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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비에토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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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는 슬로시티의 시발점이 된 슬로푸드 운동을 처음 시작한 도시로 지금은 국제슬로시티의 중심이다.
1980년대 맥도널드 햄버거의 이탈리아 진출에 반대해 1989년 패스트푸드점 개설금지법을 공포하는 등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된 오르비에토는 1999년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 경제도 살려 따듯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모토를 내걸고 슬로푸드를 넘어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했다. 인근 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의 시장이었던 사투르니니의 제안으로 포스타노, 브라 등 4개 도시가 함께 슬로시티를 출범시켰다.
이후 슬로푸드에 적극 동참해온 오르비에토는 국제슬로시티연맹 본부를 유치해 이 운동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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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니쿨라. |
슬로시티 오르비에토의 첫 사업은 구 시가지로 향하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구 시가지의 중심인 두오모 성당 주변의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외부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 대신 외곽에 대형주차장 3곳을 만들었다.
해발 195m의 바위산에 성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어 요새 분위기가 나는 900년 역사의 오르비에토 구 시가지에 가려면 도시 중간에 설치된 후니쿨라(Funicolare)라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대신 후니쿨라 출발지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전체 면적이 1㎢ 정도여서 빠른 걸음으로 30분이면 도시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는 오르비에또 구 시가지에는 한 해 200여 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구 시가지 인구가 5000여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에 이 처럼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관광자원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느리게 살기’란 화두를 던진 슬로시티 운동의 중심지라는 명성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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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과 함께 가죽수공예업을 하고 있는 페데리코 씨. |
오르비에토 구 시가지에는 슬로푸드 운동의 발상지답게 대형마트와 즉석 식품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없다. 다국적 대기업의 침투로 도시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정책 때문이다. 대신 작은 상점에서 신선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델 포폴로 광장에서는 주 2회 장이 서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판다.
오르비에토는 다양한 유적과 유명한 백포도주, 로컬푸드로 만든 음식, 전통있는 가내수공업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 속에 오르비에토에서는 지역의 상공인이 대를 이어가며 가업을 잇고 있다.
오르비에토에서 7년째 부인과 함께 가죽수공예업을 하고 있는 페데리코 씨(30)는 밀려드는 주문에 밤 11시까지 일하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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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리. |
대학을 졸업한 뒤 건축회사에서 일하다 7대째 가업(목재수공업)을 이어가고 있는 미켈란젤리 씨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해 했다. 오르비에토에는 그녀의 할머니 이름을 딴 ‘미켈란젤리 길’이 있다며 큰 자부심을 표시했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도 참가한 그녀는 “슬로시티는 전통이 있는 곳”이라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라고 말했다.
● 올리베티 국제슬로시티연맹 사무총장 "한옥마을 이외에 슬로시티 더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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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인구 60만명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그 안에서도 한옥마을은 특별한 곳입니다. 한옥마을 슬로시티를 전주시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에르 조르지오 올리베티 국제슬로시티연맹 사무총장은 오르비에토의 전체 인구는 4만3000명 정도이지만 슬로시티 중심지인 구 시가지 인구는 4000~5000명 정도라면서 전주시에도 한옥마을 이외에 구역별로 슬로시티가 더 확장되면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올리베티 사무총장은 “잘 사는것 보다는 그 지역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이 슬로시티”라며 “슬로시티는 부유한 곳은 지정하지 않으며, 중국에서도 슬로시티 인증을 신청한 곳이 있지만 부유한 지역이어서 인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전거 길과 친환경 숲 등 이동수단과 환경 여건,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의 12%가 자전거 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보다 공해가 없고 천천히 움직이는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이 슬로시티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는 슬로시티는 주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슬로시티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비정부기구와 같은 민간단체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항상 시민들의 의견과 동의를 구하고, 정책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리베티 사무총장은 “슬로시티 뿐만 아니라 어떤 도시든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오면 원래 도시의 성격을 잃게 되고, 도시의 좋은 과거(역사와 전통)를 미래에도 유지하기 힘들다”며 “오르비에토도 관광객이 너무 많이 방문해 힘들다”고 했다.
이어 “도시가 상업적으로 발달하고 ‘빨리빨리’ 문화가 확산되면 슬로시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슬로시티는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의 행복한 삶이 목표인 만큼 이런 문제들을 항상 걱정하고 관광객을 제한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로베르타 오르비에토 슬로시티 정책 담당 "車 없는 도시 추구…관광객 수 조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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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토의 슬로시티 정책을 맡고 있는 코틴니 로베르타 씨는 “오르비에토 슬로시티는 자동차없는 도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구 시가지 구역별로 차없는 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전체를 차없는 거리로 만드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로베르타 씨는 “오르비에토 슬로시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두오모 성당을 중심으로 1~2시간만 보고가는데 도시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며 슬로시티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가게 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르비에토 슬로시티는 지역 안에서 생산된 음식자재, 수공예품 등을 각각의 분야별 주민 조직인 로컬 서포터가 자체적으로 검사해 품질을 검증한다”고 말했다.
로베르타 씨는 슬로시티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슬로시티의 의미와 목표에 대한 체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르비에토의 ‘슬로시티 에듀케이션’을 소개했다. 오르비에토는 덴마크, 아이슬란드와 교환학생 제도를 시행중인데 시 재정으로 1000만원 한도내에서 비용의 50%를 지원한다고 했다.
로베르타 씨는 “슬로시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도시의 한 부분만 보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슬로시티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에 대한 완급 조절 필요성도 지적했다.
무조건 많은 관광객들이 슬로시티를 찾는 것보다는 도시 전체를 둘러보며 슬로시티의 가치를 깨닫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슬로시티가 자연 환경과 전통 문화만을 보존하고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전체 인구가 1만5000명, 구 시가지 인구가 7500명 정도인 이탈리아 작은 도시 티라노시는 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튜브로 돌려 도시 전체를 난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그 것을 보러 관광객들이 티라노시를 방문한다”고 소개했다.
로베르타 씨는 “슬로시티에는 역사와 음식만 있는게 아니며, 리사이클링도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며 “슬로시티는 창의적이고, 첨단과의 접합도 수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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