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한국은 천박한 권력으로 작동”
전북도민일보 창간 28주년 기념 특별대담 ‘원로에게 길을 묻다’
청와대=소인섭 기자
고은 시인(83·군산)은 지금의 한국사회는 천박한 권력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전북도민일보 창간 28주년 기념 특별대담 ‘원로에게 길을 묻다’에서 시인은 우리 사회가 어떤 질환에 걸렸느냐는 질문과 관련, “천박한 권력과 간악한 권력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끌고 가는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래서 시민의 정치의식은 객체임을 포기해야 하고 직접 참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대신 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시민의 힘으로 직접 천박한 권력이 좌우하는 사회를 막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저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용기이며 저항만이 독재나 모순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혼란의 시대를 바꾸려는 ‘촛불 민심’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들린다.
시인은 그러나 이 같은 혼란과 권력이 난무하는 시대에서도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봄꽃과 가을 낙엽을 바라보는 눈으로 이웃과 세상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향에서는 노벨 문학상수상을 십 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고은 시인은 “왜 고향이 나를 상 따위에 결부시키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오늘 쓴 시만이 나의 시이다”는 말로 계속되는 시 창작만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도 내년 가을에나 마쳐질 서사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를 쓰는 그는 시를 문학에서 독립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시란 “우주와 인간의 본성이 낳는 율동이다”고 예술의 한 범주를 벗어난 장르로 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 전북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시인은 “지역문학은 대체로 더 이상의 추구가 없는 정착에 머물 때가 잦다”고 아쉬워 하면서 “그러나 전북은 현대문학의 전통뿐 아니라 신명의 체질을 지켜오는 지역이다”고 말했다. 멈추지 말고 갈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자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바빠진다”고 말했다.
전북 발전과 관련해서는 “가난을 극복하려 노력하거나 아니면 생태산업의 본산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인은 어쩌면 부유를 포기하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전북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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