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부탄 여행, 다섯 번으로는 안 될지 모르겠다.

2022. 11. 11. 11:26세계와 여행이야기/부탄 이야기

 

세 번째 부탄 여행, 다섯 번으로는 안 될지 모르겠다.

 

 국민총행복전환포럼  2022. 11. 3. 13:50

글·정완숙(디모스 상임이사)

 

부탄으로의 여행은 2017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나는 2017년 처음 방문했을 때 다섯 차례 부탄 방문에 대한 목표를 스스로 세웠다. 작은 왕국 부탄이 국민총행복정책 중심으로 한 자기 주도적 변화와 성장의 실체를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한 때 자주 방문기회가 있었던 북한과 일본 동포와의 교류 외에 한 곳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곳이 부탄이다. 

 

이번 여행을 결정하는데 마음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과 달리 부탄의 실상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많았고, 변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내 된 여행일정은 이전보다 더 단순했고 새로운 내용기획은 없어 보였다. 시기도 현장이 일 년 중 제일 바쁜 시기여서 눈치도 보였고, 일정도 꼬여서 포기의 이유가 더 많아질 즈음, 현재 국왕이 취임 후 일주일을 걸어서 찾았다는 부탄의 동부지역 메락Merak과 삭텡Sakteng 방문 기회가 있다는 박진도이사장님의 말씀은 귀가 얇은 내게 가야할 이유를 명백하게 제공해주셨다. 자세한 일정계획이 제공되지 않았으나, 특별히 궁금하지도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처음 겪을 일에 대한 설렘이 있었을 뿐.

 

이전 여행이 목적의식성이 컸다면, 이번에는 ‘생각 없이 여행을 해보자!’ 였다. 묻지마 여행에 따라가는 느낌으로 그냥 맡겨보기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앞으로 부탄을 방문할 핑계와 이유를 더 찾은 여행이 되었다. 이후에 소개하는 청년정책 실행현장을 보고 싶고, 이번에 가지 못한 Merak 등 동부지역을 방문하고 싶고, 삶의 정화를 위해 찾을 것 같다. 

 

총 열 네 명으로 구성된 일행과의 7박7일 일정 중 나와 박진도이사장님은 중간에 일행과 분리되어 2박3일을 동부지역을 방문하였다. 

 

【일정1】 변화하는 부탄을 만나다. (수도 팀푸Thimphu) 

팀푸에서의 일정은 부탄의 정부와 왕의 사무실, 사원이 함께 있는 즉, 불교사원인 동시에 정치와 행정기능을 함께 하는 타쉬초 드종Tashichho Dzong (영광스러운 종교의 요새), 1974년 부탄 3대 국왕 지그메 도르지 왕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으로 현지인들 '코라' 의식을 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메모리얼 초르텐 National Memorial Chorten, 13가지 전통공예를 집중 교육하는 국립조리그추숨연구소(부탄전통공예학교)National Institute for Zorig Chusum, 1987년 설립, 1094명을 80명의 스탭이 돌보는 초등학교Jigme Losel Primary School, 부탄 GNH 연구센터 Centre for. Bhutan Studies & GNH Research, 쿠엔셀포드랑 정상에 위치하여 수도 팀부 남쪽 전경을 내려다 보고 있는 51.5M의 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석가모니상은 전 세계 조각상 중 가장 큰 조각상 중 하나이며, 내부에는 125,0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도르덴마Buddha Dordenma와 대규모 불교순례 행사, 산속 농가식당에서 가양주(아라)와 음식체험)

 

【일정2】 부탄의 동쪽 국왕이 오른 길 삭텡Sakteng과 청년정책 Gyalsung

파로 (국내선 40인승 비행기) → 트라시강 Trashigang 용플라 공항 → Gyalsung Yonphula 센터 방문 → 트라시강 Trashigang (중심부 경유 60km 5시간 이동) → 삭텡 Sakteng (1박, 민가 숙박, 문화체험, 학교 방문, 간단 산행) → 트라시강 Trashigang (1박) → Trashigang Yonphula 공항 → 파로Paro 국제공항

