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창업 사관학교 ‘에콜42’ - 사디락교장

2015. 2. 3. 09:02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프랑스 창업 사관학교 ‘에콜42’ 가보니
괴짜 천재들 365일 합숙…스타트업 매달 한개 ‘뚝딱’
1조가치 카풀서비스 기업 ‘블라블라카’ 만들어내…저커버그도 인재찾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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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7구 지역에 들어선 ‘에콜42’ 교실에서 학생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파리 = 이지용 기자]

“항공기 이동 경로를 모두 추적해 정보를 제공하는 ‘코딩(프로그래밍)’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런데 돈이 될까요?”

“연착 정보 등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도 많고 기업에서 수요도 있을 거예요.”

프랑스 파리 북서부 17구에 위치한 한 철제식 외벽의 임시 가건물 1층에 있는 조그만 교실. 담요를 걸친 여학생과 구멍난 청바지를 입은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프랑스 항공사 직원들이다.

이 건물은 1년 전 프랑스 통신재벌 ‘프리’(Free) 회장인 그자비에 프랑스 니엘이 설립한 ‘에콜42’라는 스타트업 인재 육성학교다. 인터넷 기업을 통신사로 키운 니엘은 몇 해 전 재산이 쌓이자 다양한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었는데 에콜42도 그중 하나다.

목적은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는 디벨로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해 1000명의 스티브 잡스형 컴퓨터 천재를 키우는 것이다.

100% 무상인 이 학교에 입학하는 유일한 조건은 ‘코딩을 위해 태어났는가?(Born to code?)’다.

코딩에 대한 관심과 실력 외의 것, 학교 졸업장과 졸업성적 따윈 전혀 필요 없다. 오직 한 달에 걸친 서바이벌형 코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코딩’이란 생활 곳곳에 응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말한다.

학생들의 배경은 수학 천재에서부터 요리사, 화가, 심지어 퇴학생까지 다양하다. 이곳 학생인 래미 알베스(19)는 “바칼로레아(한국의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지만 이론을 더 이상 배우기 싫어 대학을 포기했다”며 “1년 만에 40개 프로그램을 코딩했는데 3D프린팅 분야 취업이나 창업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학교는 365일·24시간 학생들에게 개방돼 있다. 학교 한 공간에 마련된 핫도그 트럭에서 끼니를 때우고 잠은 슬리핑백에서 해결한다.

선생님과 교육도 없다. 니엘 회장과 ‘프리’를 공동 창업했던 니콜라 사디락 교장은 “비슷한 주제와 목적을 가진 학생들끼리 팀을 만들어 경쟁하는데 학교는 학생들의 능력을 보여줄 ‘문제’를 내주고 학생 작품에 대한 상업성을 기업·전문과들과 함께 평가해 준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벌써 11개 스타트업 기업이 배출됐다. 매월 1개씩 스타트업이 학교에서 생겨난 셈이다. 이 중에는 벌써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으로 치솟은 카풀서비스 기업 ‘블라블라카’(BlaBlaCar)도 있다. 디지털사진 스타트업 기업인 ‘포토리아’는 지난해 11월 미국 어도비시스템에 8억8000만달러에 팔렸다. 조만간에 졸업 예정인 14명 학생들은 이미 구글·페이스북·에어버스 등 세계적 IT기업이 총출동해 싹쓸이 채용했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열기는 유럽 경제난 속에서 더욱 달아오르는 중이다. 매해 두 번 1700여 명 안팎만 선발하지만 매회 1만5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지원했고 지금까지 총 7만명이 테스트를 거쳤다. 이곳 관리업무 담당자는 “구글 직원이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인재 채용이나 인수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수시로 다녀갔다”며 “다음 주엔 우리 학생들과 미국 스탠퍼드대, MIT 대학생들이 만나 공동 작업하는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에콜42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으로 코딩 아이디어로 바로 창업을 하는 ‘엑셀러레이터’들도 프랑스 곳곳에 생겨났다. 우리나라 동대문과 같은 파리 2구 상티에 지구에 위치한 ‘누마’(NUMA)가 대표적이다. 이곳 ‘르 캠핑’이라는 스타트업 론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간이 사무실이 제공되고 멘토가 붙고 회계·마케팅 이런 분야 사람들까지 모여서 바로 ‘임시 기업’이 만들어진다.
르 캠핑을 통해 2011년 이후 총 2000만유로(약 250억원) 기업가치 규모, 72개 스타트업이 만들어졌다. ‘메자그라프’는 960만달러에 트위터에 인수됐다. 프랑스 재무성 소속 다비드 몽토 국장은 “프랑스는 그간 관광자원과 명품 이미지로 상징됐지만 앞으로는 산업생태계를 디지털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리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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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도 졸업 못한 학생이 절반…학위 없이 구글·페이스북 간다

입력 2015-02-02 22:04:24 | 수정 2015-02-03 03:13:36 | 지면정보 2015-02-03 A9면
프랑스 IT교육 1번지 에콜42
니콜라 사디락 이사장기사 이미지 보기

니콜라 사디락 이사장

“교수도, 교재도, 수업도 없습니다. 학력도 상관없습니다. 열정과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 2013년 설립된 ‘에콜42’는 프랑스의 실험적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이다.

학력과 상관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18~30세)가 유일한 조건이다. 4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우수 대학 출신도 있다. 학력보다는 창의성이나 실력으로 선발한다.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하지만 이곳의 인기는 높다. 지난해 1000여명을 뽑는 데 7만명이 지원했다. 온라인 테스트로 2만명을 추려낸 뒤 4000명을 대상으로 4주간의 테스트를 거쳐 학생을 선발했다.

