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4. 10:59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사람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다
2007/07/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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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사람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다. | |
팔당 농부의 세계 공동체 마을 순례기를 읽고 | |
삶이란 늘 그렇게 짜증스러움과 미안함의 연속일까? 한 편으로는 고통과 절망과 좌절감으로 몸부림을 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평안과 희망과 자유를 희구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팔당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부 김병수님의 삶이 그랬다. 2001년 이맘 때, 모든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세계 공동체 마을로 순례의 길을 떠날 당시에 그의 마음은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참담한 고뇌, 절망, 좌절감”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그 후 2년 6개월간의 순례길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해방과 자유와 희망의 싹”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삶의 감동과 그 생생한 메시지들이 <사람에게 가는 길>(마음의 숲, 2007)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순례 여행을 떠나다 이 책의 저자인 김병수님이 순례 여행을 떠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막연히 그가 야스퍼스의 ‘한계상황’을 들먹이면서 삶의 이유와 의미를 상실했고 그래서 한국과 가족과 팔당 농민회와 농토를 뒤로 한 채 2년여의 순례길을 떠나게 되었다는 기록에서 우리는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50이 넘은 나이에 삶의 현실을 뒤로 한 채 홀연히 순례길에 오른 그는 ‘구도자’였을까?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저자의 순례 여행은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들, 즉 인생, 종교, 사물의 본질, 관계, 자유, 진리와 같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다 높은 가치 추구와 관련이 깊다. 이런 본질적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종교와 철학과 제도와 문화 등에 의존해보았지만 결과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을 뿐이었다. “무엇보다 타인을 통해 발견한 모순과 한계들을 발견하면서 점점 더 절망하고 좌절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런 극한의 절망이 결국 그를 순례 여행으로 내몰았다. 그렇게 그는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컴퓨터를 넣은 가방과 함께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삶을 도망치듯 순례 여행을 떠난다. 21개국 38개 공동체 마을을 순례하다 어떤 여행이든 항상 의미가 있게 마련이지만 김병수님의 여행은 이렇게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여행이라는 포괄적인 목적 이외의 특별한 목적 없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세계 여행이 아닌 목적이 있는 세계 여행을 계획하였다. 세계 공동체 마을로의 순례 여행이 그것이다. 영국으로부터 시작해서, 네덜란드, 미국, 멕시코, 인도, 쿠바, 독일, 텐마크, 캐나다, 프랑스, 브라질, 북아일랜드 등 세계 21개국에 산재해 있는 38개의 공동체 마을들을 2년 6개월 동안 순례하는 그의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단지 그런 곳들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진리를 찾고자 하는 순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여행길에서 숭고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체험한 공동체 마을 들 중에서 절반 정도인 16개의 공동체를 방문한 경험들과 깨달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 땅에서 진정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네덜란드의 휴메니버서티와 미국의 트원옥스, 영국의 부루더호프 마을을 비롯해서 교육 공동체인 멕시코의 로스 오로꼬네스, 미국의 로우캠프 마을을 소개하고 있으며, 제3세계인 인도의 롭스라든가 명상공동체인 독일의 쎄크, 프랑스의 플럼빌리지, 평화공동체인 영국의 우두부룩, 북아일랜드의 코리밀라, 브라질의 세오 도 마피아 마을에 이르기까지 그의 공동체 마을 순례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그 자체였다. “네덜란드 휴메니버서티에서는 영혼이 아픈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내 아픈 어릴 적 경험들을 애린처럼 바라볼 수 있었고, 인도 달릿들의 절망스런 삶의 모습에서 생명력의 지난한 몸부림과 경이로움을 발견했다. 멕시코 북부 에르모시오의 황량한 사막에 위치한 자폐아동들을 위한 로스 오로꼬네스 공동체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꽃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6페이지) 어디에 가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깨달음이 없었겠는가? 그곳이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곳이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드는 곳이고,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버리고 우리를 향한 평화를 꿈꾸는 곳이라면 그 공동체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와 인류를 향한 메시지는 너무 분명하지 않은가? 신이 이 땅에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하신 것은 바로 이런 공동체들이 가진 이상을 실현하라는 특별한 섭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간은 그 명령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은 더 이상 평화공동체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람이 모여 사는 유토피아도 아니다. 