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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국장급 한 명 늘리려 해도 정부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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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4년, 분권 발목잡는 ‘폐해’]시장이 국장급 한 명 늘리려 해도 정부가 제동
배명재·박준철·김정훈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2) 인사권 제한

지난 3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세번째)이 지방분권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서울시제

 

▲ 광역부단체장·기획실장 등 중앙부처 간부 임명 ‘관행’
기구·정원 과도한 통제로 맞춤 행정서비스 못해 불만
중앙정부 기득권 내려놔야


역대 인천시장들은 인사적체 해소와 지역인재 중용을 위해 기획관리실장을 내부승진으로 발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번 중앙정부의 제동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시·도 부단체장과 기획관리실장 자리를 국가직으로 정해놓고 안전행정부 등 중앙부처 간부를 임명해온 인사관행 때문이다. 인천시장이 제청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안행부 고위 관료들은 아예 ‘번호표’를 들고 낙하산 인사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예산·조직·감사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시·도의 고위직 두 자리를 모두 중앙정부가 독식하고 있는 것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인사전횡’ 때문에 광역자치단체는 인사철만 되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충북도의 한 사무관은 “지방공무원들은 자치단체의 임명직 최고직인 기획실장과 행정부시장(도는 행정부지사)에 원천적으로 오를 수 없도록 돼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재정이 탄탄하고 힘 있는 서울시는 기획조정실장과 행정1·2부시장까지 지방공무원을 자체 기용해도 안행부는 아무 소리 못한다”면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시·도는 인사에서까지 차별받고 있어도 국고지원 때문에 항의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인사뿐 아니라 조직까지 틀어쥐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해 2월 안행부에 서부권개발본부, 재정점검단, 도청이전기획단 등 3개 임시기구에 대해 설치와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행부는 서부권개발본부만 승인하면서 홍 지사의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사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 기구설치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권위마저 떨어졌다”고 말했다.

행정전문가들은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가 국제도시 명성에 걸맞은 행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3명에 불과한 부시장(행정1·행정2·정무)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와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 파리가 37명, 중국 베이징이 9명, 일본 도쿄가 4명의 부단체장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000만 시민이 사는 ‘수도 서울’에 부시장이나 국장 자리 하나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면서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제대로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광역단체장이 재량으로 선발해온 정무부시장(부지사)의 임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정실인사를 막겠다’면서 ‘지방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에 정무부시장(부지사) 임명 시 공모절차를 밟도록 했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일 공모절차를 무시하고 정무부지사를 직권으로 임명하면서 정부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낙하산 인사 폐단은 지방정부에서도 닮은꼴로 이뤄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관행이라며 부군수·부시장·부구청장을 낙하산식으로 내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광역단체장들은 부시장·부지사 수와 실·국 수까지 제한하는 중앙정부의 과다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수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책임연구원은 “인사 자율권은 자치단체장이 지역특성에 맞는 중점 정책을 실현하려는 조직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자치단체의 인사전횡은 의회 등이 견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인사규정을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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