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제법 큰 식당을 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30여명의 종업원이 움직이는 식당이 3개, 급식출장사업에 종사하는 직원이 50여명, 이 정도 되고 보면 식당이라기 보다는 웬만한 중소기업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해외 유명 외식브랜드 런칭한다고 미국출장이 매우 잦습니다. 그래서인지 얼굴보기가 통 힘들어 궁금해 하던 터에 모처럼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얼굴을 보기로 약속하고 그 선배가 운영하는 식당엘 간 적이 있습니다. 테이블에 않자 마자 “잘 지냈어?”라는 형식적인 질문이 날라왔고,“종업원들 태도는 어때?””청결상태는?””음식의 맛은?”등등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연신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사실은 지난 번 서울을 떠나면서 이 선배가 저에게 부탁을 하고 간 건이 있습니다. ‘암행감찰’을 부탁한 것입니다. 선배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우기 시작한 날부터 이상하게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일하시는 분들도 그대로이고 특히나 각 사업장별 매니저들한테 단단히 당부를 하고 자리를 비우는데도 이상하게 해외출장만 갔다 하면 그 달은 어김없이 매출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 액수가 미미하여 단지 경기 탓이겠지 생각을 하였는데, 올해에 들어서서 가게를 찾는 손님의 숫자도 현격히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하며 저에게‘암행감찰’을 부탁한 것입니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저는 나름대로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잠깐 짬을 내어 살펴봐 달라는 선배의 가벼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틈나는 대로 그 가게에 달려가 이것 저것 체크를 하는 암행어사가 되었습니다. 마치 형사 콜롬보라도 되는 것처럼 매니저가 직원을 대하는 자세부터 식당내부의 청소상태, 주문에 응하는 종업원의 자세, 음식의 맛까지~ 솔직히 음식 맛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기에 주변에서 미식가라 인정받는 후배들을 불러 식사를 하는 등 나름대로는 아주 열심히 조사분석을 하였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선배가 돌아왔습니다.
“경수야~ 어때? 우리 가게 한 번 가봤어?”
“어엉……한번 가봤는데요…… 별다른 점 못 느끼겠던데요 ^^;”
이상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다녀놓고선 무슨 심리에선지 한 번 다녀왔다고…… 그것도 마지못해 다녀온 척 답을 하였습니다.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왜? 뭐가 이상한데요?”
“손님이 점점 주는 게 눈에 보이거든, 아마도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있을 때하고 없을 때의 행동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왜 그런 말도 있잖아‘주인 없는 가게는 지나가는 똥파리도 알아본다’는”
“에이~ 설마 그러겠어요~~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렇게 큰 대형식당에서~~~ 선배 대신해서 식당 관리하는 매니저가 어련히 잘 했을라고~~~”
라고 말하며 저의 관찰부주의를 만회해 보려 화제를 다른 대로 돌리긴 했습니다만, 저도 딱히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터라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근데, 매장의 점장들은 뭐래요? 이야기해 봤어요? 손님이 줄어드는 이유가 뭔지?”
“자기들도 모르겠데…… 이유가 뭔지, 내 그럴 줄 알았지! 그 정도 그릇도 못 되는 친구들이야!! 내 그래서 출장 가 있으면서도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전화를 한 건데, 그러면서도 맨날 문제없습니다만 반복하고…… 하여튼 무능한 것들~~~”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서야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 그런 거였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맡겨보지 그랬어요 ^^;”
미국의 저명한 경영컨설턴트 수전 헤스필드는 권한위임에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① 경영자가 권한위임을 말로만 강조하고 실제로는 믿지도 않고 실행하지도 않는다.
② 진정한 권한위임의 범위를 모른다.
③ 범위가 정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
④ 겉으로는 권한위임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자가 세세한 일까지 간섭한다.
⑤ 권한위임을 해놓고 뒤에서 딴 소리하고 비판한다.
⑥ 권한위임을 해놓고 실제로 권한행사를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⑦ 권한에 대한 학습기회, 교육기회를 주지 않는다.
⑧ 권한 위임했다고 수수방관하며 지원을 하지 않는다.
⑨ 장애요소를 제거해주지 않거나, 권한위임에 필요한 타 부서의 협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⑩ 응분의 보상과 권한을 위임 받은 사람의 적정한 직위, 성공적 권한행사에 대한 격려 등이 따라주지 않는다.
최근 휴가철이다 보니 모임에서 만난 분들 중에“회사가 나만 없으면 꼭 사고가 난단 말이야! 반드시 하루 한 번씩은 전화해서 체크를 해 봐야 되니 휴가를 가도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니까!!”라며 안절부절 못하시는 분들을 더러 보곤 합니다. 그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위에 열거한 항목 중에 몇 개가 본인의 이야기인지 알아 맞춰 보세요” 라고~~~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세상에는 4가지 등급의 리더가 있다고 합니다.
유지-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리더
예지- 부하들이 칭송하는 리더
외지- 부하들이 무서워하는 리더
모지- 부하들이 깔보고 무시하는 리더
‘유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영자와 그런 경영자가 이끄는 회사가 세상에 빛을 발하는 그런 회사들이 잘 먹고 잘살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