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와 자활/윤연옥 서울광역자활센터장

2014. 2. 19. 07:48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와 자활/윤연옥 서울광역자활센터장 사회적경제 칼럼

2013/12/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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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자활

 

 

 

윤연옥 서울광역자활센터장

   

 

 2001년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에 입사한 이래로 자활현장에서 13년을 보냈다. 자활협회에서 3년간 일하다가 지역에서 직접 자활사업을 일구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양천자활센터를 개소했고, 이제 다시 서울광역자활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세월이 가는 줄 모르고 일한 것 같다. 자활사업과 궁합이 잘 맞았던 걸까.

 

시장, 노동, 빈곤을 알아야 하는 자활사업

 

 IMF 직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고 각종 실업대책을 마련하였으며 저소득 빈곤계층의 복지와 노동문제를 결합한 자활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자활은 빈곤 계층에 대한 일자리 대책을 수행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관이었다. 이 무렵 본인은 한국노동운동연구원에서 정부 실업대책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모니터링 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시장을 알고 노동을 알고 빈곤을 알아야 하는 자활사업이 더없이 매력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로 다가왔다.

 

자활 배출 기업들, 사회적기업으로 성장

 

 1996년 여성가장 일자리 창출 시범사업으로 복지간병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자활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무료간병, 장애통합교육보조원같이 지역사회 기여형인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개발했고, 적정기술 이수로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청소 등 수익형 모델을 성공시켰으며, 특수교육보조원이라는 취업자활공동체를 만들었고 노인장기요양시장의 대거 진입으로 수많은 돌봄 일자리를 만드는 등 지역사회 중심의 다양한 일자리와 경제 모델을 창출했다. 물론 좌절과 실패도 있었지만 자활사업을 통해 배출된 많은 자활기업들이 굵직굵직한 사회적 기업들로 성장했다. 정부 일자리사업들은 자활사업을 벤치마킹 하였다.

 

지쳐 가는 실무자들, 그러나 여전한 희망

 

 10년 전 양천자활을 시작했을 때는 열정과 두려움 없음, 그리고 두근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활 현장 실무자들의 지쳐감과 고민을 안고 광역자활센터로 왔다. 몇 년 전에 비해 현저히 근로능력이 떨어지고 근로의지도 낮아진 참여자들, 취업으로 내모는 자활정책 앞에서 실무자들은 지쳐간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을 통해 생활의 건강함을 회복하는 자활사업은 여전히 사회의 주요 안전망이고 작지만 힘 있는 협동사회경제를 만드는 희망의 일터임이 분명하다.

 

지역, 사회적경제와 함께 든든한 연대

 

 얼마 전 서울 양천구에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지역자활센터, 자활기업, 마을기업이 모여 양천사회적경제협의회를 만들었다. 각 단위의 활동내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협동하는 삶, 따뜻한 경제, 활기찬 마을을 만드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분들은 자활센터가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놀라워했다. 자활센터 활동가들 역시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데 대해 든든함을 느꼈다.

 

자활, 협동사회경제 견인차 돼야

 

 우리나라의 자활사업은 공공부조를 넘어 사회적 경제가 태동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고 사회적 경제의 주요한 기지이다. 빈곤과 노동의 문제를 사회경제가 다 해결 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약자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작지만 힘 있는 경제, 자본이 아닌 사람을 위한 경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활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를 잘 아는 숙련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실천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활은 사회경제진영과 함께 이 새로운 사회적 실천들에 적극 동참하고 협동사회경제 확대의 견인차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