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http://www.nongmin.com/www_data/photo/2014/0623/20140621163302.jpg)
유엔이 새삼스럽게 가족농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엔은 가족농의 해를 정한 취지문을 통해 “가족농과 소규모 농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특히 농촌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식량안보와 영양개선, 생활여건 향상, 빈곤ㆍ기아문제 완화,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호, 지역경제 유지 등에 기여하도록 가족농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가족농의 해를 맞아 최근 일각에서 이념 논쟁을 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들은 소농 우월론을 강조하면서 규모화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나 정책연구기관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필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가족농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농은 협업농(Collective Farming)과 대립하는 용어다. 가족농이 개인소유와 개별영농을 근간으로 하는 농업경영 형태인 반면에 협업농은 공동소유와 집단영농 방식의 영농 형태로서 ‘집단농장’이나 ‘협동농장’으로 불린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공산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오늘날 협업농 체제가 유지되는 곳은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공산국가의 패망으로 가족농의 유리성이 입증된 셈이다.
가족농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업’이다. 이렇게 가족 중심으로 영농하기 때문에 경영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농지개혁 당시에는 머슴 없이 논 3㏊를 경작하기 어려웠으며, 오늘날도 젊은 농업인이 가족과 함께 농기계로 20㏊에 벼농사를 지으면 대농에 속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농업기본법을 제정해 가족농 육성을 천명한 지 반세기를 맞고 있다. 세계 가족농의 해를 맞아 우리의 가족농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국민적으로 공감해 보자.
첫째, 건전한 가족농 체제를 만들어가자. 2010년도 농업총조사에 의하면 70세 이상 고령농가(독신+부부)가 25%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10년 내에 세대교체되거나 소멸할 농가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서는 영농후계자가 있는 두 세대농가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영농후계자를 우대하는 독일의 농장상속 제도나 일본의 인정농업자 제도가 참고가 될 것이다.
둘째, 대농을 ‘가족농법인’으로 육성해 나가자. 현재 논 3㏊ 이상을 경작하는 농가가 호수로는 7%이고 면적으로는 36%에 불과하다. 밭 2㏊ 이상과 과수원 1㏊ 이상을 합치더라도 비중은 3할 정도다. 그런데 벼농사만의 단작경영으로는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실정이므로 여러 농가가 조직을 형성하여 복합영농을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영농법인은 농가가 구성원이기 때문에 ‘기업농’이 아니다.
셋째, 세계에 우리의 농업경영체 모델을 확산시켜 나가자. 우리의 벼농사 녹색혁명을 비롯해 시설원예 백색혁명 등의 기술혁신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농업경영체의 성공사례는 아직 전파가 미흡하다. 영세농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작목반이나 농업법인에 이어 6차산업화와 농촌관광으로 성공한 마을영농조직의 사례도 자랑할 만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나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가족농은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의 이상적인 농업경영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우리나라는 가족농의 성격 변화에서도 ‘압축 성장’을 기록한 나라이다. 반세기 만에 튼튼하게 정착되고 있는 우리의 농업과 가족농 체제가 개발도상국들의 귀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