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꾹꾹 눌러 담은 수상한 보따리, 세모꾸러미세모꾸러미

2014. 2. 13. 17:40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가치를 꾹꾹 눌러 담은 수상한 보따리, 세모꾸러미세모꾸러미

2014/02/12 16:52


http://sehub.blog.me/150184966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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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꾹꾹 눌러 담은 수상한 보따리, 세모꾸러미

소셜메이트 솜 협동조합이 전하는 사회적경제 제품과 기업 정보

 

 

 

 

 

                                                                                   에코백으로 포장한 세모꾸러미. 대지를위한바느질

 

 ‘사회적경제’를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력 단절 여성들이 모여 설립한 저희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www.tobesom.com)도 사회적경제의 일원이지만,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정의와 가치를 전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 가치에 공감해야 관심도 가지고, 기업 정보도 알게 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단계까지 갈 텐데, 그러기에는 알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순서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이 되니 그 제품을 구입해 보겠다’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 제품이 사고 싶으니 그 가치와 기업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사회적경제를 찾아온 여행객을 위해, 세모꾸러미

 

  마침 저희 소셜메이트 솜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www.sehub.net)로부터 ‘세모꾸러미’ 제작을 의뢰받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세모꾸러미는 사회적경제계에서 생산된 독창적이고 가치가 선명한 제품들을 골라 담은 홍보용 기념품입니다. 센터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기왕 선물을 할 거라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판매 중인 제품들을 다양하게 이용할 기회를 주자는 측면에서 기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정 엄마가 시집간 딸에게 보따리를 싸 주는 마음’으로 제품 하나하나 까다롭게 선별하려고 애쓴 저희 소셜메이트솜은 이 세모꾸러미 구성품들이 어떤 제품, 어떤 기업의 것인지 세모편지를 통해 전하려고 합니다.

  매회 2~3가지씩 3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인데요. 이어서도 ‘세모꾸러미’라는 제목으로 사회적경제계의 재미있고 가치 있는 제품들을 더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가 제작하는 세모꾸러미는 ‘여행이 즐거운 이유’와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2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각기 테마에 어울리는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됐습니다. 먼저 ‘여행이 즐거운 이유’ 속 제품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새로운 눈, 새로운 즐거움을 위한 선물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마르셀 푸르스트)

 

 서울의 사회적경제를 찾아서 해외에서,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드릴 기념품을 준비하면서 문득 이 분들은 어찌 보면 ‘여행 중인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친환경제품들을 통해 그분들의 여행에 '새로운 눈'을 통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 드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여행이라는 테마에 걸맞은 제품들을 찾아 봤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물병, 퍼블릭캡슐

  

                                                                                                      퍼블릭캡슐(가격미정). 에코준컴퍼니

 

 가장 먼저 떠오른 제품은 휴대용 물병이었습니다. 종이컵, 패트병 등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면서 모양도 예쁜 텀블러는 이미 의식 있는 이들에게 필수 제품이 되었는데요. 사회적기업 에코준컴퍼니(www.ecojun.com)는 그에 더해 환경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린다는 가치를 더한 물병 ‘퍼블릭캡슐’을 만듭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알약 모양의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퍼블릭캡슐은 인체와 지구환경에 무해한 ECO소재(옥수수전분)로 만들어졌습니다.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고, 다 쓴 후 땅에 묻었을 때도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 퍼블릭캡슐과 관련해 ‘말라리아 캠페인’이 진행된다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물병 1개가 판매될 때마다 아프리카 어린이 1명에게 말라리아 예방약을 지급한다는 캠페인입니다. 이 때문에 물병 디자인의 모티브를 알약으로 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의 죽어가는 아이들과,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알약인 셈입니다.

 

 이 같은 가치를 모르는 소비자가 보더라도 매력을 느낄 만한 디자인도 강점입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 물 마실 때의 각도를 배려한 뚜껑의 위치, 청소하기 쉽게 분리되는 상단, 투명 받침대를 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점 등,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에코준컴퍼니 홈페이지 www.ecojun.com

 

디자인에 배려와 감각, 철학을 담다

 

 퍼블릭캡슐을 개발한 에코준컴퍼니는 환경생태적 윤리를 기본으로, 그린 디자인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에코준컴퍼니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그린 디자인’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부터 고령자,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보편적 설계)은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설계할 때 연령과 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쥐는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문 손잡이를 레버식으로 만드는 것이 그 예입니다.

 

 에코준컴퍼니의 이준서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10여 년간 꾸준히 그린디자인 및 친환경 공익광고 분야에서 활동했고 국내외 친환경 디자인 관련 공모전 등에서 여러 번 수상하기도 한, 이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입니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아이디어, 철학과 가치가 담긴 에코준컴퍼니의 제품들이 계속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

  

                                                                        에코준컴퍼니의 그린디자인, 유니버셜디자인 적용 제품들

 

종이에서 실을 뽑아 양말을 만든다?

 

 

 

 여행을 갈 때, 꼭 챙기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양말이죠. 옷은 여러 날 입을 수 있지만, 양말만큼은 땀과 냄새, 습기 탓에 매일 갈아 신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 중에는 옥수수 등 천연 재료로 양말을 만드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지로 양말을 만드는 곳이 있어 눈에 띕니다.

 

 한지양말은 한지에서 뽑은 실(닥섬유) 특유의 속건성(빨리 마르는 성질)을 가진다고 합니다. 면섬유 대비 흡수성이 3~5배 우수하고, 건조성 또한 2배 이상 뛰어나기 때문에 신었을 때 쾌적함이 크다는 것입니다. 

 혹시 종이 소재라서 약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품을 직접 만지고 당겨보니 조직이 견고하고 촘촘하면서도 신축성이 좋고, 특유의 독특한 질감과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냄새 제거 기능과 항균성도 있는데, 덕분에 발 냄새 제거 및 무좀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무좀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다면 하나 사다 드려봄직한 제품입니다.

 

                                                                                                    한지양말(2켤레) 13,000원. 한지문화

땅으로 돌아가는 예의를 위하여, 한지 수의

 

 한지양말을 만드는 곳은, 조상의 지혜의 산물인 한지를 사용하여 한지수의, 한지이불, 공예품등 다양한 한지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한지문화(www.hanjiculture.com)입니다.

 사실, 한지문화의 주력상품은 가죽질감의 줌치한지를 겹쳐 만들어, 잘 찢어지지 않으면서도 땅에서 완전부패 될 수 있는 한지 수의입니다.

 

 한지문화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수의의 90%이상은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장례업체들이 판매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중국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데요. 문제는, 중국산 수의의 주요소재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잘 썩지 않는 섬유라서, 화장을 하면 매연이나 불순물이 발생하고, 매장을 하면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섬유가 유골에 엉기게 되어, 대기 및 토양 환경에 매우 유해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상주들은, 복잡한 장례절차를 치르느라 고인과 함께 묻히거나 태워지는 수의에 대해 큰 고민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저 장례업체의 제안과 가격 비교에 따라 중국산 수의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도 이번에 한지수의를 알게 되면서, 우리가 언젠가 땅으로 돌아갈 때는 아무런 흔적 없이 돌아가는 것이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점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지문화 홈페이지 www.hanjiculture.com

 이밖의 ‘세모꾸러미’ 구성품들은 다음 세모편지에서 이어서 더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와 가치, 디자인까지 갖춘 사회적경제 제품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글 진은정(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