지난달 26일 만난 니콜라 사디락 이사장은“에콜42에 관심이 높은 것은 프랑스 교육시스템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산이나 IT 분야는 연구자 수준의 이론 교육보다는 실용적이고 열정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콜42의 학비가 무료고, 학력 제한이 없다고 해서 설립 목적이 불평등 해소는 아니다”며 “기업에서 바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IT 분야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콜42는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Free)의 자비에 니엘 회장이 사디락 이사장 등과 함께 설립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2~3년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임무(미션)처럼 150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진다. 교수의 지도 없이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바뀌었을 때 적응력을 높이는 것도 이곳에서 중시하는 교육 포인트다.

에콜42는 이번에 첫 졸업생 10~15명을 배출한다. 대부분 구글 페이스북 에어버스 등 대기업에 취직하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사디락 이사장은 “좋은 아이디어는 대화와 토론, 우연한 만남에서 태동하기도 한다”며 “주입식 교육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신생 벤처 창업 촉진 프로그램’ 르포 “프랑스의 미래는 젊은 창업자에 달렸다”

글·사진 파리 |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입력 : 2015-02-02 21:36:47수정 : 2015-02-02 21:41:32

ㆍ파리 등 9개 도시에 거점 확보… 지원금 외에 협업 단체 연결도
ㆍ개인 창업자에게 문호 활짝… 프레젠테이션도 한글 자료로

정해진 등·하교 시간도, 성적을 매기는 시험도 없다. 학교는 24시간 열려 있고 전교생 1700명을 관리하는 스태프는 5명이다.

자신이 기획하거나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만 하면 졸업이 된다. 모든 교육은 무료로 이어지고 졸업 후에는 대부분 정보기술(IT) 분야 취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프랑스에서 2013년 설립된 ‘에콜42’가 새로운 교육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설립자이자 교장인 니콜라 사디락(46·사진)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발굴하지 못하는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고 말했다.

공동설립자는 프랑스 휴대전화통신사 ‘프리(FREE)’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이다. 니엘 회장은 프랑스 내에서 휴대전화, 집전화, 인터넷 등을 묶는 합리적 요금제를 출시해 성공한 인물로 대표적인 벤처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난달 27일 파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양성 협회인 ‘누마(NUMA)’ 사무실에서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작업하고 있다.


니엘 회장은 IT 분야 맞춤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사디락 교장과 함께 학교를 설립하고 매년 600만유로(약 75억원)의 학교 운영비를 전액 사재로 출연하고 있다.

‘에콜42’의 교육은 철저하게 팀 위주의 프로젝트 작업으로 이뤄진다. 학생은 1차 컴퓨터 능력시험 후 4주 동안 합숙하며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해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800명 선발에 7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졸업까지 1인당 보통 15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는데 창의성, 협력, 기술성, 성실성 등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는 게 교육목표다. 이 프로젝트들 중 하나인, 머리카락 사진을 찍으면 모발의 특징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은 프랑스 대표기업인 로레알에서 사용 중이다. 학생들이 교장 앞에서도 개의치 않고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등 자유로운 학풍이 느껴졌다.

사디락 교장은 “꼭 연구자 수준으로 알아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있지만 역량을 발굴할 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기존 교육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던 만큼 에콜42에 대한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 ‘에콜 42’ 사디락 교장 “등하교·시험도 없지만 24시간 열린 학교”
팀위주 프로젝트 마치면 졸업… 전액 무료·자연히 취업 연결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사를 의뢰한 기업에 대한 평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무슨 문제를 많이 틀리는지 수학 교육을 맞춤형으로 도와주는 앱, 여행을 계획할 때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앱….

수학교육 앱을 출시한 ‘마이 블리(My Blee)’의 래티시아 그레일 대표 등 프랑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한국에서 온 기자 앞에 주어진 5~10분의 프레젠테이션 동안에도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명문대학을 가려면 유아기부터가 중요하다”는 공략법까지도 제시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인 것도, 이미 산업화해서 해외진출까지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이라는 것이다.

프랑스가 ‘스타트업 공화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대학생부터 지역사회, 정부 기관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자발적인 열기가 감지된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42만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에 나서 유럽 내에서 영국에 이어 두번째로 창업이 활발한 국가로 올라섰다. 전통과 문화유산, 명품산업 등의 이미지로 알려진 프랑스가 실리콘밸리에 이은 새로운 벤처 중심지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재무부 ‘프렌치 테크(French Tech·로고)’ 담당 다비드 몽토 국장은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렌치 테크란 신생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고안한 프로그램으로 정부가 올해부터 연간 1500만유로(187억5000만달러)를 지원한다. 프렌치 테크에 소속된 기업들을 위해 자금조달, 공공기관 및 대학 등과의 협업 등을 연결해준다. 전통적으로 강한 프랑스의 항공, 철도, 명품 기업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화에 성공하려면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프렌치 테크는 파리 외에 툴루즈, 릴, 보르도, 낭트 등 9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도 뜨겁다. 유능한 인재들이 안정적 직장보다는 스타트업에 더 몰리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주요 취업 목표인 한국 청년층과 달리 프랑스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종의 스타트업 양성 특구인 ‘누마(NUMA)’ 관계자는 “프랑스 젊은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자유롭게 경영하고 실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저커버그 같은 백만장자를 꿈꾸기보다 자유, 유연성,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 등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내에서는 휴대전화 통신사 ‘프리(Free)’, 운전자가 인원과 장소 등을 올리면 카풀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1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블라블라카’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몽토 국장은 “스타트업 기업이 혁신, 파괴의 정신을 가지고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 지원으로 프랑스의 벤처 시장도 실리콘밸리처럼 역동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