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대안으로 지방자치 강화와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고 있다. 그러나 타시도보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낙후된 전북의 경우 개혁이 단행되지 않는 한 타시도와 재정격차가 더 커질 소지가 다분하다. 한 예로 타시도 분할 교육 논란이 일었던 전북혁신도시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사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지방분권 가치를 따질때 각 시도의 자체교육 추진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지금과 같은 획일화된 자치분권은 되레 지역 간 양극화를 조장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전북 또한 수도권과 광역시에 견줄만한 별도의 광역도시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주시가 특례시를 추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지방분권에 대한 오해를 짚어보는 한편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대도시 키우기에 대한 담론을 분석해봤다.
△지방분권과 지방 ‘양극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정책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약속한 정부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와 로드맵을 마련하고 자치분권 종합계획 등을 추진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어려워지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중앙정부의 571개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이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지역총생산(GRDP)이 뒤처지는 전북의 경우 일괄적인 지방분권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권 논의의 속도가 줄어든 까닭도 이 같은 현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정책이 좀 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지역중심권역 도시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와 창원이 통합을 이뤄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문제는 갈수록 커지는 지방재정 불균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1.6%로 지방세 등 세입 비중이 줄어 정부에 대한 재원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분권의 성공척도인 ‘재정자주도’도 전북은 39.6%에 불과하다. 전북은 지방정부가 재량껏 집행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한 실정인 셈이다.
그러나 중앙에 너무나 많은 권한이 쏠려있어 지방분권 또한 반드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이뤄야 할 과제여서 정부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분권’담론과 전북의 상황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모델은 혁신도시다. 혁신도시 정책은 중앙공공기관을 지방에 분산시킴으로써 서울이 가졌던 힘을 지방에 나눠주기 위한 분권모델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북혁신도시는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가치에 대한 위험한 착각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1월 전북혁신도시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5급 승진후보자에 대한 자체교육 실시를 요청하면 적정성 검토 후 승인할 것’이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내 각 자치단체의 자체교육을 독려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가장 잘 사는 지자체인 경기도였다. 부산광역시 등도 자체교육을 검토했다. 올해 초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전북도민의 반발이 일자 행안부 실무자 중 일부는 ‘자치분권’을 생각하면 자체교육이 타당하다는 식의 해명을 완주군에 내놓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지방분권’이 가진 함정이 잘 드러난 사례였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권한이양과 자치단체의 책임강화가 핵심이다. 그만큼 타 지자체 결정에서의 재량권도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 간 이익조정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타시도 분교 논란이 일었던 전북혁신도시 한국농수산대학 문제도 각자의 분권만 내세운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인재 채용 불균형도 획일적인 분산정책이 불러오는 부작용을 보여줬다. 전북은 공무원 조직이 많은 반면 지역인재채용이 가능한 공공기관이 수와 규모가 타 혁신도시에 비해 적다. 여기에 인구수도 적어 상대적으로 도시 규모가 큰 혁신도시보다 차별을 받아왔다. 정부가 지역인재 광역별 채용을 추진하는 이유다. 일례로 광주전남 혁신도시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규모는 전북혁신도시의 3배 이상이다.
△전문가 ‘분권과 지방파이 키우기 함께 진행돼야’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기현 교수는“균형발전 없는 분권은 무의미하며 지금처럼 인구중심의 발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낙후된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전라북도 인구만으로는 지역 간 통합도 어렵고 전주를 광역시에 준하는 대도시로 만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며“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에서 지방분권 이양시대를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전북도민들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앙과 지방 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중앙과 지방의 역할 조정과 지원, 협력과 상생의 자치 실현, 지방정부 구조 및 기능 정상화 등을 통해 자치발전 방향을 찾아야 진정한 국가균형발전 실현과 전북발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 교수는 또한“현재 지방의 산업은 공동화되고 있으며 인구 또한 계속 유출되고 있다”며 “더구나 보수정부시기에 만들어진 수도권 규제완화정책도 손보지 않은 상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도권 과밀현상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신 교수의 설명이다.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균형발전 지표 역시 여전히 전국 최하위권이다.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발한 균형발전 지표를 보면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16번째였다. 지방 간 경쟁이 심화되고 수도권 규제는 완화되면서 빈부격차는 더욱 커진 셈이다.
송재호 균형발전위원장은 전북을 찾을 때마다“공정국가는 어느 지역에 살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라며“전북처럼 소외된 지역은 더 많은 배려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기초체력이 없는 도시들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지자체들 간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며“지역 대도시권을 키우고 이 거점의 이익이 주변의 이익으로 퍼질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상생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