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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② 국내 - 전남 완도 청산도] 해녀·돌담·구들장 논…동화책 같이 펼쳐진 '느림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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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② 국내 - 전남 완도 청산도] 해녀·돌담·구들장 논…동화책 같이 펼쳐진 '느림의 섬

'휘리·조개공예 등 다양한 체험거리 / 올 걷기축제, 관광객 8만여 명 찾아

강인석  |  kangis@jjan.kr / 등록일 : 2016.10.27  / 최종수정 : 2016.10.27  23:59:04


  
▲ 전남 완도 청산도 전경
 

청산도 슬로시티에서 ‘빠른 것’은 반칙이다. 청산도는 여유를 갖고 ‘느림’을 느끼며 감상해야 하는 섬이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에 속하는 청산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동화책 같은 슬로시티다.

완도에서 19.2㎞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섬으로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위치한 청산도는 고인돌, 청산진성, 초분, 해녀, 돌담, 독살, 파시거리 등 다양한 섬 고유의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이자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된 ‘구들장 논’이 있고, 휘리체험과 슬로푸드체험, 조개공예체험 등 느림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운영되고 있다.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논, 돌담장, 해녀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 다양한 체험활동이 어우러진 청산도는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슬로시티다.

1981년 12월 23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데 이어, 2007년 12월 1일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국제슬로시티연맹 실사 당시 ‘완벽한 슬로시티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최고의 슬로시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영화 ‘서편제’가 촬영된 돌담길.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 KBS 드라마 ‘봄의 왈츠’, SBS ‘여인의 향기’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가 청산도에서 촬영됐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촬영이후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까지 촬영되면서 일어난 관광 열풍이 청산도의 다소곳한 풍경을 바꾸기도 했지만, 여전히 청산도는 허둥지둥 바쁘게 사는 도시 사람들에게 달팽이처럼 느리게 다니며 얻을 수 있는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섬이다.

청산도에는 푸른 바다, 푸른 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11개 코스의 슬로길이 있다. 청산도 주민들의 마을간 이동로로 이동되던 길을 다듬어 이름붙인 ‘청산도 슬로길’의 전체 길이는 마라톤 코스 길이와 같은 42.195㎞다. 2011년 2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세계 슬로길 1호로 인증받았다.

슬로길과 함께 해녀들이 건져 올린 단백질창고로 불리는 전복, 바다 바람을 쐰 청산마늘, 깨, 콩 등이 슬로푸드를 연출하고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에도 선정된 청산도는 매년 4월 ‘느림은 행복이다’를 주제로 한 달간 슬로걷기축제가 열린다.

완도군은 올해 4월 진행된 ‘2016 청산도 슬로걷기축제’에 섬 주민수 2500여 명의 30배에 달하는 8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2009년 이후 8차례 축제를 갖는 동안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하루 최고 6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은 셈이다.

  
▲ 범바위

슬로시티 인증 이후 청산도는 연간 7~8만명이던 방문객(관광객)이 3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완도와 청산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하는 청산농협은 2007년 합병대상 농협으로 지정돼 합병절차가 진행됐지만 슬로시티 지정이후 부자농협으로 탈바꿈했다. 성수기에는 여객선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슬로걷기 축제기간에는 주민들도 동네에서 노점을 펼치고 고사리와 마늘, 전복 등 지역특산품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필요해지면서 귀촌이 활발해졌고 지가도 상승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가 마냥 즐거운 것 만은 아니다. 몰려드는 차량과 인파로 인해 슬로시티 명성을 잃어가고 있어 이제는 섬에 들어가는 여행객·차량을 제한하는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김종식 전 완도군수 "지속적 성공위해 주민역량 강화해야"

  

전남 완도 청산도 슬로시티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김종식 전 완도군수(66·현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청산도 슬로시티를 처음 일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3선 완도군수를 역임한 뒤 지난 8월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된 김 전 군수는 2007년 청산도 슬로시티의 청사진을 만들어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 부터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그는 “2007년 청산도가 정부의 ‘가고싶은 섬’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것이 슬로시티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가고싶은 섬 전국 3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된 청산도는 국비 125억원을 지원받았고, 이는 슬로시티 구축에 큰 힘이 됐다. 슬로시티에 맞게 도로를 정비하고 부두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김 전 군수는 “가고싶은 섬과 슬로시티가 동시에 기회를 맞아 세계 대표적 슬로시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산도 슬로시티의 대표적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구들장 논’의 세계농업문화유산 지정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한국에는 왜 세계농업문화유산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고, 2013년 청산도 구들장 논의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 지정을 성공시킨 뒤 이듬해 세계농업문화유산에도 등재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군수는 슬로시티의 지속적 성공을 위해서는 주민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주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 주도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슬로시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주민 주도의 청산도 슬로시티를 위해 슬로시티운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음식 숙박을 함께 운영하는 (사)슬로시티 청산도가 만들어졌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느린섬 여행학교’가 문을 열었다.

김 전 군수는 “청산도 슬로시티의 성공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이제 주민들의 몫”이라며 “주민역량 강화와 이를 이끌 헌신적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종일 청산도 슬로시티 사무국장 "수입 줄어도 걷는 여행지 지속성 중요"

  

(사)청산도 슬로시티 임종일 사무국장(47)은 청산도 슬로시티는 정점을 찍었고 지금은 하향단계라고 진단했다.

임 국장은 “청산도는 느린 섬으로 걷는 관광지인데 실제로 걷는 관광객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차량 투어 관광객”이라고 했다.

11개 슬로길은 전체 코스를 돌려면 2박3일 일정이 필요한데, 패키지 관광으로 3시간 머문 뒤 떠나고 음식도 준비해 와서 먹는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문객의 70~80%가 숙박을 안하고 당일치기 관광만 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걷는 관광객, 투숙객, 먹는 관광객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하루 방문 관광객을 제한해야 한다는게 임 국장의 생각이다. 섬에 들어오는 차량과 관광객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슬로시티 청산도의 고민은 또 있다. 2016년 1월부터는 완도군의 예산지원도 중단돼 자립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국장은 “위탁받은 느린섬 여행학교를 잘 운영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수입이 줄더라도 걷는 여행지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청산도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객들의 90% 이상이 청산도가 다도해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며 “국립공원 입장료를 부과해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환경정화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임 국장은 “관광객들의 의식도 개선되고, 청산도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지역 주민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청산도를 살릴 수 있는 운영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슬로시티 청산도는 청산면 23개 마을의 대표와 지역 유지 등 102명이 참여해 발족했으며 현재는 104명으로 운영중이다. 2012년 폐교를 리모델링해 숙박과 슬로푸드를 판매하는 ‘느린섬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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