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⑦ 유럽의 지방정부 관계자에게 듣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2019. 10. 23. 08:49시민, 그리고 마을/지역자치분권운동





[통합과 분권의 '지방자치' 시대] ⑦ 유럽의 지방정부 관계자에게 듣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 김윤정
  • 승인 2019.10.28 20:03
  •  




유럽의 지방자치 역사 한국보다 길어 각 지방의 특색에 따라 발전
유럽 또한 현대화 과정 거치며 중심도시에 사람과 돈 몰려
함께 발전하는 지방자치 위해 소지역주의 버리고 큰 틀의 지역발전 꾀해야
알프레도 에스포지토 피렌체 시 전략기획실장(왼쪽)과 요하네스 슈미드 오스트리아 지자체 연합 사무총장 대행.
알프레도 에스포지토 피렌체 시 전략기획실장(왼쪽)과 요하네스 슈미드 오스트리아 지자체 연합 사무총장 대행.

유럽은 봉건제도의 영향으로 각 도시의 자치권과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 또한 중앙집권체제의 대두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중심도시로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었다. 이번 취재에서 만난 유럽의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거대도시의 확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모든 대기업과 명문대학이 수도에만 소재해있는 한국의 상황은 특수한 것’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하려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현 시대에 걸 맞는 정치체계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각각 진행된 것이다.

 

-유럽의 특징이라고 하면 수도가 아닌 도시가 ‘나라’만큼 인지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피렌체 또한 제가 온 전주인구의 절반 수준인 38만이지만 국제적 위상이 높은 편입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유럽 각 도시 인구가 굉장히 적음에도 자생력이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너무 큰 상황입니다. 유럽 국가들과 한국지방도시의 차이점은 어디서부터 생겨났을까요.

△알프레도 에스포지토 피렌체 시 전략기획실장(이하 알프레도)=한국은 알면 알수록 ‘단일체적’성격이 강한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같은 이슈를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일까요. 그래서 ‘도시’보다는 국가가 발전하는 형태로 역사가 전개되어왔다고 느꼈습니다. 국민들이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역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게 결과적으로는 지방자치와 지방의 역사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고 짐작해봅니다. 물론 개인사견이지만요. 반면 이탈리아는 오랜 시간 각 가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피렌체 인구가 적어보일 수도 있지만 토스카나 지방을 아우르면 그리 적은 인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죠.


△요하네스 슈미드 오스트리아 지자체 연합 사무총장 대행(이하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기본적으로 연방제 국가이고 한국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과 권력이 주어지는 단방제 국가입니다. 한국의 고속성장과 각 기업이 갖춘 고도의 기술력은 빠른 인구증가와 도시화에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됐다면 그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지요. 단순한 차이점 비교보다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짚어보고 한국 또는 전북에 맞는 대안을 지방정부 연합체가 제시해야 할 시점으로 봅니다.

 

-지방자치가 강한 국가의 단점이나 특색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알프레도=(웃음)지역감정이 굉장히 강합니다. 전북일보 취재진이 오기 전에 저 또한 한국이나 전북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했는데 한국도 이탈리아처럼 긴 세월동안 지역감정이 있고 이것이 투표로 나타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북이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간 지역감정이 강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더 검색해봤는데 투표성향을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대놓고 표출되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인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갈등(?)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지역감정이 극심합니다. 실제 피렌체에서도 특정지역의 사람이 대학을 이쪽으로 올 경우 집도 못 구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요. 물론 지방끼리는 뭉치는 통합의 지방자치 실현 연대가 되는데 북부남부는 그게 어려워요. 역사적인 배경도 있지만 서로 각자 한 민족 한 공동체라는 의식이 적다고 할까요. 좋은 점은 인구유출이 그만큼 적습니다. 태어난 곳에서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많죠.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높고요.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지역감정은 없지만, 지방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네거티브도 심하고, 마침 오스트리아 선거철에 오셨는데 지금 시내 곳곳이 시끄럽죠?(웃음). 그만큼 지역이슈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것이 지방의회의원들 이니까요. 비엔나 시도 마찬가지고 오스트리아는 시장이 곧 지방의회 의장이고요. 보통 시장은 경력과 연륜이 깊은 시의원이 선출됩니다. 이 중 일부는 중앙으로 진출하는 데 중앙으로 진출한다고 막 권한이 비대해진다기 보단 책임이 많아진다고 보면 되요. 그렇다보니 지방의회 선거가 국가의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서울이 곧 한국이다. 할 정도로 한국의 모든 인프라는 서울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보시는지.

△알프레도=한국인은 이동이 잦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울이 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한 도시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산다. 그리고 다른 지방도시는 소멸위기에 있다는 것은 전망이 밝지 않은 현상임에 확실합니다. 우선은 먹고사는 문제를 지방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하네스=오스트리아는 2~3년 전만해도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사람은 돈벌이가 있는 곳에 자연스레 모인다는 거예요. 쫓아내도 돈벌이가 있고 소비가 용이하면 그 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는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니 중앙정부와 긴 시간 논의를 거쳐서라도 서울에만 있는 인프라와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