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4대강 사업이) 강이나 생태계에는 어이없는 일로 단지 토건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일을 했을 뿐이다. 호수처럼 되어 버린 강은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는 생명이 사라진 곳이다. 결국 수질악화로 (4대강 사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유속이 바뀐다는 것은 주변 지형 변화를 불러와 강을 죽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이라도 재자연화를 위해 댐을 허물던지 최소한 수문을 열어야 한다"
이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종북주의자의 날선 주장이 아니다. 세계적 하천전문가인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우리나라의 4대강을 둘러보며 통탄 속에 한 발언이다. 속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는 그는 이 어이없는 개발사업이 시작된 이유와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었다.
어디 이 낯선 이방인 뿐이랴. 야당과 학계의 전문가,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일반국민들까지 이 사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가며, 시쳇말로 도시락까지 싸들고 말렸던 사업이 바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어 붙인 4대강 사업이었다. 어마어마한 혈세가 낭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고, 생태계 파괴, 수중보의 안전 문제, 수질 오염, 인근지역의 농경지 침수, 공사 과정에서의 특혜 및 담합 비리, 완공 이후에도 천문학적인 관리유지 비용이 추가되는 등 그 자체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의 하도 정비와 보 건설을 통해 충분한 용수를 확보하고, 하천 정비와 제방 보강을 통해 홍수를 예방하며 4대강 본류의 수질을 2급수 수준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공사를 강행했다. 4대강에 설치된 노후된 제방 보강, 토사 퇴적구간 정비,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규모 댐 및 홍수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보 설치 등이 이를 위한 주요사업으로 예쁘게 포장되었다.
그런데 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곳곳에 허점이 가득한 모순으로 가득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대강 본류의 홍수와 범람은 전체의 2%대 수준으로 지극히 미미하며 실제 여름철 집중호우와 가을 장마로 인한 하천 범람의 대부분은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 하천과 국지천에서 발생한다. 2급수 수준으로 본류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발상도 비상식적이다. 고여있는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고언을 무시해도 이리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4대강 공사가 완공된 이후 수질이 이전보다 나빠진 것은 어찌보면 필연에 가깝다.
또한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정권의 수준이 2MB 밖에 되지 않음을 천명한 것과 다름 없고,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허풍은 고작 (4대보험 가입 기준) 수천개로 바짝 쪼그라 들고 말았다. 결국 4대강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얻은 것이라고는 잘 포장된 자전거 길 하나만 남은 셈인데, 어디 자전거 못타서 죽은 귀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전거 하나 타자고 천혜의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해 가며, 수질 오염시켜 가며, 보 무너질 위험 감수해 가며, 수십조원에 이르는 국민혈세를 강바닥에 쏟아 부어야 했는지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솔직히 멱살이라도 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제부터다. 언급한 대로 이미 투입된 국민혈세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앞으로도 매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유지관리 비용으로 투입되어야 하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알짜 공기업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수자원 공사의 막대한 부채 역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자원 공사는 기획재정부에 물값인상을 허용해 주든지, 보조금을 지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부채비율 16%로 건실하게 운영되었던 수자원 공사가 이명박 정부 말인 2012년 6월경에는 부채비율이 무려 118.9%로 급증했다. 그 이유가 다름 아닌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수자원공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4대강 사업 부채 10조원의 재원마련을 위해 결국 물값인상이라는 외길을 선택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치고 책임수습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국민이 지게 될 판이다.
지난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사업이었음을 고해성사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정치인과 학자들, 자화자찬으로 날 새는줄 몰랐던 정부 관료들,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국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손가락질 했던 관변단체들과 방송인들 중 그 누구도 사과를 하거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 이런 무책임이 바이러스처럼 이 사회에 만연해있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고 섬뜩한 일이다. 언제든, 어디서든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사회가 방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잘못을 했으면 먼저 사과를 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같은 보편적 상식을 기대하는 일은 점점 요원한 일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을 둘러보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통탄해 하며 아파했다. 그러나 정작 피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사죄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작 울어야 할 사람은 울지 않고,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 마음 아파하는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의 현실 앞에 4대강도, 필자도 그 속이 썩어들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