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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⑥ 해외 - 이탈리아 트렌토·마라디] 가장 부유한 도시로 '변신'…동화같은 휴양지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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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 새로운 길을 찾다 ⑥ 해외 - 이탈리아 트렌토·마라디] 가장 부유한 도시로 '변신

'…동화같은 휴양지 '명성



'200여년 역사 협동조합, 가난 극복 기여 /

조합수 500개 넘고 가입자 30만명 육박 /

밤 과자 '마롱 글라세' 프랑스 등에 수출 /

자전거 하이킹 즐기기 좋은 도시로 꼽혀

강인석  |  kangis@jjan.kr / 등록일 : 2016.11.24  / 최종수정 : 2016.11.24  21:33:48


이탈리아 트렌토와 마라디는 도시 규모와 성장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자연환경과 역사에서는 닮은 꼴이 많은 도시다.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잡은 트렌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였지만 협동조합으로 이를 극복하며 가장 부유한 도시로 변신했고, 이탈리아 북부로 가는 길목의 교역로로 전략적 요충지였던 마라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가 폭격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청정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휴양레저도시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

  
▲ 트렌토 정육협동조합

△ ‘협동조합 천국’ 트렌토

트렌토는 200년 넘는 협동조합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다. 목수, 운수, 와인, 고기, 식당, 주택, 환경, 에너지, IT, 교사 등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의 직종은 물론 농협, 신협, 생협,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혔던 트렌토는 협동조합을 통해 가난을 극복했다. 트렌토는 이탈리아 평균보다 실업률이 5% 이상 낮고, 1인당 국민소득도 8000유로 이상 높다고 한다.

트렌토의 협동조합 수는 500개가 넘고 조합원 수는 30만명에 가깝다. 이들 협동조합이 가입해 있는 ‘트렌토협동조합 연맹’은 전체 적립금 규모가 30억 유로(3조 7400여 억원)를 넘을 정도로 탄탄한 재정을 자랑한다.

연맹은 모든 조합으로 부터 이윤의 3%를 협동조합 발전기금으로 적립받고, 이 기금을 새로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협동조합에 빌려주는 데 사용한다. 트렌토는 초·중·고교에서 ‘협동조합’에 대해 교육한다. 협동조합의 정신과 역사, 운영 원리, 그리고 현재의 모습과 나아갈 방향 등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론보다 체험을 통해 협동조합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성을 배운다.

트렌토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가 있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돕는 조합, 알코올·마약중독자, 수감자들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조합, 간병인과 가사도우미를 보내는 조합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트렌토에서는 ‘협동조합이 곧 복지 인프라’라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정 자연과 문학, 밤의 도시 마라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 있는 작은 도시 마라디는 인구가 4000명에도 못미치는 시골 마을이다. 전주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동(洞)보다도 작은 도시인 셈이다.

  
▲ 이탈리아 마라디 도심하천

마라디에는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번듯한 호텔도 없다. 도심에는 잠자리와 간단한 아침 식사만을 제공하는 민박 수준의 숙소인 B&B(Bed & Breakfast)가 몇 개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도심을 벗어나면 아그리투리스모(농가 민박)에서 마라디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느낄 수 있다. 여름철인 8월 마라디는 가족단위 여행객으로 붐빈다. 아그리투리스모에서 동화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천혜의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마라디는 ‘밤의 도시’다. 깜깜한 밤이 아니라 먹는 밤이 유명한 도시다.

밤은 마라디의 지역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자원인데 특히 밤을 설탕에 절임한 밤 과자 ‘마롱 글라세(marrons glaces)’는 디저트로 인기가 높아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와 일본 등 전 세계에 수출된다고 한다.

마라디에서는 매년 10월 밤 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매주 일요일 증기기관차가 관광객들을 마라디의 밤나무길로 안내한다. 마라디의 밤 축제는 올해로 53회째를 맞았다.

  
▲ 밤 제과점

마라디에서는 밤이 든 빵과 쿠키 등을 파는 밤 제과점이 하루종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마라디는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 좋은 도시로 꼽혀 여름이면 매니아들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시골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는 슬로시티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 마라디 하이킹길

마라디는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시인 단테의 불후의 명작 ‘신곡’에 등장하는 문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피렌체에서 라벤다로 향하다 마라디에 들렀던 단테는 신곡에서 마라디를 언급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학, 특산품인 마롱 글라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마라디는 슬로시티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 트리베티 마라디 시장 "멈춤 아닌 교감 중요…천천히 가고 있죠"

  
▲ 트리베티 마라디 시장

이탈리아 마라디의 토마소 트리베티 시장은 “마라디는 다른 슬로시티에 비해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겸손과 달리 마라디 슬로시티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어느 슬로시티보다 중요한 자원처럼 보였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면 닿는 마라디에는 매년 5월부터 8월, 그리고 10월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여름엔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10월엔 밤 축제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린다.

트리베티 시장은 “마라디는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디노 캄파네의 고향”이라고 소개한 뒤 “피렌체에서 라벤나로 향하던 길에 마라디에 들른 단테가 그의 책 신곡에서 마라디를 언급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이어 “마라디는 이탈리아 남부 산맥을 넘을 때 쉬어가던 중간지점으로 중요한 교역로였다”며 “작은 도시였지만 그런 지리적 요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라디는 밤의 도시로 밤 과자는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에 수출된다”고 했다.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트리베티 시장은 “마라디는 슬로시티 인증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슬로시티를 통한 주민의 소득증대 등 수치상 좋아진 것은 아직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천천히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느린 도시 슬로시티는 멈춰있지 않고 교감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마라디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학, 특산품 등 3가지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만큼 마라디 슬로시티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면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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