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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안티의 산책로. 키안티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포도와 올리브를 주로 재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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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르비에토가 슬로시티의 중심지라면 그레베 인 키안티는 슬로시티의 발상지다. 키안티는 인구 1만4000여명의 소도시로 포도와 올리브를 주로 재배하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지난 1999년 당시 파올로 사투르니니 키안티 시장이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된 오르비에토, 그리고 포시타노와 브라 등 다른 3개 시와 함께 슬로푸드를 뛰어넘는 슬로시티를 주창해 오늘날의 슬로시티가 탄생했다.
사투르니니 시장은 이후 2002년 그레베 인 키안티를 슬로시티로 선포하고 전통 방식의 농축산물 재배·사육 정책, 일정 구역에서의 주차나 차량 진입 금지 등 슬로시티 정책을 추진해 나갔다.
키안티 슬로시티 운동이 순탄한 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당장 생활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다.
이에 사투르니니 시장은 “중소도시들이 모두 대도시를 지향한다면 도시의 정체성을 잃어 대도시에 예속된 경제로 갈 수밖에 없고 지역경제가 어려워져 주민들의 삶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슬로시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키안티 슬로시티도 서서히 자리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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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시가지. |
사투르니니 시장은 토착 상점가를 살리기 위해 외부 자본의 대형 슈퍼마켓 유입을 막았고, 외부인의 부동산 소유도 제한했다.
이후 슬로시티 정책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해 대대로 가업을 잇는 지역 소상공인이 생기를 찾고,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품을 파는 가게와 이들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곳곳에 등장했다. 키안티는 구 시가지 중앙광장에 깔린 벽돌과 쓰레기통 토기까지도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했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
해발 500~700m의 산간지역 계단식 농장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들어진 키안티 포도주는 이탈리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는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슬로시티 운동이후 그 명성을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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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안티 푸줏간 ‘팔로니’ |
키안티 구 시가지의 중앙에 자리잡은 푸줏간 ‘팔로니’도 키안티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다. 1806년부터 9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푸줏간 팔로니에서는 2년간 숙성시킨 햄 ‘프로슈토(돼지 뒷다리)’를 비롯해 전통방식으로 만든 소시지, 치즈를 판매한다. 영국의 유명 가수인 엘튼 존도 팔로니 푸줏간에서 만든 프로슈토를 주문해서 먹는다고 한다.
키안티는 슬로시티 운동을 통해 국제슬로시티로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관광객이 늘었고, 지역 특산품 판매가 늘면서 주민 소득도 향상됐다. 키안티는 슬로시티 선포 이후 10여 년간 관광객이 200%나 늘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끼안티를 찾는 관광객들은 와인과 올리브유, 햄, 소시지 등을 기념품으로 사간다.
지역의 전통과 자연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게 된 주민들은 키안티 슬로시티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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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판매점. |
전 주민이 직업을 갖고 있는 키안티는 고용률 100%의 도시라고 자랑한다. 다른 중소도시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고 범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다.
사투르니니 시장의 끈질긴 주민 설득, 체계적이며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한 키안티의 슬로시티 운동은 이탈리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슬로시티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 로렌조 로띠 키안티 시의원 "삶의 질 향상이 먼저…슬로시티 성공 열쇠는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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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의 슬로시티 정책을 맡고 있는 키안티 시의회 로렌조 로띠 의원은 키안티의 미래를 위해 지난 1999년 슬로시티 운동을 주창한 사투르니니 전 시장을 높이 평가했다. 키안티에서는 시와 의회가 함께 협력해 슬로시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로띠 의원은 슬로푸드와 슬로시티 운동을 통해 키안티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뭔지 항상 생각한다”며 “ ‘느림’의 철학인 슬로시티 운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띠 의원은 네트워킹을 통한 슬로시티 정책 공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슬로시티 도시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좋은 정책을 공유하면서 배울 것은 배워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키안티는 매년 슬로시티 정신과 관련된 이벤트를 찾고 실행해 주민들과 그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5월 21일~22일 이틀간 개최한 슬로시티 이벤트에는 다른 슬로시티들도 참여해 참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키안티 주민들은 슬로시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만큼 슬로시티 발전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갖고 있다”며 “전 세계의 다른 슬로시티들이 키안티의 슬로시티 정책을 보고 배운다면 기분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띠 의원은 슬로시티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통과 문화를 꼽았다. 지역 공예품과 특산품 등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기억하고 전승하는 것, 그리고 그 것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슬로시티 운동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생각해보게 된다”며 “특히 아이들에게 공원에서 함께 공예작품을 만들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어릴때부터 슬로시티를 배우고 공유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안티는 주민들이 슬로시티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행정과 주민이 항상 같이 간다”며 “키안티 슬로시티가 전 세계 슬로시티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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