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위기와 주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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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Ronald Meinardus
정치 개혁, 특히 지방 민주주의 맥락에서의 지방 자치제의 개혁은 김대중 대통령이 약 3년 전 취임한 이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 정부가 지방 자치단체의 불만족스러운 성과에 대하여 지방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회의에서 행정자치부 최인기 장관은 나에게 "현행 지방자치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최장관의 말은 언론의 태도와 일맥상통하는데, 최근 언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많이 싣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지방 자치단체의 예산 집행 관련 원칙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바로 지방 재정 위기이다. 절대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태이다. 지방 공무원들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면 이들은 아마 틀림없이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 보조가 부족하고 지방세원이 제한받고 있다면서 중앙정부를 비난할 것이다. 중앙정부 관리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제한된 재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난할 것이다. 한국 지방자치의 현주소에 대한 견해 차이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183개 이상의 정부 기능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고 자랑스럽게 공언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진정한 정치 분권은 아직 요원하다며 정부의 이런 주장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후원으로 열린 지방자치 개혁 관련 회의에서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른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이 탈 수 있는 차종이나 쓰레기 수거봉투 규격을 결정하고 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지방정부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얼마 전 최인기 장관은 지방자치단체 관리들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이 시장이나 도지사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지방 행정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소환제를 검토중이다." 라는 최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었다. 실질적으로 이는 자치단체장이 무능하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되면 지역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이들을 소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도입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많은 지자체 관리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정부 계획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일부에서는 이것이 정치 및 행정 권한을 다시 중앙 정부로 집중화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도구로서 지자체 관리에 대한 주민소환제는 미국과 독일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무능한 단체장들을 임기 만료 이전에 물러나게 할 수 있으므로 매우 민주적인 제도이다. 국민투표와 마찬가지로 주민소환제는 대표민주주의와 간접 정치 체제 하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일부 적용하는 셈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국민투표와 지방자치 주민소환제는 시민의 지방자치 참여를 높이는 훌륭한 도구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과연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도입하기에 적절한 시기인가에 대해 나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한국 지방자치의 역사는 매우 짧다. 한국인들은 이제서야 대표 지방자치라는 제도에 익숙해져 가고 있고 "전통적인" 견제와 균형이라는 체제에도 아직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 한번의 개혁 시도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의 다른 많은 개혁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지방자치에 대한 개혁도 시민사회에서 출발한 정치 과정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아마 위에서부터 아래로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개혁이 될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함께 논의했던 한 한국의 학자는 " 한국에는 실제 삶과 제도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기 전에 먼저 대표 민주주의제를 우리의 제도로 내면화 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것은 다리나 공장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한국은 꽤 오랫동안 군사정권 하에 있었기 때문에 대표 민주주의에서의 적극적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일깨우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5년이라는 대통령 임기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런 과정이 막 시작되려는 지금이 아니라 이 과정을 다 거친 후에 주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국제화 재단 기고문 : 한국의 지방자치
한 독일인이 본 세계화 시대의 한국과 지방 자치제의 발전
로날드 마이나두스 /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상당히 크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세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물론 그 무엇보다도 남북한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 것인가 하는 것이고, 어느 면으로는 세계평화가 남북 관계의 발전 양상에 따라 좌우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이와 더불어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적 변혁과정에 관심을 갖는 학자와 언론인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큰 역동성을 지닌 나라이다.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여러 변화의 과정과 관련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수 십년 혹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 한국에서는 수년 안에 혹은 그보다도 훨씬 빨리 진행된다.
