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0. 18:10ㆍ지역 뉴스/경기도 뉴스
사회 이슈 : ‘신캥거루족(新kangaroo族)’등장의 의미와 시사점
- 김성하 연구위원(공감도시연구실)
■ 상 황
(신캥거루족新kangaroo族 등장)
한국에서 ‘캥거루족(kangaroo族)’은 25세를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한 이후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세대를 말한다. 그리고 ‘신캥거루족’은 일반적으로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결혼을 하였지만 비싼 주거비용과 육아문제 등으로 인하여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를 뜻한다. 경제적, 정서적 혹은 사회적 등의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여 함께 사는 세대를 ‘캥거루족’으로 본다면,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를 ‘신캥거루족’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낀 세대’라는 의미로 ‘트윅스터(Twixter)’라고 부르며, 캐나다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떠돌다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 일본에서는 ‘기생독신(寄生獨身, parasite single)’이라고 한다. 영국은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에서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라고 하며 프랑스에서는 이를 ‘탕기 현상(le phénomène Tanguy)’ 혹은 ‘탕기 세대(la génération Tanguy)’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개봉된 ‘고령화 가족’이 ‘신캥거루족’에 해당하는 현상을 그리고 있다. 이는 결혼 후 독립했던 삼남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겪는 갈등을 그린,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정책과제(2015)”에서 ‘25세 이상의 미혼자녀와 동거하는 2세대 가구도 1985년 9.1%에서 2010년 26.4%로 증가하였다(표1). 만혼화, 고학력화, 취업난 등으로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늦어지는 경향(캥거루족)이 반영된 결과’이며, ‘부부와 기혼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부모세대를 부양하기 위하여 함께 거주하거나 결혼 후 주택마련비용 부담 등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가구(신캥거루족 등)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발표하였다.1)
<25세 이상 미혼자녀가 거주하고 있는 2세대 가구의 변동 추이>
(단위:%, 가구)
| 1985 | 1990 | 1995 | 2000 | 2005 | 2010 |
전연령 미혼자녀 | 55,041 | 65,065 | 72,896 | 76,687 | 74,669 | 74,009 |
25세이상미혼자녀 | 5,007 | 6,767 | 9,079 | 12,282 | 16,006 | 19,533 |
(비율) | 9.1 | 10.4 | 12.5 | 16.0 | 21.4 | 26.4 |
자료: 이삼식(2015), “가족변화에 따른 결혼․출산행태변화와 정책과제”, p.164.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원자료(1%)분석, 각 년도.
한국 사회의 가족구조는 점차 핵가족화하고 있으며, 근래에 1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로 산업화와 개인주의화가 지속되는 속에서 가족중심의 가치관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가족 간 유대감 혹은 공동체의식이 약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신캥거루족의 등장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생기는 가족 간의 갈등,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부모세대의 빈곤화 가속, 자녀의 심리적·경제적 독립 의지 약화, 고령화시대 부모세대와 자녀부부세대 간의 새로운 가족공동체문화 형성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제기한다. 보건복지포럼에 발표(2015.10)된 “가족변화에 따른 가족갈등양상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3세대가구의 경우 부모와 자녀갈등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고부 및 장서 갈등 14.8%, 부부갈등 7.4%로 조사되었다.2)
---------------
1)이삼식(2015),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변화와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201.
2)김유경(2015), “가족 변화에 따른 가족갈등양상과 정책과제”, 보건복지포럼(2015.10), p.59.
■ 원인 및 문제점
(사회·경제적 요인)
2015년 6월 이후 2016년 3월까지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그림1)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6년부터 상승폭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렇듯 전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결혼 후 새로이 집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부모의 도움으로 자가 혹은 전세를 얻는 경우 혹은 특별히 재산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신혼부부가 자력으로 집을 구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신혼부부로 하여금 부모와 함께 살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자료재구성)>
자료:한국감정원,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원자료(1%)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부와 자녀, 부와 자녀, 그리고 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전체 2세대 가구는 1985년 대비 2010년 약 1.4배 증가하였다. 이 중 ‘신캥거루족’이라고 볼 수 있는 기혼자녀와 함께 사는 부부 가구는 1985년 대비 2010년 약 4.2배 증가하였다(표2). 연구보고서는 “주택가격상승이나 생활비 절약 등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일명 ‘신캥거루족’의 증가가 부부와 기혼자녀 2세대 가구의 증가를 가져온 이유” 일 것이라고 본다.3)
즉, 주거문제, 육아문제, 경기불황, 고용불안 등 사회 경제적 비용 상승으로 인하여 부모에게서 독립을 했다가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사는 신캥거루족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세대 가구 변동 추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원자료(1%) 분석, 각 년도)>
(단위:%, 가구)
| 1985 | 1990 | 1995 | 2000 | 2005 | 2010 |
자녀를 둔 2세대가구전체 | 55,972 | 66,035 | 74,059 | 78,103 | 76,007 | 76,043 |
부부+기혼자녀 | 173 | 248 | 348 | 444 | 481 | 730 |
-------------
자료: 이삼식(2015), “가족변화에 따른 결혼․출산행태변화와 정책과제”, p.112
3)이삼식(2015),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변화와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p.159.
(실버푸어 양산)
결혼한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경우 혹은 부모의 주택에서 결혼한 자녀가 일정 정도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부모는 아이를 돌봐주는 등 기혼자녀와 부모가 서로 ‘윈-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즉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거비용 등의 부담으로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라면 자녀 입장에서는 경제적 도움을 받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부모는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살며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크다. 부모는 은퇴한 이후 노후를 준비해야 함에도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노후 대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향후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도움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을 최근엔 부모연금을 빨아먹고 산다고 해서 ‘빨대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빨대족의 증가는 분명 부모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이 자녀 때문에 ‘실버 푸어(silver poor)’로 전락해 노년층의 상당수를 은퇴빈곤의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 시사점
(공공이 해결책 제시)
캥거루족과 달리 신캥거루족의 특징은 결혼 후에도 주거비용 상승, 취업난, 고용불안, 육아문제 등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부모와 자녀부부가 ‘윈-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와 자녀부부가 함께 사는 것은 잠재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개인의 차원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고,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사업이나 경기도가 추진 중인 ‘따복하우스’ 등은 신캥거루족 혹은 빨대족의 증가를 멈출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캥거루족에게는 전통적인 대가족문화에서 나타나는 위계적 관계, 양성불평등, 일방적 의사전달 등의 문화적 특성이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반면, 신캥거루족의 경우 경제적 의존 등에서 비롯된 가족갈등 측면도 부각될 수 있지만 가족 구성원들 간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어갈 여지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후 경제적 이유 때문에 부모와 합치는 세대인 만큼 대체로 일방적인 경제적 의지보다는 일정 정도 자기 역할을 하면서 대가족 공동체 체제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신캥거루족은 산업화 이후 서서히 해체되고 있는 가족문화를 가족 구성원 간 수평적 관계, 양성평등, 상호소통 등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대가족문화를 만들어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뉴스 > 경기도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정구(區)를 자치구(區)로 전환하자 (0) | 2016.06.20 |
---|---|
친환경 자동차의 현주소와 과제 (0) | 2016.06.20 |
OECD 경제 및 도시정책보고서 분석과 시사점 (0) | 2016.06.20 |
세계 도시 : 도시의 경제적 파워 지도 (0) | 2016.06.20 |
도시경쟁력과 창조도시 (0) | 2016.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