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1. 11:34ㆍ세계와 여행이야기/부탄 이야기
글·강영희(전사회적자본센터장)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이 필요한 나라이다.
경제개발이 필요하다고 해서 국민의 행복을 양보할 수는 없다
부탄여행 2일 차에 총리실과 재무부의 직원들과 GNH에 대한 짧은 간담회에 중 들은 이야기이다.
아마도 나는 이 얘기가 듣고 싶어서 다소 부담되는 경비에도 부탄에 오고 싶었나 보다. 총리실 공무원의 이 한마디는 안심과 많은 생각하게 했다. 우리 196~70년대에 전략적으로 경제개발과 함께 GNH가 함께 진행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북유럽 못지않은 보편적 복지국가 되었을까? 경제개발이 더디어져 훨씬 낙후된 경제성장의 정도를 갖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왜 GNH가 가능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과 질문이 들었지만, 간담회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난 늘 부탄에 가보고 싶었다. 내 지인들이 박진도 교수님과 함께 부탄 얘기를 들려줄 때마다 궁금했다. 우리는 복지국가를 얘기할 때 늘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의 사례를 찾게 되고, 그 사례는 희망찬 의욕보다 부러움에 그치는 때가 많다. 분명 그 나라들도 지금의 부유한 국가가 되기 전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복지국가로의 이행이 있었음에도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런 와중에 부탄의 얘기는 왠지 또 다른 해답을 줄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편 봉건적인 공동체의 잔재로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느끼고 사는 것일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총리실의 공무원은 너무 쉽게 확인해주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직시하고 있었고, 복지정책에 많은 재정이 투여되는 것에 대해 날카롭게 자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의심이 응원으로 변했다. 부탄이 경제발전을 통해 부유해지는 과정에 지금의 GNH 가치들을 애써 지켜가고 확대해 가길 응원하게 되었다.
척박하지만 평온한 자연환경과 몸에 밴 환대로 맞아주는 부탄 사람들은 부탄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내가 부탄 사람들의 자존감을 마주한 때는 공항에서 쓰리자냐의 환대도, 식당에서 부드러운 환대도, 초등학교에서 예의 있는 환대도 아니고, 물건 흥정하는 과정이었다. 물건값을 흥정할 때 가격이 안 맞으면 흔히 그냥 나가는 몸짓하게 되는데, 누구도 붙잡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흥정하는 사람을 귀찮아하지도 않는다. 팔면 좋지만, 아니어도 괜찮다는 느낌이 깊은 내공으로 느껴졌다.
부탄 다녀온 후 내 핸드폰의 화면 사진을 탁상사원으로 바꾸었다. 부탄에 가고 싶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탁상사원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신비로운 그 자태가 보고 싶었다. 탁상사원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좋았다. 건축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박진도교수님의 ‘마이너스비즈니스 부탄 연수’는 여러모로 고마웠다. 좀 죄송스럽지만 마이너스비즈니스가 계속 이어지길 희망해본다. 운이 좋아 같이 간 분들에게 거리낌 없이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쉬운 건 GNH 탐구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게 혹시 또 가게 하려는 전략적 프로그램은 아니겠지?)
[출처] 응원하고 싶은 나라 '부탄'|작성자 국민총행복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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