 

【일정3】 세 번 오른 탁상사원 

파로Paro 공항 → 해발 3,140m 탁상사원Tiger's Nestt Monastery/Taktsang Gompa → 새로 개장한 시장 방문 → 문화체험 (스톤 스파 체험, 농가 식사) → 파로공항 → 방콕(음식체험, 한류 체감, 도심 투어) → 인천공항 → 일상 복귀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오지와 사람들, 정책, 리더십, 우정, 비닐하우스, 지붕개량, 다락논, 과일, 야크고기, 음악, 전통의상, 한류실감 등이다.

 

1. 오지와 사람들

애초 전 GNH위원장이며 현재는 새로운 청년정책 Gyalsung을 총괄하고 있는 Karma Tshiteem이 동부지역 여정을 메락Merak과 삭텡Sakteng을 제안했으나, 일정도 짧고 너무 험난한 여정이어서 이번에는 메락Merak의 아랫 지역 삭텡Sakteng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였다. 

참고로 Merak은 부탄 동부 트라시강Trashigang구에 위치한 해발고도 3,500m의 고원지대 마을로, 14년 전 현재 국왕이 취임 후 왕비와 함께 일주일을 걸어서 주민을 만나러 갔던 지역으로 이미 알려져 있고, 코로나 관리를 위해 2021년 6월 5일간 65km를 걸어 방문한 지역이기도 하다. 티벳 계열을 반유목민 Brokpa들이 거주하며 생업으로 야크, 말, 소 등 가축을 사육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파로에서 도착지 날씨 탓으로 30분 늦게 Trashigang Yonphula 공항으로 출발한 40인승 국내선 비행기는 안정적이었고 기내 서비스도 훌륭했으며 한 시간쯤 비행 후 산꼭대기 희말라야 설산이 바라다 보이는 아주 작은(축구장 두 개 정도라고 느껴졌다.) 그림 같은 Yonphula 공항에 내려놓았다. 비행 중 희말라야 설산의 백년설을 맘껏 볼 수 있는 것은 귀한 보너스이다.

뒤로 보이는 비행기가 국내선에서 운항하는 40인승 비행기. 이렇게 작은 줄은 확인하기 전엔 몰랐다.

비행 내내 보이는 희말라야 만년설

비행 내내 보이는 희말라야 만년설

공항 귀빈실에서 마중 나온 Tshiteem과 박진도 국민총행복포럼 이사장의 담소. 두 사람의 찐 우정이 느껴진다.

마중 나온 Tshiteem과 소박한 귀빈 접견실에서 차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Yonphula 지역에 위치한 Gyalsung센터 방문 후 Sakteng으로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Sakteng 가는 길은 Gyalsung센터에서 트라시강Trashigang 중심지역으로 내리막이었다가 5시간가량 구불구불 험한 오르막길을 경험한다. 트라시강에서 Sakteng까지는 60km 정도 주로 오르막이다. 이 거리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시골길도 한 시간여면 갈 길이지만 비포장에 구불구불, 울퉁불퉁, 깎아지른 절벽, 반대편은 천길 낭떠러지를 곳곳에서 만나는 그 길을 가다보면 어떻게 도로를 건설했을까... 인간의 의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길이다. 

이 도로는 5년에 걸쳐 2019년에 자동차길이 완성되었다고 하니, 14년 전 아무리 국왕이라도 걷지 않고는 방문할 도리가 없던 곳이다. 가늘 길에 만난 것은 어마어마하게 펼쳐지는 수확을 앞 둔 다락논과 울창한 숲, 깎아 지르는 아득한 계곡을 옆으로 두고 난 좁은 길 위에서 갑자기 만나는 거대폭포, 여러 개의 다리마다 연도별 건설이력이 자세히 적힌 다리표지판, 코스모스를 비롯한 다양한 들꽃, 뭐니뭐니해도 그 길의 주인은 소와 말들이다. 새, 소, 말의 나라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게 사람과 자동차는 만나기 어려우나 그 험한 길 곳곳에 소와 말은 어디서나 게으르게, 고단하게 돌아다닌다. 