소위 말하는 IMF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더욱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지방 정치와 지방 자치 분야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해당 주제를 다룬 영어 학술 간행물의 숫자가 극히 적은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언어는 말할 것도 없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 단체 국제화 재단 (Korea Local Authorities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Relations)의 활동, 특히 한국 지방 자치 관련법에 대한 이 단체의 최근 간행물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한국의 지방 분권화 논의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미 잘 알려진 언어소통의 문제,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한국어에 대한 무지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한국 사무소 소장으로서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한양대학 '지방 자치 연구소'의 동역자와 동료들과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수년 전부터 한국의 지방 자치 전문가들과 이 분야의 외국 전문가들간의 대화를 장려해왔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적어도 일년에 한 번 한국에서 국제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이 회의에서 세계 곳곳에서 온 전문가들이 한국의 상황과 관련하여 선별된 흥미로운 지방 정치 관련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한국의 지방 정치가들에게 독일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이 지방 자치의 긴 역사를 갖는 독일의 상황을 자신들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 자치제 정치와 관련해서도 국제적인 접촉과 국경을 뛰어넘는 의견 및 경험의 교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한국 사무소가 개설된 1987년 당시 한국은 지금과 아주 다른 상황이었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장려해 온 본 재단이 하필 지방 자치 장려 프로그램을 위해 진력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민주화와 정치적 지방 분권화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나라의 지방 자치의 질을 민주주의의 질을 측량하는 도구로 보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방 자치는 민주주의의 최하위 영역이고 가장 기본을 이루는 이 영역에서 우리는 민주적 정치 참여의 장점들을 가장 잘 배우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때 한국의 지방 자치는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당연히 1991년, 95년 그리고 98년의 지방 자치 선거이다. 민주 선거는 지방 자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현재 각 지방에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지방 자치 정치가들이 있고, 그들은 다시 선출되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당 기초 자치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 일해왔음을 인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 지방 선거와 열심히 뛰는 지방 자치 정치가들만으로는 좋은 지방 자치 정치가 보장될 수 없다.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은 중앙에서 지방에 보장해 주는 활동의 여지와 정치적 자유 재량권이다. 한국의 현재 상황과 이와 관련하여 훨씬 진보된 독일이나 미국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방금 언급한 독일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이 아주 중앙집권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고국인 독일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지방 자치가 수백 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그럼으로써 독일인들의 머릿속에 지방 자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치 문화"의 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철저한 지방 분권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 즉 평화적인 정치·행정 혁명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것은 물론 단시간 내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입법회기나 한 대통령의 임기 또한 이러한 획기적인 개혁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충분치 않다.
한국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열심히 뛰는 지방 자치 정치가들 외에도 시민운동단체, 일련의 진보적 교수들, 또한 각 정당의 몇몇 정치가들이 더 강력한 지방 자치의 실현을 추진하는 원동력이다. 좀 모순되게 들릴지는 몰라도 더 강력한 지방 자치를 위한 정치적 추진력은 위로부터, 중앙으로부터 와야 한다. 서울의 중앙정부는 자신의 권한 중 큰 부분을 지방 자치 단체에 넘겨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지방 자치 단체에 이양할 의사가 있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다른 한 편으로 미래의 역사가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야망에 찬 개혁 작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그가 지방 자치와 관련하여 내놓은 말들을 정치적으로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했는가 하는 것을 그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그 사이 본인은 한국인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김 대통령에 대해 어느 정도 조급함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비판가들은 지방 자치 단체들의 나쁜 재정 상태에 대해 불평한다. 그들은 또한 서울의 중앙 정부에서 시와 기초 자치 단체들에 맡긴 과제들이 법적 제한에 의해 실제로는 극히 제한적으로 자치 단체들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한국 지방 정치의 큰 약점의 하나는 바로 부정 부패이다. 몇몇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가 차원에서는 부정 부패가 줄어들었지만 하부 단위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한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지난 지방 선거 당시의 낮은 투표율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단지 한국의 민주주의에만 해당되는 문제점들은 아니다. 발전한 독일 민주주의 역시 저조한 투표율과 시민의 무관심이란 문제를 안고 있고, 훨씬 적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부정 부패와 직권 남용의 문제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잘못된 발전 양상이 지방의 정치 참여가 너무 많았던 것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그와 반대로 지방 자치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시민의 더 많은 참여, 더 큰 투명성, 더 강력한 지방 민주주의, 이러한 것들이 앞에서 언급된 폐해들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민의 정치 교육은 특히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정당, 언론, 학교와 대학 그리고 또한 시민운동단체에 있다. 정치 의식을 갖는 시민만이 적극적으로 지방 자치 정치 과정에 참여할 자세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 지면을 빌어 한국 지방 자치 정치의 발전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큰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미래에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실은 후퇴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앞날에는 더 발전된 지방 자치만이 있을 것을 본인은 철석같이 믿는다. "한 번 쏟은 물은 다시 병에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처럼 퇴보는 없을 것이다.
** 위의 글은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이 출간하는 국제교류지 99년 8월호에 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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