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회 상임대표

2014. 2. 19. 07:49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회 상임대표 사회적경제 칼럼

2013/11/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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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회 상임대표

 사회적기업협의회 서울지부 공동대표

 

  농업사회 시절에는 해 뜨면서 일이 시작되고, 해가 지면 일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식사 끝나고 어른들이 둘러 앉아 집안일이며, 친척들의 대소사 일이며, 마을의 공동 일에 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아이들은 듣고 자랐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귀를 세웠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모두의 역할이 있었고, 실업자도 없었다(식민지 이전의 우리나라 문헌에 실업률 관련 통계를 본 적이 없다).

 

 

 남아공의 원주민들은 백인의 머리에는 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무언가에 쫓기듯 하면서 살아가는 백인들의 모습 때문이다. 이들의 눈에는 그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한계가 사회적기업 등장 배경

 

 근대 산업화 이후 시장경제 중심으로 사회구조가 만들어져 왔다. 특히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졌고, 다른 나라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업체들이 파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유럽발 금융위기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민감성이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4,000달러를 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인데 반해, 저소득층의 부채율은 더 높아지고 있고, 소득 양극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은 더 악화됐다고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우리사회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구조화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빈부격차의 심화문제와 공공의 비효율에 따른 제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가 사회적기업 등장 배경이다.

 

2007년 이후 양적 성장 7배, 근로자 2만 명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2007년에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사회적일자리정책의 수행에 적합한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일자리창출사업에 기여했다. 다만 사회적기업의 미션이 시장실패에 따른 경제분야의 혁신, 양극화 심화로 인한 사회제반문제 해결,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일자리문제 그리고 지역사회공동체 되살림 등이다.

 

 올해 인증사회적기업은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0,000여명, 이 중 취약계층은 60%가 넘는다. 2007년에 비해 양적으로 7배가 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3,000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양적인 성장은 비약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양의질적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겠으나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실태를 보면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생태계가 조성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규모보다는 질 초점, 생태계 조성해야

 

 올 해는 제2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2013~2017)이 시행되는 첫 해이다. 1차 기본계획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2차 기본계획은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기업 정책은 성장기 사회적기업의 규모확대와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기업의 진입을 유도하고, 사회책임조달 제도를 통한 공공시장에 진입제도 개선, 자금조달제도·크라우딩펀드·투자가능한 모태펀드 확대조성이나 사회적금융 등의 금융지원제도 개선, 사회적기업의 유통을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상생 가치 공유되는 사회에는 저녁이 있다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의 원리에 익숙해져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하려고 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상생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경쟁의 학습과 경험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만일 사회적기업이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양극화문제, 실업문제, 환경문제, 농어촌문제, 교육·문화분야 문제, 청소년·빈곤아동·노숙인·노인·장애인문제 등을 해결하는 성과와 곧바로 직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용인되는 사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상생의 가치가 공유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사회는 일상에서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긴 시간의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