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임무와 사회적경제/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상임이사

2014. 2. 19. 07:5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생명의 임무와 사회적경제/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상임이사 사회적경제 칼럼

2013/10/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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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임무와 사회적경제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상임이사

경제학 박사

 

 

 

대한민국 사회의 역동성은 참으로 놀랍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후 9개월 만에 전국에서 설립된 협동조합은 2,530여 곳이 된다고 한다. 이 수치만 보면, 협동조합이란 옷을 갖추어야 할 시민들의 사업체나 사업 활동이 잡초의 씨앗처럼 땅 밑에 있다가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이란 물주기를 계기로 여기저기서 발아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해외에서만 보면 이 단기간에 설립된 협동조합의 수는 한국 사회의 사회적경제의 역동성과 시민들의 열기가 무르익은 결과로도 바라볼 것 같다.

 

 

협동조합 열풍의 배경은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이렇게도 많은 협동조합이 단 기간에 설립된 배경에는,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소득격차와 실업 문제, 자영업의 침체와 몰락, 치안 불안 등의 경제·사회 문제를 어떻게든 타개해 보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 결과, 서울시만 하더라도 협동조합을 비롯해서 사회적경제에 포함되는 경제 주체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과 체계는 잘 정비되어 있다. 또한 일부 구에서는 민관협력도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획기적인 것이다. 기존의 체계로는 포기했던 일들을, 다른 도전을 가능케 하고, 용기를 준다.

 

 

협동조합은 엄연한  사업체

 

 

최근에 필자가 일하는 연구소에 한 청년이 찾아왔다. 그이는 몇 번의 취업경험을 지니고 있으나 뾰족이 이거다 싶은 미래를 구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역에서 생긴 새로운 협동조합을 보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싶어서 관련 강좌도 열심히 듣고 돈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조합원이 되려면 출자해야 하므로.

 

그런데 협동조합은 사업체이다. 파산할 시에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출자금도 날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말을 했더니 맞아요. 그래서 쉽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 후 결심이 서면 할 거예요.”라는 그이의 진지한 눈동자와 확고한 태도에 필자의 맘도 뭉클해졌다.

 

 

자조하는 다섯 명’ 모여야

 

 

마음 맞는 다섯 명이 모이면 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를 볼 때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실은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는, 자조하는 개인이 다섯 사람 이상 모이는 거라고. 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각오 없이 내 이웃과, 또는 타자와 협동할 수는 없다.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사업이 잘못되었을 때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들은 바로 그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다. 결국 조합원들의 자기 책임인 것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의 가치는 자조와 자기책임에서 시작한다. 자조와 자기책임을 다하는 조직이므로 협동조합은 어떤 경우에도 조합원의 자율적인 의사로 사안을 결정하는 협동조합다운 자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제4원칙은 협동조합인들을 안내한다.

 

 

자조하는 인간의 저력

 

 

스스로 살아나려는 건 생명의 임무이기도 하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들이 얽히고설키면 홍수에도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자조하려는 사람들이 뭉칠 때 길이 만들어진다. 예상외의 장벽에 부딪치더라도, 또 설사 그 기간이 예상보다 길더라도 자조하는 인간들은 장애를 돌파할 생명력이 그 누구보다도 강하기 때문이다.

 

파산한 일본항공(JAL)의 경영을 재건한 이나모리 가즈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스팔트에서도 피어나는 잡초처럼, 태어난 이상 열심히 일하는 게 생물의 기본 조건이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하며 일하면 기업도 달라진다.”이 태도는 협동조합, 더 크게는 사회적경제의 모든 경제주체에게도 적용되는 것 아닐까.

 

 

환경보다 중요한 건  생명력

 

 

정부와 지자체가 협동조합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도 자조=조합원의 생명력이 없으면 협동조합은 기능할 수 없다. 사회적경제의 당사자들도, 중간지원조직도, 정부와 지자체도 이 점을 되새기며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