순 경부터 피기 시작하여 9월 하순까지 핀다. 이름에 ‘뻐꾹’이 붙은 연유는 꽃에 있는 얼룩무늬가 뻐꾸기 앞가슴의 얼룩무늬를 닮아 붙여졌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무늬도, 생김도 꼴뚜기를 더 닮았다. 여섯 갈래로 갈라져 있는 꽃잎이 영락없는 물구나무선 꼴뚜기의 모습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3cm 크기의 바소꼴로 9~10월 익는다. 이 무렵에 채취한 씨앗을 뿌리면 이듬해 봄에 발아하는데, 발아율은 80~90% 정도로 높다고 하며, 반그늘진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선호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가을철에 포기나누기로도 번식이 잘 된다고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고 하나 그러기에는 그 개체수가 너무 적지 않은가. 애지중지 보호해야할 종이다. 특히 번식이 잘되고, 꽃도 특이하고 화려해 관상가치가 크므로 인공적으로라도 대량 증식이 필요한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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