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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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7차 세계물포럼’ 성공적 개최 위한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에서
여성의 주체적 역할·능동적 참여 중요
물을 통한 생명성·풍요 상징 불구…물로부터 소외
물 관련 환경 변화에 남성보다 더 많은 영향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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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 수 녹색미래 사무총장 |
인간이 문화적 생활을 시작하던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 상상력의 첫 기원은 언제나 물로부터 시작한다. 물은 모든 생명 활동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물이 지닌 원초성과 풍요로움, 생산과 재생산력은 전 세계 기원 신화와 설화, 전설과 민담에 널리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물의 상징성은 여성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성 역시 생산성의 근원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의 이미지와 여성의 이미지가 함께 연결된 국가 탄생에 관한 우리 민족의 신화들 중 잘 알려진 것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고구려 ‘동명왕신화’에서 동명왕의 어머니 유화(柳花)가 웅심연이라는 물 출신이다. 신라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영(閼英) 역시 알영정이라는 물 출신이며, 고려왕조의 여시조인 용녀 또한 개성대정(開城大井)이라는 우물의 여인이다. 이들은 국가건설 당시 한결같이 ‘물의 왕비’ 내지 ‘물의 여 시조’라는 역할을 공유한다.
물의 왕비들이 물의 풍요함, 생명성을 형상화하고 인간적으로 구현하는 웅장하고 거대한 역사적 상징이라면 좀 더 친근한 여성적 이미지는 전설과 민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이른바 ‘약수신앙(藥水信仰)’을 바치던 샘이나 우물의 지배자인 물의 여신은 늘 ‘물 할미’라는 말로 불린다. 관련 학계는 곳곳의 ‘물할미’들을 ‘물의 왕비’ 또는 ‘물의 여시조’의 원형이라 여긴다. 각종 전승이나 부인네들이 꾸는 물의 태몽들, 강이나 바다를 죽음과 재생의 상징으로 형상화하는 문학 작품까지 여성과 연결된 물의 이미지는 많다.
물 관련 환경변화에 많은 영향받아
그런데 생활 속에서 신앙으로까지 여겨지며 생명과 생산력, 정화와 치유력을 발휘하는 여성성은 치수나 권력으로 물의 성격이 바뀔 경우 사라진다.
세계 각 지역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홍수 설화나 각종 치수 설화에는 남성 신들만 등장해 주된 역할을 한다. 노아의 방주, 바다의 신 포세이돈, 인도의 신 비슈누, 중국의 반고설화, 일본의 이자나기 이자나미 설화 등이 모두 그렇다.
물이 부드럽게 생명을 보호하고 치유할 때는 늘 여성적이다가, 얼굴을 바꾸어 다스리고 단죄하거나 질서를 재편할 때는 남성적이다.
물에 여성적 특성만 많이 들어있지는 않다. 모든 원형적 물질의 복합 상징성이 그러하듯 물 역시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물의 여성적 이미지가 우의하듯 여성은 역사 속에서 생명을 탄생시켜 정화하고 치유해 왔다. 그러나 물의 남성적 이미지가 예증하듯 정책 결정과 권력의 재분배에서는 절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여성은 생활 노동의 많은 부분을 맡거나 전담해왔다. 가사 일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노동 영역이다. 그런데 음식 만들기와 세탁, 청소 등은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농사와 가축 돌보기에 관련한 노동은 여성에게 부과된다. 이 역시 물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후환경이 변하거나 물 관련 환경이 변화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물 정책서 여성은 심각하게 소외
얼마 전 한 언론사(여성신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문제에 관한 두려움을 남성에 비해 여성이 2배 이상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원 환경의 변화, 정책의 변화가 그들의 생활에 구체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물이 없이는 어떤 생명도 살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욱 더 피부에 와 닿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민감성은 기후변화, 물 환경 변화와 젠더 간에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음을 제시한다. 기후변화, 빈곤, 환경과 젠더(gender)의 이슈는 상호 관련이 되어 있고 분리될 수 없다. 여성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물 관련 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참여하고 아이디어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지나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근대를 통과하기까지 물 정책에서 여성은 심각하게 소외되어 왔다. 물 관련 정책이 아니라 모든 정책 결정과정에서 그러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자원과 관련된 정책들, 상하수도, 댐 관련, 담수, 해수 관련, 조력발전, 물의 정화 시스템까지 굵직한 물 정책에 여성들은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세계의 첨예한 물 분쟁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물 때문에 고통당하고 있다. 물론 물이 부족하거나 오염되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물이 무기화되는 순간 물의 필수불가결성·생명성·근원성 때문에 남성과 여성, 어린이, 동물과 식물 전 생명은 생존이 위험해진다.
▲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뜻하는‘정화수’는 치성을 드리는 사람의 경건함과 엄숙함이 깃들여 있다.
물에 있어 성 평등 추진·취약성 극복
그러나 당장 오늘 물을 이용해 삶을 꾸려야 하는 물 정책 소외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일상과 물이 하나인 여성들, 물과 동질성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성들은 물을 무기나 재화로 대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물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혼이 깃든 생명과 경외의 대상이다.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의 삶과 밀착해 물은 정감 어린 생활 속 이름을 갖고 있다.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뜻하는 ‘정화수’는 치성을 드리는 사람의 경건함과 엄숙함이 깃들여 있다.
황토를 가라앉힌 ‘지장수’ 역시 어머니가 음식이나 약에 쓰시는 물이다. 국화 밑에 고인 물 ‘국화수’나 가을철 아침해가 뜨기 전 이슬을 받은 물 ‘추로수’, 섣달에 온 눈이 녹은 물 ‘납설수’, 조개껍질을 밝은 달빛에 비춘 다음 물을 받은 ‘방제수’, 매화열매가 누렇게 될 때 내린 빗물 ‘매우수’, 볏집 지붕에서 흘러내린 물인 ‘옥유수’, 옥이 있는 것에서 나오는 샘물 ‘옥정수’ 등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경건하고 삼가는 마음은 메마른 재화가치로만 물을 훼손하지 않으리라 믿게 되었다. 여성의 상상력은 새롭고 평등하고 생명을 살릴만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낼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물에 있어서 성 평등을 추진하고 취약성을 극복하여 여성이 물 관련 정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이유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물을 대하는 경외감과 존중을 회복할 때 물은 무기의 역할을 멈추고 인류를 보듬는 영원한 생명으로 남아줄 것이다.
[『워터저널』 2014.1월호에 게재
[출처] [물과 젠더, 시민] 물의 상징과 여성의 삶|작성자 water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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