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정부의 끈질긴 요구에 90년대부터 지방자치권 확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은 중심도시인 피렌체의 역할 확대
피사·시에나 등 인근도시와 문화예술 연계
이탈리아는 1800년대 롬바르디아와 토스카나, 로마, 나폴리, 베네치아 등 독립된 도시국가들이 통일되면서 단일 국가로 출범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경제력의 북부권역 집중과 파시즘의 대두로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지방분권이 보류돼왔다. 이탈리아는 1997년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 지방중심도시는 급격한 성장기를 맞는다. 그 중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이었던 토스카나 지방은 거점도시 피렌체와 문화예술경제 분야를 연계하며 성장해왔다. 전북 또한 거점도시인 전주를 중심으로 소도시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탈리아 지방분권의 역사적 배경
이탈리아의 지방분권은 지역주민들의 투쟁의 산물이다. 다른 유럽국가보다 이탈리아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시책이 늦어진 원인을 권력을 독점하려는 중앙정치권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정권을 잡은 기민당은 1960년대까지 지방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치권 요구가 높아지고 지식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의 비효율성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이탈리아에서는 1970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후 지방정부와 의회가 구성되는 등 지방자치의 토대를 마련했다.
93년 기초단체장에 대한 직선제가 도입되고 국세의 축소 및 지방세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되게 된 것이다.
특히 2001년 헌법에만 명시돼 있던 지방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에 넘겨주는 법률이 본격 시행되자 이탈리아 중앙 정부의 권한은 국방 외교 등으로 축소됐다. 대신 지방의 권한은 입법권까지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지방의 권한 확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또한 한국처럼 지방자치의 필수요소인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탈리아의 경우 오랜 도시국가의 한국보다 지방자치가 빠르게 자리 잡고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분권자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이탈리아의 지방 분권 개혁 과정은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탈리아의 경우 개헌을 통해 명시적으로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정부가 지역마다 다른 행정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통치형태와 기본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운영원칙은 지역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치입법권을 통해 행사된다.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 피렌체
이탈리아 북부는 피렌체와 밀라노 베니스 등 중세 시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본주의가 일찍 정착된 지역이다. 그 중 피렌체는 관광산업에만 의존할 것이란 편견과 다르게 기초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외부 세력의 침입과 압제에 시달려온 지역으로서 여전히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만 의존하고 있다.
피렌체가 전통문화 도시를 넘어 38만 이라는 적은 인구수에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에나, 피사 등 인근 소도시는 물론 자신이 소속한 토스카나 주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전체 국토의 87%는 인구 1만 명 이하의 작은 소도시로 구성돼 있다. 5000개가 넘는 소도시에 2200만의 거주 인구와 18만의 중소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피렌체 시는 토스카나 주의 중심도시지만 1만 명 이하의 작은 도시들을 집단 네트워크로 연결해 힘을 갖게 하자는 발상을 갖고 시정을 이어오고 있다. 예컨대 전북으로 말하자면 전주인근의 작은 소도시와 농촌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집단적인 힘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특히 거점도시 블랙홀 현상을 막기 위해 농촌관광 활성화와 지역산업을 연계시킴으로써 막대한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는 게 토스카나 지방이다.
△지역특화산업과 지방분권
우리나라 또한 지방분권 시대를 선포하면서 지역특화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전북의 경우 농생명·금융·자동차·탄소산업을 중심으로 대도약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다.
이에 앞서 피렌체는 근대국가 성립 이전부터 자생적으로 발전한 지역의 특화산업들을 활용한 클러스터를 조성 패션(가죽·피혁)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전역에는 대략 200여 개의 산업 클러스터가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클러스터라고 해서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지는 않는 형태는 아니다. 클러스터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명품의류 기업과 상생하는 지역중소기업이 있다. 이들은 소규모 공장과 판매시설이 밀집시켜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고 있다. 운영은 주 정부법에 따라 이뤄져 각 클러스터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
피렌체 시 관계자는 “피렌체는 관광과 패션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다”며“클러스터와 기업육성에 대한 정책적 권한이 지방으로 완전히 이양된 후 “주 정부가 제정한 법률에 산업클러스터를 세부적으로 분류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6년에는 산업클러스터에 대한 자금 지원 정책을 담은 ‘베르사니법’이 시행돼 이탈리아 주요 기업들은 수도 로마에만 있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다. 피렌체에는 세계 최고의 가죽가공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관광세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곳곳의 지방 강소도시들이 지역 전체의 파이를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