인류가 끊임없이 그 이상향을 꿈꾸었어도 이루지 못했던 고귀한 정신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 이상향의 파편들이 세계 각지에 산재한 공동체의 정신성으로 흩어져 버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도 그 이상향의 파편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충동 아닌 충동이 밀려왔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충동일 것이다. 사람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다 공동체 마을들로 향하는 순례 여행은 저자로 하여금 “사람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삶의 위대한 발견이 있기까지 그는 여러 가지 희망과 자유의 의미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저자의 삶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인류는 희망을 가진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고통과 절망으로 삶을 도망치듯 공동체 마을 순례길에 오른 저자는 인도의 달릿들의 절망스런 삶과 격동하는 쿠바 민중들의 삶 속에서 슬프지만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여겨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저자의 눈에 비춰진 이 세계는 여전히 희망이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나라 쿠바, 쿠바 사람들은 지금 ‘자유’와 ‘생명’에 대한 갈구로 가득 차 있고 몸부림치고 있다. 뭇 생명들의 지난한 몸부림. 이것이 쿠바의 희망이고 미래였다.”(223). 그러고 보면 저자의 절망도, 우리의 몸부림도 결국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몸부림이었던 것이었다. 삶의 희망을 발견하면서 저자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는 것이 어색한가? 누구나 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가? 평소와 같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진지하게 되묻는다면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우리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말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삶과 가치관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있는가? 저자는 플럼빌리지에서 틱낫한 스님과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중년에 이르러서 자기를 사랑하게 되었다니? “남들이 부족하단 걸 알고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고, 남들 뿐 아니라 한계 투성이인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으면 이미 노인이 된 것이다.”(31) 정말 그런가 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것이야 말로 맨 나중에 깨달아지는 요소인 것이다. 인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저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자격을 갖추고 이웃 사랑을 향해 나아갔다. 희망을 발견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되자 비로소 “사람에게 가는 길”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깨달음의 절정은 아마존의 밀림 속 마을인 세오 도 마피아를 방문하면서 이루어졌다. 저자는 “아마존 숲을 이틀간 거닐며 숲과 지구의 온갖 생명들과 아니 우주 자연의 모든 존재들과 자신이 하나임을 처음으로 깨닫고 느꼈”다. 아마존의 밀림에서 저자는 새로운 생태인류로 거듭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날(2003년 1월 4일)을 영혼의 생일로 삼기로 했단다. 참으로 부러운 경험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고통과 절망의 존재로부터 생명과 자유와 희망의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인생의 윤회적 악순환(절망과 희망의 악순환)을 끊고 니르바나에 이르는 경험이다. 그것은 죄인이 의인이 되는 경험이다. 즉 구원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마존에서 영적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거듭남을 통해서 사람에게 가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모두 가 다 저자와 같이 현실을 훌훌 털어버리고 순례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더욱이 저자의 경험에서 나타나듯이 세계 공동체 어디에도 유토피아를 완전히 실현시킨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순례자의 영적인 경험 속에서, 공동체 마을들의 의지와 목적 속에서 우리는 참된 깨달음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는 있다. 그래서 여행은 떠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책은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상향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에게 가는 길을 모두 가 발견한다면 적어도 사회를 유토피아로 만드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 자신들의 이상은 살아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또 누가 알겠는가? 그런 깨달음을 공유한 사람들이 만드는 또 다른 공동체 마을에서 인류의 또 다른 희망이 창출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인류 사회의 희망은 거기 그렇게 있지 않을까? “순간 순간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긴 과거를 역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늘 옳음이, 그리고 정의가 승리하며, 이에 따라 인간의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359 페이지). 이 인류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김병수님과 같이 영적 순례 여행을 떠나 “사람에게 가는 길”이 넓게 닦아졌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출처] <사람에게 가는 길>을 발견하다[펌]|작성자 월전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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