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 시켰더니, 우리 아이가 치유 됐어요”

2016. 4. 1. 21:06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악기 연주 시켰더니, 우리 아이가 치유 됐어요”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ㆍ폭력 피해 등 ‘상처’ 치유하는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지난 28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청주예술의전당 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 60명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청주예술의전당 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 60명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청주 꿈나무오케스트라 5기 단원들의 첫 연습날인 지난 28일 오후 서원구 청주예술의전당 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조용했던 연습실에 활기가 돌았다. 잠시 후 연습실이 악기 연주소리로 가득 찼고,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간혹 엇박자를 내거나 악기 연주를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다.

타악기 ‘팀파니’를 맡은 이민호군(13·가명·초 6)은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어요. 말을 걸면 친한 척한다고 괴롭힐까봐….”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2년 전 꿈나무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이군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친구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이군은 “음악도 몰랐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도 어색해 연습이 싫었다”면서 “함께 호흡을 맞춰 연습을 하다 보니 친구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젠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든 단원들이 모여 합주를 연습하는 시간. 바이올린과 첼로가 곡의 시작을 힘차게 알렸고 다른 악기들이 뒤를 이었다. 플루트의 고음과 트럼펫의 엇박자 등 제각각이었지만 이군이 팀파니로 리듬을 이끌자 아이들의 연주는 어느새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이 됐다.

곽민지양(13·가명·초 6)도 갑작스러운 가정환경의 변화로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장난을 많이 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벌을 받기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3~4시간이 걸리는 연습시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집중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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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수석강사 오혜영씨(43·시립교향악단 단원)는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곽양의 마음에 상처가 생겼고, 이를 산만함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곽양은 이곳에서 악기를 배우며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시작된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면접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는데 연주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단원 60명 중 41명이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피해 아동과 다문화·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다.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음악교육, 미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교육은 충북도립교향악단 단원과 청주시립교향악단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