 

바위산이 나오면 깎고, 물이 나오면 다리를 놓고 그렇게 5년을 투자하여 만들어진 길을 걸어도 본다.(오른쪽 사진)

어느 순간 길옆에서 만난 거대 폭포.(왼쪽 사진)

어느 순간 길옆에서 만난 거대 폭포.

구불구불 오르막을 가고가고 또 가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Sakteng지역 마을이 어느 순간 갑자기 시원하고 아늑하게 펼쳐진다. Sakteng은 야생동물보호구역(wildlife sanctuary)으로 다양한 생태계와 희귀야생동물 서식지이다. 동네 가까이 들어서니 야크 털로 만든 전통모자 치피 잠Tsepp Zham과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고 길을 가는 여성을 만난다.

부탄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정겨운 코스모스

부탄의 식생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어딜 가나 반갑고 친숙하다.

 

사람도 차도 만나는 것이 흔치 않은 길을 가고 또 가다가 문득 펼쳐진 Sakteng (왼쪽 사진) / 가는 길에 만난 추수를 앞둔 다락논의 벼(오른쪽 사진)

학교 옆에서 구멍가게도 같이 하고 있는 민박집 2층으로 안내되었다. 1층은 부엌과 가게, 식구들의 생활방, 안내된 2층은 여러 개의 작은 방 외에 거실처럼 사용하고 있는 넓은 장소가 있고 소박한 살림살이도 같이 있다. 어김없이 국가지도자와 종교지도자의 사진이 걸려있고, 행사 때 사용하는 칼도 걸려있다. 옷걸이에는 가공되지 않은 염소 두 마리 털을 마주붙인 옷과 몇 kg은 족히 나갈 것 같은 야크실로 만든 이 지역의 무거운 남성 전통의상이 걸려 있어서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인허락 없이 얼른 입어보기도 했다.

 

가공하지 않은 염소가죽 옷(왼쪽)과 야크실로 지은 남성 전통 생활복(오른쪽)

 

Sakteng지역의 여성들이 입고 있는 전통의상(왼쪽) / 일일이 손수 수를 놓아 만든 전통 의상. 인디언의 문양과 유사하다(오른쪽)

 

의사가 꿈이라는 10살 언니와 젖먹이 동생, 방문한 공동체 여성들과 가족

저녁 식사 전 지역행정책임자 두 사람과 젖먹이와 10살의 딸과 함께 온 5인의 공동체 여성들이 방문하여 환영이벤트를 해 주었다. 전통 가양주 아라Ara를 준비해 와서 짧은 노래와 함께 세 번을 잔에 부어준다.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세 잔을 받는다. 경우와 사람에 따라 잔의 크기도 세 가지로 달랐다. (박진도 이사장께는 밥공기만한 가장 큰 잔에, Tshiteem은 그 중간 잔, 내게는 나무를 깎아 만든 작고 낮은 잔에 따라 주었다.) 그 후에는 전통춤과 노래로 환영인사를 하는데 그 또한 세 곡이 기본이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가사와 음률에 맞춘 전통 춤사위를 따라했더니, 서로 손가락을 걸고 추는 노래에 끼워주어 함께 추어 보기도 했다. 

공동체 여성들과 함께 춤을!!

가사와 음률도 매우 단순하여 노래가 끝날 즈음에는 후렴구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지역관리들과 공동체여성들의 방문과 환영 퍼포먼스, 정겨운 대화.

이어지는 짧고 다정한 담소 내용은 이렇다. 지역의 어려움이나 과제는 축산으로 얻어진 것을 팔아 필요한 것

을 구하는데 하루 종일을 걸어 인도 접경지역을 오가야 하는 고단함을 이야기 했고, 여성 5인 중 결혼하지 않은 2인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본 보상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호주로 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했다. 대화 중 젖먹이에게 자연스럽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은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