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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수백兆 투자 헛된 공약 한류, 신기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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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말잔치인가.. 성장동력인가]  수백兆 투자 헛된 공약 한류, 신기루 되나



'최정상급 한국 아이돌 공연과 한류스타 팬 사인회, 한국 드라마 세트장 체험….'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한류 행사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류'라는 말이 붙으면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쉽고 해외 관광객 유치, 지역홍보, 국가적 이미지 개선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거에 신경쓰는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전 국민적 관심사인 한류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도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한류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뚜렷한 지역성을 드러내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방의 한류 축제와 대형 프로젝트들이 예산만 낭비한 채 큰 실패를 기록하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유행에 민감한 내용에 집중하다 보니 지속성을 띠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묻지마 한류, 수백조 프로젝트 덥석

한류 콘텐츠의 시장성이나 사업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의욕만 앞세운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범정부적인 기대가 높지만 해외에서 불고 있는 한류는 아직까지 일부 젊은 층과 마니아들의 문화에 머물러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의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수백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시도됐다.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꿈과 세계적 유행인 한류가 만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2007년 야심차게 등장했다 전격 무산된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 개발 사업이다. 이름부터 생소하다. 8이라는 숫자를 도시이름에 넣은 것은 한류의 최대 시장인 중국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 '8'을 이름에 넣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총 투자금액 317조원은 고사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자본금 500억원조차 마련하지 못해 사업은 무산됐다. 사업 시행자인 ㈜에잇시티가 증자에 실패함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지난 2007년 7월 체결한 사업 기본협약을 지난해 해지했다.

당초 이 사업의 골자는 '한류 관광의 메카'를 목표로 호텔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이 들어서는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토지 보상비로 책정된 예산만 10조원이 넘는 등 초기부터 그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이 보상금이 나올 것으로만 믿고 지역 금융기관에 해당 지역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적잖은 주민들도 사업무산에 따라 곤경에 처했다.

경기도가 고양시 99만㎡ 부지에 건설을 추진 중인 '한류월드' 역시 벼랑 끝에 몰린 처지다. 2004년부터 진행돼 오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경우, 무려 10년 동안이나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한류관광 마이스(MICE) 복합단지 조성사업'에 약 768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4월 '대규모 사업 참여보다는 관광진흥에 주력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따라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은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때까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류 축제는 아이돌 천국

'강남한류페스티벌, 한류드림페스티벌, 대구동성로한류축제, 인천한류관광콘서트, 부산한류나눔콘서트, 한류문화축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쏟아부으며 아이돌 그룹을 초대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국 곳곳에서 치러지는 행사들이다. 행사 주체와 열리는 지역 차이만 있을 뿐 선뜻 그 특색이나 차이점이 뭔지 알아채기 어렵다. 마치 복제되기라도 한 듯 내용이나 형식 측면에서도 대동소이하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아이돌 가수가 등장하는 한류 콘서트만 30개가 열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내용의 행사가 열리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열리는 한류 행사가 워낙 많은 상황이어서 어떤 행사가 열리고 있는지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일일이 지자체를 통해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따로 집계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한류 행사들의 내용을 보면 K-팝(pop), 드라마, 김치를 빼고 나면 더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게 공통점이다. 특성이 없다보니 참여하는 사람들도 기대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류드림페스티벌'은 외국인들을 유치하기는커녕 인근 중·고등학생들의 잔치가 됐다. 이 행사는 아이돌 가수 콘서트 등 1박2일 동안 진행됐는데,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4차례 열렸다. 당시 경주시는 외국인 3500여명 등 1만4000여명이 이 행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며 시비 5억원과 국비, 지방비 포함 총 7억원을 투입했다.

한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타 지방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으면 지역 소비도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이 한류팬이라기보다는 당일치기로 왔다 간 인근 지역 중·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핵심 행사인 3시간짜리 콘서트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은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일었다. 숙박업, 요식업 등에 종사하는 지역 상인들도 '행사 효과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광주 세계김치문화축제의 총 방문객수 39만7488명 가운데 외국인 방문객은 3만4000여명 수준으로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이벤트를 남발한 탓에 그 의미가 퇴색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한류스타를 포함해 모두 206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선정 이유와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제주명예도민증은 시중에 나도는 할인 쿠폰이냐'는 비아냥마저 나왔을 정도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박성현 조사연구팀장은 최근 국내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류 행사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차별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K팝이 인기가 있으니 너도나도 한류 콘서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출처:파이넨셜뉴스(2014.8.3) 특별취재팀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http://news.zum.com/articles/15204130?cm=popular&pr=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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