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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나무와 등나무의 '갈등(葛藤)' --[허철희의 포토갤러리]

정치, 정책/복지정책, 문화 기획

by 소나무맨 2013. 7. 1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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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나무와 등나무의 '갈등(葛藤)'
[허철희의 포토갤러리] 9월 달력, ‘칡’
2011.09.14 10:11 입력

 

 

생존 위한 '칡넝쿨의 몸짓'

 

싸움꾼 식물이 있다. 덩치가 큰 나무도 이 식물만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웃을 꽤나 못살게 굴며 자라는 식물..., 바로 덩굴성 식물이다. 이러한 덩굴성 식물을 만경식물(曼莖植物)이라고도 한다.

 

덩굴식물은 줄기로 다른 풀이나 나무, 물체 등을 감싸거나, 덩굴손을 만들거나, 또는 자기 스스로 잘 움직이지 않는 곁가지, 가시, 뿌리 또는 털 등의 흡기(吸器)를 만들어 다른 식물이나, 물체에 달라붙어 자란다. 

 

덩굴손을 만드는 종류로는 호박, 수세미외, 청미래덩굴, 으아리 등이 있고, 부정근(不定根)이 낙지다리의 흡반처럼 되어 있어 나무나, 바위, 벽 등에 흡기로 달라붙어 자라는 종류로는 담쟁이덩굴, 송악 등이 있다. 그리고 줄기로 감싸며 자라는 종류로는 칡, 등나무, 으름, 나팔꽃. 환삼덩굴 등이 있다.

 

이러한 덩굴성 식물 중에 대표 격은 역시 칡이다. 칡은 줄기로 다른 나무나 물체를 감싸며 뻗는데,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양지쪽 산기슭은 으레 칡밭이다. 100살은 넘어 보이는 소나무를 훌쩍 타고 넘는가 하면 전신주 등을 타고 올라 골치를 썩인다. 

 

그런데 칡처럼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며 자라는 식물들은 줄기를 감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칡은 다른 식물을 왼쪽으로 꼬면서 감싸는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꼬면서 감싼다. 그러기에 칡과 등나무가 한 나무나 물체를 한꺼번에 꼬면서 자라면 둘 다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일이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렵거나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 '갈등葛藤이 생겼다'라고 말하는데 ‘갈등’은 바로 바로 이 칡과 등나무에서 비롯된 말이다. 즉, 갈(葛)은 칡을, 등(藤)은 등나무를 일컫는다.

 

장미목 콩과의 심근성 덩굴식물인 칡은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대부분의 줄기가 살아남는 데다 매년 굵어져서 굵은 줄기를 이루기 때문에 나무로 분류된다. 산기슭의 양지에서 잘 자라며, 워낙 생명력이 강해 추위에도 잘 견딜 뿐 아니라 염분기가 있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줄기(덩굴)는 한 없이 길게 뻗어 150m에 이르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잎자루가 길며, 세 장의 작은 잎이 모여 나고, 잎 뒷면은 흰색을 띤다. 꽃은 8~9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길이 10∼25cm의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길이 4∼9cm의 콩꼬투리이며 굵은 털이 있고 9∼10월에 익는다.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칡'

 

산야의 식물에게는 꽤나 성가신 존재인 칡이지만, 사람에게는 식용으로, 약용으로, 생활용품 자재로 쓰임이 많은 식물이다. 꽃(갈화:葛花), 줄기(덩굴/갈만:葛蔓), 뿌리(갈근:葛根), 씨(갈곡:葛穀)... 뭐 하나 버릴 게 없다.

 

칡뿌리를 달리 녹곽(鹿藿)이라고도 하는데『동의보감』에는 “족양명경에 들어가서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허해서 나는 갈증은 칡뿌리가 아니면 멈출 수 없다. 술로 생긴 병이나 갈증이 있는 데 쓰면 아주 좋다. 또 온학과 소갈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칡은 오래전부터 구황식물로 식용되었다. 뿌리의 녹말은 갈분(葛粉)이라 하며 녹두가루와 섞어서 갈분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칡국수, 칡냉면, 칡차, 칡술 등은 인기 있는 음식이다.

 

칡뿌리뿐만이 아니라 칡의 어린 줄기(순)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쌀과 섞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항아리에 흑설탕과 함께 재워 1년 동안 숙성시켜 효소 음료를 만들어 마시면 변비, 고혈압, 당뇨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고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린 줄기를 말린 것을 갈용(葛茸)이라하는데 몸의 원기를 돋우는 약으로 쓰기도 한다. 또, 칡꽃 말린 것을 ‘갈화(葛花)’라고 하는데 장풍(腸風)에 약용한다고 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줄기에서 뽑아낸 섬유질은 청올치라 하여 갈포(葛布)의 원료로도 쓰이고, 줄기는 밧줄의 재료나, 삼태기, 구럭 등의 생활용품 재료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러한 생활용품 등은 다 쓰고 나면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으니... 이야말로 프라스틱을 추방시킬 수 있는 친환경 소재 아닌가싶다.

 

▲칡 열매



허철희 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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