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2. 14:05ㆍ교통, 자전거, 보행
느티나무가 있는 보행자 천국
산본 7단지 ‘문화의 거리’에 자연이 베푸는 새봄의 축제가 한창이다. 느티나무 가지에 잎사귀들이 싱그럽게 돋아나 연두색 터널을 이루어서 행인들의 발걸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른 아침에는 가끔 수리산에서 산새가 내려와 앉아서 노래하다 가기도 한다.
한숲사거리 부근에서 솔거아파트와 우륵아파트 사이를 관통하여 둔전초등학교와 산본공업고등학교가 있는 곳의 육교로 연결되는 이 길은 보행자 전용이다. 약 450m의 길이이고 도로의 폭도 꽤 넓은 편인데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설계된 것은 고맙고 현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길은 수리산 인근 아파트에서 산본역으로 왕래할 때의 핵심 통행로이며, 이 지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통학로이기도 하다. 특별한 목적 없이 차도의 소음을 피하여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길가의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실로 ‘보행자 천국’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뜨거운 햇볕을 막아 주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잎들이 떨어진 뒤에는 길에 쌓인 낙엽을 발로 헤치면서 구르몽의 시를 음송하며 걷는 낭만을 즐기게 해 준다. 겨울에는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송이 들이 벚나무 숲을 방불케 한다.
시 당국에서도 이 길을 잘 보존하고 예쁘게 가꾸기 위하여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길 입구에 은빛 아취를 만들어 세웠고, 꽃 항아리들을 배치했고, 길옆의 화단에 각종 야생화들을 심었으며, 음악회 형상의 토피어리 예술작품도 설치해 놓았다.
가로등과 함께 설치해 놓은 스피커들이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는 점은 좀 아쉽다. 몇 년 전에는 매일 음악이 흘러나왔었는데, ‘소음공해’라는 주민들의 항의가 있어 방송을 중단하였다고 한다. 소리의 볼륨을 낮추어 잔잔한 배경음악을 하루에 서너 시간 동안만이라도 흘려보내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 볼 수는 없을까? 다양한 장르에 걸친 선곡으로 시간대별 감각을 살려 관리한다면 대다수 시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일손이 부족하다면 뜻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길을 지나면서 함부로 침을 뱉는 청소년들이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귀한 공간을 시민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하고 잘 관리하면서 그 가치를 공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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